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역주행해 주세요”…수상한 승객의 정체는?
입력 2016.07.11 (08:32)
수정 2016.07.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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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모자에 마스크까지 쓴 젊은 남성이 택시에 올라탑니다.
남성은 정확한 목적지 대신 자신이 직접 길을 안내합니다.
남성의 말을 따라 가다보니 진입 방향이 반대로 된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납니다.
남성은 급하다며 역주행을 요구하는데요.
택시 기사는 승객에 요구에 따라 결국, 역주행을 하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외제차가 나타나 택시와 충돌합니다.
택시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난감한 상황에서, 정작 역주행을 요구했던 남성 승객은 자리에 요금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는데요.
이 남성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가는 인적이 없는 새벽 4시의 한 주택가.
일방통행 도로를 따라 택시 한 대가 역주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외제차.
택시는 길 한쪽으로 피해 외제차가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잠시 뒤 외제차가 갑자기 택시 쪽으로 달려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일방통행 도로로 잘못 진입한 택시의 실수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이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하던 택시 기사 김 모 씨 역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내가 차를 이렇게 비스듬히 세운 거예요. 차를 피해서 이렇게 세웠단 말이에요. 난 가만 서 있었죠. 그런데 쭉 긁고 나가더라고요."
외제차가 마치 자신의 택시를 보고 일부러 돌진한 거 같았다는 김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이 벌어지기 약 10분 전.
김 씨는 서울 방배동의 길가에서 한 남성을 태웠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 쓴 젊은 손님이 승차했어요. 내가 계속 룸미러로 보니까 타면서부터 고개를 안 들었어요. 이 친구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던 남성은 갑자기 골목으로 들어 가달라고 말을 꺼냅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길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의 요구대로 골목을 주행하던 택시.
그런데 진입할 수 없는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일방통행 길인데’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 사람도 없잖아요. 새벽인데. 금방 가니까요. 빨리 좀 가주세요. 제가 급해요.’ (그러더라고요.)"
남성의 요구에 김 씨는 결국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합니다.
그런데, 길 끝에 외제차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차가 서 있구나. 하고 빨리 통과를 하려고 진입을 해서 중간쯤 갔는데 이 차가 갑자기 내 쪽으로 훅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일방통행 길이니까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서 정차했어요."
하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택시 옆쪽으로 돌진했고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앞부터 뒤까지 쭉 긁어나간 거예요. 쭉 뿌지직하면서 긁어 나갔어요. 옆에 공간이 많았어요. 공간이 충분한데도.”
내려서 차의 상태를 살펴보던 김 씨는 이상함을 느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저 차 참 사고도 자주 났고 도색도 엄청나게 했구나.’ 차가 도색을 아주 깨끗하게 했더라고.”
그런데, 더욱 수상한 건 사고 뒤 외제차 운전자의 태도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역주행을 하시면 어떻게 하나? 빨리 보험처리 합시다.’ 이래요. 별말도 안 하고 바로 보험 얘길 하더라고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김 씨의 잘못을 강조하기도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아 형님 내가 역주행을 한 차와 사고가 났는데, 내가 이런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돼?’ 그러면서 ‘아 그렇지? 역주행이지? 100%지?’ 이러면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김 씨는 의심은 갔지만 자신이 역주행했기에 선뜻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사고 차주와) 보험에 대해 얘기 하고 있는데 승객이 없어졌어요. 여기다가 3천 원 기본요금을 딱 놓고 없어졌어요.”
유일한 목격자인 승객마저 말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오전 9시쯤 김 씨는 보험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외제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입원을 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선배한테 얘기를 하니까 ‘입증을 못 하면 혼자 다 뒤집어쓸 것이다. 벌금도 세게 나오고 역주행 건이라, 형사사건으로 처리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김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CCTV를 분석했습니다.
사고 10분 전, 사고 차량인 외제차가 골목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길에서 기다리던 한 남성을 태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차에 탄 이 남성은 사고 당시 택시 승객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 외제차의 운전자와 동승자, 그리고 택시 승객까지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통화기록과 위치추적, 기지국 등을 조회해서 일당 세 명의 고의 사고 혐의를 입증했고요.”
사건 당일, 20살인 A 군은 동네 친구 두 명에게 부모님의 외제차로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자고 제안합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승객 역할을 한 남성이) 택시를 일방통행 길에 역주행하도록 유도를 했고요. SNS 메신저로 숫자 0을 적어 전송하면 다른 피의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고의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승객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택시 기사의 심리 또,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한 차량에 사고 책임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출동한 보험사에서도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과실 100%, 즉 택시기사의 일방적인 과실로 처리되었습니다.”
심지어 보험사조차 알아채지 못했던 보험사기.
이 사고로 A 씨 일당은 38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조사했더니 주동자인 A 씨가 2년간 저지른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배달용 오토바이를 이용, 친구들을 보행자로 위장해 사고를 꾸며 보험료를 챙겼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서로 통화를 자제하고 SNS 메신저를 이용해서 연락을 하는 등 증거인멸과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많았고요.”
보험사기에 가담한 일당은 모두 8명.
2년 동안 보험사기를 벌여온 일당은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모자에 마스크까지 쓴 젊은 남성이 택시에 올라탑니다.
남성은 정확한 목적지 대신 자신이 직접 길을 안내합니다.
남성의 말을 따라 가다보니 진입 방향이 반대로 된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납니다.
남성은 급하다며 역주행을 요구하는데요.
택시 기사는 승객에 요구에 따라 결국, 역주행을 하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외제차가 나타나 택시와 충돌합니다.
택시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난감한 상황에서, 정작 역주행을 요구했던 남성 승객은 자리에 요금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는데요.
이 남성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가는 인적이 없는 새벽 4시의 한 주택가.
일방통행 도로를 따라 택시 한 대가 역주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외제차.
택시는 길 한쪽으로 피해 외제차가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잠시 뒤 외제차가 갑자기 택시 쪽으로 달려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일방통행 도로로 잘못 진입한 택시의 실수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이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하던 택시 기사 김 모 씨 역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내가 차를 이렇게 비스듬히 세운 거예요. 차를 피해서 이렇게 세웠단 말이에요. 난 가만 서 있었죠. 그런데 쭉 긁고 나가더라고요."
외제차가 마치 자신의 택시를 보고 일부러 돌진한 거 같았다는 김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이 벌어지기 약 10분 전.
김 씨는 서울 방배동의 길가에서 한 남성을 태웠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 쓴 젊은 손님이 승차했어요. 내가 계속 룸미러로 보니까 타면서부터 고개를 안 들었어요. 이 친구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던 남성은 갑자기 골목으로 들어 가달라고 말을 꺼냅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길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의 요구대로 골목을 주행하던 택시.
그런데 진입할 수 없는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일방통행 길인데’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 사람도 없잖아요. 새벽인데. 금방 가니까요. 빨리 좀 가주세요. 제가 급해요.’ (그러더라고요.)"
남성의 요구에 김 씨는 결국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합니다.
그런데, 길 끝에 외제차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차가 서 있구나. 하고 빨리 통과를 하려고 진입을 해서 중간쯤 갔는데 이 차가 갑자기 내 쪽으로 훅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일방통행 길이니까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서 정차했어요."
하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택시 옆쪽으로 돌진했고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앞부터 뒤까지 쭉 긁어나간 거예요. 쭉 뿌지직하면서 긁어 나갔어요. 옆에 공간이 많았어요. 공간이 충분한데도.”
내려서 차의 상태를 살펴보던 김 씨는 이상함을 느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저 차 참 사고도 자주 났고 도색도 엄청나게 했구나.’ 차가 도색을 아주 깨끗하게 했더라고.”
그런데, 더욱 수상한 건 사고 뒤 외제차 운전자의 태도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역주행을 하시면 어떻게 하나? 빨리 보험처리 합시다.’ 이래요. 별말도 안 하고 바로 보험 얘길 하더라고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김 씨의 잘못을 강조하기도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아 형님 내가 역주행을 한 차와 사고가 났는데, 내가 이런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돼?’ 그러면서 ‘아 그렇지? 역주행이지? 100%지?’ 이러면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김 씨는 의심은 갔지만 자신이 역주행했기에 선뜻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사고 차주와) 보험에 대해 얘기 하고 있는데 승객이 없어졌어요. 여기다가 3천 원 기본요금을 딱 놓고 없어졌어요.”
유일한 목격자인 승객마저 말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오전 9시쯤 김 씨는 보험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외제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입원을 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선배한테 얘기를 하니까 ‘입증을 못 하면 혼자 다 뒤집어쓸 것이다. 벌금도 세게 나오고 역주행 건이라, 형사사건으로 처리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김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CCTV를 분석했습니다.
사고 10분 전, 사고 차량인 외제차가 골목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길에서 기다리던 한 남성을 태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차에 탄 이 남성은 사고 당시 택시 승객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 외제차의 운전자와 동승자, 그리고 택시 승객까지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통화기록과 위치추적, 기지국 등을 조회해서 일당 세 명의 고의 사고 혐의를 입증했고요.”
사건 당일, 20살인 A 군은 동네 친구 두 명에게 부모님의 외제차로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자고 제안합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승객 역할을 한 남성이) 택시를 일방통행 길에 역주행하도록 유도를 했고요. SNS 메신저로 숫자 0을 적어 전송하면 다른 피의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고의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승객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택시 기사의 심리 또,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한 차량에 사고 책임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출동한 보험사에서도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과실 100%, 즉 택시기사의 일방적인 과실로 처리되었습니다.”
심지어 보험사조차 알아채지 못했던 보험사기.
이 사고로 A 씨 일당은 38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조사했더니 주동자인 A 씨가 2년간 저지른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배달용 오토바이를 이용, 친구들을 보행자로 위장해 사고를 꾸며 보험료를 챙겼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서로 통화를 자제하고 SNS 메신저를 이용해서 연락을 하는 등 증거인멸과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많았고요.”
보험사기에 가담한 일당은 모두 8명.
2년 동안 보험사기를 벌여온 일당은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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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따라잡기] “역주행해 주세요”…수상한 승객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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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16-07-11 08:34:33
- 수정2016-07-11 09:15:49
<앵커 멘트>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모자에 마스크까지 쓴 젊은 남성이 택시에 올라탑니다.
남성은 정확한 목적지 대신 자신이 직접 길을 안내합니다.
남성의 말을 따라 가다보니 진입 방향이 반대로 된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납니다.
남성은 급하다며 역주행을 요구하는데요.
택시 기사는 승객에 요구에 따라 결국, 역주행을 하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외제차가 나타나 택시와 충돌합니다.
택시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난감한 상황에서, 정작 역주행을 요구했던 남성 승객은 자리에 요금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는데요.
이 남성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가는 인적이 없는 새벽 4시의 한 주택가.
일방통행 도로를 따라 택시 한 대가 역주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외제차.
택시는 길 한쪽으로 피해 외제차가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잠시 뒤 외제차가 갑자기 택시 쪽으로 달려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일방통행 도로로 잘못 진입한 택시의 실수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이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하던 택시 기사 김 모 씨 역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내가 차를 이렇게 비스듬히 세운 거예요. 차를 피해서 이렇게 세웠단 말이에요. 난 가만 서 있었죠. 그런데 쭉 긁고 나가더라고요."
외제차가 마치 자신의 택시를 보고 일부러 돌진한 거 같았다는 김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이 벌어지기 약 10분 전.
김 씨는 서울 방배동의 길가에서 한 남성을 태웠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 쓴 젊은 손님이 승차했어요. 내가 계속 룸미러로 보니까 타면서부터 고개를 안 들었어요. 이 친구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던 남성은 갑자기 골목으로 들어 가달라고 말을 꺼냅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길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의 요구대로 골목을 주행하던 택시.
그런데 진입할 수 없는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일방통행 길인데’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 사람도 없잖아요. 새벽인데. 금방 가니까요. 빨리 좀 가주세요. 제가 급해요.’ (그러더라고요.)"
남성의 요구에 김 씨는 결국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합니다.
그런데, 길 끝에 외제차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차가 서 있구나. 하고 빨리 통과를 하려고 진입을 해서 중간쯤 갔는데 이 차가 갑자기 내 쪽으로 훅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일방통행 길이니까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서 정차했어요."
하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택시 옆쪽으로 돌진했고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앞부터 뒤까지 쭉 긁어나간 거예요. 쭉 뿌지직하면서 긁어 나갔어요. 옆에 공간이 많았어요. 공간이 충분한데도.”
내려서 차의 상태를 살펴보던 김 씨는 이상함을 느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저 차 참 사고도 자주 났고 도색도 엄청나게 했구나.’ 차가 도색을 아주 깨끗하게 했더라고.”
그런데, 더욱 수상한 건 사고 뒤 외제차 운전자의 태도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역주행을 하시면 어떻게 하나? 빨리 보험처리 합시다.’ 이래요. 별말도 안 하고 바로 보험 얘길 하더라고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김 씨의 잘못을 강조하기도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아 형님 내가 역주행을 한 차와 사고가 났는데, 내가 이런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돼?’ 그러면서 ‘아 그렇지? 역주행이지? 100%지?’ 이러면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김 씨는 의심은 갔지만 자신이 역주행했기에 선뜻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사고 차주와) 보험에 대해 얘기 하고 있는데 승객이 없어졌어요. 여기다가 3천 원 기본요금을 딱 놓고 없어졌어요.”
유일한 목격자인 승객마저 말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오전 9시쯤 김 씨는 보험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외제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입원을 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선배한테 얘기를 하니까 ‘입증을 못 하면 혼자 다 뒤집어쓸 것이다. 벌금도 세게 나오고 역주행 건이라, 형사사건으로 처리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김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CCTV를 분석했습니다.
사고 10분 전, 사고 차량인 외제차가 골목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길에서 기다리던 한 남성을 태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차에 탄 이 남성은 사고 당시 택시 승객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 외제차의 운전자와 동승자, 그리고 택시 승객까지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통화기록과 위치추적, 기지국 등을 조회해서 일당 세 명의 고의 사고 혐의를 입증했고요.”
사건 당일, 20살인 A 군은 동네 친구 두 명에게 부모님의 외제차로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자고 제안합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승객 역할을 한 남성이) 택시를 일방통행 길에 역주행하도록 유도를 했고요. SNS 메신저로 숫자 0을 적어 전송하면 다른 피의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고의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승객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택시 기사의 심리 또,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한 차량에 사고 책임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출동한 보험사에서도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과실 100%, 즉 택시기사의 일방적인 과실로 처리되었습니다.”
심지어 보험사조차 알아채지 못했던 보험사기.
이 사고로 A 씨 일당은 38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조사했더니 주동자인 A 씨가 2년간 저지른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배달용 오토바이를 이용, 친구들을 보행자로 위장해 사고를 꾸며 보험료를 챙겼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서로 통화를 자제하고 SNS 메신저를 이용해서 연락을 하는 등 증거인멸과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많았고요.”
보험사기에 가담한 일당은 모두 8명.
2년 동안 보험사기를 벌여온 일당은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인적이 드문 새벽 시간.
모자에 마스크까지 쓴 젊은 남성이 택시에 올라탑니다.
남성은 정확한 목적지 대신 자신이 직접 길을 안내합니다.
남성의 말을 따라 가다보니 진입 방향이 반대로 된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납니다.
남성은 급하다며 역주행을 요구하는데요.
택시 기사는 승객에 요구에 따라 결국, 역주행을 하는데, 갑자기 반대편에서 외제차가 나타나 택시와 충돌합니다.
택시기사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 이 난감한 상황에서, 정작 역주행을 요구했던 남성 승객은 자리에 요금만 남겨두고 홀연히 사라졌는데요.
이 남성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가는 인적이 없는 새벽 4시의 한 주택가.
일방통행 도로를 따라 택시 한 대가 역주행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때마침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외제차.
택시는 길 한쪽으로 피해 외제차가 지나가길 기다립니다.
그런데, 잠시 뒤 외제차가 갑자기 택시 쪽으로 달려와 그대로 부딪힙니다.
일방통행 도로로 잘못 진입한 택시의 실수로 보기엔 뭔가 석연치 않은 이 사고 당시 택시를 운전하던 택시 기사 김 모 씨 역시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내가 차를 이렇게 비스듬히 세운 거예요. 차를 피해서 이렇게 세웠단 말이에요. 난 가만 서 있었죠. 그런데 쭉 긁고 나가더라고요."
외제차가 마치 자신의 택시를 보고 일부러 돌진한 거 같았다는 김 씨.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사건이 벌어지기 약 10분 전.
김 씨는 서울 방배동의 길가에서 한 남성을 태웠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 쓴 젊은 손님이 승차했어요. 내가 계속 룸미러로 보니까 타면서부터 고개를 안 들었어요. 이 친구는.”
계속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만 보고 있던 남성은 갑자기 골목으로 들어 가달라고 말을 꺼냅니다.
그리곤 능숙하게 길을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의 요구대로 골목을 주행하던 택시.
그런데 진입할 수 없는 일방통행 도로가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일방통행 길인데’ 그러니까 고개를 숙이면서 ‘지금 사람도 없잖아요. 새벽인데. 금방 가니까요. 빨리 좀 가주세요. 제가 급해요.’ (그러더라고요.)"
남성의 요구에 김 씨는 결국 일방통행 도로를 역주행합니다.
그런데, 길 끝에 외제차 한 대가 서 있는 게 보였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차가 서 있구나. 하고 빨리 통과를 하려고 진입을 해서 중간쯤 갔는데 이 차가 갑자기 내 쪽으로 훅 들어오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일방통행 길이니까 오른쪽으로 바짝 붙여서 정차했어요."
하지만, 외제차는 그대로 택시 옆쪽으로 돌진했고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앞부터 뒤까지 쭉 긁어나간 거예요. 쭉 뿌지직하면서 긁어 나갔어요. 옆에 공간이 많았어요. 공간이 충분한데도.”
내려서 차의 상태를 살펴보던 김 씨는 이상함을 느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저 차 참 사고도 자주 났고 도색도 엄청나게 했구나.’ 차가 도색을 아주 깨끗하게 했더라고.”
그런데, 더욱 수상한 건 사고 뒤 외제차 운전자의 태도였다고 합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역주행을 하시면 어떻게 하나? 빨리 보험처리 합시다.’ 이래요. 별말도 안 하고 바로 보험 얘길 하더라고요."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김 씨의 잘못을 강조하기도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아 형님 내가 역주행을 한 차와 사고가 났는데, 내가 이런 게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돼?’ 그러면서 ‘아 그렇지? 역주행이지? 100%지?’ 이러면서 전화를 끊더라고요.”
김 씨는 의심은 갔지만 자신이 역주행했기에 선뜻 경찰에 신고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은 또 있었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사고 차주와) 보험에 대해 얘기 하고 있는데 승객이 없어졌어요. 여기다가 3천 원 기본요금을 딱 놓고 없어졌어요.”
유일한 목격자인 승객마저 말도 없이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오전 9시쯤 김 씨는 보험사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외제차 운전자와 동승자가 입원을 했다는 겁니다.
김 씨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김 모 씨(피해 택시기사) : "선배한테 얘기를 하니까 ‘입증을 못 하면 혼자 다 뒤집어쓸 것이다. 벌금도 세게 나오고 역주행 건이라, 형사사건으로 처리 될 수가 있다."
하지만 의심을 지울 수 없었던 김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곧바로 인근 CCTV를 분석했습니다.
사고 10분 전, 사고 차량인 외제차가 골목으로 들어옵니다.
그리곤 길에서 기다리던 한 남성을 태웁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차에 탄 이 남성은 사고 당시 택시 승객이었습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경찰의 수사 결과, 외제차의 운전자와 동승자, 그리고 택시 승객까지 동네 친구들이었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통화기록과 위치추적, 기지국 등을 조회해서 일당 세 명의 고의 사고 혐의를 입증했고요.”
사건 당일, 20살인 A 군은 동네 친구 두 명에게 부모님의 외제차로 교통사고를 위장해 보험금을 타내자고 제안합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승객 역할을 한 남성이) 택시를 일방통행 길에 역주행하도록 유도를 했고요. SNS 메신저로 숫자 0을 적어 전송하면 다른 피의자가 기다리고 있다가 고의 사고를 낸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승객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려운 택시 기사의 심리 또, 일방통행 도로에서 역주행한 차량에 사고 책임이 크다는 점을 노린 겁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출동한 보험사에서도 일방통행 길을 역주행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과실 100%, 즉 택시기사의 일방적인 과실로 처리되었습니다.”
심지어 보험사조차 알아채지 못했던 보험사기.
이 사고로 A 씨 일당은 380만 원이 넘는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이 조사했더니 주동자인 A 씨가 2년간 저지른 범행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A씨는 고등학생 시절에도 배달용 오토바이를 이용, 친구들을 보행자로 위장해 사고를 꾸며 보험료를 챙겼습니다.
<인터뷰> 윤태수 경사(서울 방배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 : "서로 통화를 자제하고 SNS 메신저를 이용해서 연락을 하는 등 증거인멸과 수사를 피하려는 의도가 많았고요.”
보험사기에 가담한 일당은 모두 8명.
2년 동안 보험사기를 벌여온 일당은 이제야 그 대가를 치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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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윤 기자 liv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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