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6년 만에 밝힌 진실…드들강 살인 사건

입력 2017.01.13 (08:33) 수정 2017.01.13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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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겁니다.

피해자의 몸에선 범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 DNA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무려 10년 넘게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고, 공소시효도 끝나가면서 하마터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일명 태완이 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지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았고 결국, 그제 재판부는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발생 16년 만입니다. 사건을 한번 다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일명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에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발생 16년 만의 판결.

그간 고통 속에 살았을 유족들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 숨진 여고생 어머니(음성변조) : “조금 한이 풀린 것 같은데, 너무 오랜 시간 힘들게 지내온 걸 생각하면 기가 막히네요.”

참혹한 사건은 지난 2001년 2월 4일 벌어졌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박 모 양이 나주 드들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몸 곳곳에 쓸리고 할퀸 상처들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이호(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 교수/당시 부검의) : “강압적 성적인 행위가 있었고, 살해 과정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 거죠.”

꿈 많을 나이의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라 살해된 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 인적 사항을 특정할 만한 소지품이라든지 피해자 유류품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 거로 봐서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용의주도하게 현장을 정리한 범인.

하지만 피해자의 몸속엔 사건을 해결할 단서가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범인의 DNA.

당시 경찰들은 이 단서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동종 전과자하고 우범자 그리고 피해자하고 관련된 사람들, 주변 사람들을 주로 DNA 검사를 많이 했죠.”

하지만 쉽사리 용의자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는 사이,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온 피해자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2010년, 범죄자의 DNA를 동의 없이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수사를 지속한 결과 2012년 용의자의 DNA와 일치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피해자 박 모 양과 한마을에 살던 김 모 씨로 사건 당시 24살이었습니다.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는 (피해자 집에서) 한 500m 떨어진 곳에서 거주했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도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동네에 상당히 잘 아는 사람이었죠.”

김 씨는 이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드들강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뒤인 2003년에 전당포 주인 등 2명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뒤 붙잡힌 겁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사건 수사 초기 어떻게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걸까.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그 당시 (사건 발생 후) 2개월이 지나서 장성에서 개를 절취한 일로 구속이 돼요.”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이미 절도 사건을 저질러 구속돼 있던 건데요.

게다가 주소지도 사건이 발생한 나주가 아닌 장성으로 등록돼 있어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겁니다.

사건 발생 11년 만에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가 나타나자 수사는 활기를 띠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가)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다가 DNA가 있다고 하니까 (하룻밤 상대로) 스쳐 지나가는 여자인 것 같다. 그런데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김 씨는 채팅을 통해 피해자와 만났고 합의로 성관계는 했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겁니다.

또 성관계를 한 건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으로 사건 당일 외가댁에 있었다며 그날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까지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인터뷰> 이정빈(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 “(DNA가) 한 3일 남아 있거든요. ‘그 3일 사이에 죽은 거지. 성교는 했다. 했는데 죽이진 않았다.’ 이러니까 갑갑한 거죠.”

법정에 세우기엔 아직 증거가 부족했고 시간은 또다시 흘러 2015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이른바 태완이 법이 시행되면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겁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드들강 살인 사건 수사팀이 꾸려졌습니다.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가) 당시에 만났던 친구들이라든지 그때 당시에 사귀었던 여자들. 그 위주로 계속 수사를 했었습니다.”

속속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2001년 사건 당시 김씨가 차를 몰고 여성들과 드들강을 자주 다녔고, 그쪽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김 씨에 대한 충격적인 진술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 주변 여성들을 보면 채팅으로 만났던 여자들이 많았고, 그중에 한 명도 사귀다가 으슥한 강가 쪽에 가서 구타를 당했던 (사례도) 있었고, 저수지 쪽으로 차량을 끌고 가서 강간했던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새롭게 드러난 피해자는 한 동네 사는 김 씨가 두려워 신고조차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검 결과를 다시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 박 양이 성관계 직후 곧바로 살해된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김 씨가 자신의 결백을 밝힐 증거라며 제출한 사건 당일 사진 역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건의 새로운 퍼즐들이 모이자 지난해 8월 5일. 숨진 박양의 생일에, 검찰은 김 씨를 강간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을 거쳐 비로소 그제 김 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사건 발생 16년 만의 일.

박 양의 어머니는 이제야 큰딸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숨진 여고생 어머니(음성변조) : “(재판) 끝나고 우리 작은 딸이랑 추모공원에 아빠 있는 데랑 딸 있는 데 갔다 왔어요.”

살인죄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더라면 영원히 묻힐 뻔한 이번 사건.

드들강 살인 사건이 해결되면서 남아 있는 장기미제 사건은 이제 270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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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6년 만에 밝힌 진실…드들강 살인 사건
    • 입력 2017-01-13 08:39:10
    • 수정2017-01-13 0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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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에서 여고생이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겁니다.

피해자의 몸에선 범인을 밝힐 결정적 단서, DNA가 발견됐습니다.

하지만 무려 10년 넘게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지 못했고, 공소시효도 끝나가면서 하마터면 영구 미제사건으로 남을 뻔 했습니다.

하지만 일명 태완이 법으로 살인죄 공소시효가 사라지면서 재수사가 이뤄졌는데요.

우여곡절 끝에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았고 결국, 그제 재판부는 피의자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발생 16년 만입니다. 사건을 한번 다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그제 일명 드들강 여고생 살인사건 피의자에게 재판부는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발생 16년 만의 판결.

그간 고통 속에 살았을 유족들은 쉽게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녹취> 숨진 여고생 어머니(음성변조) : “조금 한이 풀린 것 같은데, 너무 오랜 시간 힘들게 지내온 걸 생각하면 기가 막히네요.”

참혹한 사건은 지난 2001년 2월 4일 벌어졌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던 박 모 양이 나주 드들강 변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겁니다.

몸 곳곳에 쓸리고 할퀸 상처들이 가득했습니다.

<인터뷰> 이호(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 교수/당시 부검의) : “강압적 성적인 행위가 있었고, 살해 과정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 거죠.”

꿈 많을 나이의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목이 졸라 살해된 겁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피해자 인적 사항을 특정할 만한 소지품이라든지 피해자 유류품은 전혀 없었어요. 그런 거로 봐서 범행을 은폐하려고 (했다.)”

용의주도하게 현장을 정리한 범인.

하지만 피해자의 몸속엔 사건을 해결할 단서가 남아있었습니다.

바로 범인의 DNA.

당시 경찰들은 이 단서를 바탕으로 용의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녹취> 경찰관계자(음성변조) : “동종 전과자하고 우범자 그리고 피해자하고 관련된 사람들, 주변 사람들을 주로 DNA 검사를 많이 했죠.”

하지만 쉽사리 용의자가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속절없이 시간만 흐르는 사이,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온 피해자의 아버지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2010년, 범죄자의 DNA를 동의 없이 채취할 수 있도록 법이 바뀌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수사를 지속한 결과 2012년 용의자의 DNA와 일치되는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피해자 박 모 양과 한마을에 살던 김 모 씨로 사건 당시 24살이었습니다.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는 (피해자 집에서) 한 500m 떨어진 곳에서 거주했었어요. 그리고 초등학교도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그 동네에 상당히 잘 아는 사람이었죠.”

김 씨는 이미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드들강 살인사건이 발생한 지 2년 뒤인 2003년에 전당포 주인 등 2명을 살해하고 암매장한 뒤 붙잡힌 겁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사건 수사 초기 어떻게 용의 선상에서 벗어나 있었던 걸까.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그 당시 (사건 발생 후) 2개월이 지나서 장성에서 개를 절취한 일로 구속이 돼요.”

수사가 한창 진행되던 당시 이미 절도 사건을 저질러 구속돼 있던 건데요.

게다가 주소지도 사건이 발생한 나주가 아닌 장성으로 등록돼 있어 경찰의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겁니다.

사건 발생 11년 만에 DNA가 일치하는 용의자가 나타나자 수사는 활기를 띠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가) 피해자를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했다. 그런 사실이 없다고 하다가 DNA가 있다고 하니까 (하룻밤 상대로) 스쳐 지나가는 여자인 것 같다. 그런데 얼굴은 기억이 안 난다.”

김 씨는 채팅을 통해 피해자와 만났고 합의로 성관계는 했을 뿐 살인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겁니다.

또 성관계를 한 건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으로 사건 당일 외가댁에 있었다며 그날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까지 경찰에 제출했습니다.

<인터뷰> 이정빈(단국대학교 법과대학 석좌교수) : “(DNA가) 한 3일 남아 있거든요. ‘그 3일 사이에 죽은 거지. 성교는 했다. 했는데 죽이진 않았다.’ 이러니까 갑갑한 거죠.”

법정에 세우기엔 아직 증거가 부족했고 시간은 또다시 흘러 2015년,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2015년 이른바 태완이 법이 시행되면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폐지된 겁니다.

그러자 다시 한 번 드들강 살인 사건 수사팀이 꾸려졌습니다.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가) 당시에 만났던 친구들이라든지 그때 당시에 사귀었던 여자들. 그 위주로 계속 수사를 했었습니다.”

속속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났습니다.

2001년 사건 당시 김씨가 차를 몰고 여성들과 드들강을 자주 다녔고, 그쪽 지리를 잘 알고 있다는 겁니다.

김 씨에 대한 충격적인 진술도 나왔습니다.

<인터뷰> 남설민(전남 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 : “피의자 주변 여성들을 보면 채팅으로 만났던 여자들이 많았고, 그중에 한 명도 사귀다가 으슥한 강가 쪽에 가서 구타를 당했던 (사례도) 있었고, 저수지 쪽으로 차량을 끌고 가서 강간했던 그런 (일도 있었습니다.)”

새롭게 드러난 피해자는 한 동네 사는 김 씨가 두려워 신고조차 못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부검 결과를 다시 치밀하게 분석한 결과 박 양이 성관계 직후 곧바로 살해된 것으로 판단됐습니다.

김 씨가 자신의 결백을 밝힐 증거라며 제출한 사건 당일 사진 역시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사건의 새로운 퍼즐들이 모이자 지난해 8월 5일. 숨진 박양의 생일에, 검찰은 김 씨를 강간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그리고 재판을 거쳐 비로소 그제 김 씨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습니다.

사건 발생 16년 만의 일.

박 양의 어머니는 이제야 큰딸을 편히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숨진 여고생 어머니(음성변조) : “(재판) 끝나고 우리 작은 딸이랑 추모공원에 아빠 있는 데랑 딸 있는 데 갔다 왔어요.”

살인죄 공소시효가 남아 있었더라면 영원히 묻힐 뻔한 이번 사건.

드들강 살인 사건이 해결되면서 남아 있는 장기미제 사건은 이제 270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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