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또다시 허망하게”…19살 용역업체 직원의 죽음

입력 2016.06.01 (08:33) 수정 2016.06.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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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근무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젊은 용역업체 직원이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집니다.

안전을 위해 2명이 함께 작업해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은 지켜져지 않았습니다.

여론은 분노하고 뒤늦게 안전 대책이 쏟아집니다.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이로부터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지난 28일 19살밖에 안 된 용역업체 직원이 또다시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졌습니다.

안전 규칙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너무나 쉽게 막을 수 있던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은 며칠 사이 절절한 추모의 공간이 됐습니다.

지난 28일 19살 김 모 씨가 스크린 도어 수리하다 열차에 치어 숨진 뒤부텁니다.

<인터뷰>김미정(서울시 강동구) : “자식 잃은 엄마 마음으로 마음 아파서 왔어요. 저희 아이들도 사회에 나갈 텐데 그런 어떤 불이익이나 또 그런 문제들 때문에 아깝고…….”

<인터뷰>김재근(서울시 관악구) : “이렇게 죽게 된 희생자가 이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 노동자라는 사실이 정말 너무 슬픈 것 같습니다.”

숨진 김 씨의 가방에서는 정비 도구와 함께 미처 뜯지 않은 컵라면이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김 모 씨 아버지(음성변조) : “저희 아이가 밥도 못 먹고 다닌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까.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가방을 열어보고 정말 그 경찰서 안에서 짐승같이 울었어요. 짐승같이…….”

그를 끔찍하게 아끼는 가족을 두고 김 씨는 왜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야 했던 걸까.

지난 28일 오후 4시 58분, 구의역으로 진입하던 열차 기관사가 스크린 도어가 고장 난 것을 보고 관제사령에 보고합니다.

열차가 정차하지 않았음에도 스크린도어가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는 내용 이후 약 한 시간 뒤 5시 50분 쯤 구의역에 용역업체 직원인 김 씨가 도착합니다.

김 씨는 스크린 도어를 열고 수리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수리를 시작한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은 5시 57분.

김 씨는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이고 맙니다.

<인터뷰>문형오(소방사/서울 광진소방서) : “17시 58분 정도에 승강기와 스크린 도어에 사람이 끼었다고 해서 저희가 바로 출동했습니다. 구급대가 와서 최종적으로 확인했는데 가망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업체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인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쏟아지는 격무에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녹취>김 모 씨 아버지(음성변조) : “어떤 날은 밥도 못 먹었다고 해서 해 주고…….그날은 아들이 오후 근무니까 제가 아침에 나가니까 자는 모습만 봤어요.”

김 씨는 그렇게 고되게 일을 하면서도 어머니에게 생활비까지 건네는 속 깊은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부모는 아직 김 씨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녹취>김 모 씨 어머니(음성변조) : “애는 시키고 배웠던 것대로 그대로 한 것뿐이에요. 이렇게 해놓고 메트로 쪽에서는 하청업체에 “자기네는 그렇게 (지시) 내리지 않았다.” 하청업체 쪽에서는 “바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죽은 사람 잘못이라고 이렇게 하는데 이거는, 이거는 정말…….”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용역 업체 직원이 숨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성수역에서 30대 직원이 열차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고, 지난해 8월에도 강남역에서 20대 직원이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서울메트로 측은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2인 1조로 안 오면 작업을 중지시키겠다. 이런 안전수칙이 여러 개가 정해졌어요.”

그런데 왜, 사건 당시 2인 1조가 아니라 김 씨는 혼자 작업을 했고, 서울메트로 측은 김 씨의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았을까?

서울메트로 측은, 김 씨가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기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전자운영실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다가 보고를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보고를 안 하셨어요.”

오로지 외주업체 직원인 김 씨에게 맡겨 놓은 채 2인 1조 규정에 맞게 작업하는지 감독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에 대해 서울 메트로측은 용역업체 책임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녹취>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여기에서 그렇게 감시하게 계약을 맺지 않았고 그런 통제는 은성에서 해야죠.”

그렇다면 용역업체 측은 어떨까?

서울 메트로와 마찬가지로 김 씨의 부주의를 탓하면서도 관리 체계가 허술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안전수칙을 안 지킨 건 분명하고요. 유지 보수 정도 이런 거는 역무원이 통제는 안 해요.”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정비직원들은 김 씨가 부주의해서 2인 1조 근무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인터뷰>황준식(용역업체 노조 위원장) : “(인력이)두 배가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 18명만 늘어났습니다. 인원이. 그러면서 2인 1조 작업하라 하니까 인원이 당연히 모자라고…….”

사건 당일도, 근무 인원은 6명이 전부.

게다가 1시간 안에 6건이나 고장신고가 들어와 김 씨가 혼자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1시간 안에 도착해 작업해야 한다는 규정도 현장 작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황준식(용역업체 노조 위원장) : “1시간 안에 이걸 하지 않으면 또 페널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4시 58분에 접수를 받아서 김 군이 사고 난 게 5시 57분입니다. 정확하게 1시간입니다.”

경찰은 과실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녹취>광진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1차 조사들은 자기들이 유리하게, 자기들이 잘못 없는 거로 진술하는데요. 법률 위반이 어디의 누가 어떻게 위반했는지 그걸 지금 파악 중에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번 경우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없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흥수(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원) : “수익성, 효율성 원리만 가중되다 보니까 비용 절감이 가장 최고의 지상과제가 됐어요. 수익성과 돈이냐, 아니면 생명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유사하게 재발할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과 풍토를 갖고 있다고 봐야죠.”

서울메트로는 어제 사과문을 통해 경황없는 상황에 직원들 진술만 듣고 숨진 김 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김 씨의 죽음 이후 또다시 쏟아지는 안전 대책들이 이번엔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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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또다시 허망하게”…19살 용역업체 직원의 죽음
    • 입력 2016-06-01 08:39:27
    • 수정2016-06-01 09: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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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근무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젊은 용역업체 직원이 홀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열차에 치여 숨집니다.

안전을 위해 2명이 함께 작업해야 한다는 단순한 원칙은 지켜져지 않았습니다.

여론은 분노하고 뒤늦게 안전 대책이 쏟아집니다.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발생한 사고입니다.

이로부터 9개월이란 시간이 흘렀고 지난 28일 19살밖에 안 된 용역업체 직원이 또다시 혼자서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숨졌습니다.

안전 규칙만 제대로 지켜졌다면 너무나 쉽게 막을 수 있던 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사건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은 며칠 사이 절절한 추모의 공간이 됐습니다.

지난 28일 19살 김 모 씨가 스크린 도어 수리하다 열차에 치어 숨진 뒤부텁니다.

<인터뷰>김미정(서울시 강동구) : “자식 잃은 엄마 마음으로 마음 아파서 왔어요. 저희 아이들도 사회에 나갈 텐데 그런 어떤 불이익이나 또 그런 문제들 때문에 아깝고…….”

<인터뷰>김재근(서울시 관악구) : “이렇게 죽게 된 희생자가 이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청년 노동자라는 사실이 정말 너무 슬픈 것 같습니다.”

숨진 김 씨의 가방에서는 정비 도구와 함께 미처 뜯지 않은 컵라면이 들어 있었습니다.

<녹취>김 모 씨 아버지(음성변조) : “저희 아이가 밥도 못 먹고 다닌 거예요. 시간이 없으니까. 저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가방을 열어보고 정말 그 경찰서 안에서 짐승같이 울었어요. 짐승같이…….”

그를 끔찍하게 아끼는 가족을 두고 김 씨는 왜 이렇게 허망하게 떠나야 했던 걸까.

지난 28일 오후 4시 58분, 구의역으로 진입하던 열차 기관사가 스크린 도어가 고장 난 것을 보고 관제사령에 보고합니다.

열차가 정차하지 않았음에도 스크린도어가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다는 내용 이후 약 한 시간 뒤 5시 50분 쯤 구의역에 용역업체 직원인 김 씨가 도착합니다.

김 씨는 스크린 도어를 열고 수리 작업을 시작합니다.

그런데 수리를 시작한 지 채 몇 분이 지나지 않은 5시 57분.

김 씨는 승강장으로 진입하던 열차에 치이고 맙니다.

<인터뷰>문형오(소방사/서울 광진소방서) : “17시 58분 정도에 승강기와 스크린 도어에 사람이 끼었다고 해서 저희가 바로 출동했습니다. 구급대가 와서 최종적으로 확인했는데 가망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는 지난해 10월 지하철 스크린도어 유지, 보수업체에 입사했습니다.

하지만 사회인이 됐다는 기쁨도 잠시, 쏟아지는 격무에 녹초가 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녹취>김 모 씨 아버지(음성변조) : “어떤 날은 밥도 못 먹었다고 해서 해 주고…….그날은 아들이 오후 근무니까 제가 아침에 나가니까 자는 모습만 봤어요.”

김 씨는 그렇게 고되게 일을 하면서도 어머니에게 생활비까지 건네는 속 깊은 아들이었습니다.

하지만 김 씨의 부모는 아직 김 씨의 장례식을 치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건 이후 아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서울메트로와 용역업체 모습에 분노했기 때문입니다.

<녹취>김 모 씨 어머니(음성변조) : “애는 시키고 배웠던 것대로 그대로 한 것뿐이에요. 이렇게 해놓고 메트로 쪽에서는 하청업체에 “자기네는 그렇게 (지시) 내리지 않았다.” 하청업체 쪽에서는 “바쁘니까 어쩔 수 없었다.” 죽은 사람 잘못이라고 이렇게 하는데 이거는, 이거는 정말…….”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던 용역 업체 직원이 숨진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2013년 성수역에서 30대 직원이 열차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고, 지난해 8월에도 강남역에서 20대 직원이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사건을 계기로 서울메트로 측은 안전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2인 1조로 안 오면 작업을 중지시키겠다. 이런 안전수칙이 여러 개가 정해졌어요.”

그런데 왜, 사건 당시 2인 1조가 아니라 김 씨는 혼자 작업을 했고, 서울메트로 측은 김 씨의 작업을 중단시키지 않았을까?

서울메트로 측은, 김 씨가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기 않았다고 주장합니다.

<녹취>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전자운영실이라는 곳이 있어요. 거기에다가 보고를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보고를 안 하셨어요.”

오로지 외주업체 직원인 김 씨에게 맡겨 놓은 채 2인 1조 규정에 맞게 작업하는지 감독하지 않았던 겁니다.

이에 대해 서울 메트로측은 용역업체 책임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녹취>서울 메트로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는 여기에서 그렇게 감시하게 계약을 맺지 않았고 그런 통제는 은성에서 해야죠.”

그렇다면 용역업체 측은 어떨까?

서울 메트로와 마찬가지로 김 씨의 부주의를 탓하면서도 관리 체계가 허술했다고 주장합니다.

<녹취>용역업체 관계자(음성변조) : “안전수칙을 안 지킨 건 분명하고요. 유지 보수 정도 이런 거는 역무원이 통제는 안 해요.”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일하는 정비직원들은 김 씨가 부주의해서 2인 1조 근무를 하지 않은 게 아니라고 항변합니다.

<인터뷰>황준식(용역업체 노조 위원장) : “(인력이)두 배가 늘어나야 하는데 지금 18명만 늘어났습니다. 인원이. 그러면서 2인 1조 작업하라 하니까 인원이 당연히 모자라고…….”

사건 당일도, 근무 인원은 6명이 전부.

게다가 1시간 안에 6건이나 고장신고가 들어와 김 씨가 혼자 갈 수 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여기에 고장신고가 들어오면 1시간 안에 도착해 작업해야 한다는 규정도 현장 작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황준식(용역업체 노조 위원장) : “1시간 안에 이걸 하지 않으면 또 페널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날은 4시 58분에 접수를 받아서 김 군이 사고 난 게 5시 57분입니다. 정확하게 1시간입니다.”

경찰은 과실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가리기 위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녹취>광진 경찰서 관계자(음성변조) : “지금 1차 조사들은 자기들이 유리하게, 자기들이 잘못 없는 거로 진술하는데요. 법률 위반이 어디의 누가 어떻게 위반했는지 그걸 지금 파악 중에 있어요.”

전문가들은 이번 경우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없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인터뷰> 박흥수(철도정책 객원 연구위원/사회공공연구원) : “수익성, 효율성 원리만 가중되다 보니까 비용 절감이 가장 최고의 지상과제가 됐어요. 수익성과 돈이냐, 아니면 생명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분위기가 전환되지 않으면 이런 사고는 유사하게 재발할 수밖에 없는 어떤 환경과 풍토를 갖고 있다고 봐야죠.”

서울메트로는 어제 사과문을 통해 경황없는 상황에 직원들 진술만 듣고 숨진 김 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며 유감을 표시했습니다.

김 씨의 죽음 이후 또다시 쏟아지는 안전 대책들이 이번엔 같은 사고를 막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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