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미모의 여장교…알고 보니 국제 사기단

입력 2016.10.27 (08:33) 수정 2016.10.27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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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온라인 세상에서 새로운 연인을 만난다는 영화 '접속' 기억하실 겁니다.

이 영화가 나온 지 벌써 19년이 지났고, 인터넷을 통한 만남은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 됐습니다.

한 40대 남성 역시 인터넷 채팅으로 한 외국인 여성을 알게 됐습니다.

영국에 있다던 여성은 자신을 UN군 간호장교라고 소개했습니다.

여성은 힘든 군 생활을 마치고 가정에 정착하고 싶다며 남성에게 결혼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에게 자신이 작전 중에 발견한 비밀 자금을 한국으로 보낼 테니 대신 통관 수수료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잘 짜인 한 편의 국제 사기극이었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40살 남성 A씨가 경찰서로 가방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금고 한 번 빼보세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 봅시다.”

가방 안에 들어있는 건 바로 깨진 금고 하나.

그런데 그 안엔 검은색 종이가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녹취>경찰관계자 : “다른 내용물 없이 전부 블랙머니만 있었어요?”

<녹취>A씨(피해자/음성변조) : “네.”

검은돈의 정체는 이른바 블랙머니.

달러를 비밀리에 운반하고자 특수 약품으로 검게 칠했다는 그럴싸한 풍문이 있지만 사기 범죄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로 그냥 까만 종이일 뿐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자영업자인 A씨가 이걸 어떻게 손에 넣은 걸까?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영국에 있는 UN군 간호장교라고 했는데 이제 결혼해서 살자고 한국에 와서 산다고 그래서 저한테 보낸다고 (했어요.)”

놀랍게도 블랙머니는 A씨의 외국인 여자친구가 보냈다는 겁니다.

A씨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8월 31일.

온라인 채팅을 통해서였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채팅으로 알게 됐는데 자기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하면서 사귀게 됐어요.”

여성의 이름은 수잔 펄슨.

직업은 유엔군 소속의 간호장교라고 했습니다.

여성은 부모를 일찍 여읜 외로운 신세라며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메일을 주고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아 A씨에게 호감을 표시하던 여성은 사랑한다는 고백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A씨(피해자/음성변조) : “저도 미혼이다 보니깐 외로워서 여성과 그냥 좋은 마음에 잘 해보려고 했는데…….”

그런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A씨에게 그녀가 갑자기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평화유지 임무를 맡고 시리아로 간다고 그랬어요. 급하게 가는데 자기가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좀 도와 달라고 (했어요.) 처음에 천 달러를 요구했는데 천 달러면 돈이 얼마 안 되니까 (보내줬죠.)”

A 씨는 선뜻 돈을 보내줬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만남이나 전화 통화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전화통화를 하자 그러니까 군사 전화라서 일반 통화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알게 된 지 20일쯤 되는 날 뜻밖의 메일이 날아들었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자기가 시리아에서 군사작전 도중에 돈하고 무슨 보물을 발견했다고 그걸 시리아에서 해외로 빨리 반출할 건데 저한테 보낸다 하더라고요.”

수색 작전 중 5,000만 달러를 발견했는데, 동료들과 몰래 나눠 갖기로 해 자기 몫으로 무려 500만 달러가 생겼다고 한 겁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56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그 돈을 모두 A씨에게 보내겠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군수화물로 보낸다고 통관 수수료를 저보고 좀 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한 번 내줬는데 계속 금액이 자꾸 늘어나고, 외교관이라는 사람한테서 그걸 받으라고 해서 만났거든요.”

여성은 돈을 반입하는 데 필요한 수수료라며 A씨에게 요구한 돈은 모두 합쳐 1,800만 원.

A씨는 여성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여성은 한국에 자신이 아는 외교관이 있으니 만나면 돈을 줄 거라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A 씨는 한국에서 마크라는 외국인과 만나 금고 하나를 받았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금고를 받았는데도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고, 한국에 온다고 계속 항공료를 보내라고 하니깐 의심돼서 제가 금고를 열어봤거든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든 정 씨가 결국, 금고를 부숴서 연 겁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달러 대신 검은색 종이뿐이었습니다.

화가 난 A 씨가 여성에게 메일을 보내자 여성은 그게 블랙머니라며 오히려 마크라는 외교관에게 돈을 주면 블랙머니를 실제 돈으로 바꿔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황당한 A씨는 외교관이라는 남성을 만나기 전 경찰에 신고했고, 외국인 남성은 체포됐습니다.

외교관이라던 남성의 정체는 카메룬 국적의 45살 M 모 씨.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지난 2015년에 우리나라에 단기 비자로 입국했는데, 본인이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난민 신청한 사유는 본인이 동성애자기 때문에 자국에서 생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붙잡힌 남성과 A씨의 약혼녀는 대체 어떤 사이일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서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국제 사기 조직 일당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호감이 가는 사진을 피해자한테 제공하면서 피해자가 여성 사진을 보고 호감이 가도록 유도를 하였고요. 계속 반복되는 금품 요구에 금품을 전달하다가 결국은 블랙머니가 든 금고를 이렇게 건네받았습니다.“

채팅 어플과 이메일로 남성들에게 접근하는 게 이들의 범죄 수법이었습니다.

A씨가 여자친구로 알고 있던 여성의 사진은 도용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인터넷에 이미지로 올라와 있는 그런 사진들입니다. 결국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해당 사기 조직에 당한 한국 남성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35세부터 58세 사이의 남성 4명으로 피해 금액은 모두 1억 3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피해자를 찾아서 대면했을 때는 좀 의아해 하죠. 왜냐면 본인들은 범행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귄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

경찰은 국내 체류 중인 40대 공범 2명과 해외에 있는 공범 2명을 추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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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미모의 여장교…알고 보니 국제 사기단
    • 입력 2016-10-27 08:38:51
    • 수정2016-10-27 08:5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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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온라인 세상에서 새로운 연인을 만난다는 영화 '접속' 기억하실 겁니다.

이 영화가 나온 지 벌써 19년이 지났고, 인터넷을 통한 만남은 이제 너무나 흔한 일이 됐습니다.

한 40대 남성 역시 인터넷 채팅으로 한 외국인 여성을 알게 됐습니다.

영국에 있다던 여성은 자신을 UN군 간호장교라고 소개했습니다.

여성은 힘든 군 생활을 마치고 가정에 정착하고 싶다며 남성에게 결혼을 제안했습니다.

그러면서 남성에게 자신이 작전 중에 발견한 비밀 자금을 한국으로 보낼 테니 대신 통관 수수료를 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잘 짜인 한 편의 국제 사기극이었습니다.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24일 40살 남성 A씨가 경찰서로 가방 하나를 들고 왔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 : “금고 한 번 빼보세요.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확인해 봅시다.”

가방 안에 들어있는 건 바로 깨진 금고 하나.

그런데 그 안엔 검은색 종이가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녹취>경찰관계자 : “다른 내용물 없이 전부 블랙머니만 있었어요?”

<녹취>A씨(피해자/음성변조) : “네.”

검은돈의 정체는 이른바 블랙머니.

달러를 비밀리에 운반하고자 특수 약품으로 검게 칠했다는 그럴싸한 풍문이 있지만 사기 범죄에 등장하는 단골 소재로 그냥 까만 종이일 뿐입니다.

그런데 평범한 자영업자인 A씨가 이걸 어떻게 손에 넣은 걸까?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영국에 있는 UN군 간호장교라고 했는데 이제 결혼해서 살자고 한국에 와서 산다고 그래서 저한테 보낸다고 (했어요.)”

놀랍게도 블랙머니는 A씨의 외국인 여자친구가 보냈다는 겁니다.

A씨가 그녀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 8월 31일.

온라인 채팅을 통해서였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채팅으로 알게 됐는데 자기도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고 해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하면서 사귀게 됐어요.”

여성의 이름은 수잔 펄슨.

직업은 유엔군 소속의 간호장교라고 했습니다.

여성은 부모를 일찍 여읜 외로운 신세라며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리길 원한다고 했습니다.

메일을 주고받은 지 며칠 되지 않아 A씨에게 호감을 표시하던 여성은 사랑한다는 고백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녹취>A씨(피해자/음성변조) : “저도 미혼이다 보니깐 외로워서 여성과 그냥 좋은 마음에 잘 해보려고 했는데…….”

그런데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던 A씨에게 그녀가 갑자기 도움을 청해왔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평화유지 임무를 맡고 시리아로 간다고 그랬어요. 급하게 가는데 자기가 필요한 물품을 사는 데 좀 도와 달라고 (했어요.) 처음에 천 달러를 요구했는데 천 달러면 돈이 얼마 안 되니까 (보내줬죠.)”

A 씨는 선뜻 돈을 보내줬고 그 이후 자연스럽게 둘은 연인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하지만 만남이나 전화 통화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전화통화를 하자 그러니까 군사 전화라서 일반 통화는 안 된다고 (했어요.)”

그런데 알게 된 지 20일쯤 되는 날 뜻밖의 메일이 날아들었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자기가 시리아에서 군사작전 도중에 돈하고 무슨 보물을 발견했다고 그걸 시리아에서 해외로 빨리 반출할 건데 저한테 보낸다 하더라고요.”

수색 작전 중 5,000만 달러를 발견했는데, 동료들과 몰래 나눠 갖기로 해 자기 몫으로 무려 500만 달러가 생겼다고 한 겁니다.

한화로 계산하면 약 56억 원이라는 막대한 금액, 게다가 더욱 놀라운 건 그 돈을 모두 A씨에게 보내겠다고 한 겁니다.

하지만 조건을 달았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군수화물로 보낸다고 통관 수수료를 저보고 좀 내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에는 한 번 내줬는데 계속 금액이 자꾸 늘어나고, 외교관이라는 사람한테서 그걸 받으라고 해서 만났거든요.”

여성은 돈을 반입하는 데 필요한 수수료라며 A씨에게 요구한 돈은 모두 합쳐 1,800만 원.

A씨는 여성의 말을 믿고 돈을 건넸습니다.

그러자 여성은 한국에 자신이 아는 외교관이 있으니 만나면 돈을 줄 거라고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A 씨는 한국에서 마크라는 외국인과 만나 금고 하나를 받았습니다.

<녹취> A씨(피해자/음성변조) : “금고를 받았는데도 비밀번호는 알려주지 않고, 한국에 온다고 계속 항공료를 보내라고 하니깐 의심돼서 제가 금고를 열어봤거든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든 정 씨가 결국, 금고를 부숴서 연 겁니다.

그런데 그 안에는 달러 대신 검은색 종이뿐이었습니다.

화가 난 A 씨가 여성에게 메일을 보내자 여성은 그게 블랙머니라며 오히려 마크라는 외교관에게 돈을 주면 블랙머니를 실제 돈으로 바꿔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황당한 A씨는 외교관이라는 남성을 만나기 전 경찰에 신고했고, 외국인 남성은 체포됐습니다.

외교관이라던 남성의 정체는 카메룬 국적의 45살 M 모 씨.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지난 2015년에 우리나라에 단기 비자로 입국했는데, 본인이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난민 신청한 사유는 본인이 동성애자기 때문에 자국에서 생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붙잡힌 남성과 A씨의 약혼녀는 대체 어떤 사이일까?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서아프리카에 기반을 둔 국제 사기 조직 일당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호감이 가는 사진을 피해자한테 제공하면서 피해자가 여성 사진을 보고 호감이 가도록 유도를 하였고요. 계속 반복되는 금품 요구에 금품을 전달하다가 결국은 블랙머니가 든 금고를 이렇게 건네받았습니다.“

채팅 어플과 이메일로 남성들에게 접근하는 게 이들의 범죄 수법이었습니다.

A씨가 여자친구로 알고 있던 여성의 사진은 도용된 것이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인터넷에 이미지로 올라와 있는 그런 사진들입니다. 결국은 그 사람의 이미지를 이용해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해당 사기 조직에 당한 한국 남성이 추가로 드러났습니다.

피해자들은 35세부터 58세 사이의 남성 4명으로 피해 금액은 모두 1억 3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 수사대장) : “피해자를 찾아서 대면했을 때는 좀 의아해 하죠. 왜냐면 본인들은 범행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이런 관계를 유지하면서 사귄다. 그런 생각만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

경찰은 국내 체류 중인 40대 공범 2명과 해외에 있는 공범 2명을 추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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