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가출 청소년 사기단…‘범죄 몰아주기’까지

입력 2016.10.06 (08:33) 수정 2016.10.06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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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분유를 샀더니 이렇게 두루마리 휴지가 오고, 갤럭시 노트4를 주문했더니 휴대전화 대신 노트 네 권이 왔다.

웃지 못할 중고 거래 피해 사례인데요.

인터넷 중고 거래는 이제는 너무나 대중화됐지만 그만큼 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찰이 최근 중고 거래 사기를 저지른 가출 청소년 일당 24명을 붙잡았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일탈로 보기엔 범행 방식이 상당히 조직적이고 치밀했는데요.

이들 일당이 챙긴 돈이 무려 2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일당 중 한 명이 경찰에 붙잡히면 마치 꼬리를 잘라내듯 붙잡힌 사람에게 모든 범행을 몰아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의 범행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30일, 경찰이 대구의 한 원룸을 급습합니다.

<녹취> 박OO(피의자/음성변조) : "너무 아파요, 너무 아프다고요."

경찰에 강하게 저항하는 남성은 19살 박 모 군.

원룸에는 박 군 또래의 10대 가출청소년 여러 명이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요.

집안에선 여러 사람의 통장과 주민등록증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녹취> 경찰 : "OO이 것. □□이 것."

신분증은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 거래 사기에 쓰였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13년 1월에 시작돼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까지 이어졌는데요.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유아용품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돈만 받아 챙기는 수법이었는데 이렇게 챙긴 돈이 무려 1억 9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져 온 범행에 꼬리가 밟힌 건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고 거래 피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 끝에 사기 거래에 쓰인 계좌의 주인 17살 이 모 군을 붙잡았는데요.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가출한 청소년이 기간이 얼마 안 돼서 짧은 기간 에 많은 금액을 편취하고 사기 범죄를 해서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배후세력에 대해서 저희들이 집중수사를 하다 보니까……."

이 군의 계좌에는 8개월 동안 무려 1,200만 원이 넘는 거액이 입금됐습니다.

경찰은 이 금액을 두고 뭔가 미심쩍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짧은 기간 동안에 그것도 청소년이 그 돈을 했는데 그 행색이 너무 남루하다 이거죠. 분명히 너 혼자 한 게 아닌 거 같다. 누구하고 같이 했느냐 물어봐도 일관되게 혼자 했다."

경찰은 이 군에게 공범의 존재에 대해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이 군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는데요.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부모님하고 나중에 할머니까지 모셔왔다고요. 설득 좀 해보자고. 왜 가족이 오면 마음을 열 것 같아서요."

결국, 가족들까지 나서 설득하자 이 군은 비로소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경찰의 예상대로 사기 행각을 함께 벌인 공범이 존재했습니다.

지난 7월, 경찰은 이 군과 함께 살았던 공범 2명을 검거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에 체포된 공범들의 행동이 어딘가 수상했습니다.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우리가 체포할 때 차에 태울 때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지고 막 난리가 난거예요. 자기들 거가 아니래요."

공범들이 휴대전화를 던지는 모습이 단순히 화를 내거나 억울함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휴대전화를 고장 내려고 한 걸로 보였다는데요.

경찰은 일당이 버린 휴대전화를 수거해 삭제된 문자메시지 내역까지 모두 복원했습니다.

그랬더니 휴대전화 속에는 중고물품 사기거래의 정황을 나타내는 문자 메시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또한, 붙잡힌 이들 외에도 원룸을 드나들며 함께 생활했던 또 다른 가출청소년들까지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가출 청소년들끼리 삼삼오오 합숙생활도 하고 모텔을 전전하면서 유흥비라든지 그런 돈을 마련하려고 이런 범죄에 노출이 되었고……."

사기 거래에 가담한 가출청소년들을 줄줄이 잡아들인 경찰.

그런데 붙잡힌 아이들은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자신들은 공범이 아니며 범행을 혼자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준비라도 한 듯 한결같은 대답에 경찰은 의아했는데요.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꺼림칙한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경찰이 일당들을 잡아들일 때마다 원룸에서 번번이 마주친 19살 박 모 군의 존재였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공범들을 잡으러 차례로 갈 때마다 박 군이 원룸을 옮겼는데 그 자리에 다 같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박 군에게 더 심증을 굳힐 것 아닙니까."

하지만 박 군 명의의 계좌에선 사기 범죄에 관련된 거래 내역도 없었고, 박 군은 동종의 사기 전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경찰에 붙잡힌 또 한 명의 사기 피의자가 박 군의 실체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추궁을 하니까 얘가 자백을 한 거지. 내가 아니고 사실은 박 군이 오래전부터 우리한테 범죄를 시키고, 이번 거도 자기가 해놓고 나한테 떠밀어 놨다. 이래서 밝혀졌죠."

알고 보니 그간의 사기행각이 모두 박 군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는 것.

박 군은 일당들에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기 위한 방법까지 일러줬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현금을 인출할 때는 PC방 사용한 장소에서 아주 떨어진 금융기관 ATM을 사용해라. 그리고 범죄를 하고 난 뒤에는 휴대전화를 끄자. 이렇게 자기들끼리의 묵시적인 약속이 있었습니다."

또한 경찰에 붙잡힐 경우엔 반드시 단독 범행으로 진술하라고 강조했다는데요.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거기 (소년원에) 들어가면 금방 나온다. 단독범으로 가면 처벌이 약해서 금방 나온다. 가면 생활도 편하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고요."

경찰은 박 군의 이런 지침 아래 3년간 가출 청소년 5명이 일당 전체의 죄를 뒤집어 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잘 지내라. 나도 너를 무척 좋아한다. 나오면 형이 기다릴게. 이런 식의 회유의 서신도 교환했고 그런 식이에요."

정작 박 군 자신은 사기 행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비싼 원룸에 거주하면서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세 사람이 예를 들어서 범죄를 했다. 그러면 삼등분으로 나눠서 자기 것은 (사적인) 용도로 쓰고 후배가 가진 돈은 그날 먹고 쓰는데 써 버리는 겁니다. 노는 데."

경찰은 박 군을 포함해 사기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11명을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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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가출 청소년 사기단…‘범죄 몰아주기’까지
    • 입력 2016-10-06 08:38:08
    • 수정2016-10-06 09: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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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서 분유를 샀더니 이렇게 두루마리 휴지가 오고, 갤럭시 노트4를 주문했더니 휴대전화 대신 노트 네 권이 왔다.

웃지 못할 중고 거래 피해 사례인데요.

인터넷 중고 거래는 이제는 너무나 대중화됐지만 그만큼 사기 범죄도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경찰이 최근 중고 거래 사기를 저지른 가출 청소년 일당 24명을 붙잡았습니다.

10대 청소년들의 일탈로 보기엔 범행 방식이 상당히 조직적이고 치밀했는데요.

이들 일당이 챙긴 돈이 무려 2억 원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일당 중 한 명이 경찰에 붙잡히면 마치 꼬리를 잘라내듯 붙잡힌 사람에게 모든 범행을 몰아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들의 범행 과정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8월 30일, 경찰이 대구의 한 원룸을 급습합니다.

<녹취> 박OO(피의자/음성변조) : "너무 아파요, 너무 아프다고요."

경찰에 강하게 저항하는 남성은 19살 박 모 군.

원룸에는 박 군 또래의 10대 가출청소년 여러 명이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요.

집안에선 여러 사람의 통장과 주민등록증이 무더기로 나왔습니다.

<녹취> 경찰 : "OO이 것. □□이 것."

신분증은 인터넷에서 중고 물품 거래 사기에 쓰였습니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013년 1월에 시작돼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까지 이어졌는데요.

인터넷 중고 사이트에 유아용품 등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린 뒤 돈만 받아 챙기는 수법이었는데 이렇게 챙긴 돈이 무려 1억 9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3년 넘게 이어져 온 범행에 꼬리가 밟힌 건 지난 4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고 거래 피해 신고를 받고 경찰이 수사 끝에 사기 거래에 쓰인 계좌의 주인 17살 이 모 군을 붙잡았는데요.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가출한 청소년이 기간이 얼마 안 돼서 짧은 기간 에 많은 금액을 편취하고 사기 범죄를 해서 거기에 주안점을 두고 배후세력에 대해서 저희들이 집중수사를 하다 보니까……."

이 군의 계좌에는 8개월 동안 무려 1,200만 원이 넘는 거액이 입금됐습니다.

경찰은 이 금액을 두고 뭔가 미심쩍은 생각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짧은 기간 동안에 그것도 청소년이 그 돈을 했는데 그 행색이 너무 남루하다 이거죠. 분명히 너 혼자 한 게 아닌 거 같다. 누구하고 같이 했느냐 물어봐도 일관되게 혼자 했다."

경찰은 이 군에게 공범의 존재에 대해 추궁했습니다.

하지만 이 군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는데요.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부모님하고 나중에 할머니까지 모셔왔다고요. 설득 좀 해보자고. 왜 가족이 오면 마음을 열 것 같아서요."

결국, 가족들까지 나서 설득하자 이 군은 비로소 힘겹게 입을 열었습니다.

경찰의 예상대로 사기 행각을 함께 벌인 공범이 존재했습니다.

지난 7월, 경찰은 이 군과 함께 살았던 공범 2명을 검거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에 체포된 공범들의 행동이 어딘가 수상했습니다.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우리가 체포할 때 차에 태울 때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지고 막 난리가 난거예요. 자기들 거가 아니래요."

공범들이 휴대전화를 던지는 모습이 단순히 화를 내거나 억울함을 표현하는 게 아니라 일부러 휴대전화를 고장 내려고 한 걸로 보였다는데요.

경찰은 일당이 버린 휴대전화를 수거해 삭제된 문자메시지 내역까지 모두 복원했습니다.

그랬더니 휴대전화 속에는 중고물품 사기거래의 정황을 나타내는 문자 메시지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습니다.

또한, 붙잡힌 이들 외에도 원룸을 드나들며 함께 생활했던 또 다른 가출청소년들까지 범행에 가담했다는 사실이 추가로 밝혀졌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가출 청소년들끼리 삼삼오오 합숙생활도 하고 모텔을 전전하면서 유흥비라든지 그런 돈을 마련하려고 이런 범죄에 노출이 되었고……."

사기 거래에 가담한 가출청소년들을 줄줄이 잡아들인 경찰.

그런데 붙잡힌 아이들은 다들 약속이나 한 듯 자신들은 공범이 아니며 범행을 혼자 저질렀다고 주장했습니다.

마치 준비라도 한 듯 한결같은 대답에 경찰은 의아했는데요.

그런데 수사 과정에서 꺼림칙한 부분은 또 있었습니다.

경찰이 일당들을 잡아들일 때마다 원룸에서 번번이 마주친 19살 박 모 군의 존재였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공범들을 잡으러 차례로 갈 때마다 박 군이 원룸을 옮겼는데 그 자리에 다 같이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는 박 군에게 더 심증을 굳힐 것 아닙니까."

하지만 박 군 명의의 계좌에선 사기 범죄에 관련된 거래 내역도 없었고, 박 군은 동종의 사기 전과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7월. 경찰에 붙잡힌 또 한 명의 사기 피의자가 박 군의 실체에 대해 털어놓으면서 범행의 전모가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추궁을 하니까 얘가 자백을 한 거지. 내가 아니고 사실은 박 군이 오래전부터 우리한테 범죄를 시키고, 이번 거도 자기가 해놓고 나한테 떠밀어 놨다. 이래서 밝혀졌죠."

알고 보니 그간의 사기행각이 모두 박 군의 지휘 아래 이뤄졌다는 것.

박 군은 일당들에게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가기 위한 방법까지 일러줬다고 했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현금을 인출할 때는 PC방 사용한 장소에서 아주 떨어진 금융기관 ATM을 사용해라. 그리고 범죄를 하고 난 뒤에는 휴대전화를 끄자. 이렇게 자기들끼리의 묵시적인 약속이 있었습니다."

또한 경찰에 붙잡힐 경우엔 반드시 단독 범행으로 진술하라고 강조했다는데요.

<녹취> 방승모(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장) : "거기 (소년원에) 들어가면 금방 나온다. 단독범으로 가면 처벌이 약해서 금방 나온다. 가면 생활도 편하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고요."

경찰은 박 군의 이런 지침 아래 3년간 가출 청소년 5명이 일당 전체의 죄를 뒤집어 쓴 걸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잘 지내라. 나도 너를 무척 좋아한다. 나오면 형이 기다릴게. 이런 식의 회유의 서신도 교환했고 그런 식이에요."

정작 박 군 자신은 사기 행각으로 벌어들인 돈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비싼 원룸에 거주하면서 사치스런 생활을 했다는데요.

<인터뷰> 김치환(부산 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위) : "세 사람이 예를 들어서 범죄를 했다. 그러면 삼등분으로 나눠서 자기 것은 (사적인) 용도로 쓰고 후배가 가진 돈은 그날 먹고 쓰는데 써 버리는 겁니다. 노는 데."

경찰은 박 군을 포함해 사기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11명을 입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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