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시대, 백두산 강조 이유는?

입력 2016.08.13 (08:09) 수정 2016.08.13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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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백두산이 뜨겁습니다.

북한 정권이 최근 백두산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고 권력자 김정은도 백두 혈통, 백두산 칼바람 정신 등의 구호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도대체 왜 이렇게 백두산에 집착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하늘 아래 연못, 백두산 ‘천지’ 위로 구름이 흘러가며 그림자를 드리운다.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가자 울창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여름 풍경이 펼쳐진다.

곳곳에 피어난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백두산의 여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북한에서 백두산은 어떤 의미일까.

백두산 등정의 초입인 양강도 삼지연군.

북한 군인과 청년들이 맨손으로 돌을 옮겨가며 제방을 쌓는 하천 보수 공사에 한창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6월 12일) : “위대한 수령님들의 불멸의 혁명업적이 깃들어 있는 여기 백두산 아래 첫 동네 삼지연군을 본보기군, 표준군, 모범군으로 보란 듯이 전변시키려는...”

북한은 최근, 백두산 인근 삼지연을 모범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건물을 개‧보수하고 군 경기장과 공장 등도 새로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허룽과 삼지연을 잇는 관광지 조성 등, 백두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는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무엇보다, 백두산 개발의 하이라이트는 백두산발전소 건설이다.

우선 지난 2002년 착공 이후 13년 간 지지부진했던 백두산 1, 2호 발전소의 공사가 지난해 말 마무리됐다.

이어 올해 당대회를 앞두고 착공 반년 여 만에 백두산 3호 발전소도 완공됐다.

김정은 시대, 청년 세대 동원의 상징이자 백두산 일대 개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일석이조 사업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6월 3일) : “백두청춘들의 위훈을 긍지 높이 자랑하며 우뚝 솟아오른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혹한 속에 얼음을 깨고 맨몸으로 강물에 뛰어 들어 다리를 만드는 청년돌격대원들.

‘백두산발전소’ 건설 과정을 담은 이 영상에선 눈에 띄는 표현이 등장한다.

<녹취> 北 기록영화 ‘우리 원수님과 백두청춘’ :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기둥감들을 대를 이어 키워내는 ‘혁명의 성산’ 백두산.”

‘혁명의 성산’ 백두산.

북한은 이렇게 오랫동안 백두산이 김일성의 항일 혁명 활동의 근거지였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일성이 항일 전투를 했다고 주장하는 곳을 ‘혁명전적지’라며 유적지로 꾸미고, 가장 높은 봉우리엔 김일성을 상징하는 ‘장군봉’, 김정일 생가라 주장하는 곳 인근 봉우리엔 ‘정일봉’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녹취> 北 연속기행 ‘항일의 옛 전구를 찾으시여’ : “저 봉우리가 바로 백두산 정점 장군봉입니다. 조선에서 제일 높은 이 봉우리를 장군봉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북한 TV에서 최근 방영된 영상물이다.

영상물은 1963년 당시 김일성 부자의 백두산 방문을 자세히 소개하며 김 씨 일가를 노골적으로 신격화한다.

<녹취>北 연속기행, ‘항일의 옛 전구를 찾으시여’ : “두 분의 위대한 수령, 성산이 떠받들어 모신 백두의 천출 명장들이신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을 백두산에 모셨던 영광의 그날을 축복해서인가 백두산 마루에 쌍무지개가 비꼈습니다.”

이렇게 김일성의 이른바 ‘백두산 혁명 역사’에서부터 출발한 ‘백두혈통’은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주장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김정일의 ‘백두산 밀영’ 출생 주장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녹취> 北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하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 김정일의 출생지는 옛소련 하바로프스크 인근으로 알려져 있어, 이는 왜곡된 주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위대한 백두의 또 하나 영장의 생가를 러시아로 얘기할 수 없는 거죠. 해서 백두산 일대에서 김정일이 탄생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듦으로 해서 김씨 왕조의 백두 혈통, 이것을 정통성을 이어가게끔 그런 작업을 김정일 시대에 한 거죠.”

백두산은 북한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도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서운 찬바람을 온몸으로 헤치며 백두산 정상에 오른 청년학생들.

지난 6월, 김정일의 백두산 답사길 개척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백두산에 오른 청년학생 답사 행군 대원들이다.

<녹취> 문일천(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비서) : “꿈결에도 그리며 보고 싶었던 여기 백두산에 올라와 보니 정말 우리의 가슴은 한없는 긍지로 부풀어 오릅니다.”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정치적 행사나 기념일 등을 전후로 백두산 전적지 답사와 행군에 동원되고 있다.

보통 1주일 일정의 행군은 김일성의 일제강점기 활동 무대라고 주장하는 보천보와 삼지연, 무두봉 등을 거쳐 백두산 등정으로 이어진다.

하루에 많게는 40km 이상의 강행군을 하다 보니 부상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인터뷰> 최수향(양강도 삼지연군 출신/2014년 탈북) : “겨울이든 여름이든 여름에는 뙤약볕에 짐을 지고 걸어야 하고요. 겨울은 또 눈바람 맞으면서 걸으면서 김일성이 백두산에서 혁명 활동을 할 때의 그 어려움을 직접 2세, 3세들이 느껴볼 수 있게 이런 체험을 하면서 교양 사업도 받고./0520 그러다보면 겨울에는 얼어서 동상 입는 사람들도 있고 여름이면 비 맞고 뙤약볕에 열사병, 일사병 그런 병도 걸리기도 하고...”

백두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김정은 시대 들어 더욱 노골화되는 추세다.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마다 김정은이 직접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북한 전투비행사들과 함께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의 모습을 담은 북한 기록영화다.

<녹취> 北 기록영화 ‘혁명적대경사의 해 2015’ : “눈보라치는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맛보아야 백두산의 진짜 맛을 알 수 있고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게 된다고 하시면서...”

김정은이 직접 매서운 칼바람을 헤치며 백두산에 오른 과정을 강조한 이른바, ‘백두산 칼바람 정신’.

북한 매체에선 이것이 ‘조선의 정신’이라며 각종 시와 노래를 쏟아냈다.

<녹취> 북한 시, ‘우리의 최고사량관 백두산에…’ : “오, 백두령장 김정은 장군의 신념이고 배짱이며 거세찬 숨결인 백두의 칼바람.”

지난해엔 북한의 새로운 표준시간이라는 이른바 ‘평양시’를 선포하며 ‘백두산 대국’이라는 구호를 본격적으로 내세웠고, 지난 4월, 김정은이 백두산3호발전소 완공 현장을 시찰하던 자리에선 ‘백두산영웅청년정신’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녹취> 김정은 현지지도 기록영화 :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에는 혁명적 군인정신과 강계정신이 창조되었다면 오늘의 어려운 시기에는 ‘백두산 영웅청년정신’이 창조됐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김정은이 백두산을 이용한 우상화 작업과 체제 결속에 힘을 쏟는 건 정통성이 부족한 젊은 김정은이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우선 3대 세습을 비판적으로 보고 말도 안 된다는 그런 인식이 북한 내부에서까지도 팽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백두의 혈통이 이 나라를 통치할 수밖에 없다, 자기는 백두산의 아들이다 그걸 많이 강조함으로 해서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데가 가장 큰 목적이 있죠.”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 집안인 어머니 고용희의 출생 배경 때문에 김정은이 더욱 적극적으로 백두혈통을 강조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재일교포라고 하는 부분들이 어두운 부분으로 남아있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어머니의 어떤 혈통을 뭐라고 그럴까. 은유적인 상태로 남겨둔 상태에서 백두혈통을 강조함으로서 자연스럽게 항일 빨치산에서 시작되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상징성을 본인이 체화하려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녹취> 北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기 위해 백두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노래와 공연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후 백두산을 이용한 우상화 선전이 더욱 강조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최수향(양강도 삼지연군 출신/2014년 탈북) : “백두산은 북한의 그 어떤 모범이나 모델이 되어야 된다고 하다보니까 백두산 근처 삼지연은 눈이 엄청 많이 내리는데 눈을 다 그렇게 쌓아서 정말 칼날로 잘랐을 때처럼 매끈하게 주변 정리를 다해야 하고 답사생들이 들어오면 집을 내줘서 숙식을 보장해줘야 하고 그렇다보니까 오히려 고향군이나 이런 답사 노정이 아니고 행사 보장을 안하는 그런 지역이면 좋겠다.”

여기에 무리한 주민동원과 속도전으로 건설한 백두산 발전소는 준공 직후부터 곳곳에 누수와 균열이 발견됐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백두산 관광특구 개발 사업도 대북제재의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다.

대북제재 시행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중국 측의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행되는 ‘백두산 대국’ 건설 사업들은 주민들의 불만, 특히 주된 동원 대상인 청년 세대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대북제재 영향, 그 다음에 지난해까지 지속된 20개월 이상의 장기간 가뭄의 영향으로 식량난도 사실 매우 어려운 상태로 보여지고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고 그러면 단기적으로는 어떤 정치적 정당성 확보, 권력의 안정성 확보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고 그러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인 어떤 정당성 확보 작업은 난국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민족의 성산으로 여겨지는 백두산마저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하지만 실질적 성과 없는 ‘백두산 대국’ 선전은 헛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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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시대, 백두산 강조 이유는?
    • 입력 2016-08-13 08:16:31
    • 수정2016-08-13 22:5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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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백두산이 뜨겁습니다.

북한 정권이 최근 백두산 일대를 대대적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고 권력자 김정은도 백두 혈통, 백두산 칼바람 정신 등의 구호를 전파하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북한 정권은 도대체 왜 이렇게 백두산에 집착하는 걸까요?

<클로즈업 북한>에서 심층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하늘 아래 연못, 백두산 ‘천지’ 위로 구름이 흘러가며 그림자를 드리운다.

산등성이를 따라 내려가자 울창한 숲과 호수가 어우러진 여름 풍경이 펼쳐진다.

곳곳에 피어난 형형색색의 야생화가 백두산의 여름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언제 봐도 신비로운 자태를 간직하고 있는 민족의 영산, 백두산.

북한에서 백두산은 어떤 의미일까.

백두산 등정의 초입인 양강도 삼지연군.

북한 군인과 청년들이 맨손으로 돌을 옮겨가며 제방을 쌓는 하천 보수 공사에 한창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6월 12일) : “위대한 수령님들의 불멸의 혁명업적이 깃들어 있는 여기 백두산 아래 첫 동네 삼지연군을 본보기군, 표준군, 모범군으로 보란 듯이 전변시키려는...”

북한은 최근, 백두산 인근 삼지연을 모범지구로 조성하기 위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공건물을 개‧보수하고 군 경기장과 공장 등도 새로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중국 허룽과 삼지연을 잇는 관광지 조성 등, 백두산 일대를 관광특구로 개발하는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무엇보다, 백두산 개발의 하이라이트는 백두산발전소 건설이다.

우선 지난 2002년 착공 이후 13년 간 지지부진했던 백두산 1, 2호 발전소의 공사가 지난해 말 마무리됐다.

이어 올해 당대회를 앞두고 착공 반년 여 만에 백두산 3호 발전소도 완공됐다.

김정은 시대, 청년 세대 동원의 상징이자 백두산 일대 개발에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일석이조 사업이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6월 3일) : “백두청춘들의 위훈을 긍지 높이 자랑하며 우뚝 솟아오른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

혹한 속에 얼음을 깨고 맨몸으로 강물에 뛰어 들어 다리를 만드는 청년돌격대원들.

‘백두산발전소’ 건설 과정을 담은 이 영상에선 눈에 띄는 표현이 등장한다.

<녹취> 北 기록영화 ‘우리 원수님과 백두청춘’ : “주체혁명, 선군혁명의 기둥감들을 대를 이어 키워내는 ‘혁명의 성산’ 백두산.”

‘혁명의 성산’ 백두산.

북한은 이렇게 오랫동안 백두산이 김일성의 항일 혁명 활동의 근거지였다고 선전하고 있다.

김일성이 항일 전투를 했다고 주장하는 곳을 ‘혁명전적지’라며 유적지로 꾸미고, 가장 높은 봉우리엔 김일성을 상징하는 ‘장군봉’, 김정일 생가라 주장하는 곳 인근 봉우리엔 ‘정일봉’이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녹취> 北 연속기행 ‘항일의 옛 전구를 찾으시여’ : “저 봉우리가 바로 백두산 정점 장군봉입니다. 조선에서 제일 높은 이 봉우리를 장군봉이라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가르쳐주셨습니다.”

북한 TV에서 최근 방영된 영상물이다.

영상물은 1963년 당시 김일성 부자의 백두산 방문을 자세히 소개하며 김 씨 일가를 노골적으로 신격화한다.

<녹취>北 연속기행, ‘항일의 옛 전구를 찾으시여’ : “두 분의 위대한 수령, 성산이 떠받들어 모신 백두의 천출 명장들이신 우리 수령님과 장군님을 백두산에 모셨던 영광의 그날을 축복해서인가 백두산 마루에 쌍무지개가 비꼈습니다.”

이렇게 김일성의 이른바 ‘백두산 혁명 역사’에서부터 출발한 ‘백두혈통’은 북한의 3대 세습 정권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주장하는 핵심이기도 하다.

김정일의 ‘백두산 밀영’ 출생 주장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녹취> 北 기록영화 ‘한평생 인민들 속에서’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하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실제 김정일의 출생지는 옛소련 하바로프스크 인근으로 알려져 있어, 이는 왜곡된 주장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위대한 백두의 또 하나 영장의 생가를 러시아로 얘기할 수 없는 거죠. 해서 백두산 일대에서 김정일이 탄생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듦으로 해서 김씨 왕조의 백두 혈통, 이것을 정통성을 이어가게끔 그런 작업을 김정일 시대에 한 거죠.”

백두산은 북한 주민들의 사상 교육에도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매서운 찬바람을 온몸으로 헤치며 백두산 정상에 오른 청년학생들.

지난 6월, 김정일의 백두산 답사길 개척 6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백두산에 오른 청년학생 답사 행군 대원들이다.

<녹취> 문일천(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비서) : “꿈결에도 그리며 보고 싶었던 여기 백두산에 올라와 보니 정말 우리의 가슴은 한없는 긍지로 부풀어 오릅니다.”

북한 주민들은 해마다 정치적 행사나 기념일 등을 전후로 백두산 전적지 답사와 행군에 동원되고 있다.

보통 1주일 일정의 행군은 김일성의 일제강점기 활동 무대라고 주장하는 보천보와 삼지연, 무두봉 등을 거쳐 백두산 등정으로 이어진다.

하루에 많게는 40km 이상의 강행군을 하다 보니 부상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고 한다.

<인터뷰> 최수향(양강도 삼지연군 출신/2014년 탈북) : “겨울이든 여름이든 여름에는 뙤약볕에 짐을 지고 걸어야 하고요. 겨울은 또 눈바람 맞으면서 걸으면서 김일성이 백두산에서 혁명 활동을 할 때의 그 어려움을 직접 2세, 3세들이 느껴볼 수 있게 이런 체험을 하면서 교양 사업도 받고./0520 그러다보면 겨울에는 얼어서 동상 입는 사람들도 있고 여름이면 비 맞고 뙤약볕에 열사병, 일사병 그런 병도 걸리기도 하고...”

백두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김정은 시대 들어 더욱 노골화되는 추세다.

정치적 행사나 중요한 결정을 앞둔 시기마다 김정은이 직접 백두산에 오르는 모습을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4월, 북한 전투비행사들과 함께 백두산에 오른 김정은의 모습을 담은 북한 기록영화다.

<녹취> 北 기록영화 ‘혁명적대경사의 해 2015’ : “눈보라치는 백두산에 올라 ‘백두의 칼바람’을 맛보아야 백두산의 진짜 맛을 알 수 있고 조선혁명을 끝까지 완성하겠다는 결심이 더욱 굳어지게 된다고 하시면서...”

김정은이 직접 매서운 칼바람을 헤치며 백두산에 오른 과정을 강조한 이른바, ‘백두산 칼바람 정신’.

북한 매체에선 이것이 ‘조선의 정신’이라며 각종 시와 노래를 쏟아냈다.

<녹취> 북한 시, ‘우리의 최고사량관 백두산에…’ : “오, 백두령장 김정은 장군의 신념이고 배짱이며 거세찬 숨결인 백두의 칼바람.”

지난해엔 북한의 새로운 표준시간이라는 이른바 ‘평양시’를 선포하며 ‘백두산 대국’이라는 구호를 본격적으로 내세웠고, 지난 4월, 김정은이 백두산3호발전소 완공 현장을 시찰하던 자리에선 ‘백두산영웅청년정신’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녹취> 김정은 현지지도 기록영화 : “고난의 행군, 강행군 시기에는 혁명적 군인정신과 강계정신이 창조되었다면 오늘의 어려운 시기에는 ‘백두산 영웅청년정신’이 창조됐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김정은이 백두산을 이용한 우상화 작업과 체제 결속에 힘을 쏟는 건 정통성이 부족한 젊은 김정은이 세습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뷰> 김광진(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 “우선 3대 세습을 비판적으로 보고 말도 안 된다는 그런 인식이 북한 내부에서까지도 팽배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백두의 혈통이 이 나라를 통치할 수밖에 없다, 자기는 백두산의 아들이다 그걸 많이 강조함으로 해서 사람들이 자연적으로 받아들이게 하려는 데가 가장 큰 목적이 있죠.”

제주도 출신 재일동포 집안인 어머니 고용희의 출생 배경 때문에 김정은이 더욱 적극적으로 백두혈통을 강조한다는 분석도 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 입장에서는 어머니가 재일교포라고 하는 부분들이 어두운 부분으로 남아있는 거죠. 그러기 때문에 어머니의 어떤 혈통을 뭐라고 그럴까. 은유적인 상태로 남겨둔 상태에서 백두혈통을 강조함으로서 자연스럽게 항일 빨치산에서 시작되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정치적 상징성을 본인이 체화하려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녹취> 北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북한 주민들 사이에 이런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확산시키기 위해 백두산을 소재로 한 다양한 노래와 공연을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은 집권 후 백두산을 이용한 우상화 선전이 더욱 강조되면서 인근 지역 주민들의 고충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한다.

<인터뷰> 최수향(양강도 삼지연군 출신/2014년 탈북) : “백두산은 북한의 그 어떤 모범이나 모델이 되어야 된다고 하다보니까 백두산 근처 삼지연은 눈이 엄청 많이 내리는데 눈을 다 그렇게 쌓아서 정말 칼날로 잘랐을 때처럼 매끈하게 주변 정리를 다해야 하고 답사생들이 들어오면 집을 내줘서 숙식을 보장해줘야 하고 그렇다보니까 오히려 고향군이나 이런 답사 노정이 아니고 행사 보장을 안하는 그런 지역이면 좋겠다.”

여기에 무리한 주민동원과 속도전으로 건설한 백두산 발전소는 준공 직후부터 곳곳에 누수와 균열이 발견됐다.

야심차게 추진하던 백두산 관광특구 개발 사업도 대북제재의 여파로 차질을 빚고 있다.

대북제재 시행 직후인 지난 3월부터 중국 측의 투자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진행되는 ‘백두산 대국’ 건설 사업들은 주민들의 불만, 특히 주된 동원 대상인 청년 세대의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대북제재 영향, 그 다음에 지난해까지 지속된 20개월 이상의 장기간 가뭄의 영향으로 식량난도 사실 매우 어려운 상태로 보여지고 있거든요. 그렇게 본다고 그러면 단기적으로는 어떤 정치적 정당성 확보, 권력의 안정성 확보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 경제의 근본적인 개선이 없다고 그러면 김정은 정권의 정치적인 어떤 정당성 확보 작업은 난국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한민족의 성산으로 여겨지는 백두산마저 체제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하지만 실질적 성과 없는 ‘백두산 대국’ 선전은 헛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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