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故 백남기 씨 ‘조건부 부검 영장’ 발부

<기자 멘트>

고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직후 사진입니다.

지난해 11월 14일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석했다 벌이진 일입니다.

농민인 백남기 씨는 정부의 쌀값 보장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남기 씨는 심한 뇌손상을 입은 채 바로 응급실로 이송됐고, 쓰러진 지 317일 만인 지난 25일 숨을 거뒀습니다.

경찰은 다음날 고 백남기 씨를 부검하겠다며 법원에 영장을 신청했는데, 법원은 부검 필요성이 없다며 기각했었죠.

그러자 경찰이 자료를 보강해 영장을 다시 신청했고, 법원이 어젯밤 고 백남기 씨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장소와 방법을 유가족과 합의해야 하는 등의 조건이 붙어있습니다.

송금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고 백남기 씨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이 발부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재판부는 부검의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검찰 손을 들어줬습니다.

단, 조건이 붙었습니다.

장소와 방법에 유가족 의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겁니다.

구체적으로 유가족이 원하는 장소에서 지정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했고, 조건이 충족되지 못하면 영장 집행을 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

집행 기간도 다음 달 25일까지로 정했습니다.

지난 25일 백 씨가 숨진 뒤 검찰은 한 번 기각과 추가 자료 제출까지 해가면서 영장을 손에 쥐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유가족은 영장 발부 직후 더욱 강경해졌습니다.

<인터뷰> 백도라지(故 백남기 씨 딸) :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사람들의 손을 아버지에게 닿게 하고 싶지 않고요. 저희 가족은 절대 부검을 원하지 않습니다."

검찰과 경찰은 오늘부터 당장 유가족과 접촉해 의견을 듣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1월 집회에 참석했던 농민 백남기 씨는 경찰이 직사로 쏜 물대포에 맞은 뒤 혼수상태에 빠졌고, 317일 만인 지난 25일 숨졌습니다.

백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는 부검에 반대하는 유가족과 투쟁본부 측의 밤샘 집회가 오늘로 닷새째 계속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금한입니다.

<기자 멘트>

고 백남기 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왜 논란이 되고 있는 건지 보겠습니다.

한 언론에서 공개한 백남기 씨 사망진단서입니다.

백남기 씨가 쓰러진 직후부터 사망할 때까지 쭉 치료해 온 서울대병원에서 작성한 겁니다.

사망 원인은, 직접 사인은 심폐정지인데요.

심폐정지에 이르게 한 원인이 급성신부전으로 돼 있습니다.

보통 중간선행사인이라고 부르는 항목입니다.

급성신부전이 왜 생겼느냐, 그러니까 선행사인으로는 급성 경막하출혈이 적혀 있습니다.

급성 경막하출혈은 외부 충격으로 두개골과 뇌 사이의 '경막'이라는 얆은 막 아래에 출혈이 생겼다는 말입니다.

외상성 뇌출혈로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도, 서울대병원은 백남기 씨가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다, 그러니까 사망 종류도 병사다, 라고 밝혀서, 유족들이 반발하고 있는 겁니다.

유족과 백남기대책위 측은 뇌수술을 하고 입원해 있으면서 급성신부전이 생긴 것일 뿐, 사인은 뇌출혈로 봐야 한다, 그러니까 사망의 종류도 병사가 아닌 외부 요인에 의한 사망 외인사다, 라는 입장입니다.

병사냐 외인사냐, 이 문제는 고 백남기 씨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숨진 것인지, 개인적인 질병 때문에 숨진 것인지를 가르는 문제여서,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법원이 발부한 부검 영장도 이런 복잡한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인 조건을 붙인 건데요.

부검 장소는 보통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하는데, 유족이 서울대병원을 원하면 바꾸라는 것이고요,

유족이 희망할 경우 유족 추천 의사, 변호사 등의 참관을 허용하고, 부검 과정을 영상 촬영하라고 했습니다.

부검 영장이 발부되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시민과 국회의원 법조인 등이 모여 부검 반대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오늘 오전부터는 각계에서 릴레이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백남기 씨 부검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