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어로 전투’…목숨 잃는 北 어민들

입력 2016.05.31 (21:26) 수정 2016.05.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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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이 어획량 증대를 위해, 어민들을 이른바 '어로 전투'로 내몰면서 작고 노후된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조업을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 어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중국에 연안 조업권을 팔면서, 북한 어민들은 점점 더 먼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 현장을 정면구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무로 만든 작은 어선이 거친 파도에 위태로워 보입니다.

뱃머리에 빼곡히 늘어선 20여 명의 어민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합니다.

원산이나 청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 작은 목선에 의지해 조업하는 이들은 북한 어민들입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목숨 걸고 하죠. 북한에 목숨 안 걸고 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전투, 어로 전투라고 하는 거예요."

두만강 하구, 북한 건너편 러시아 쪽 백사장.

표류하다 난파됐거나 러시아에 나포된 북한 어선 수백 척이 널려있습니다.

<인터뷰> 베드로프 알렉산드르(북-리 접경 지역 주민) : "(2백 척의) 북한 배들이 있어요. (2백 척이라고요?) 강 주변으로 어선 무덤이 있습니다."

일본 서부 연안에도 지난해만 40척 가까운 북한 어선이 떠밀려왔습니다.

수습된 시신도 32구입니다.

<인터뷰> 이토 마시히코(사카이시 공원묘지 소장) : "(유골 송환과 관련된) 문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보러 온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 어민들의 희생이 잇따르는 건 무리한 어획량 증산 시책 때문입니다.

<녹취> 김정은(7차 북한 노동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지난 6일)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대풍을 안아와야 합니다."

실제 북한 수산물 생산량은 최근 5년 사이 27% 넘게 늘었습니다.

인민을 풍족하게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수산물 대부분은 중국에 수출됩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물고기가 되게 비싸잖아요. (팔아서) 돈이 될 수 있는 상품들은 그런 물고기들은 직접 잡는 선주도 못 먹어요."

덕분에 북한 접경 중국 도시들에선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녹취> 훈춘 수산물 수입업체 관계자 : "(북한에서 몇 시에 출발했나요?) 오전 7시 반에 출발해서 왔어요."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 하구인 이곳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이 해상을 통해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뿐 아니라 북한은 가공공장 직원들까지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수산물 가공 공장 북한 근로자 : "10kg입니다. (조선 낙지(북한 오징어)인가요?) 네. 좀 지나갑시다."

북한 어민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중국 어선들입니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연안 조업권을 중국에 팔았고 불법 조업 어선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산물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해상에 중국 배들이 나와 있습니다. 바다에서 (돈을 받고) 펄떡펄떡 뛰는 것을 (중국어선에) 넘겨줍니다."

중국 어선에 떠밀린 북한 어민들은 오늘도 작고 낡은 목선을 타고 더 멀리, 더 위험한 바다에 나가 사선을 넘나드는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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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리한 ‘어로 전투’…목숨 잃는 北 어민들
    • 입력 2016-05-31 21:31:20
    • 수정2016-05-31 21:44:03
    뉴스 9
<앵커 멘트>

북한이 어획량 증대를 위해, 어민들을 이른바 '어로 전투'로 내몰면서 작고 노후된 배를 타고 먼바다까지 조업을 나갔다가 목숨을 잃는 어민들이 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 당국이 중국에 연안 조업권을 팔면서, 북한 어민들은 점점 더 먼 바다로 나갈 수 밖에 없는 실정입니다.

그 현장을 정면구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나무로 만든 작은 어선이 거친 파도에 위태로워 보입니다.

뱃머리에 빼곡히 늘어선 20여 명의 어민들.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작업합니다.

원산이나 청진에서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망망대해, 작은 목선에 의지해 조업하는 이들은 북한 어민들입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목숨 걸고 하죠. 북한에 목숨 안 걸고 하는 일이 없어요. 그래서 전투, 어로 전투라고 하는 거예요."

두만강 하구, 북한 건너편 러시아 쪽 백사장.

표류하다 난파됐거나 러시아에 나포된 북한 어선 수백 척이 널려있습니다.

<인터뷰> 베드로프 알렉산드르(북-리 접경 지역 주민) : "(2백 척의) 북한 배들이 있어요. (2백 척이라고요?) 강 주변으로 어선 무덤이 있습니다."

일본 서부 연안에도 지난해만 40척 가까운 북한 어선이 떠밀려왔습니다.

수습된 시신도 32구입니다.

<인터뷰> 이토 마시히코(사카이시 공원묘지 소장) : "(유골 송환과 관련된) 문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보러 온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 어민들의 희생이 잇따르는 건 무리한 어획량 증산 시책 때문입니다.

<녹취> 김정은(7차 북한 노동당 대회 사업 총화 보고/지난 6일) : "사철 바다를 비우지 말고 적극적인 어로전을 벌려 물고기대풍을 안아와야 합니다."

실제 북한 수산물 생산량은 최근 5년 사이 27% 넘게 늘었습니다.

인민을 풍족하게 하겠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수산물 대부분은 중국에 수출됩니다.

외화를 벌기 위해서입니다.

<인터뷰>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물고기가 되게 비싸잖아요. (팔아서) 돈이 될 수 있는 상품들은 그런 물고기들은 직접 잡는 선주도 못 먹어요."

덕분에 북한 접경 중국 도시들에선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습니다.

<녹취> 훈춘 수산물 수입업체 관계자 : "(북한에서 몇 시에 출발했나요?) 오전 7시 반에 출발해서 왔어요."

신의주와 마주한 단둥.

압록강 하구인 이곳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이 해상을 통해 북한산 수산물이 활발히 거래되고 있습니다.

수산물 뿐 아니라 북한은 가공공장 직원들까지 중국에 보내고 있습니다.

<녹취> 수산물 가공 공장 북한 근로자 : "10kg입니다. (조선 낙지(북한 오징어)인가요?) 네. 좀 지나갑시다."

북한 어민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건 중국 어선들입니다.

북한 당국이 외화벌이를 위해 연안 조업권을 중국에 팔았고 불법 조업 어선들까지 가세하면서 수산물을 싹쓸이하고 있습니다.

<녹취> 어민 출신 탈북자(음성변조) : "해상에 중국 배들이 나와 있습니다. 바다에서 (돈을 받고) 펄떡펄떡 뛰는 것을 (중국어선에) 넘겨줍니다."

중국 어선에 떠밀린 북한 어민들은 오늘도 작고 낡은 목선을 타고 더 멀리, 더 위험한 바다에 나가 사선을 넘나드는 조업을 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정면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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