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② 한 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

입력 2016.06.03 (15:57) 수정 2016.07.01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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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들

백상웅


로또 추첨 기다리며 즉석복권 긁습니다.
저는 애인을 떠나보냈습니다.

간지러운 데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처럼 득득 복권을 긁습니다.
저의 생업은 없습니다.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숨죽인 시간,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은 한방입니다.

저는 꿈과 일상에서 징조를 찾습니다.
조상과 산의 입을 빌립니다.
개돼지의 몸을 빌립니다.

복권방 한쪽 벽에 로또 당첨 확률을 분석한 숫자들이 보입니다.
저 암호를 풀어야 문이 열립니다.
인생 역전은 이제 수학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금 당장 열렬히 사랑하는 일과
떠나보내는 일.
확률은 반반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름의 획수로 사랑을 점쳤습니다.

이번 생이 조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무작위의 숫자 체계가
미덥지가 않습니다.

사랑을 복권하기 위해서는……
그래요, 저에게는 숫자들이 필요합니다.


■ 금수저·흙수저 사회의 '로또 명당'

이 시를 읽노라면 로또를 파는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이 떠오릅니다. 특히 1등 당첨이 잘된다는 복권판매소는 '명당'이라는 이름으로 인구에 회자되기도 하고 매스미디어의 취재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호위호식하면서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욕망은 있습니다. 그 욕망 자체를 부정한다면 위선이거나 탈속한 성인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 욕망을 이루는 통로에 관해서 분노와 좌절 그리고 탄식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
비록 어려운 가정 환경에 태어났더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부를 축적하고 지위와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이 속담은 시대의 유행어가 돼 버린 '금수저' '흙수저' 논쟁 앞에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현대판 계층과 신분의 사다리를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시대, 아니 오를 사다리조차 장하준 교수의 지적대로 걷어채여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걸까요? 도처에 자조감이 팽배합니다. 특히 어떤 계층보다 꿈이 두둑하고 비전이 야무져야 할 청소년들이 이 나라를 지옥에 비유하면서 탈출하고 싶다는 울분을 쏟아놓습니다.

백상웅 시인처럼 돈이 없어 애인도 떠나도, 이제 즉석복권이나 로또복권의 당첨이라는 기적을 기다리는 청년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들은 혹시나 있지 않을까 당첨된 숫자의 비밀을 풀어보고 싶어합니다. 인터넷에는 당첨 비결을 알려준다는 현대판 연금술사들이 횡행합니다.

■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액 3조 ↑... 11년 만에 최고

나도 번듯한 일자리 얻고 멋진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젊은이들의 꿈이 희박해질수록 대박을 터뜨리는 호황업소가 있습니다. 복권 판매솝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팔려나간 로또 복권은 무려 3조2천571억원, 2002년 로또 복권이 처음 출시된 이후 11년 만에 최고액수라고 합니다. 판매업소의 숫자도 6천361군데나 되는데, 이것도 모자라 내년에는 8천군데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시인의 유머러스한 표현대로 간밤에 돼지꿈을 꾸었다거나, 황금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길몽이라고 하는 똥꿈을 꾸거나, 돌아가신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기까지, 조상님과 개돼지의 몸도 빌립니다.



■ '2005년~2014년 사행산업이 벌어들인 돈 163조'

로또 복권뿐인가요? 경마와 경륜, 경정과 카지노...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이른바 사행산업 규모도 갈수록 비대해집니다. 정부 산하 사행산업감독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사행산업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163조원이나 됐습니다.

그뿐인가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불법 경매도박장과, 온라인 도박장 등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불법 도박산업은 2014년에만 무려 160조원대에 이른다고
하니, 온 나라가 사행이라는 거대한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박 대박을 맞는 신데렐라는 가물에 콩나듯 하고, 대신 가산을 탕진하고 심신마저 황폐해지는 도박중독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해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인적, 사회적 지출 비용만도 25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숫자의 비밀 앞에서 속앓이를 하다, 차라리 이 삶 자체가 조작이었으면 좋겠다고 자조 섞인 탄식을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도 주어진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는 혹시 이게 꿈은 아닐까?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하니까요.



최근 어둠속에서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하다 비운의 생을 마감한 19살 청년의 사례가 온 나라를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숨진 청년의 가방에는 작업 공구와 함께 컵라면 하나, 숟가락 하나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가느다란 꿈 하나에 고된 몸을 묶고 공포와 과로, 어둠과 싸워야 했을 젊은이가 눈물나게 합니다.

어디 이 젊은이뿐이겠습니까? 노동시장의 유연화니 구조조정이니, 거창하게는 신자유주의 라는 미명아래, 신분과 적정 임금이 보장된 번듯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불안정하고 열악한 조건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납니다.그나마도 언제 보따리를 싸야 할 줄 모릅니다.

■ '결혼 안해도 그만' 한국 61%·일본 53%

주눅든 젊은이들은 마음놓고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하고 결혼은 아예 포기하기도 합니다. 3포세대니 N포세대니 하는 기가 막힌 신조어들이 속출합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신문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결혼을 안해도 그만'이라는 젊은이가 일본은 53%였는데, 한국은 무려 61%나 됐습니다. 왜 안하려고 하는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 우울합니다. 일본은 그마나 '행동과 자유가 제약돼서'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솔로로 살면서 가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뜻이지요. 결혼을 안하는 이유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주체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 돈이라는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결국 시인처럼 복권이 맞지 않으면 대다수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고 보니 로또라는 의미의 복권(福券)과 권리를 회복한다는 의미의 복권(復權)의 우리 말 발음이 같군요. 그래서 백상웅 시인은 사랑의 복권(회복)을 위해서는 숫자가 필요하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합니다.

그늘마저 푸르른 5월의 나무들처럼 싱그러워야 할 젊은이들이 더 이상 복권의 숫자에 얽힌 비밀을 푸는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막아야 할 책임은 기성세대들에게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어느 고졸 여성 후보의 절규처럼 '학벌의 유리천정, 출신의 유리천정'을 깨고,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길 외에 길게 늘어서는 복권행렬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세상은 인류 역사상 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완벽하게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실현되는 세상이 오리라는 보장도 그리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세상이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차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여지는 있습니다. 불평만 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행운도 필연이라고 주장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연히 다가오는 행운은 없습니다. 행운이 작동하는 경로는 행운이 될 만한 것들을 더 많이 던져놓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행운을 믿고, 행운을 만나고 싶다면 행운이 작용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시작하세요. 행운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은 없습니다. 네잎 크로버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네잎 클로버가 있는 풀밭을 부지런히 살필 수 밖에 없습니다."
(임헌우 / 스티브를 버리세요)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인의 상술을 예리하게 파헤친 강요백 교수도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이란 우연이 아니라 근면과 창조의 연속선상, 그 맨 끝에 매달려 있는 필연의 행운일 것이다."

또 마음가짐이라도 좀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가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의 구조와 시스템, 관행과 법률을 바꾸려는 노력은 노력대로 하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부드럽게 가져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그래도 몸이 건강하다면 건강한 것에, 부모와 형제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면 그 응원에 대해, 아침에 찬란한 해가 떠오르고, 저녁에는 산들바람이 부는 숲이 있다면 그 한결 같은 자연에 감사하면서이 시인처럼 작은 희망이라도 하나씩 키워가야겠습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큰 행운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열매들이 작고 작듯이, 그러나 그것들은 어느날 큰 나무를 키워내듯이 작고 작은 먼 하늘의 별 하나가 어느날 문득 희망이 되듯이"( 강은교 시인 )

[연관 기사] ☞ [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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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② 한 방에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
    • 입력 2016-06-03 15:57:17
    • 수정2016-07-01 09:45:48
    임병걸의 시로 보는 경제
숫자들 백상웅 로또 추첨 기다리며 즉석복권 긁습니다. 저는 애인을 떠나보냈습니다. 간지러운 데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처럼 득득 복권을 긁습니다. 저의 생업은 없습니다. 카운터펀치를 날리기 위해 숨죽인 시간,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은 한방입니다. 저는 꿈과 일상에서 징조를 찾습니다. 조상과 산의 입을 빌립니다. 개돼지의 몸을 빌립니다. 복권방 한쪽 벽에 로또 당첨 확률을 분석한 숫자들이 보입니다. 저 암호를 풀어야 문이 열립니다. 인생 역전은 이제 수학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금 당장 열렬히 사랑하는 일과 떠나보내는 일. 확률은 반반입니다. 저는 예전에 이름의 획수로 사랑을 점쳤습니다. 이번 생이 조작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무작위의 숫자 체계가 미덥지가 않습니다. 사랑을 복권하기 위해서는…… 그래요, 저에게는 숫자들이 필요합니다. ■ 금수저·흙수저 사회의 '로또 명당' 이 시를 읽노라면 로또를 파는 가게 앞에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이 떠오릅니다. 특히 1등 당첨이 잘된다는 복권판매소는 '명당'이라는 이름으로 인구에 회자되기도 하고 매스미디어의 취재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누구나 세상에 태어나서 호위호식하면서 떵떵거리고 살고 싶은 욕망은 있습니다. 그 욕망 자체를 부정한다면 위선이거나 탈속한 성인이겠지요.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이 욕망을 이루는 통로에 관해서 분노와 좌절 그리고 탄식이 유난히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개천에서 용난다' 비록 어려운 가정 환경에 태어났더라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면 부를 축적하고 지위와 명예도 얻을 수 있다는 이 속담은 시대의 유행어가 돼 버린 '금수저' '흙수저' 논쟁 앞에 무색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해도 현대판 계층과 신분의 사다리를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시대, 아니 오를 사다리조차 장하준 교수의 지적대로 걷어채여진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는 걸까요? 도처에 자조감이 팽배합니다. 특히 어떤 계층보다 꿈이 두둑하고 비전이 야무져야 할 청소년들이 이 나라를 지옥에 비유하면서 탈출하고 싶다는 울분을 쏟아놓습니다. 백상웅 시인처럼 돈이 없어 애인도 떠나도, 이제 즉석복권이나 로또복권의 당첨이라는 기적을 기다리는 청년들이 수두룩합니다. 그들은 혹시나 있지 않을까 당첨된 숫자의 비밀을 풀어보고 싶어합니다. 인터넷에는 당첨 비결을 알려준다는 현대판 연금술사들이 횡행합니다. ■ 지난해 로또 복권 판매액 3조 ↑... 11년 만에 최고 나도 번듯한 일자리 얻고 멋진 연애와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젊은이들의 꿈이 희박해질수록 대박을 터뜨리는 호황업소가 있습니다. 복권 판매솝니다. 지난 해 우리나라에서 팔려나간 로또 복권은 무려 3조2천571억원, 2002년 로또 복권이 처음 출시된 이후 11년 만에 최고액수라고 합니다. 판매업소의 숫자도 6천361군데나 되는데, 이것도 모자라 내년에는 8천군데로 늘어난다고 합니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은 시인의 유머러스한 표현대로 간밤에 돼지꿈을 꾸었다거나, 황금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길몽이라고 하는 똥꿈을 꾸거나, 돌아가신 조상님이 꿈에 나타나기까지, 조상님과 개돼지의 몸도 빌립니다. ■ '2005년~2014년 사행산업이 벌어들인 돈 163조' 로또 복권뿐인가요? 경마와 경륜, 경정과 카지노...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사람들이 불나방처럼 몰려드는 이른바 사행산업 규모도 갈수록 비대해집니다. 정부 산하 사행산업감독위원회의 통계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사행산업이 벌어들인 돈은 무려 163조원이나 됐습니다. 그뿐인가요?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불법 경매도박장과, 온라인 도박장 등 음지에서 독버섯처럼 자라난 불법 도박산업은 2014년에만 무려 160조원대에 이른다고 하니, 온 나라가 사행이라는 거대한 구렁텅이에 빠져 허우적대는 형국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박 대박을 맞는 신데렐라는 가물에 콩나듯 하고, 대신 가산을 탕진하고 심신마저 황폐해지는 도박중독자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한해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인적, 사회적 지출 비용만도 25조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시인은 도무지 풀리지 않는 숫자의 비밀 앞에서 속앓이를 하다, 차라리 이 삶 자체가 조작이었으면 좋겠다고 자조 섞인 탄식을 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도 주어진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는 혹시 이게 꿈은 아닐까? 아니,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하니까요. 최근 어둠속에서 서울 지하철 스크린 도어를 하다 비운의 생을 마감한 19살 청년의 사례가 온 나라를 분노와 슬픔으로 몰아넣었습니다. 숨진 청년의 가방에는 작업 공구와 함께 컵라면 하나, 숟가락 하나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가느다란 꿈 하나에 고된 몸을 묶고 공포와 과로, 어둠과 싸워야 했을 젊은이가 눈물나게 합니다. 어디 이 젊은이뿐이겠습니까? 노동시장의 유연화니 구조조정이니, 거창하게는 신자유주의 라는 미명아래, 신분과 적정 임금이 보장된 번듯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불안정하고 열악한 조건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어납니다.그나마도 언제 보따리를 싸야 할 줄 모릅니다. ■ '결혼 안해도 그만' 한국 61%·일본 53% 주눅든 젊은이들은 마음놓고 연애 한번 해보지 못하고 결혼은 아예 포기하기도 합니다. 3포세대니 N포세대니 하는 기가 막힌 신조어들이 속출합니다.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의 신문사가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결혼을 안해도 그만'이라는 젊은이가 일본은 53%였는데, 한국은 무려 61%나 됐습니다. 왜 안하려고 하는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더 우울합니다. 일본은 그마나 '행동과 자유가 제약돼서'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솔로로 살면서 가정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겠다는 뜻이지요. 결혼을 안하는 이유가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젊은이들은 '경제적 부담' 때문이라는 답변이 많았습니다. 주체적으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아니라, 돈이라는 상황이 허락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결국 시인처럼 복권이 맞지 않으면 대다수 젊은이들은 사랑하는 애인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러고 보니 로또라는 의미의 복권(福券)과 권리를 회복한다는 의미의 복권(復權)의 우리 말 발음이 같군요. 그래서 백상웅 시인은 사랑의 복권(회복)을 위해서는 숫자가 필요하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합니다. 그늘마저 푸르른 5월의 나무들처럼 싱그러워야 할 젊은이들이 더 이상 복권의 숫자에 얽힌 비밀을 푸는데 에너지를 낭비하는 일을 막아야 할 책임은 기성세대들에게 있습니다. 지난 총선에 출사표를 던졌던 어느 고졸 여성 후보의 절규처럼 '학벌의 유리천정, 출신의 유리천정'을 깨고, 공정한 경쟁과 기회의 균등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길 외에 길게 늘어서는 복권행렬을 막을 길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세상은 인류 역사상 온 적도 없고, 앞으로도 완벽하게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실현되는 세상이 오리라는 보장도 그리 쉽게 할 수 없습니다. 또 아무리 세상이 부조리와 모순에 가득차 있다 하더라도 아직은 개인의 노력으로 변화시킬 여지는 있습니다. 불평만 하고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정말 아무것도 변하지 않으니까요. 행운도 필연이라고 주장하는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우연히 다가오는 행운은 없습니다. 행운이 작동하는 경로는 행운이 될 만한 것들을 더 많이 던져놓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행운을 믿고, 행운을 만나고 싶다면 행운이 작용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시작하세요. 행운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 같은 것은 없습니다. 네잎 크로버를 찾기 위해서는 먼저 네잎 클로버가 있는 풀밭을 부지런히 살필 수 밖에 없습니다." (임헌우 / 스티브를 버리세요)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인의 상술을 예리하게 파헤친 강요백 교수도 이렇게 말합니다. "성공이란 우연이 아니라 근면과 창조의 연속선상, 그 맨 끝에 매달려 있는 필연의 행운일 것이다." 또 마음가짐이라도 좀 너그럽고 긍정적으로 가져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세상의 구조와 시스템, 관행과 법률을 바꾸려는 노력은 노력대로 하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부드럽게 가져보려는 노력 말입니다. 그래도 몸이 건강하다면 건강한 것에, 부모와 형제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면 그 응원에 대해, 아침에 찬란한 해가 떠오르고, 저녁에는 산들바람이 부는 숲이 있다면 그 한결 같은 자연에 감사하면서이 시인처럼 작은 희망이라도 하나씩 키워가야겠습니다. "우리를 행복하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큰 행운이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열매들이 작고 작듯이, 그러나 그것들은 어느날 큰 나무를 키워내듯이 작고 작은 먼 하늘의 별 하나가 어느날 문득 희망이 되듯이"( 강은교 시인 ) [연관 기사] ☞ [시로 읽는 경제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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