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DMZ의 그 날’

입력 2016.10.01 (08:20) 수정 2016.10.01 (08:3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오늘, 국군의 날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젊은 병사들, 고맙고 든든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비무장지대를 지키던 두 젊은 군인이 큰 부상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이죠?

그렇습니다, 그 날의 긴박했던 상황과 전우애, 그리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있는 장병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면서요?

네, 그 실제 주인공과 배우들, 궁금하시죠?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경기도 파주의 통일대교.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이 다리를 건너 도착한 곳은 서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육군 제1사단입니다.

수도권 방어의 막중한 임무를 띤 수색대원들!

눈빛에서부터 용맹함이 느껴지죠?

그런데 사실, 이들은 진짜 수색대원들이 아니라 연극 포스터를 찍기 위해 방문한 배우들입니다.

<인터뷰> 김영무(배우/정교성 중사 역) : "저는 ‘DMZ 1584’ 연극에서 수색팀 팀장 역할을 맡은, 정교성 중사 역할을 맡은 김영무라고 합니다."

배우들이 최전방 수색대원으로 변신을 한 이유는 뭘까요?

지난해 8월 4일.

철책에서 큰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습니다.

옆에 있던 우리 병사들이 충격에 쓰러집니다.

비무장 지대 철책에서 묻혀있던 지뢰가 폭발한 건데요.

바로 지난 해 남북 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갔던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입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로 수색대원 두 명이 중상을 입었는데요.

급박한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민첩하게 대응했던 수색대원들!

그날, 그들의 모습이 연극으로 재탄생합니다.

그 날의 여덟 용사 중 하재헌 하사는 두 다리를, 김정원 하사는 한 쪽 발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에 걸친 치료와 재활을 마치고, 다시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녹취> 김정원(하사/지난해 12월) :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느꼈기 때문에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도 변함없이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요.

당시 팀장이었던 정교성 중사를 비롯해 네 명의 동료는 여전히 수색대에 남아 철책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생한 그 날의 기억.

<인터뷰> 정교성(중사/육군 1사단 수색팀장) : "처음에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좀 경황이 없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훈련한 대로 이렇게 행동을 했기 때문에 저희 인원들을 최대한 빨리 후송할 수 있었고..."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이들을 꾸준히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배우 최일화 씨입니다.

<인터뷰> 최일화(배우/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 : "대략 한 9번에서 10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일 년에 한 번 씩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이길이 계속 전해질 수 있는 그런 영웅담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을 당신들에게 바치겠습니다. 여덟 명의 영웅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여덟 명의 DMZ 용사들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에 동참한 배우들이 하나 둘 모였고, 드디어 관객들을 만나게 됐는데요.

<인터뷰> 박종수(배우/하재헌 하사 역) :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하다가 그렇게 다쳤다는 게... 그분을 제가 위로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렇게 한다면 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워하던 수색대원들도 이제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수영(배우/박선일 원사 역) : "그 마음 속에 들어갔다 무대에서 표출하는 그런 심정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아주 잘해야겠습니다. 숙제가 큽니다."

따가운 가을 햇살과 무거운 군장이 조금 버겁긴 했지만, 수색대원들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돌아가는 배우들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첫 공연을 며칠 앞둔 배우들!

지금 제 뒤에서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데요.

지난 일 년 간의 땀과 노력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결실을 맺고 있을까요?

<녹취> "준비됐습니다. (가자!)"

군복을 입고, 총을 든 배우들이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 합니다.

DMZ를 지키던 늠름한 모습, 그리고 지뢰 도발 사건을 겪으며 더 단단하게 뭉친 병사들의 전우애.

그 날, 그 현장과 그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옮겨지는데요.

<녹취> "감성으로 울지 말고 그 놈들의 다리가 되어 주자. 그렇게 살자. 함께 가자, 우리는 군인이다!"

<녹취> "딱 한 번만 울자. 미안하다!"

마치 그 날,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입니다.

<녹취> "미안하다! 미안하다!"

배우들도 연기에 몰입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영무(배우/정교성 중사 역) : "연극을 통해서 지난 사건을 좀 다시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연극이) 상처받은 우리 팀원들이나 또 현역에 복무하시는 군인 여러분들,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 박종수(배우/하재헌 하사 역) : "(지뢰) 도발 사건이 일어난 것도 남북한이 나뉘어 져있고, 분단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찌됐든 통일이 되어서 이런 안 좋은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처음 연극을 기획하고, 후배들의 연기 지도는 물론 사재까지 털어 공연에 보탠 최일화씨는 소회가 남다릅니다.

<인터뷰> 최일화(배우) : "세계에서 유일한, 정말 이런 비극적인 지대가 없어지는 그런 날을 빨리 앞당길 수 있는 그런 연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볼거리, 웃을 거리도 많다는 DMZ 용사들의 이야기!

오는 4일 무료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지만, 공연 무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도발의 잔혹함을 고발하고 우리 젊은이들의 나라사랑 정신과 전우애를 전하게 될 연극 ‘DMZ 1584’.

<녹취> 최일화(배우) : "이 연극은 조국의 경계선, 그 철책에 붉은 피와 살덩이를 남긴 우리의 병사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굳건한 안보 위에서만이 평화로운 통일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통일로 미래로] 연극으로 다시 태어난 ‘DMZ의 그 날’
    • 입력 2016-10-01 08:28:30
    • 수정2016-10-01 08:38:05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오늘, 국군의 날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나라를 지키고 있는 우리 젊은 병사들, 고맙고 든든합니다.

맞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비무장지대를 지키던 두 젊은 군인이 큰 부상을 당했던 사건이 있었는데요.

바로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이죠?

그렇습니다, 그 날의 긴박했던 상황과 전우애, 그리고 몸과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있는 장병들의 이야기가 연극으로 다시 태어났다면서요?

네, 그 실제 주인공과 배우들, 궁금하시죠?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유유히 흐르는 임진강을 가로지르는 경기도 파주의 통일대교.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이 다리를 건너 도착한 곳은 서부전선 최전방을 지키는 육군 제1사단입니다.

수도권 방어의 막중한 임무를 띤 수색대원들!

눈빛에서부터 용맹함이 느껴지죠?

그런데 사실, 이들은 진짜 수색대원들이 아니라 연극 포스터를 찍기 위해 방문한 배우들입니다.

<인터뷰> 김영무(배우/정교성 중사 역) : "저는 ‘DMZ 1584’ 연극에서 수색팀 팀장 역할을 맡은, 정교성 중사 역할을 맡은 김영무라고 합니다."

배우들이 최전방 수색대원으로 변신을 한 이유는 뭘까요?

지난해 8월 4일.

철책에서 큰 폭발과 함께 흙먼지가 하늘로 치솟습니다.

옆에 있던 우리 병사들이 충격에 쓰러집니다.

비무장 지대 철책에서 묻혀있던 지뢰가 폭발한 건데요.

바로 지난 해 남북 관계를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몰고 갔던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건입니다.

이곳에서는 지난해 북한이 매설한 목함지뢰로 수색대원 두 명이 중상을 입었는데요.

급박한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민첩하게 대응했던 수색대원들!

그날, 그들의 모습이 연극으로 재탄생합니다.

그 날의 여덟 용사 중 하재헌 하사는 두 다리를, 김정원 하사는 한 쪽 발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수개월에 걸친 치료와 재활을 마치고, 다시 묵묵히 군인의 길을 걷고 있는 두 사람.

<녹취> 김정원(하사/지난해 12월) : "걷는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행복한 것인지 느꼈기 때문에 정말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젊은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일을 겪고도 변함없이 씩씩하고 늠름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데요.

당시 팀장이었던 정교성 중사를 비롯해 네 명의 동료는 여전히 수색대에 남아 철책선을 지키고 있습니다.

지금도 생생한 그 날의 기억.

<인터뷰> 정교성(중사/육군 1사단 수색팀장) : "처음에 폭발이 일어났을 때는 좀 경황이 없었던 부분도 있었지만, 훈련한 대로 이렇게 행동을 했기 때문에 저희 인원들을 최대한 빨리 후송할 수 있었고..."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이들을 꾸준히 찾아온 사람이 있는데요.

바로 배우 최일화 씨입니다.

<인터뷰> 최일화(배우/한국연극배우협회 이사장) : "대략 한 9번에서 10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일 년에 한 번 씩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길이길이 계속 전해질 수 있는 그런 영웅담을 만들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이 연극을 당신들에게 바치겠습니다. 여덟 명의 영웅들에게 약속을 했습니다, 제가."

여덟 명의 DMZ 용사들 이야기로 연극을 만들겠다는 그의 생각에 동참한 배우들이 하나 둘 모였고, 드디어 관객들을 만나게 됐는데요.

<인터뷰> 박종수(배우/하재헌 하사 역) :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임무를 다하다가 그렇게 다쳤다는 게... 그분을 제가 위로할 순 없겠지만 최대한 그렇게 한다면 하고 싶어요."

처음에는 조금 쑥스러워하던 수색대원들도 이제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수영(배우/박선일 원사 역) : "그 마음 속에 들어갔다 무대에서 표출하는 그런 심정으로 해야 하겠습니다. 아주 잘해야겠습니다. 숙제가 큽니다."

따가운 가을 햇살과 무거운 군장이 조금 버겁긴 했지만, 수색대원들의 든든한 응원 덕분에 돌아가는 배우들의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첫 공연을 며칠 앞둔 배우들!

지금 제 뒤에서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데요.

지난 일 년 간의 땀과 노력이 과연 어떤 모습으로 결실을 맺고 있을까요?

<녹취> "준비됐습니다. (가자!)"

군복을 입고, 총을 든 배우들이 사방을 경계하기 시작 합니다.

DMZ를 지키던 늠름한 모습, 그리고 지뢰 도발 사건을 겪으며 더 단단하게 뭉친 병사들의 전우애.

그 날, 그 현장과 그들이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무대 위로 옮겨지는데요.

<녹취> "감성으로 울지 말고 그 놈들의 다리가 되어 주자. 그렇게 살자. 함께 가자, 우리는 군인이다!"

<녹취> "딱 한 번만 울자. 미안하다!"

마치 그 날,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실감나는 연기.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입니다.

<녹취> "미안하다! 미안하다!"

배우들도 연기에 몰입하면서 느끼는 바가 많습니다.

<인터뷰> 김영무(배우/정교성 중사 역) : "연극을 통해서 지난 사건을 좀 다시 기억했으면 좋겠고요. (연극이) 상처받은 우리 팀원들이나 또 현역에 복무하시는 군인 여러분들, 많은 분들에게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 박종수(배우/하재헌 하사 역) : "(지뢰) 도발 사건이 일어난 것도 남북한이 나뉘어 져있고, 분단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어찌됐든 통일이 되어서 이런 안 좋은 일들이 없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처음 연극을 기획하고, 후배들의 연기 지도는 물론 사재까지 털어 공연에 보탠 최일화씨는 소회가 남다릅니다.

<인터뷰> 최일화(배우) : "세계에서 유일한, 정말 이런 비극적인 지대가 없어지는 그런 날을 빨리 앞당길 수 있는 그런 연극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칫 무거울 수 있지만 볼거리, 웃을 거리도 많다는 DMZ 용사들의 이야기!

오는 4일 무료 공연을 시작으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지만, 공연 무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북한 도발의 잔혹함을 고발하고 우리 젊은이들의 나라사랑 정신과 전우애를 전하게 될 연극 ‘DMZ 1584’.

<녹취> 최일화(배우) : "이 연극은 조국의 경계선, 그 철책에 붉은 피와 살덩이를 남긴 우리의 병사들을 잊지 않으려는 노력입니다."

굳건한 안보 위에서만이 평화로운 통일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