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천 원 수입…쪽방촌 ‘혹독한 겨울’

입력 2016.12.19 (21:36) 수정 2016.12.19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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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제난 속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명해 보는 시간.

폐지 줍기로 근근히 살아가는 쪽방촌 사람들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버려지는 종이 양도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추위 속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이화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다닥다닥 붙은 쪽방이 나옵니다.

<녹취> 심형섭(62살/쪽방촌 거주자) : "(어떻게 지내시는지 잠깐 이야기 들으러 왔어요.)뭐 어떻게 지내요. 그냥 지내죠."

실내 온도는 5도, 길바닥과 별 차이 없는 냉방입니다.

그래도 올겨울은 전기장판으로 버텨야 합니다.

<녹취> 심형섭(62살/쪽방촌 거주자) : "밑에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하더라고. 밑에 파놨어요. 주인이. 날씨가 따뜻해야 손을 대고 하는데."

다리를 다친 이 60대 전직 목수의 한 달 기초생활수급비는 49만여 원….

방 한쪽에는 주워놓은 이 폐전선은 폐지와 함께 심 씨의 유일한 돈벌이입니다.

하지만 날이 추우면 몇천 원짜리 하루 벌이도 날리게 됩니다.

<녹취> 심형섭(62살/쪽방촌 거주자) : "(추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박스라도 주워야 하는데 박스도 못 줍고 이거 (전선) 까고 있었어요."

기온이 오르자 옆방 할아버지가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녹취>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괜찮네."

하지만 운도 잠시뿐 이후로는 계속 허탕입니다.

<녹취> 강기완(60살/쪽방촌 거주자) : "장사가 잘 되면 박스가 식당에서 많이 나와요. 장사가 안되니까 한 장 주우려면 한참 걸어가야 한 장 주울까 말까 해요."

이들까지 올 연말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녹취> 강기완(60살/쪽방촌 거주자) : "작년에는 그래도 돈 만 원까지는 벌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주워서 2~3천 원 벌기가 힘들어요."

점심시간이 되면 다시 한곳으로 모입니다.

하루 중 유일하게 따뜻한 음식을 먹는 시간이지만 낯선 사람은 극도로 경계합니다.

<녹취> 급식소 이용자 : "(싸게 파는 게 아니고 무료로 주는 거야.) 아저씨 빨리 드세요. 이야기하지 말고. 여기 와서 뭐하는 거에요?"

어둠이 내리기 전 쪽방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한 곳에 모입니다.

아침 7시부터 10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며 주운 폐지입니다.

손에 쥐는 건 동전 열댓 개가 전부입니다.

<녹취> 쪽방촌 거주자 : "생계도 안 돼. 담뱃값도 안 돼. 그냥 커피값 버는 거에요."

거동마저 불편한 노인들은 수중에 그마저도 없습니다.

급식소도 문을 닫는 저녁부터는 이들은 매번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녹취> "해가 넘어가니까 너무 추워 달달 떨었어."

저녁 거리가 없다는 이 70대 할아버지와 함께 동네 구멍가게를 찾았습니다.

<녹취> 이갑택(71살/쪽방촌 거주자) : "라면 하고, 꽁치 통조림 줘. 맛있게 끓여 먹게."

부엌으로도 쓰는 좁은 복도에서 저녁을 준비합니다.

<녹취> 이갑택(71살/쪽방촌 거주자) : "(점심식사는 어디서 하셨어요?) (2층 할머니가) 된장국에 밥 말아줘서 그거 먹고."

혼란스런 정치 상황과 경기 불황 속에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부마저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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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3천 원 수입…쪽방촌 ‘혹독한 겨울’
    • 입력 2016-12-19 21:36:35
    • 수정2016-12-19 21:4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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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경제난 속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생활상을 조명해 보는 시간.

폐지 줍기로 근근히 살아가는 쪽방촌 사람들은 경기가 나빠지면서 버려지는 종이 양도 줄었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추위 속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는 이들의 일상을 이화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영등포구의 한 주택가입니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다닥다닥 붙은 쪽방이 나옵니다.

<녹취> 심형섭(62살/쪽방촌 거주자) : "(어떻게 지내시는지 잠깐 이야기 들으러 왔어요.)뭐 어떻게 지내요. 그냥 지내죠."

실내 온도는 5도, 길바닥과 별 차이 없는 냉방입니다.

그래도 올겨울은 전기장판으로 버텨야 합니다.

<녹취> 심형섭(62살/쪽방촌 거주자) : "밑에 (보일러가) 고장 났다고 하더라고. 밑에 파놨어요. 주인이. 날씨가 따뜻해야 손을 대고 하는데."

다리를 다친 이 60대 전직 목수의 한 달 기초생활수급비는 49만여 원….

방 한쪽에는 주워놓은 이 폐전선은 폐지와 함께 심 씨의 유일한 돈벌이입니다.

하지만 날이 추우면 몇천 원짜리 하루 벌이도 날리게 됩니다.

<녹취> 심형섭(62살/쪽방촌 거주자) : "(추워서) 나가지도 못하고 박스라도 주워야 하는데 박스도 못 줍고 이거 (전선) 까고 있었어요."

기온이 오르자 옆방 할아버지가 먼저 길을 나섰습니다.

<녹취> "그래도 오늘은 어제보다는 좀 괜찮네."

하지만 운도 잠시뿐 이후로는 계속 허탕입니다.

<녹취> 강기완(60살/쪽방촌 거주자) : "장사가 잘 되면 박스가 식당에서 많이 나와요. 장사가 안되니까 한 장 주우려면 한참 걸어가야 한 장 주울까 말까 해요."

이들까지 올 연말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셈입니다.

<녹취> 강기완(60살/쪽방촌 거주자) : "작년에는 그래도 돈 만 원까지는 벌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주워서 2~3천 원 벌기가 힘들어요."

점심시간이 되면 다시 한곳으로 모입니다.

하루 중 유일하게 따뜻한 음식을 먹는 시간이지만 낯선 사람은 극도로 경계합니다.

<녹취> 급식소 이용자 : "(싸게 파는 게 아니고 무료로 주는 거야.) 아저씨 빨리 드세요. 이야기하지 말고. 여기 와서 뭐하는 거에요?"

어둠이 내리기 전 쪽방촌 사람들은 다시 한 번 한 곳에 모입니다.

아침 7시부터 10시간 가까이 돌아다니며 주운 폐지입니다.

손에 쥐는 건 동전 열댓 개가 전부입니다.

<녹취> 쪽방촌 거주자 : "생계도 안 돼. 담뱃값도 안 돼. 그냥 커피값 버는 거에요."

거동마저 불편한 노인들은 수중에 그마저도 없습니다.

급식소도 문을 닫는 저녁부터는 이들은 매번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녹취> "해가 넘어가니까 너무 추워 달달 떨었어."

저녁 거리가 없다는 이 70대 할아버지와 함께 동네 구멍가게를 찾았습니다.

<녹취> 이갑택(71살/쪽방촌 거주자) : "라면 하고, 꽁치 통조림 줘. 맛있게 끓여 먹게."

부엌으로도 쓰는 좁은 복도에서 저녁을 준비합니다.

<녹취> 이갑택(71살/쪽방촌 거주자) : "(점심식사는 어디서 하셨어요?) (2층 할머니가) 된장국에 밥 말아줘서 그거 먹고."

혼란스런 정치 상황과 경기 불황 속에서 어려운 이웃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부마저 각박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화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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