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한반도] 미국의 선택은 트럼프…한미 동맹·북핵은?

입력 2016.11.12 (07:49) 수정 2016.11.12 (13:0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곳곳에서 터져나온 말입니다.

당장 트럼프 측과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찾는게 급선무가 됐는데요.

일본의 아베 총리는 다음 주 트럼프를 만날 예정이라는데, 북핵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그의 한반도 정책과 우리의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미국의 선택은 트럼프였습니다.

다수의 예상을 깨고, 미국 45대 대통령에 선출됐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9일) :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임을 여러분 앞에 서약합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외쳐온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도 보였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9일) :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신 고립주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에 대해 우려가 많았지만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미국 유권자들은 변화를 약속한 트럼프를 선택했습니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도 패배를 인정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도 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녹취> 힐러리 클린턴(미 대선 민주당 후보) : "저는 트럼프가 모든 미국인들을 위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상하원 의회 선거까지 공화당이 승리해 트럼프는 여대야소 의회의 지원까지 받게 됐습니다.

제 2의 브렉시트라는 평가 속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지만, 크림반도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 등으로 오바마 행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던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호의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녹취>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는 미국과 전면적인 관계 회복을 원하며,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녹취> 루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새 정부와 함께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관계를 발전시켜 양국과 세계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트럼프가 계속해서 밝혔던 것처럼 미국이 왜 전 세계에서 경찰역할을 해야 하느냐. 왜 쓸데없이 글로벌 리더십을 잡으려고 돈을 탕진해야 하느냐. 중국으로서는 어쨌든 트럼프가 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이나 리더십이 어느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은 지 불과 17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통화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한 뒤, 한미동맹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인 만큼 강력한 압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대해 100% 동의하고 북한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선거 기간 중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하며 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입니다.

우리 정부는 앞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도 열어 미 차기 행정부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인터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지난9일) : "북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조기에 구축하여주기를 바랍니다."

부동산 재벌 출신에 공직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기존 정책의 변화를 상징하는 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북핵 문제라는 절대 과제를 공유한 파트너로서 트럼프의 미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먼저 과거 행보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한반도 관련 인식을 들여다봤습니다.

미국 뉴욕의 트럼프 월드 타워, 이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서 인연을 맺은 한국 기업의 초청을 받아 트럼프는 1998년 처음으로 방한했습니다.

이듬해엔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 주상 복합 건물 모델하우스의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1999년 방한 당시) : "한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로부터 17년 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1월) : "우리는 미군 2만 8천 명을 그 미친 인간 (김정은)과 한국 사이에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비용에 비해 우리는 얻는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오름세 속에 올해 1조 원에 육박합니다.

전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에 이르는데, 나머지 절반도 우리가 내라는 게 트럼프의 주장.

이 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4월) :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들은 방위 비용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이미 87년도에 뉴욕 타임즈에 자기 돈을 들여서 칼럼을 쓰면서 왜 일본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 미국이 공짜로 방위를 제공해주고 있느냐, 미국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글을 썼단 말이에요. 그니까 지금 한미동맹이나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뭐 독일 이러한 동맹국들에 대해서 거기에 주둔하는 미군의 어떤 방위비를 분담금을 더 올려라, 하는 요구는 엄청나게 거세질 것으로 보이고요."

사드 배치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 이양을 서두르며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을 지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표를 얻기 위한 선거 과정의 발언과 대통령으로서 실상을 파악한 뒤의 정책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준(前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당 소속)) : "주한미군, 주한 (미군) 부대가 뭐가 문젭니까? 돈? 우리가 충분히 내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미국 국방성에서)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한국 국민들한테.... 대통령이 누가 되건, 한미 관계는 조금도 금이 (안 간다) 걱정 말라고 일단.... 어떻게 해서 한미 관계가 금이 가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트럼프 측 인사 역시 한미동맹 문제는 한미 간 협의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마이클 플린(트럼트 안보 자문) : "한국 정부 모르게 한국에서 뭘 뺀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선택지를 살펴볼 것이고 모든 것을 함께 고려할 것입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동맹에 대한 분담금 문제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큼 변화는 없을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한미동맹이 이 변화기를 잘 극복하면 더 강화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좀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북미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도 우리에겐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북핵 위협이 현실화되고 한미 공조로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주목되는 건데요.

동시에 올 들어 핵무기 개발을 서둘러온 북한이 어떠한 대미 전략을 구사하고 추가 도발 카드를 활용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을 미치광이에 비유하기도 했던 트럼프.

하지만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햄버거 회동을 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5월) :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와 대화하는데 어떤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는 적국 수장을 가시적 성과 없이 불쑥 만나진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녹취> 피터 후크스트라(前 연방하원 정보위원장/트럼프 외교안보 자문) : "가까운 미래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가질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정권 인수위원회 시기와 행정부 출범 초기 구상을 통해 대북 정책의 기조,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의 기준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9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자나 깨나 싸움 준비만을 생각하며 훈련을 실속 있게 벌려야 한다고 하시면서...."

북한은 미국 대선 당일,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사실을 공개했을 뿐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기를 기다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패배’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차기 미 행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미 대선을 앞둔 올해 두 차례의 핵 실험과 20여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도발을 이어온 북한.

대북제재 탈피와 북미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북한은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그리고 재선 때도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트럼프 정부가 시작돼서 대화 움직임이 별로 없다든지 아니면 공화당의 대북정책과 같이 상당히 강한 압박 제재로 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뭐 계속해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이런 걸 통해서 자국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더 고도화 시키려고 할 겁니다. 트럼프 정부가 시작해서 정책 리뷰 기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고 아마 그 기간을 잘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중국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동시에, 중국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을 위기로 몰 정도의 대북제재는 바라지 않는 만큼, 향후 미중 간 갈등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와 정책이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상황.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워싱턴의 정책 기류를 주도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상호 이익에 따라 분담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 대북 제재와 접촉에 대한 빈틈없는 공조를 강조해야 합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아무래도 지금 미국의 대선 기간이었고 우리도 대선 기간을 곧 앞두고 있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기에 북한이 도발과 함께 협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 주도의 외교정책, 한미관계, 우리가 선호하는 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미국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한미 동맹을 견고히 하는 그런 부분에 좀 더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일본, 타이완까지 번질 한국의 핵 보유를, 실제로 용인할 의사가 없다면, 또 60년 넘게 이어진 한미동맹의 가치와 실효성을 인정한다면, 한국의 안보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 역시 차기 미 행정부 구성을 앞두고 대화 채널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 정권 교체기 한반도 정책에 공백기가 없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 위기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보다 책임 있는 고민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이슈&한반도] 미국의 선택은 트럼프…한미 동맹·북핵은?
    • 입력 2016-11-12 08:34:57
    • 수정2016-11-12 13:08:04
    남북의 창
<앵커 멘트>

설마하던 일이 현실로 닥쳤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곳곳에서 터져나온 말입니다.

당장 트럼프 측과 소통과 협력의 기회를 찾는게 급선무가 됐는데요.

일본의 아베 총리는 다음 주 트럼프를 만날 예정이라는데, 북핵 위기를 겪고 있는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슈 앤 한반도> 오늘은 트럼프의 미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그의 한반도 정책과 우리의 과제를 짚어봤습니다.

맹유나 리포터입니다.

<리포트>

미국의 선택은 트럼프였습니다.

다수의 예상을 깨고, 미국 45대 대통령에 선출됐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9일) : "모든 미국인의 대통령이 될 것임을 여러분 앞에 서약합니다."

위대한 미국의 재건을 외쳐온 트럼프.

미국 우선주의를 재천명하면서도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노력도 보였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9일) :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겠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할 것임을 약속합니다."

신 고립주의, 미국 우선주의를 내건 트럼프에 대해 우려가 많았지만 기성정치에 염증을 느낀 미국 유권자들은 변화를 약속한 트럼프를 선택했습니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도 패배를 인정하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도 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녹취> 힐러리 클린턴(미 대선 민주당 후보) : "저는 트럼프가 모든 미국인들을 위해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랍니다."

상하원 의회 선거까지 공화당이 승리해 트럼프는 여대야소 의회의 지원까지 받게 됐습니다.

제 2의 브렉시트라는 평가 속에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치기도 했지만, 크림반도 문제와 남중국해 갈등 등으로 오바마 행정부와 불편한 관계였던 러시아와 중국 정부는, 호의적인 반응을 내놨습니다.

<녹취>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는 미국과 전면적인 관계 회복을 원하며, 그럴 준비가 돼 있습니다."

<녹취> 루캉(중국 외교부 대변인) : "새 정부와 함께 건강하고 안정적인 중미관계를 발전시켜 양국과 세계인에게 행복을 가져다주길 기대합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트럼프가 계속해서 밝혔던 것처럼 미국이 왜 전 세계에서 경찰역할을 해야 하느냐. 왜 쓸데없이 글로벌 리더십을 잡으려고 돈을 탕진해야 하느냐. 중국으로서는 어쨌든 트럼프가 된다면 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이나 리더십이 어느 정도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대통령 당선을 확정 지은 지 불과 17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이 통화를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을 축하한 뒤, 한미동맹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도전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인 만큼 강력한 압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에 대해 100% 동의하고 북한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한국과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고 화답했습니다.

선거 기간 중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내라고 요구하며 미군 철수까지 거론했던 때와는 사뭇 달라진 태도입니다.

우리 정부는 앞서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도 열어 미 차기 행정부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인터뷰>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지난9일) : "북핵 미사일 위협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임을 감안해 인수위 단계부터 미 차기 행정부와의 협력관계를 조기에 구축하여주기를 바랍니다."

부동산 재벌 출신에 공직 경험이 전무한 트럼프의 당선은 미국 기존 정책의 변화를 상징하는 만큼 우리 정부 입장에선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양자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북핵 문제라는 절대 과제를 공유한 파트너로서 트럼프의 미국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먼저 과거 행보와 대선 과정에서 드러난 트럼프의 한반도 관련 인식을 들여다봤습니다.

미국 뉴욕의 트럼프 월드 타워, 이 초고층 빌딩을 지으면서 인연을 맺은 한국 기업의 초청을 받아 트럼프는 1998년 처음으로 방한했습니다.

이듬해엔 자신의 이름을 딴 국내 주상 복합 건물 모델하우스의 개관식에 참석하기도 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1999년 방한 당시) : "한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빠른 시일 내에 경제 성장을 이뤘습니다."

그로부터 17년 후,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트럼프의 발언은 한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1월) : "우리는 미군 2만 8천 명을 그 미친 인간 (김정은)과 한국 사이에 주둔시키고 있습니다. 비용에 비해 우리는 얻는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오름세 속에 올해 1조 원에 육박합니다.

전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의 절반에 이르는데, 나머지 절반도 우리가 내라는 게 트럼프의 주장.

이 과정에서 한국의 핵무장을 용인할 수도 있다는 발언도 했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4월) : "미국이 지켜주는 나라들은 방위 비용을 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스스로를 방어하도록 해야 합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이미 87년도에 뉴욕 타임즈에 자기 돈을 들여서 칼럼을 쓰면서 왜 일본과 같은 부유한 국가에 미국이 공짜로 방위를 제공해주고 있느냐, 미국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이런 글을 썼단 말이에요. 그니까 지금 한미동맹이나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뭐 독일 이러한 동맹국들에 대해서 거기에 주둔하는 미군의 어떤 방위비를 분담금을 더 올려라, 하는 요구는 엄청나게 거세질 것으로 보이고요."

사드 배치 비용 분담을 요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 이양을 서두르며 한일 군사정보 보호 협정을 지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다만 표를 얻기 위한 선거 과정의 발언과 대통령으로서 실상을 파악한 뒤의 정책은 분명 다를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창준(前 미국 연방 하원의원/공화당 소속)) : "주한미군, 주한 (미군) 부대가 뭐가 문젭니까? 돈? 우리가 충분히 내고 있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고 (미국 국방성에서) 한국 정부에 정식으로 발표했습니다. 한국 국민들한테.... 대통령이 누가 되건, 한미 관계는 조금도 금이 (안 간다) 걱정 말라고 일단.... 어떻게 해서 한미 관계가 금이 가겠습니까."

이와 관련해 트럼프 측 인사 역시 한미동맹 문제는 한미 간 협의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녹취> 마이클 플린(트럼트 안보 자문) : "한국 정부 모르게 한국에서 뭘 뺀다거나 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든 선택지를 살펴볼 것이고 모든 것을 함께 고려할 것입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동맹에 대한 분담금 문제도 지속적으로 협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틀 안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큼 변화는 없을 거라고 보면 됩니다. 오히려 한미동맹이 이 변화기를 잘 극복하면 더 강화되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좀 더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출범을 계기로 북미 관계가 어떻게 설정될지도 우리에겐 중요한 관심사입니다.

북핵 위협이 현실화되고 한미 공조로 대북제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차기 미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주목되는 건데요.

동시에 올 들어 핵무기 개발을 서둘러온 북한이 어떠한 대미 전략을 구사하고 추가 도발 카드를 활용할지도,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선거 과정에서 북한 김정은을 미치광이에 비유하기도 했던 트럼프.

하지만 김정은이 미국에 온다면 햄버거 회동을 하겠다며 대화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녹취> 도널드 트럼프(美 대통령 당선인/지난 5월) :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와 대화하는데 어떤 문제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고 있는 적국 수장을 가시적 성과 없이 불쑥 만나진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녹취> 피터 후크스트라(前 연방하원 정보위원장/트럼프 외교안보 자문) : "가까운 미래에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서 북한 지도자와 정상회담을 가질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그보다는 정권 인수위원회 시기와 행정부 출범 초기 구상을 통해 대북 정책의 기조, 특히 북핵 문제 해결의 기준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큽니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9월) :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서는 고도의 격동 상태에서 자나 깨나 싸움 준비만을 생각하며 훈련을 실속 있게 벌려야 한다고 하시면서...."

북한은 미국 대선 당일, 김정은의 군부대 시찰 사실을 공개했을 뿐 별다른 동향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기를 기다린 오바마의 ‘전략적 인내’는 ‘전략적 패배’로 끝났다고 주장하며 차기 미 행정부의 정책 전환을 촉구했습니다.

미 대선을 앞둔 올해 두 차례의 핵 실험과 20여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로 도발을 이어온 북한.

대북제재 탈피와 북미 협상을 끌어내기 위한 추가 도발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북한은 앞서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 그리고 재선 때도 핵실험을 강행했습니다.

<인터뷰> 김현욱(국립외교원 교수) : "트럼프 정부가 시작돼서 대화 움직임이 별로 없다든지 아니면 공화당의 대북정책과 같이 상당히 강한 압박 제재로 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그러면 뭐 계속해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이런 걸 통해서 자국의 핵능력과 미사일 능력을 더 고도화 시키려고 할 겁니다. 트럼프 정부가 시작해서 정책 리뷰 기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고 아마 그 기간을 잘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트럼프는 북핵 문제를 중국의 힘을 이용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인 동시에, 중국이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고 있다며 공격적으로 견제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국은 북한 정권을 위기로 몰 정도의 대북제재는 바라지 않는 만큼, 향후 미중 간 갈등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안보 책임자와 정책이 불분명하고 유동적인 상황.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인 한국 정부는 워싱턴의 정책 기류를 주도하기 위한 선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한미군 주둔 비용은 상호 이익에 따라 분담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전하고, 대북 제재와 접촉에 대한 빈틈없는 공조를 강조해야 합니다.

<인터뷰> 조윤영(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 "아무래도 지금 미국의 대선 기간이었고 우리도 대선 기간을 곧 앞두고 있다,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혼란기에 북한이 도발과 함께 협상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라고 볼 수 있는데요. 우리 주도의 외교정책, 한미관계, 우리가 선호하는 외교를 펼치기 위해서는 미국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한미 동맹을 견고히 하는 그런 부분에 좀 더 집중해야 될 것 같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은, 일본, 타이완까지 번질 한국의 핵 보유를, 실제로 용인할 의사가 없다면, 또 60년 넘게 이어진 한미동맹의 가치와 실효성을 인정한다면, 한국의 안보 우려에 귀 기울여야 합니다.

한국 역시 차기 미 행정부 구성을 앞두고 대화 채널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동시에, 미국 정권 교체기 한반도 정책에 공백기가 없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리더십 위기는, 정부는 물론 정치권의 보다 책임 있는 고민과 노력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