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피해 아동이 50명”…잔혹한 유치원 교사들

입력 2017.01.11 (08:34) 수정 2017.01.1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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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이의 뺨을 때리고 쓰러진 아이를 발로 걷어찹니다.

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학예회를 준비하는데 율동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이렇게 잔혹하게 때린 겁니다.

더욱 놀라운 건 아이들을 때린 교사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8명의 담임교사 중 무려 6명이 아이들을 때린 걸로 경찰은 보고 있는데요.

피해 아동은 확인된 것만 50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아이들을 때린 교사 중 한 명이 2년 전 다른 유치원에서도 아이를 폭행해 문제가 된 건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4일 주부 임 모 씨는 밤이 되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재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녹취> 임○○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원래 9시면 잠을 자요. 그런데 그날따라 잠도 안 자려고 하고 자기 전에 한 번만 더 연습하고 자겠대요. 학예회 발표 때문에.”

6살짜리 아이가 잠까지 포기하면서 발표 연습을 하겠다는 게 기특하기도 했지만 왠지 표정이 어두워 왜 그렇게 발표를 열심히 준비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녹취> 임○○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오늘 연습하다가 자기가 박자를 조금 더 빠르게 했더니 선생님이 자기 귀를 이렇게 잡아당겼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믿기 힘든 어린 아들의 말,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녹취> 임○○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뺨도 이렇게 때리고 머리도 잡아당겼다고. 세게 잡아당겼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음날 유치원으로 달려간 임 씨.

내부 CCTV 영상을 보여달라고 유치원에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유치원에선 절차상의 이유를 들며 영상 공개를 차일피일 미뤘고 임 씨는 결국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유치원 측에 이야기하니까 잘 처리할 듯이 하다가 안 하니까 우리한테 다시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해달라고 그렇게 접수가 됐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해당 유치원의 CCTV 영상을 확보하면서 끔찍한 학대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놀랍게도 폭행당한 아이는 임 씨의 아들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유치원 교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한 아이의 머리를 때립니다.

충격으로 넘어진 아이, 교사는 아이를 일으키기는커녕 무자비하게 걷어찹니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또 교실 구석에서 한 아이를 세워두고는 뺨까지 때립니다.

<녹취> 피해 아동 학부모 : “저걸 보는 애들 눈초리 한번 봐보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 완전히 얼었어요."

피해 아동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조금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한 40~50명?”

190명 정원인 유치원에서 무려 4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교사에게 폭행당했다는 겁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아이를 때린 교사는 유치원 학예회 때 부모님들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학예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발이 안 맞으니까 그랬다는 그런 일부 진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한 사실은 또 있습니다.

가해 교사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유치원 담임교사 8명 중 무려 6명이 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는데요.

<녹취> 김○○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다른 반 선생님이 자기 반 연습을 해야 하니까 무대 위로 올라와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자기 반 연습을 시켜요. 그 선생님도 아니나 다를까 폭행 선생님이더라고요.”

경찰이 영상을 토대로 확인한 결과 교사 권 모 씨와 김 모 씨 두 사람은 학예회 연습이 진행된 2주 사이 30여 명의 아이들을 140여 차례 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권○○ (폭행 교사/음성변조) : “평상시에 맹세코 때린 적 없었고요. 학예회 준비하면서…. (제가) 욕심이 너무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치원 CCTV에는 최근 2주분의 영상만 남아있는 상황.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예회 연습 기간에만 폭행이 있었다는 교사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녹취> A 씨(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교실에서 분석했을 때는 더 많은 폭행이 일어난 거예요.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는 거죠. 이 아이들이 학기 초에도 분명 계속 폭행을 당하고 있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수업했을 거라 저희는 예상하는 거죠.”

또한, 경찰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교사들 역시 동료 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묵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유치원 관계자 (음성변조) : “일부는 CCTV 상으로도 보는 장면이 있어요. 왜 보고도 신고하지 않았느냐. 그랬더니 같이 계속 얼굴 부대끼면서 보는 동료인데 신고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영상 속 아이를 때리는 교사 김 모 씨가 2년 전 다른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데요.

사실인지 유치원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유치원 관계자(음성변조) : “주변 선생님들에게 여쭤보고 부모님들께 물어보니까 살짝 민 정도였는데 그걸 용서받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중요한 거는 본인에게 한 번 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교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지켜봤습니다.”

김 씨가 해당 유치원과 같은 재단에 속한 다른 유치원에서 아이를 때린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문제의 교사를 다시 채용한 데다 대규모 아동 학대까지 막지 못한 유치원 역시 비난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습니다.

피해 아동 수가 50명에 달하는데도 학부모들은 왜 사전에 눈치채지 못한 걸까.

<녹취> 김○○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말을 하기 싫어했어요. ‘비밀이야. 선생님과 비밀을 지키는 거야. 엄마 이제 그만 물어봐.’ 계속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했어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던 겁니다.

아이들은 폭행을 당하고도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부모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녹취> A 씨(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이제 그러면 유치원에 가기 싫으면 엄마는 안 보내겠다고 그랬더니 ‘엄마 나 진짜 유치원 안 가도 돼? 그런데 엄마, 내가 그때 그렇게 가기 싫다고 했을 때 엄마 왜 나를 유치원에 보냈어?’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가 너무 미안한 거예요.”

경찰은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교사 25살 권 씨와 23살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또 나머지 교사 4명에 대해서도 원생 폭행 혐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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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피해 아동이 50명”…잔혹한 유치원 교사들
    • 입력 2017-01-11 08:35:29
    • 수정2017-01-11 09: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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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아이의 뺨을 때리고 쓰러진 아이를 발로 걷어찹니다.

부산의 한 유치원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학예회를 준비하는데 율동을 제대로 따라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아이들을 이렇게 잔혹하게 때린 겁니다.

더욱 놀라운 건 아이들을 때린 교사가 한두 명이 아니라는 겁니다.

8명의 담임교사 중 무려 6명이 아이들을 때린 걸로 경찰은 보고 있는데요.

피해 아동은 확인된 것만 50명에 달합니다.

그런데 취재 결과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아이들을 때린 교사 중 한 명이 2년 전 다른 유치원에서도 아이를 폭행해 문제가 된 건데요.

사건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14일 주부 임 모 씨는 밤이 되자 유치원에 다니는 아들을 재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들의 행동이 평소와 달랐습니다.

<녹취> 임○○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원래 9시면 잠을 자요. 그런데 그날따라 잠도 안 자려고 하고 자기 전에 한 번만 더 연습하고 자겠대요. 학예회 발표 때문에.”

6살짜리 아이가 잠까지 포기하면서 발표 연습을 하겠다는 게 기특하기도 했지만 왠지 표정이 어두워 왜 그렇게 발표를 열심히 준비하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녹취> 임○○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오늘 연습하다가 자기가 박자를 조금 더 빠르게 했더니 선생님이 자기 귀를 이렇게 잡아당겼다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믿기 힘든 어린 아들의 말,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녹취> 임○○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뺨도 이렇게 때리고 머리도 잡아당겼다고. 세게 잡아당겼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다음날 유치원으로 달려간 임 씨.

내부 CCTV 영상을 보여달라고 유치원에 요구했는데요.

하지만 유치원에선 절차상의 이유를 들며 영상 공개를 차일피일 미뤘고 임 씨는 결국 경찰서로 달려갔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처음에는 유치원 측에 이야기하니까 잘 처리할 듯이 하다가 안 하니까 우리한테 다시 사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해달라고 그렇게 접수가 됐습니다."

수사에 나선 경찰이 해당 유치원의 CCTV 영상을 확보하면서 끔찍한 학대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습니다.

놀랍게도 폭행당한 아이는 임 씨의 아들 한 명이 아니었습니다.

유치원 교사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갑자기 한 아이의 머리를 때립니다.

충격으로 넘어진 아이, 교사는 아이를 일으키기는커녕 무자비하게 걷어찹니다.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아이들은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합니다.

또 교실 구석에서 한 아이를 세워두고는 뺨까지 때립니다.

<녹취> 피해 아동 학부모 : “저걸 보는 애들 눈초리 한번 봐보세요. 지금 우리 아이들 완전히 얼었어요."

피해 아동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조금 적은 숫자는 아닙니다. 한 40~50명?”

190명 정원인 유치원에서 무려 4분의 1에 해당하는 아이들이 교사에게 폭행당했다는 겁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걸까?

아이를 때린 교사는 유치원 학예회 때 부모님들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학예회 준비하는 과정에서 손발이 안 맞으니까 그랬다는 그런 일부 진술이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을 경악하게 한 사실은 또 있습니다.

가해 교사가 한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경찰 조사에서 유치원 담임교사 8명 중 무려 6명이 폭행을 저지른 사실이 CCTV 영상 분석을 통해 드러났다는데요.

<녹취> 김○○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다른 반 선생님이 자기 반 연습을 해야 하니까 무대 위로 올라와서 울고 있는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자기 반 연습을 시켜요. 그 선생님도 아니나 다를까 폭행 선생님이더라고요.”

경찰이 영상을 토대로 확인한 결과 교사 권 모 씨와 김 모 씨 두 사람은 학예회 연습이 진행된 2주 사이 30여 명의 아이들을 140여 차례 때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녹취> 권○○ (폭행 교사/음성변조) : “평상시에 맹세코 때린 적 없었고요. 학예회 준비하면서…. (제가) 욕심이 너무 많았습니다.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치원 CCTV에는 최근 2주분의 영상만 남아있는 상황.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학예회 연습 기간에만 폭행이 있었다는 교사들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인데요.

<녹취> A 씨(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교실에서 분석했을 때는 더 많은 폭행이 일어난 거예요. 그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는 거죠. 이 아이들이 학기 초에도 분명 계속 폭행을 당하고 있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수업했을 거라 저희는 예상하는 거죠.”

또한, 경찰은 폭행에 가담하지 않은 교사들 역시 동료 교사들의 학대 행위를 묵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유치원 관계자 (음성변조) : “일부는 CCTV 상으로도 보는 장면이 있어요. 왜 보고도 신고하지 않았느냐. 그랬더니 같이 계속 얼굴 부대끼면서 보는 동료인데 신고 쉽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이야기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영상 속 아이를 때리는 교사 김 모 씨가 2년 전 다른 유치원에서도 아이들을 학대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건데요.

사실인지 유치원 관계자에게 물어봤습니다.

<녹취> 유치원 관계자(음성변조) : “주변 선생님들에게 여쭤보고 부모님들께 물어보니까 살짝 민 정도였는데 그걸 용서받지 못했다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고 중요한 거는 본인에게 한 번 더 새로운 기회를 주고 싶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교사에 대해서는 특별히 더 지켜봤습니다.”

김 씨가 해당 유치원과 같은 재단에 속한 다른 유치원에서 아이를 때린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라는 겁니다.

문제의 교사를 다시 채용한 데다 대규모 아동 학대까지 막지 못한 유치원 역시 비난을 벗어날 수 없는 상황,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남습니다.

피해 아동 수가 50명에 달하는데도 학부모들은 왜 사전에 눈치채지 못한 걸까.

<녹취> 김○○ (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말을 하기 싫어했어요. ‘비밀이야. 선생님과 비밀을 지키는 거야. 엄마 이제 그만 물어봐.’ 계속 이런 식으로만 이야기했어요.”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입단속을 시켰던 겁니다.

아이들은 폭행을 당하고도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부모에게 맞았다는 사실을 털어놓지 못했습니다.

<녹취> A 씨(피해 아동 어머니/음성변조) : “이제 그러면 유치원에 가기 싫으면 엄마는 안 보내겠다고 그랬더니 ‘엄마 나 진짜 유치원 안 가도 돼? 그런데 엄마, 내가 그때 그렇게 가기 싫다고 했을 때 엄마 왜 나를 유치원에 보냈어?’ 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제가 너무 미안한 거예요.”

경찰은 아이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한 혐의로 교사 25살 권 씨와 23살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또 나머지 교사 4명에 대해서도 원생 폭행 혐의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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