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남양주 가스 폭발 현장…또 안전 불감증?

입력 2016.06.03 (08:35) 수정 2016.06.03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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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그제 아침 남양주에 있는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났습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사고를 수습하기가 무섭게 안전 관리가 소홀했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현장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정작 현장 소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보관소에 옮겨놔야 했던 가스통은 사고 전날부터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남양주 가스 폭발사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고가 일어난 건 그제 아침 7시 반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하던 주민들은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최선옥(이웃 주민) : "자고 있었는데요. ‘쾅’ 소리 나서 놀라고 눈을 다 떴죠. (소리가) 엄청 컸었어요. 저 4층인데 거기까지 울렸으니까요."

<녹취> 황원동(이웃 주민) : "지진이나 뭐야, 지붕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뛰어 나와 보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왔더라고요. 서로 무슨 소리야? 어디 뭐가 무너졌어? 그랬죠."

지진이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한 진동과 굉음.

아니나 다를까.

주변 건물 CCTV가 흔들리고 건물 천장 타일이 떨어질 정도의 충격이 감지됐습니다.

소리가 난 곳은 인근 전철 공사장이었습니다.

<녹취> 황원동(이웃 주민) : "사람들이 막 뛰어가더라고. 가보니까 뭐 벌써 잔잔한 뭐라 그럴까? 안개 같은 게 그렇게 있더라고."

분진이 자욱하게 낀 곳은 다름 아닌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 현장.

2020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이었습니다.

분진이 사라지고 드러난 공사장 모습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공사장 근로자들이 15m 깊이의 구덩이 속에 파묻혀 있는 상황.

잠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투입됐는데요.

<녹취> 김진선(소방서장/경기 남양주소방서) : "소방 공무원 인력 82명, 의용 소방대10명, 장비 16대 등 총 92명과 유관기관 경찰 공무원 25명 등 총 52명이 동원돼서 사고 전담 조치를 취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사상자만 14명.

사망 4명, 부상 10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습니다.

<녹취> 소방관계자 : "가스 폭발력에 가장 힘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마 사망한 것 같고 매몰은 아닙니다. 폭발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전 7시에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30분도 안 된 시점에 일어난 사고.

대체 이른 아침, 공사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녹취> 이현정(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 "지하 구간 철근 조립을 위한 준비 작업 중 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 사고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는 모두 17명.

근로자들은 다리 아래 공간에서 교각을 보강하기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하기 전, 튀어나온 철근이 있어 우선 절단 작업부터 해야 했습니다.

<녹취> 이현정(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 "철근을 이제 규격에 맞지 않게 튀어나오거나 하는 부분을 일부를 절단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용단’이라 불리는 이 작업을 위해 가스통과 연결된 호스를 현장으로 끌고 들어간 근로자들.

그런데, 호스 앞에 불을 붙이는 순간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폭발은 사망자 한 명이 작업 공간 밖으로 튕겨 나올 정도로 강했습니다.

<녹취> 전국건설산업노조 관계자 : "전반적으로는 LPG 잔류가스가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죠. 어쨌든 중요한 거는 작업 시작하기 전에 점검을 해야 되는데 점검을 안 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사고 원인과 함께 공사 책임자의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는데요.

가스통은 작업 후엔 지정 보관소로 옮겨져야 하지만 경찰은 전날부터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현장 근로자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작업이 끝나면 공사 현장에 있던 산소통이 보관소로 다시 옮겨야 돼요. 기본적으로 안전수칙에는 옮겨야 되는데 옮기려면 당연히 호스를 감아서 옮겨야 되겠죠. 그런데 지금 이 진술이 안 옮긴 게 확인이 되는데..."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가스가 용접기 등에서 흘러나왔거나 밤새 지하에 갇혀 있던 가스가 용접 불꽃을 만나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날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모두 일용직 근로자로 드러나면서 관리 소홀로 인한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포스코 관계자 (홍보팀) : "(일용직들이었다 이렇게 나오던데 그것도 사실상 맞는 부분일까요?) 네, 그렇게 보시면 맞습니다. 철근 작업하시는 분도 있고 굴착 작업 하시는 분들도 있고 여러 가지 좀 섞여 있죠. 여러 분들이 있죠."

하루 16만 원에서 18만 원씩 4대 보험을 제하고 일당을 받기로 돼 있던 14명의 사상자.

이들 대부분은 이번 공사 현장에 투입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고, 용접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때문에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과 점검 등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졌나 하는 부분도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녹취> 이현정(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 "(사고 당일) 아침에도 7시에 TBM 교육(근로자안전교육)을 시행을 하고 안전교육을 시행한 이후에 현장에 투입됐고 또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배치가 됐습니다."

하지만 시공사 관계자는 현장에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책임자하고 현장 차장, 현장 소장은 현장에 없었던 건 확인됩니다. 그 부분은 책임 소재를 저희가 더 수사해야 합니다."

앞으로 수사 당국이 풀어야 할 의문점이 적지 않은 상황.

<녹취> 포스코 관계자(홍보팀) : "국과수에서 결과 발표하면 그에 따라서 안전 조치가 미흡했는지, 아니면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 원인이 나오지 않을까요. 원인이 나올 거잖아요. 그거에 따라서 이제 향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좀 그런 부분에서 좀 만전을 기할 예정이고."

경찰은 현장 안전 관련 자료를 수집해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 대해 안전보건특별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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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남양주 가스 폭발 현장…또 안전 불감증?
    • 입력 2016-06-03 08:36:36
    • 수정2016-06-03 09: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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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그제 아침 남양주에 있는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났습니다.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습니다.

사고를 수습하기가 무섭게 안전 관리가 소홀했던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은 모두 현장에 투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일용직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작업을 하는 동안 정작 현장 소장은 자리를 비운 상태였습니다.

보관소에 옮겨놔야 했던 가스통은 사고 전날부터 현장에 그대로 방치돼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따라잡기에선 남양주 가스 폭발사고를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사고가 일어난 건 그제 아침 7시 반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하루를 시작하던 주민들은 갑자기 들려온 굉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녹취> 최선옥(이웃 주민) : "자고 있었는데요. ‘쾅’ 소리 나서 놀라고 눈을 다 떴죠. (소리가) 엄청 컸었어요. 저 4층인데 거기까지 울렸으니까요."

<녹취> 황원동(이웃 주민) : "지진이나 뭐야, 지붕이 내려앉는 줄 알았어요. 그래서 뛰어 나와 보니까 동네 사람들이 다 나왔더라고요. 서로 무슨 소리야? 어디 뭐가 무너졌어? 그랬죠."

지진이 난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강한 진동과 굉음.

아니나 다를까.

주변 건물 CCTV가 흔들리고 건물 천장 타일이 떨어질 정도의 충격이 감지됐습니다.

소리가 난 곳은 인근 전철 공사장이었습니다.

<녹취> 황원동(이웃 주민) : "사람들이 막 뛰어가더라고. 가보니까 뭐 벌써 잔잔한 뭐라 그럴까? 안개 같은 게 그렇게 있더라고."

분진이 자욱하게 낀 곳은 다름 아닌 지하철 4호선 연장구간 현장.

2020년 완공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곳이었습니다.

분진이 사라지고 드러난 공사장 모습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공사장 근로자들이 15m 깊이의 구덩이 속에 파묻혀 있는 상황.

잠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분주히 투입됐는데요.

<녹취> 김진선(소방서장/경기 남양주소방서) : "소방 공무원 인력 82명, 의용 소방대10명, 장비 16대 등 총 92명과 유관기관 경찰 공무원 25명 등 총 52명이 동원돼서 사고 전담 조치를 취했습니다."

현장에서 확인된 사상자만 14명.

사망 4명, 부상 10명에 이르는 대형 참사였습니다.

<녹취> 소방관계자 : "가스 폭발력에 가장 힘을 많이 받은 사람이 아마 사망한 것 같고 매몰은 아닙니다. 폭발에 의한 사망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오전 7시에 작업을 시작한 지 불과 30분도 안 된 시점에 일어난 사고.

대체 이른 아침, 공사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녹취> 이현정(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 "지하 구간 철근 조립을 위한 준비 작업 중 가스 누출에 의한 폭발 사고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공사현장에서 작업 중인 근로자는 모두 17명.

근로자들은 다리 아래 공간에서 교각을 보강하기 위해 구조물을 설치하려던 참이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시작하기 전, 튀어나온 철근이 있어 우선 절단 작업부터 해야 했습니다.

<녹취> 이현정(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 "철근을 이제 규격에 맞지 않게 튀어나오거나 하는 부분을 일부를 절단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용단’이라 불리는 이 작업을 위해 가스통과 연결된 호스를 현장으로 끌고 들어간 근로자들.

그런데, 호스 앞에 불을 붙이는 순간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난 겁니다.

폭발은 사망자 한 명이 작업 공간 밖으로 튕겨 나올 정도로 강했습니다.

<녹취> 전국건설산업노조 관계자 : "전반적으로는 LPG 잔류가스가 남아 있었을 가능성이 높죠. 어쨌든 중요한 거는 작업 시작하기 전에 점검을 해야 되는데 점검을 안 했을 가능성이 제일 높다."

사고 직후 수사본부를 꾸린 경찰은 사고 원인과 함께 공사 책임자의 안전 관리 소홀 여부 등을 수사하고 있는데요.

가스통은 작업 후엔 지정 보관소로 옮겨져야 하지만 경찰은 전날부터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는 현장 근로자의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작업이 끝나면 공사 현장에 있던 산소통이 보관소로 다시 옮겨야 돼요. 기본적으로 안전수칙에는 옮겨야 되는데 옮기려면 당연히 호스를 감아서 옮겨야 되겠죠. 그런데 지금 이 진술이 안 옮긴 게 확인이 되는데..."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가스가 용접기 등에서 흘러나왔거나 밤새 지하에 갇혀 있던 가스가 용접 불꽃을 만나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날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모두 일용직 근로자로 드러나면서 관리 소홀로 인한 안전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 포스코 관계자 (홍보팀) : "(일용직들이었다 이렇게 나오던데 그것도 사실상 맞는 부분일까요?) 네, 그렇게 보시면 맞습니다. 철근 작업하시는 분도 있고 굴착 작업 하시는 분들도 있고 여러 가지 좀 섞여 있죠. 여러 분들이 있죠."

하루 16만 원에서 18만 원씩 4대 보험을 제하고 일당을 받기로 돼 있던 14명의 사상자.

이들 대부분은 이번 공사 현장에 투입된 지 두 달이 채 되지 않았고, 용접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단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때문에 현장에서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한 안전 교육과 점검 등이 얼마나 제대로 이뤄졌나 하는 부분도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녹취> 이현정(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본부장) : "(사고 당일) 아침에도 7시에 TBM 교육(근로자안전교육)을 시행을 하고 안전교육을 시행한 이후에 현장에 투입됐고 또 현장에 안전 관리자가 배치가 됐습니다."

하지만 시공사 관계자는 현장에 아무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황홍락(형사과장/남양주경찰서) : "책임자하고 현장 차장, 현장 소장은 현장에 없었던 건 확인됩니다. 그 부분은 책임 소재를 저희가 더 수사해야 합니다."

앞으로 수사 당국이 풀어야 할 의문점이 적지 않은 상황.

<녹취> 포스코 관계자(홍보팀) : "국과수에서 결과 발표하면 그에 따라서 안전 조치가 미흡했는지, 아니면 어떤 부분이 미흡했는지 원인이 나오지 않을까요. 원인이 나올 거잖아요. 그거에 따라서 이제 향후에 재발되지 않도록 좀 그런 부분에서 좀 만전을 기할 예정이고."

경찰은 현장 안전 관련 자료를 수집해 업무상 과실이 있었는지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또한, 고용노동부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에 대해 안전보건특별감독에 나서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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