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주인 이름으로 바꾸는 ‘개명 사기’ 급증

입력 2016.10.17 (07:37) 수정 2016.10.17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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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촌스럽거나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법원에 이름을 바꿔달라고 개명 허가 신청을 합니다.

개명 허가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개명이 쉬워져 이름을 바꿔가면서 사기를 치는 '개명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오현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입니다.

박 모 씨 소유의 이 땅은 면적이 8만3천 제곱미터, 가격은 백 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녹취> 부동산 업자(음성변조) : "(3.3㎡당) 7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전체) 한 160억원..."

2년 전, 황 모 씨 등 3명은 이 땅을 담보로 대출 사기를 시도했습니다.

일당 중 땅 주인과 성이 같은 박 모 씨의 이름을 땅 주인 이름으로 개명한 뒤 대출 회사에 땅을 담보로 40억 원을 대출해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대출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랑 거래가 있던 차주(대출자)를 알았나 봐요. 그 차주 통해서 저희한테 연락이 온 거고요."

황 씨 일당의 사기는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대출회사에 통보하면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법원은 사기미수 혐의로 황 씨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 개명을 한 박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땅 주인의 이름으로 개명한 뒤 땅을 싸게 사려는 사람에게 접근해 4억원의 계약금만 받아 챙긴 6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7만3천 여 건이던 개명 신청은 10년 만에 15만7천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허가율도 94%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세구(변호사) : "개명이 쉬워지면서 부동산 사기나 금융 사기에 다양하게 악용되고 있습니다."

개명을 악용한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할 때 현장 방문이나 주변 확인을 통해 땅 주인을 명확하게 알아봐야 합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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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땅주인 이름으로 바꾸는 ‘개명 사기’ 급증
    • 입력 2016-10-17 07:41:41
    • 수정2016-10-17 08: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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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럽거나 발음하기 힘든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법원에 이름을 바꿔달라고 개명 허가 신청을 합니다.

개명 허가율이 90%를 넘을 정도로 개명이 쉬워져 이름을 바꿔가면서 사기를 치는 '개명 사기꾼'들이 활개를 치고 있습니다.

오현태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경기도 화성시의 한 야산입니다.

박 모 씨 소유의 이 땅은 면적이 8만3천 제곱미터, 가격은 백 억원을 훌쩍 넘습니다.

<녹취> 부동산 업자(음성변조) : "(3.3㎡당) 70만 원 정도 될 거예요. (전체) 한 160억원..."

2년 전, 황 모 씨 등 3명은 이 땅을 담보로 대출 사기를 시도했습니다.

일당 중 땅 주인과 성이 같은 박 모 씨의 이름을 땅 주인 이름으로 개명한 뒤 대출 회사에 땅을 담보로 40억 원을 대출해달라고 했습니다.

<녹취> 대출회사 관계자(음성변조) : "저희랑 거래가 있던 차주(대출자)를 알았나 봐요. 그 차주 통해서 저희한테 연락이 온 거고요."

황 씨 일당의 사기는 경찰이 첩보를 입수해 대출회사에 통보하면서 덜미를 잡혔습니다.

법원은 사기미수 혐의로 황 씨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 개명을 한 박 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지난 4월에는 한번도 본 적 없는 땅 주인의 이름으로 개명한 뒤 땅을 싸게 사려는 사람에게 접근해 4억원의 계약금만 받아 챙긴 60대 남성이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대법원은 지난 2005년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위해 개명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7만3천 여 건이던 개명 신청은 10년 만에 15만7천여 건으로 늘었습니다.

허가율도 94%에 이릅니다.

<인터뷰> 이세구(변호사) : "개명이 쉬워지면서 부동산 사기나 금융 사기에 다양하게 악용되고 있습니다."

개명을 악용한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할 때 현장 방문이나 주변 확인을 통해 땅 주인을 명확하게 알아봐야 합니다.

KBS 뉴스 오현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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