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3살 소녀를 입양해 40년 간 ‘노예’로?

입력 2016.07.07 (08:33) 수정 2016.07.0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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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섬마을 현대판 노예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장애인을 데려다 가둔 채 노예처럼 부려 공분을 샀었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섬이 아닌 도심 주택가에서 벌어졌습니다.

보육원에서 데려온 13살 여자아이를 무려 40년 동안이나 식모처럼 부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처음엔 새 가족이 생긴 줄 알았던 어린 여성은 돌변한 새어머니의 태도에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새어머니는 어린아이에게 온갖 허드렛일을 시킨 건 물론 화풀이 대상으로 삼으며 지속해서 폭행한 걸로 알려졌는데요.

하루가 1년 같았다는 피해자의 40년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112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신고자는 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인터뷰>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 : “피해 여성을 상담 차 장애인 보호센터로 동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상담을 방해한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된 내용입니다.”

장애인을 데려가 상담을 하려는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막는 가족 사이 실랑이가 벌어진 겁니다.

해당 장애인은 올해로 58살이 된 여성 주 모 씨로 지적 장애 1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를 막아선 주 씨의 가족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김종진(사무국장 장애인가족지원센터/당시 사회복지사) : “차에 타는 순간 어떤 남자가 나타나서 ‘못 간다, 어디 가느냐?’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누구냐? 그러니까 조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주 씨한테) 물어봤죠, 조카 맞냐고. 조카가 아니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카가 아니라는데 당신 누구냐’. 끝까지 조카라고.”

주 씨의 조카라고 우기는 남자와, 자신의 조카가 아니라는 주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회복지사가 처음 주 씨를 만난 건 지난 4월.

<인터뷰> 김종진(사무국장 장애인가족지원센터) : “‘(지인들이) 계속 어렵게 생활하는 게 보이니까 좀 도와 달라’ 해서 저희가 이제 1차 상담을 처음에 가서 했었죠.”

주 씨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종진(사무국장 장애인가족지원센터) :“표정은 좀 굳어 있는 표정이었고 낯선 사람들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보였어요. 쭉 상담할 때 들어보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외에는 차단했다 하더라고요. 같이 사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는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더 자세한 상담을 위해 주 씨를 센터로 데려오려 했지만 주 씨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막아선 겁니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주 씨는 장애인복지센터로 와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주 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주 씨는 갓난아기 때 버려져 보육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주 씨가 14살이던 1972년경,

보육원장이 주 씨를 다른 가정으로 보냈습니다.

새 가족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는 주 씨.

그곳에는 새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새어머니가 낳은 두 명의 친자녀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집이 넓으니까 잡초 같은 것도 뽑고. 설거지도 하고 집 안 청소도 다 했어요."

학교 교사인 새어머니 이 모 씨는 온갖 허드렛일을 주 씨에게 시켰다고 합니다.

<녹취> 당시 이웃 : “우리는 바로 그 옆집에 살았어요. (주 씨를)14살에 데려와 식모처럼 부리고 그랬어요.”

새어머니가 학교 교사임에도 주 씨를 중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식모처럼 부렸다는 겁니다.

<녹취> 당시 이웃 : “학교 교사가 글자라도 가르쳐야 하잖아요. 그런 것도 없이 학교도 안 보냈어요.”

하지만 더욱 견디기 힘든 건 이 씨의 폭언과 학대였다는데요.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제가) 화풀이 대상이더라고요. 주로 망치로 머리를 때린다든지 연탄집게로 때린다거나 아니면 빨래판이나 다리미를 갖고도 그래요. 목에다 흉기를 들이대면서 널 죽여 버리겠다고 하고.”

하지만 주 씨를 도와줄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는데요.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하고 얘기한다고 때려요. 사람들하고 말을 한다거나 접촉을 하면 꼬집거나 (사람들이) 없는 데서 뺨을 때려요.”

도망쳐보기도 했지만, 이 씨는 기어코 주 씨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처음에는 도망도 많이 다녔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하도 맞는 게 싫어서. 그러다 아는 분한테 들켜서 또 찾으러 왔더라고요.”

주 씨는 심지어 낮에는 이 씨의 집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이 씨의 언니네로 가 또다시 집안일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 집 살림을 맡은 게 무려 8년.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일당은 하루 일당 만 원으로 친 거 같더라고요. 30일까지 일하면 30만 원 딱 주더라고요.”

이 씨의 언니가 조금이나마 일당을 줬지만, 그 일당마저 이 씨가 가져갔다는데요.

주 씨는 최근까지 한 아파트에서 청소 일을 했지만, 월급은 이 씨가 직접 관리했고 합니다.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저한테는 10원도 준 적 없어요. (월급 통장을 이 씨가 갖고서) 돈을 꼬박꼬박 네 이름으로 저축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러더라고요.”

주 씨는 자신의 장애인 연금까지 이 씨가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씨가 주 씨를 자녀로 입양한 게 아니라 식모처럼 부리기 위해 데려온 건 아닐까.

주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주 씨는 이 씨 자녀가 아니라 동거인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주 씨 이전에도 이 씨가 보육원에서 아이를 데려와 식모처럼 부린 적이 있었다는데요.

<녹취> 당시 이웃 : “주 씨가 오기 전에 또 한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도 보육원에서 왔어요. 식모처럼 부려먹고 했어요.”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제가 갔을 때는 언니가 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저하고 (보육원에서) 같이 자랐던 언니였어요.”

이 씨에게 보육원 아이들을 보낸 보육원 원장은 이 씨와 친인척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당시 이웃 : “고모가 맞아요. 보육원 원장 돌아가신 사람. 친척 관계인데 애를 데리고 온 거예요.”

경찰은 이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 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 : “상대방 쪽에서는 일단은 피해자와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은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주 씨를 40년간 딸처럼 보살펴 왔는데 허위 주장을 해 억울하다고 밝힌 걸로 알려졌습니다.

주 씨는 이 씨가 지금이라도 진실을 털어놓고,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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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3살 소녀를 입양해 40년 간 ‘노예’로?
    • 입력 2016-07-07 08:34:54
    • 수정2016-07-07 09: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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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섬마을 현대판 노예 사건 기억하실 겁니다.

장애인을 데려다 가둔 채 노예처럼 부려 공분을 샀었죠.

그런데 이와 비슷한 사건이 섬이 아닌 도심 주택가에서 벌어졌습니다.

보육원에서 데려온 13살 여자아이를 무려 40년 동안이나 식모처럼 부려왔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처음엔 새 가족이 생긴 줄 알았던 어린 여성은 돌변한 새어머니의 태도에 대책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새어머니는 어린아이에게 온갖 허드렛일을 시킨 건 물론 화풀이 대상으로 삼으며 지속해서 폭행한 걸로 알려졌는데요.

하루가 1년 같았다는 피해자의 40년을 뉴스따라잡기에서 추적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월, 112에 한 통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신고자는 한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사회복지사였습니다.

<인터뷰>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 : “피해 여성을 상담 차 장애인 보호센터로 동행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상담을 방해한다는 내용으로 112에 신고된 내용입니다.”

장애인을 데려가 상담을 하려는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막는 가족 사이 실랑이가 벌어진 겁니다.

해당 장애인은 올해로 58살이 된 여성 주 모 씨로 지적 장애 1급이었습니다.

그런데 사회복지사를 막아선 주 씨의 가족은 어딘가 이상했습니다.

<인터뷰> 김종진(사무국장 장애인가족지원센터/당시 사회복지사) : “차에 타는 순간 어떤 남자가 나타나서 ‘못 간다, 어디 가느냐?’ 그래서 제가 물어봤어요. ‘누구냐? 그러니까 조카라고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주 씨한테) 물어봤죠, 조카 맞냐고. 조카가 아니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조카가 아니라는데 당신 누구냐’. 끝까지 조카라고.”

주 씨의 조카라고 우기는 남자와, 자신의 조카가 아니라는 주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회복지사가 처음 주 씨를 만난 건 지난 4월.

<인터뷰> 김종진(사무국장 장애인가족지원센터) : “‘(지인들이) 계속 어렵게 생활하는 게 보이니까 좀 도와 달라’ 해서 저희가 이제 1차 상담을 처음에 가서 했었죠.”

주 씨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종진(사무국장 장애인가족지원센터) :“표정은 좀 굳어 있는 표정이었고 낯선 사람들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어 보였어요. 쭉 상담할 때 들어보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 외에는 차단했다 하더라고요. 같이 사는 사람이.”

사회복지사는 뭔가 이상하단 생각이 들어 더 자세한 상담을 위해 주 씨를 센터로 데려오려 했지만 주 씨의 조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타나 막아선 겁니다.

결국, 경찰의 도움으로 주 씨는 장애인복지센터로 와 상담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후 주 씨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주 씨는 갓난아기 때 버려져 보육원으로 보내졌습니다.

주 씨가 14살이던 1972년경,

보육원장이 주 씨를 다른 가정으로 보냈습니다.

새 가족이 생긴 줄로만 알았다는 주 씨.

그곳에는 새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새어머니가 낳은 두 명의 친자녀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첫날부터 악몽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집이 넓으니까 잡초 같은 것도 뽑고. 설거지도 하고 집 안 청소도 다 했어요."

학교 교사인 새어머니 이 모 씨는 온갖 허드렛일을 주 씨에게 시켰다고 합니다.

<녹취> 당시 이웃 : “우리는 바로 그 옆집에 살았어요. (주 씨를)14살에 데려와 식모처럼 부리고 그랬어요.”

새어머니가 학교 교사임에도 주 씨를 중학교에 보내지 않은 채 말 그대로 식모처럼 부렸다는 겁니다.

<녹취> 당시 이웃 : “학교 교사가 글자라도 가르쳐야 하잖아요. 그런 것도 없이 학교도 안 보냈어요.”

하지만 더욱 견디기 힘든 건 이 씨의 폭언과 학대였다는데요.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제가) 화풀이 대상이더라고요. 주로 망치로 머리를 때린다든지 연탄집게로 때린다거나 아니면 빨래판이나 다리미를 갖고도 그래요. 목에다 흉기를 들이대면서 널 죽여 버리겠다고 하고.”

하지만 주 씨를 도와줄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는데요.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하고 얘기한다고 때려요. 사람들하고 말을 한다거나 접촉을 하면 꼬집거나 (사람들이) 없는 데서 뺨을 때려요.”

도망쳐보기도 했지만, 이 씨는 기어코 주 씨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처음에는 도망도 많이 다녔어요. 아무것도 모를 때는 하도 맞는 게 싫어서. 그러다 아는 분한테 들켜서 또 찾으러 왔더라고요.”

주 씨는 심지어 낮에는 이 씨의 집에서 일을 하고, 저녁에는 이 씨의 언니네로 가 또다시 집안일을 해야 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 집 살림을 맡은 게 무려 8년.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일당은 하루 일당 만 원으로 친 거 같더라고요. 30일까지 일하면 30만 원 딱 주더라고요.”

이 씨의 언니가 조금이나마 일당을 줬지만, 그 일당마저 이 씨가 가져갔다는데요.

주 씨는 최근까지 한 아파트에서 청소 일을 했지만, 월급은 이 씨가 직접 관리했고 합니다.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저한테는 10원도 준 적 없어요. (월급 통장을 이 씨가 갖고서) 돈을 꼬박꼬박 네 이름으로 저축하고 있으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 이러더라고요.”

주 씨는 자신의 장애인 연금까지 이 씨가 가로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이 씨가 주 씨를 자녀로 입양한 게 아니라 식모처럼 부리기 위해 데려온 건 아닐까.

주 씨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을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주 씨는 이 씨 자녀가 아니라 동거인으로 돼 있습니다.

그런데 주 씨 이전에도 이 씨가 보육원에서 아이를 데려와 식모처럼 부린 적이 있었다는데요.

<녹취> 당시 이웃 : “주 씨가 오기 전에 또 한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도 보육원에서 왔어요. 식모처럼 부려먹고 했어요.”

<인터뷰> 주 모 씨(피해자) : “제가 갔을 때는 언니가 한 사람이 있더라고요. 저하고 (보육원에서) 같이 자랐던 언니였어요.”

이 씨에게 보육원 아이들을 보낸 보육원 원장은 이 씨와 친인척 관계로 알려졌습니다.

<녹취> 당시 이웃 : “고모가 맞아요. 보육원 원장 돌아가신 사람. 친척 관계인데 애를 데리고 온 거예요.”

경찰은 이 씨를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이 씨의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직접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만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창원중부경찰서 관계자 : “상대방 쪽에서는 일단은 피해자와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사실은 없다는 내용으로 진술하고 있습니다.”

이 씨는 혐의 사실을 전면 부인하며 주 씨를 40년간 딸처럼 보살펴 왔는데 허위 주장을 해 억울하다고 밝힌 걸로 알려졌습니다.

주 씨는 이 씨가 지금이라도 진실을 털어놓고, 진심으로 사과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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