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돈 갚아” 하루에 300통씩…불법 대출의 늪

입력 2016.12.21 (08:27) 수정 2016.12.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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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왜 돈 안 갚느냐고 이xx 묻잖아. 대답하라고. 왜 안 갚느냐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너희 집 쫓아가면 너희 식구 죽고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이 녹취는 한 주부와 사채업자 사이 실제 통화 내용입니다.

여성은 약 1년간 이런 불법 추심에 시달렸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3백 통 넘게 이런 독촉 전화를 받았는데요.

조직 폭력배까지 포함된 사채업자들은 심지어 집과 가게로 찾아와 돈을 갚으라며 여성을 협박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6,600%라는 말도 안 되는 고금리로 여성에게 돈을 뜯어냈습니다.

독촉과 협박에 시달린 여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늘은 무서운 불법대출의 실태를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9월에 종영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한 장면입니다.

<녹취>“뭐하는 거예요. 왜 남의 물건을 가져가요.”

<녹취>“그러면 빨리 돈을 갚던가.”

여자 주인공이 사채를 갚지 못하자, 멋대로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을 빼고 위협을 가합니다.

<녹취>“야 그러니까 왜 남의 돈 빌리냐. 다음번에는 이렇게 안 끝난다. 네가 써줬던 그 신체 포기각서 그거 들고 올 거다. 다음번에.”

<녹취>“그래 들고 와. 차라리 날 죽여.”

드라마 속 장면보다 실제 상황은 더 살벌했습니다.

사채업자와 채무자 35살 주부 정 모 씨 사이의 실제 전화 통화입니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나, 이 실장 있는 대출 사무실 채권 팀장인데 너 이xx 돈 왜 안 갚느냐고. 야!”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우리가 만만하니까 이xx 돈 안 갚아도 되겠다, 이 생각 하는 거야?”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욕설까지 섞어가며 돈을 갚으라고 윽박지르지만 채무자 정 씨는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빚 독촉은 한두 번이 아녔다는데요.

<인터뷰>박준경(부산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 : “피해자에게 변제 독촉을 하면서 (하루에) 300여 차례에 걸쳐서 변제독촉을 한 내용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 씨는 식당을 개업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급하게 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받을 여건은 되지 않았는데, 때마침 정 씨의 눈에 대출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무려 연이율 200%의 높은 이자였지만, 가게를 열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4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식재료비, 직원 월급 등으로 400만 원 정도로 해서 일단은 메꾸고 장사가 잘되면 다시 그걸 갚고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빌렸는데…….”

하지만, 정 씨의 계획대로 가게 운영은 잘되지 않았고 결국, 빚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또 다른 계속된 자금난으로 갚지 못하니까 불어난 이자에 또 다른 업체를 이용해서 돈을 빌려 또 갚고. 또 이게 너무 많아지니까 또 다른 업체에서 돈을 빌려 갚고. 이게 이제 반복적인 이런 상황이죠.”

법정 최고 금리 27.9%.의 무려 7배나 되는 막대한 이자를 제때 갚기 버거운 상황이 되면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러자 대부업체는 다른 업체에서 돈을 빌려 이자라도 갚으라고 종용했고, 결국, 정 씨가 돈을 빌리게 된 업체는 계속 늘어났다는데요.

급기야 9개월 사이 정 씨가 돈을 빌린 대부업체 수는 무려 13개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정 씨가 빌리게 된 돈도 4백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정 씨는 이 업체들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빚 독촉에 시달렸습니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4시까지 다 넣어. 그냥. 아, 나 너 봐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알았어? 야. 대답 안 해?”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지금은 4시까지는 안 될 것 같은데요.”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뭐 안 되면 뭐 배를 째라 이거야? 가서 째 줘?”

독촉 전화는 하루에 무려 300통까지 오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가족까지 들먹이며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언제 갚을 거야. 오늘 몇 시까지 얼마 넣을 거야. 딱 얘기해. 아니면 이xx 내가 쫓아간다?”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내가 돈 받는 사람이라고. 이xx 너 죽고 나 죽고 너희 식구 다 죽는 거야. 얘기하잖아. 오늘 얼마 넣을 거야.”

전화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나중에는 식당과 집에 직접 찾아와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심야 시간대에 주거지에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불러내고 언제든지 가족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뜻으로 겁을 줬던 것입니다.”

행여나 가족들이 알게 될까 두려움 속에 협박을 견디던 정씨.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빚과 갈수록 심해지는 협박에 그만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인터뷰>박준경(부산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 : “늘어난 대출금과 대부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심리적 압박감에 자살을 기도하게 됐습니다. 남편이 와서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발견해서 간신히 목숨을 살린 겁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정 씨의 사연을 경찰이 제보를 통해 알게 됐고, 돈을 수금하러 식당에 온 피의자들을 경찰이 검거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연이율 200%의 이자로 시작했던 정 씨의 빚은 대부업자들의 농간으로 6천6백 퍼센트라는 엄청난 고리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1억 원 정도를 빌리고 현재 2억 2천을 갚은 상태에서 현재 4천만 원 정도가 더 남아있다고 지금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불법 추심을 한 혐의 등으로 13개 대부 업체 소속 사채업자 16명을 검거했습니다.

이중엔 폭력조직의 조직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 대출 광고를 올리고, 연락이 오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법정 금리를 뛰어넘는 고금리를 적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일출 전, 일몰 후에는 찾아가면 이제 법적으로 저촉되는 경우가 많고 그전에 이제 찾아가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폭행, 폭언, 협박 이런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경찰은 불법채권 추심 등의 혐의로 16명을 입건하고 공범 4명을 쫓고 있습니다.

또, 정 씨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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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돈 갚아” 하루에 300통씩…불법 대출의 늪
    • 입력 2016-12-21 08:39:05
    • 수정2016-12-21 09:16:34
    아침뉴스타임
기자 멘트>

"왜 돈 안 갚느냐고 이xx 묻잖아. 대답하라고. 왜 안 갚느냐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고요.” “너희 집 쫓아가면 너희 식구 죽고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이 녹취는 한 주부와 사채업자 사이 실제 통화 내용입니다.

여성은 약 1년간 이런 불법 추심에 시달렸습니다.

어떤 날은 새벽부터 하루 종일 3백 통 넘게 이런 독촉 전화를 받았는데요.

조직 폭력배까지 포함된 사채업자들은 심지어 집과 가게로 찾아와 돈을 갚으라며 여성을 협박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6,600%라는 말도 안 되는 고금리로 여성에게 돈을 뜯어냈습니다.

독촉과 협박에 시달린 여성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까지 했습니다.

오늘은 무서운 불법대출의 실태를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9월에 종영한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한 장면입니다.

<녹취>“뭐하는 거예요. 왜 남의 물건을 가져가요.”

<녹취>“그러면 빨리 돈을 갚던가.”

여자 주인공이 사채를 갚지 못하자, 멋대로 살고 있던 집의 보증금을 빼고 위협을 가합니다.

<녹취>“야 그러니까 왜 남의 돈 빌리냐. 다음번에는 이렇게 안 끝난다. 네가 써줬던 그 신체 포기각서 그거 들고 올 거다. 다음번에.”

<녹취>“그래 들고 와. 차라리 날 죽여.”

드라마 속 장면보다 실제 상황은 더 살벌했습니다.

사채업자와 채무자 35살 주부 정 모 씨 사이의 실제 전화 통화입니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나, 이 실장 있는 대출 사무실 채권 팀장인데 너 이xx 돈 왜 안 갚느냐고. 야!”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우리가 만만하니까 이xx 돈 안 갚아도 되겠다, 이 생각 하는 거야?”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에요.”

욕설까지 섞어가며 돈을 갚으라고 윽박지르지만 채무자 정 씨는 제대로 답변조차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런 빚 독촉은 한두 번이 아녔다는데요.

<인터뷰>박준경(부산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 : “피해자에게 변제 독촉을 하면서 (하루에) 300여 차례에 걸쳐서 변제독촉을 한 내용입니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정 씨는 식당을 개업을 앞두고 있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급하게 돈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은행에서 대출받을 여건은 되지 않았는데, 때마침 정 씨의 눈에 대출 광고가 들어왔습니다.

무려 연이율 200%의 높은 이자였지만, 가게를 열면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400만 원을 빌렸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식재료비, 직원 월급 등으로 400만 원 정도로 해서 일단은 메꾸고 장사가 잘되면 다시 그걸 갚고 끝내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빌렸는데…….”

하지만, 정 씨의 계획대로 가게 운영은 잘되지 않았고 결국, 빚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또 다른 계속된 자금난으로 갚지 못하니까 불어난 이자에 또 다른 업체를 이용해서 돈을 빌려 또 갚고. 또 이게 너무 많아지니까 또 다른 업체에서 돈을 빌려 갚고. 이게 이제 반복적인 이런 상황이죠.”

법정 최고 금리 27.9%.의 무려 7배나 되는 막대한 이자를 제때 갚기 버거운 상황이 되면서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습니다.

그러자 대부업체는 다른 업체에서 돈을 빌려 이자라도 갚으라고 종용했고, 결국, 정 씨가 돈을 빌리게 된 업체는 계속 늘어났다는데요.

급기야 9개월 사이 정 씨가 돈을 빌린 대부업체 수는 무려 13개로 늘어났습니다.

결국, 정 씨가 빌리게 된 돈도 4백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났습니다.

정 씨는 이 업체들로부터 시도 때도 없이 빚 독촉에 시달렸습니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4시까지 다 넣어. 그냥. 아, 나 너 봐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 알았어? 야. 대답 안 해?”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지금은 4시까지는 안 될 것 같은데요.”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뭐 안 되면 뭐 배를 째라 이거야? 가서 째 줘?”

독촉 전화는 하루에 무려 300통까지 오기도 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가족까지 들먹이며 협박을 하기도 했습니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언제 갚을 거야. 오늘 몇 시까지 얼마 넣을 거야. 딱 얘기해. 아니면 이xx 내가 쫓아간다?”

<녹취>정00/피해자(음성변조) : “네”

<녹취>사채업자(음성변조) : “내가 돈 받는 사람이라고. 이xx 너 죽고 나 죽고 너희 식구 다 죽는 거야. 얘기하잖아. 오늘 얼마 넣을 거야.”

전화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나중에는 식당과 집에 직접 찾아와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심야 시간대에 주거지에 찾아가서 초인종을 누르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불러내고 언제든지 가족들에게 알릴 수 있다는 뜻으로 겁을 줬던 것입니다.”

행여나 가족들이 알게 될까 두려움 속에 협박을 견디던 정씨.

하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빚과 갈수록 심해지는 협박에 그만 해서는 안 될 선택을 하고 맙니다.

<인터뷰>박준경(부산지방경찰청 형사과 강력계장) : “늘어난 대출금과 대부 사실이 가족에게 알려질까 두려운 심리적 압박감에 자살을 기도하게 됐습니다. 남편이 와서 화장실에서 피해자를 발견해서 간신히 목숨을 살린 겁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정 씨의 사연을 경찰이 제보를 통해 알게 됐고, 돈을 수금하러 식당에 온 피의자들을 경찰이 검거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연이율 200%의 이자로 시작했던 정 씨의 빚은 대부업자들의 농간으로 6천6백 퍼센트라는 엄청난 고리로 늘어나 있었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1억 원 정도를 빌리고 현재 2억 2천을 갚은 상태에서 현재 4천만 원 정도가 더 남아있다고 지금 그렇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불법 추심을 한 혐의 등으로 13개 대부 업체 소속 사채업자 16명을 검거했습니다.

이중엔 폭력조직의 조직원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터넷상에 대출 광고를 올리고, 연락이 오면 전국 어디든 찾아가 계약을 맺었습니다.

하지만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등록도 하지 않은 채 법정 금리를 뛰어넘는 고금리를 적용해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정진욱(부산지방경찰청 폭력계 형사) : “일출 전, 일몰 후에는 찾아가면 이제 법적으로 저촉되는 경우가 많고 그전에 이제 찾아가더라도 반복적이거나 폭행, 폭언, 협박 이런 방법을 사용해선 안 됩니다.”

경찰은 불법채권 추심 등의 혐의로 16명을 입건하고 공범 4명을 쫓고 있습니다.

또, 정 씨 외에 다른 피해자는 없는지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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