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뉴스] “내가 누군줄 아냐”…무서운 보좌진 ‘갑질’

입력 2016.06.30 (21:09) 수정 2016.06.3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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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국회 사무처 직원을 뽑는 입법 고시, 16명을 뽑는 올해 시험에 4천여 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280대 1을 넘겼습니다.

취업난 속에 공무원의 인기가 높은 데다,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서 근무하는 국회직 공무원의 선호도가 특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국회직 공무원을 필기 시험도 치르지 않고, 연줄로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국회의원 보좌진들입니다.

묵묵히 일 잘하는 보좌진도 많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믿고 갑질을 하다 비리나 사건에 연루되는 보좌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김경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갑질’ 예사…사고 치는 보좌관들▼

<리포트>

한 의원실 보좌관은 부동산 업체에 입찰 관련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올해 초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자 '내가 누군줄 아느냐'며 순찰차 위에 올라서는 등 난동을 부리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전문성 없이 선거를 돕다가 국회에 들어온 보좌진이나 국회의원 친인척일수록 갑질이나 호가호위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녹취>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은 잘릴지 모르니까 굉장히 조심 조심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못하는데 의원실 내부에서도 딱 그분이 하시는 일은 터치 금지야, 그냥…"

피감기관 직원에게 반말을 하거나 윽박지르고, 술자리에 불러내 술값을 내도록 하는 보좌진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한 국회의원 비서관이 가족이 생산한 농산물을 피감기관에 팔았다가 논란이 일어 사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뒤에 의원님이라는 배경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속 기관들에 대해서 하대를 한다거나 갑질 논란도 심심치 않게 많이 거론이 되고…"

국회의원 보다 보좌진들 모시기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피감기관 직원들도 상당수입니다.

KBS 뉴스 김경수입니다.

▼국가 공무원 7명 의원 맘대로 선발▼

<기자 멘트>

국회의원실을 재현해봤습니다.

148제곱미터 정도의 사무실에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 6,7,9급 비서, 여기에 인턴까지 배치되는데요.

이렇게 한 명의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으로 쓸 수 있는 보좌진은 최대 9명까지입니다.

이 중 인턴을 제외한 7명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일반 공무원과 똑같이 매년 월급이 인상되고 10년 이상 근무하면 공무원 연금도 나옵니다.

대개 이들 중 한 명은 운전기사인데, 역시 공무원 신분입니다.

그렇다면 공무원 신분의 보좌진들은 어떻게 선발될까요?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 지원 등 전문적인 일을 하지만, 학위나 관련 분야 종사 기간 같은 채용 조건은 전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뽑아 사무처에 채용 서류만 내면 끝입니다.

자격 요건도 없고 선발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보니 취업 청탁의 대상이 되고, 채용 과정에서 거래가 오가기도 합니다.

월급을 쪼개 의원 후원금으로 내는 등의 부조리가 종종 드러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무원 연금까지 받게 되는 보좌진 채용을 의원들 손에만 맡겨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황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좌관 공유-선발 방식 개편 등 개선 시급▼

<리포트>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에겐 의원 2명 당 1명의 개인 비서만 지원됩니다.

입법 활동에 필요한 지원은 당의 정책 개발 인력이나 국책 연구소 등에서 제공 받습니다.

필요한 보좌 인력을 국회의원들이 공유하는 겁니다.

<녹취> 마틴 르고오드(덴마크 국회의원) :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제가 소속된 국방 관련 일은 물론 환경 분야까지요.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우리 국회에는 각 상임위마다 입법 조사관들이 있고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가 별도로 조직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력을 활용하면 의원실 마다 있는 개인 보좌진의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국회 주관으로 보좌진 채용 시험을 치르는 등 공무원 신분인 보좌진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의회는 정책 개발 등을 담당하는 보좌관을 정책담당비서라고 부르는데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에서 채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준(교수/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 "전문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서 표준화된 채용의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규모 조정과 선발 방식 개선을 20대 국회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황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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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뉴스] “내가 누군줄 아냐”…무서운 보좌진 ‘갑질’
    • 입력 2016-06-30 21:10:31
    • 수정2016-06-30 22:15:06
    뉴스 9
<앵커 멘트>

국회 사무처 직원을 뽑는 입법 고시, 16명을 뽑는 올해 시험에 4천여 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이 280대 1을 넘겼습니다.

취업난 속에 공무원의 인기가 높은 데다, 세종시가 아닌 서울에서 근무하는 국회직 공무원의 선호도가 특히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려운 국회직 공무원을 필기 시험도 치르지 않고, 연줄로 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른바 국회의원 보좌진들입니다.

묵묵히 일 잘하는 보좌진도 많지만, 막강한 영향력을 믿고 갑질을 하다 비리나 사건에 연루되는 보좌진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 실태를 김경수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갑질’ 예사…사고 치는 보좌관들▼

<리포트>

한 의원실 보좌관은 부동산 업체에 입찰 관련 편의를 봐주고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올랐습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관은 올해 초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자 '내가 누군줄 아느냐'며 순찰차 위에 올라서는 등 난동을 부리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됐습니다.

전문성 없이 선거를 돕다가 국회에 들어온 보좌진이나 국회의원 친인척일수록 갑질이나 호가호위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녹취>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음성변조) : "다른 사람들은 잘릴지 모르니까 굉장히 조심 조심하고 하고 싶은 얘기도 못하는데 의원실 내부에서도 딱 그분이 하시는 일은 터치 금지야, 그냥…"

피감기관 직원에게 반말을 하거나 윽박지르고, 술자리에 불러내 술값을 내도록 하는 보좌진들도 적지 않습니다.

지난해에는 한 국회의원 비서관이 가족이 생산한 농산물을 피감기관에 팔았다가 논란이 일어 사직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현직 국회의원 보좌관 : "뒤에 의원님이라는 배경이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소속 기관들에 대해서 하대를 한다거나 갑질 논란도 심심치 않게 많이 거론이 되고…"

국회의원 보다 보좌진들 모시기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하는 피감기관 직원들도 상당수입니다.

KBS 뉴스 김경수입니다.

▼국가 공무원 7명 의원 맘대로 선발▼

<기자 멘트>

국회의원실을 재현해봤습니다.

148제곱미터 정도의 사무실에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 6,7,9급 비서, 여기에 인턴까지 배치되는데요.

이렇게 한 명의 국회의원이 국민 세금으로 쓸 수 있는 보좌진은 최대 9명까지입니다.

이 중 인턴을 제외한 7명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기가 정해져 있진 않지만, 일반 공무원과 똑같이 매년 월급이 인상되고 10년 이상 근무하면 공무원 연금도 나옵니다.

대개 이들 중 한 명은 운전기사인데, 역시 공무원 신분입니다.

그렇다면 공무원 신분의 보좌진들은 어떻게 선발될까요?

정책 개발과 입법 활동 지원 등 전문적인 일을 하지만, 학위나 관련 분야 종사 기간 같은 채용 조건은 전혀 없습니다.

국회의원이 뽑아 사무처에 채용 서류만 내면 끝입니다.

자격 요건도 없고 선발 과정도 투명하지 않다 보니 취업 청탁의 대상이 되고, 채용 과정에서 거래가 오가기도 합니다.

월급을 쪼개 의원 후원금으로 내는 등의 부조리가 종종 드러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공무원 연금까지 받게 되는 보좌진 채용을 의원들 손에만 맡겨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황진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좌관 공유-선발 방식 개편 등 개선 시급▼

<리포트>

덴마크의 국회의원들에겐 의원 2명 당 1명의 개인 비서만 지원됩니다.

입법 활동에 필요한 지원은 당의 정책 개발 인력이나 국책 연구소 등에서 제공 받습니다.

필요한 보좌 인력을 국회의원들이 공유하는 겁니다.

<녹취> 마틴 르고오드(덴마크 국회의원) : "정말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제가 소속된 국방 관련 일은 물론 환경 분야까지요.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우리 국회에는 각 상임위마다 입법 조사관들이 있고 예산정책처와 입법조사처가 별도로 조직돼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인력을 활용하면 의원실 마다 있는 개인 보좌진의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국회 주관으로 보좌진 채용 시험을 치르는 등 공무원 신분인 보좌진들을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선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실제 일본 의회는 정책 개발 등을 담당하는 보좌관을 정책담당비서라고 부르는데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 중에서 채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형준(교수/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 : "전문성을 가장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서 표준화된 채용의 방법과 기준을 제시하는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국회의원 보좌진의 규모 조정과 선발 방식 개선을 20대 국회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KBS 뉴스 황진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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