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정으로 맺어진 가족”

입력 2016.09.15 (09:44) 수정 2016.09.15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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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금 이맘때면 오랜만에 만난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있을 시간이죠.

하지만 이 추석 아침을 혼자 외롭게 보내고 있는 이웃이 있습니다.

바로 독거노인들인데요.

따뜻한 가족의 정이 더욱 그리워지는 명절을 맞아 오늘은 독거노인과 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자원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어쩌면 쉽게 잊힐 인연임에도 꾸준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이젠 정으로 맺어진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는데요.

독거노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추석 맞이 풍경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92살이 된 김 모 할아버지가 이 다세대 주택에 혼자 산지 올해로 벌써 7년이 됐습니다.

함께 살던 아들이 있었지만 일거리를 찾아 집을 떠난 이후론 얼굴조차 보기 힘듭니다.

<인터뷰> 김OO : “명절에도 바쁘면 못 오고 그래요. 멀리 가 있으니까. 전라남도에 가서 있다나. 그렇대요.”

자식도 자식이지만, 명절 때면 유독 고향 생각이 많이 나신다는데요.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제 아픈 몸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OO : “고향이 가평이에요. 경기도 가평. 내가 몸이 안 아프면 고향에 갔죠. 아프니깐 갈 수가 없어요. 찾아가지를 못하는 거예요.”

월세방에서 홀로 지내는 86살 길 모 할머니에게도 명절은 그리 특별한 날이 아닙니다.

<인터뷰> 길OO : “평소랑 같죠. 갈 데나 있어요?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죠, 뭐.”

명절을 홀로 보내는 건 익숙해졌지만,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데요.

종이에 빼곡히 적어둔 가족들의 전화번호.

<인터뷰> 길OO : “강OO이는 손자. 정OO는 동생. 강OO는 막내 손녀. 강OO는 딸.”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도 쉽게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오 남매를 모두 혼자 키워낸 할머니.

지금은 연락이 닿는 자녀가 없습니다.

<인터뷰> 길OO : “(자녀들이)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힘들어요. 우리 손자나 보고 싶어요.”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형편이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외로움입니다.

<인터뷰> 길OO : “가만히 생각하면 무척 서러운 사람이에요, 내가.. 서글퍼요. 서글퍼.”

그날 오후, 할머니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집 밖으로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뒤, 한 여성이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옵니다.

<녹취> “어머니, 안녕하세요. 들어가요. 들어가세요.”

친딸처럼 할머니를 챙기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안부를 묻는데요.

<녹취> “(어머니 도시락 잘 드셨네) 잘 먹었어.”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진짜 친 모녀 같습니다.

<인터뷰> 길OO : “수양딸이에요. 하도 잘하길래 딸 삼았어요. 고맙지 뭐예요.”

혼자 지내는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하면서 임춘아 씨는 할머니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인터뷰> 임춘아(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자) : “엄마 뵈니까 참 좋아요. 엄마 뵈러 자주 와요. 도시락 갖다 주면 엄마가 잘 드시니까 참 좋아요.”

살뜰히 챙겨주는 도시락도 고맙지만, 짙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임 씨의 따뜻한 관심이 가장 고맙다고 할머니는 말합니다.

<인터뷰> 길OO : “(봉사자들이) 잘해주니까 사는 거예요. 진짜 감사해요.”

경찰관인 정성교 씨가 쌀과 추석 음식을 들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혼자 사는 한형갑 할아버지 댁인데요,

<녹취> “할아버지 계세요?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정성교 씨가 송편과 빵을 꺼내놓자, 두 사람은 아들과 아버지처럼 농담하기도 합니다.

<녹취> “좀 있으면 추석이잖아요. 추석 떡하고 어르신 좋아하는 음료수예요. 또 팥빵 좋아하시잖아요. 그리고 막걸리.”

<녹취> “추석이면 옷 한 벌 사다 줘야지.”

<녹취> “사다 드려야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잠시, 정성교 씨가 할아버지의 집을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녹취> “내가 미안해서 못 견디겠어.”

<녹취> “제가 좋아서 하는데 뭐가 미안해요.”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기어코 바닥 걸레질과 부엌 정리까지 다 하고야 마는데요.

친 아버지처럼 생각하다 보니, 번거롭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는 정성교 씨.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정성교(경위) : “순찰을 하는데 횡성 국도변에서 길을 잃어버리셔서 앉아계시더라고요. (집으로) 모셔다드렸죠. 그런데 혼자 사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인연이 되어서 자주 찾아뵀습니다.”

그때부터 정성교 씨는 할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보살폈습니다.

<인터뷰> 한형갑 : “(가까이 살 땐) 매일같이 하루에 두 번씩, 오전과 오후에 (찾아왔어요.) 만나는 것이 제일 고맙죠. 만나서 얘기도 하고 뭐 사 먹으라면서 용돈도 주고 빵도 가져오고 음료수도 가져오고.”

오며 가며 들러 할아버지의 식사와 건강을 챙겨드렸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 더욱 정이 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성교(경위) : “저희 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는데 (할아버지는) 혼자 사시니까 아무래도 좀 더 마르시고 건강도 좀 안 좋으신 거 같고 그래서 안타깝고. 다 제 부모 같은 마음이죠.”

할아버지는 오래전 가족과 연락이 끊어져 의지할 곳도,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한형갑 : “(연락할 가족이) 아무도 없어요. 밤에는 슬퍼서 눈물이 납니다. 그러면 정성교 경위 생각이 많이 나요.”

할아버지는 외로웠던 자신을 보듬어 준 정성교 씨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녹취> “내가 이 고마움을 무엇으로 갚을까.”

<녹취> “할아버지가 건강한 게 고마움을 갚는 거예요.”

<녹취> “맞아요.”

돌보고 의지하면서 정으로 맺어진 독거 노인과 자원봉사자들.

이들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하고 넉넉한 명절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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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정으로 맺어진 가족”
    • 입력 2016-09-15 08:30:27
    • 수정2016-09-15 10:45:19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지금 이맘때면 오랜만에 만난 온 가족들이 함께 모여 있을 시간이죠.

하지만 이 추석 아침을 혼자 외롭게 보내고 있는 이웃이 있습니다.

바로 독거노인들인데요.

따뜻한 가족의 정이 더욱 그리워지는 명절을 맞아 오늘은 독거노인과 이들을 살뜰히 챙기는 자원 봉사자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어쩌면 쉽게 잊힐 인연임에도 꾸준한 관심과 보살핌으로 이젠 정으로 맺어진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는데요.

독거노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의 추석 맞이 풍경을 따라가 봤습니다.

<리포트>

올해 92살이 된 김 모 할아버지가 이 다세대 주택에 혼자 산지 올해로 벌써 7년이 됐습니다.

함께 살던 아들이 있었지만 일거리를 찾아 집을 떠난 이후론 얼굴조차 보기 힘듭니다.

<인터뷰> 김OO : “명절에도 바쁘면 못 오고 그래요. 멀리 가 있으니까. 전라남도에 가서 있다나. 그렇대요.”

자식도 자식이지만, 명절 때면 유독 고향 생각이 많이 나신다는데요.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이제 아픈 몸 때문에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인터뷰> 김OO : “고향이 가평이에요. 경기도 가평. 내가 몸이 안 아프면 고향에 갔죠. 아프니깐 갈 수가 없어요. 찾아가지를 못하는 거예요.”

월세방에서 홀로 지내는 86살 길 모 할머니에게도 명절은 그리 특별한 날이 아닙니다.

<인터뷰> 길OO : “평소랑 같죠. 갈 데나 있어요? 그냥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죠, 뭐.”

명절을 홀로 보내는 건 익숙해졌지만, 자녀들에 대한 그리움만큼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데요.

종이에 빼곡히 적어둔 가족들의 전화번호.

<인터뷰> 길OO : “강OO이는 손자. 정OO는 동생. 강OO는 막내 손녀. 강OO는 딸.”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도 쉽게 전화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젊은 나이에 남편과 사별하고 오 남매를 모두 혼자 키워낸 할머니.

지금은 연락이 닿는 자녀가 없습니다.

<인터뷰> 길OO : “(자녀들이)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힘들어요. 우리 손자나 보고 싶어요.”

끼니조차 제대로 챙겨 먹기 힘든 형편이지만, 무엇보다 견디기 힘든 건 외로움입니다.

<인터뷰> 길OO : “가만히 생각하면 무척 서러운 사람이에요, 내가.. 서글퍼요. 서글퍼.”

그날 오후, 할머니가 아픈 다리를 이끌고 집 밖으로 나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잠시 뒤, 한 여성이 할머니의 집으로 들어옵니다.

<녹취> “어머니, 안녕하세요. 들어가요. 들어가세요.”

친딸처럼 할머니를 챙기고 집 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안부를 묻는데요.

<녹취> “(어머니 도시락 잘 드셨네) 잘 먹었어.”

평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진짜 친 모녀 같습니다.

<인터뷰> 길OO : “수양딸이에요. 하도 잘하길래 딸 삼았어요. 고맙지 뭐예요.”

혼자 지내는 노인들을 위해 도시락 배달 자원봉사를 하면서 임춘아 씨는 할머니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인터뷰> 임춘아(독거노인 도시락 배달 봉사자) : “엄마 뵈니까 참 좋아요. 엄마 뵈러 자주 와요. 도시락 갖다 주면 엄마가 잘 드시니까 참 좋아요.”

살뜰히 챙겨주는 도시락도 고맙지만, 짙은 외로움을 덜어주는 임 씨의 따뜻한 관심이 가장 고맙다고 할머니는 말합니다.

<인터뷰> 길OO : “(봉사자들이) 잘해주니까 사는 거예요. 진짜 감사해요.”

경찰관인 정성교 씨가 쌀과 추석 음식을 들고 어디론가 향합니다.

혼자 사는 한형갑 할아버지 댁인데요,

<녹취> “할아버지 계세요?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정성교 씨가 송편과 빵을 꺼내놓자, 두 사람은 아들과 아버지처럼 농담하기도 합니다.

<녹취> “좀 있으면 추석이잖아요. 추석 떡하고 어르신 좋아하는 음료수예요. 또 팥빵 좋아하시잖아요. 그리고 막걸리.”

<녹취> “추석이면 옷 한 벌 사다 줘야지.”

<녹취> “사다 드려야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잠시, 정성교 씨가 할아버지의 집을 청소하기 시작합니다.

<녹취> “내가 미안해서 못 견디겠어.”

<녹취> “제가 좋아서 하는데 뭐가 미안해요.”

할아버지의 만류에도 기어코 바닥 걸레질과 부엌 정리까지 다 하고야 마는데요.

친 아버지처럼 생각하다 보니, 번거롭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는 정성교 씨.

두 사람의 인연은 7년 전 우연히 시작됐습니다.

<인터뷰> 정성교(경위) : “순찰을 하는데 횡성 국도변에서 길을 잃어버리셔서 앉아계시더라고요. (집으로) 모셔다드렸죠. 그런데 혼자 사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제가 인연이 되어서 자주 찾아뵀습니다.”

그때부터 정성교 씨는 할아버지를 친아버지처럼 보살폈습니다.

<인터뷰> 한형갑 : “(가까이 살 땐) 매일같이 하루에 두 번씩, 오전과 오후에 (찾아왔어요.) 만나는 것이 제일 고맙죠. 만나서 얘기도 하고 뭐 사 먹으라면서 용돈도 주고 빵도 가져오고 음료수도 가져오고.”

오며 가며 들러 할아버지의 식사와 건강을 챙겨드렸습니다.

할아버지를 보면 부모님 생각이 나 더욱 정이 갔다고 하는데요.

<인터뷰> 정성교(경위) : “저희 부모님도 아직 살아계시는데 (할아버지는) 혼자 사시니까 아무래도 좀 더 마르시고 건강도 좀 안 좋으신 거 같고 그래서 안타깝고. 다 제 부모 같은 마음이죠.”

할아버지는 오래전 가족과 연락이 끊어져 의지할 곳도, 기댈 곳도 없었습니다.

<인터뷰> 한형갑 : “(연락할 가족이) 아무도 없어요. 밤에는 슬퍼서 눈물이 납니다. 그러면 정성교 경위 생각이 많이 나요.”

할아버지는 외로웠던 자신을 보듬어 준 정성교 씨에게 고마운 마음뿐입니다.

<녹취> “내가 이 고마움을 무엇으로 갚을까.”

<녹취> “할아버지가 건강한 게 고마움을 갚는 거예요.”

<녹취> “맞아요.”

돌보고 의지하면서 정으로 맺어진 독거 노인과 자원봉사자들.

이들 덕분에 마음만은 따뜻하고 넉넉한 명절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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