[이슈&뉴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논의 본격화

입력 2016.05.31 (21:21) 수정 2016.05.31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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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

지금까지 정부 조사로 확인된 1, 2등급 피해자만 221명, 이 중 9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추가 조사와 피해 접수가 계속되고 있어 피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고의나 악의로 비도덕적, 반사회적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 실제 손해 이상의 책임을 지우자는 겁니다.

미국은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소비자 분쟁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2백년 가까이 적용해 악의적 범죄 예방에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이주한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악의적 기업범죄 징벌적 배상으로 엄단▼

<리포트>

5년전, 난소암 진단을 받은 62살의 리스트선드 씨.

수십 년간 사용해 온 존슨 앤 존슨의 땀띠용 파우더가 원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이달 초 회사측이 5천 5백 만 달러, 우리돈 650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이 가운데 피해보상 성격의 배상금이 5백만 달러, 그 10배인 5천만달러가 '징벌적 손해 배상금액'이었습니다.

<녹취> 제임스 온더(원고 측 변호인) : "존슨앤 존슨은 성분을 안전한 옥수수 전분으로 바꾸거나 경고 문구를 넣는 등 사태를 바로잡기는 커녕 오히려 제품을 계속 팔아 왔습니다."

1992년에는 맥도날드에서 커피 뚜껑을 열다가 화상을 입은 할머니가 6억 5천만원의 징벌적 손해 배상 금액을 받았습니다.

잇딴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맥도날드가 경고 표시조차 안했다는게 판결 이유였습니다

19세기 중반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선 기업의 악의적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앤드류 리(美 스텝토 앤 존슨 변호사) : "사회적 비리나 비판받아야 할 기업들의 행동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배상을) 챙겨갈 수 있는…."

단, 액수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어 연방 대법원이 배상금액을 직접적인 피해 금액의 10배 이하로 제한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벌백계 식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업의 횡포를 막는 감시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게 미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주한입니다.

▼한국의 손해배상제도는?▼

<기자 멘트>

국내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정할까요?

크게 손해액과 위자료를 합쳐 결정합니다.

손해액은 보통 치료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또 나이나 현재 소득을 고려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을 지를 감안해 결정합니다.

소득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아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는 개념의 위자료도 적다는 지적입니다.

숨지거나 크게 다쳐 장애가 남는 경우 위자료는 최대 1억 원 범위 안에서 정해집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창현(서강대 교수) : "종래의 법원의 실무는 교통사고에 대한 위자료 산정 기준에 너무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법 감정이라든가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돼 왔거든요."

최근 국내에서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경우 위자료를 빼고도 손해액의 최소 3배에서 최대 12배까지 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노윤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제2의 옥시를 막아라▼

<리포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승찬이 형제.

아이들도 폐 손상으로 바깥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녹취> 최윤수(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 "약 자체가 없어요. 치료 방법이 없어요. 병원에서 (주는 건) 산소하고 스테로이드제하고."

옥시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3억 원을 합의금으로 제안했지만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녹취> "단순 교통사고로 누구 하나 장애인 만들었거나 사망시켰을 때,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최대 1억 5천 만원 정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조금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반사회적 불법 행위에 대해 배상 한도를 없애자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기 때문입니다.

신용정보법과 기간제법, 하도급법만 피해의 3배까지 배상할 수 있게 법이 일부 개정됐을 뿐입니다.

<인터뷰> 김현(징벌적 손해배상 지지 변호사 모임) : "엄히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다른 사람들한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꼭 필요하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전면 도입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거라는 재계 우려와 접점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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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 논의 본격화
    • 입력 2016-05-31 21:26:52
    • 수정2016-05-31 22:30:55
    뉴스 9
<앵커 멘트>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가습기 살균제 살인 사건. 지금까지 정부 조사로 확인된 1, 2등급 피해자만 221명, 이 중 95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추가 조사와 피해 접수가 계속되고 있어 피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자는 논의에 불이 붙었습니다. 고의나 악의로 비도덕적, 반사회적 잘못을 저지른 기업에 실제 손해 이상의 책임을 지우자는 겁니다. 미국은 기업 간 또는 기업과 소비자 분쟁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2백년 가까이 적용해 악의적 범죄 예방에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이주한 특파원의 보도입니다. ▼악의적 기업범죄 징벌적 배상으로 엄단▼ <리포트> 5년전, 난소암 진단을 받은 62살의 리스트선드 씨. 수십 년간 사용해 온 존슨 앤 존슨의 땀띠용 파우더가 원인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원은 이달 초 회사측이 5천 5백 만 달러, 우리돈 650억원을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이 가운데 피해보상 성격의 배상금이 5백만 달러, 그 10배인 5천만달러가 '징벌적 손해 배상금액'이었습니다. <녹취> 제임스 온더(원고 측 변호인) : "존슨앤 존슨은 성분을 안전한 옥수수 전분으로 바꾸거나 경고 문구를 넣는 등 사태를 바로잡기는 커녕 오히려 제품을 계속 팔아 왔습니다." 1992년에는 맥도날드에서 커피 뚜껑을 열다가 화상을 입은 할머니가 6억 5천만원의 징벌적 손해 배상 금액을 받았습니다. 잇딴 소비자들의 불만에도 맥도날드가 경고 표시조차 안했다는게 판결 이유였습니다 19세기 중반부터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정착된 미국에선 기업의 악의적 범죄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앤드류 리(美 스텝토 앤 존슨 변호사) : "사회적 비리나 비판받아야 할 기업들의 행동을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통해 시민들이 직접 (배상을) 챙겨갈 수 있는…." 단, 액수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어 연방 대법원이 배상금액을 직접적인 피해 금액의 10배 이하로 제한하는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일벌백계 식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업의 횡포를 막는 감시자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게 미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이주한입니다. ▼한국의 손해배상제도는?▼ <기자 멘트> 국내 법원이 피해자들에게 지급될 손해배상액을 어떻게 정할까요? 크게 손해액과 위자료를 합쳐 결정합니다. 손해액은 보통 치료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또 나이나 현재 소득을 고려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앞으로 얼마나 벌 수 있을 지를 감안해 결정합니다. 소득 기준을 너무 낮게 잡아 피해자가 입은 손해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신적 피해를 배상하는 개념의 위자료도 적다는 지적입니다. 숨지거나 크게 다쳐 장애가 남는 경우 위자료는 최대 1억 원 범위 안에서 정해집니다. 전문가의 말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 이창현(서강대 교수) : "종래의 법원의 실무는 교통사고에 대한 위자료 산정 기준에 너무 얽매여 있었기 때문에 국민의 법 감정이라든가 경제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이 제기돼 왔거든요." 최근 국내에서 논의 중인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될 경우 위자료를 빼고도 손해액의 최소 3배에서 최대 12배까지 배상액을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그만큼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 배상이 가능해 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국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논의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노윤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제2의 옥시를 막아라▼ <리포트> 가습기 살균제 피해로 엄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승찬이 형제. 아이들도 폐 손상으로 바깥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합니다. <녹취> 최윤수(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 : "약 자체가 없어요. 치료 방법이 없어요. 병원에서 (주는 건) 산소하고 스테로이드제하고." 옥시 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3억 원을 합의금으로 제안했지만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녹취> "단순 교통사고로 누구 하나 장애인 만들었거나 사망시켰을 때,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 현행 제도 하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가 받을 수 있는 위자료는 최대 1억 5천 만원 정도.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조금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반사회적 불법 행위에 대해 배상 한도를 없애자는 내용의 관련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됐기 때문입니다. 신용정보법과 기간제법, 하도급법만 피해의 3배까지 배상할 수 있게 법이 일부 개정됐을 뿐입니다. <인터뷰> 김현(징벌적 손해배상 지지 변호사 모임) : "엄히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다른 사람들한테 주의를 환기시키는 게 꼭 필요하다..." 법조계를 중심으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전면 도입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지만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거라는 재계 우려와 접점을 찾는 게 관건입니다. KBS 뉴스 노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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