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특강] 원작의 힘 ‘레 미제라블’

입력 2017.01.25 (08:47) 수정 2017.01.2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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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종원입니다.

오늘은 빅 4의 세 번째 작품, ‘레 미제라블’입니다.

몇 해 전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죠.

뮤지컬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빅토르 마리 위고가 쓴 장편소설로 책 제목 못지않게 ‘장발장’이란 주인공의 이름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죠.

이런 부류의 뮤지컬을 ‘노블컬’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소설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노블’과 ‘뮤지컬’을 합성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책 속의 활자가 무대라는 공간에서 노래와 춤, 연기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되다보니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세상이 실제로 펼쳐진다는 것이 매력이자 볼거리입니다.

흥미롭게도 빅토르 위고의 소설 중에는 이 작품 말고도 글로벌 공연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경우가 또 있습니다.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인데요,

맨발로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아리따운 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싸고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세 남자의 이야기.

꼽추 종지기인 콰지모도, 신부라서 세속적인 사랑이 허용 안 되는 프롤로 주교 그리고 약혼을 해서 정혼자가 따로 있는 근위대장 푀뷔스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소설이 원작이다 보니 활자로 경험했던 세상이 무대로 구현되는 것이 별스런 재미를 선사합니다.

‘레 미제라블’은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입니다.

해석하자면 ‘미저러블’한, ‘불쌍한 사람들’이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폴레옹 황제 집정기를 전후로 한 프랑스 민초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신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의 사회, 문화적 변화가 유려한 문체에 담겨 감동을 자아내는데요,

뮤지컬은 방대한 그 소설 속 이야기를 선택과 집중의 묘미를 살려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감상을 극대화했습니다.

매력적인 노블컬답게 무대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읽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공연 전후에 소설을 읽어보면 연기 하나, 노래 한 소절이 얼마나 많은 사연이 함축돼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은 또 음악이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워낙 인기를 누리다보니 세계 역사의 현장에서 활용된 경우도 많은데요,

예를 들어, 1막 마지막에서 모든 등장인물이 내일이면 어떻게 되리라하며 노래하는 ‘하루만 더 지나면(One day more)’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시절 유세가로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노래 마지막 소절에 등장하는 ‘내일이면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되리라’라는 노랫말이 자신의 입장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란 표현도 덧붙이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수 이정현이 노래했던 ‘바꿔!’라는 대중가요가 총선에서 특정당의 유세가로 쓰인 적이 있었는데, 뮤지컬의 이 노래가 미국에선 꼭 그런 역할을 한 셈입니다.

또, 민중 봉기의 노래인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라는 의미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탱크 앞에 서서 항거하던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유명했던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대학생들이 데모가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의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누렸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김연아 선수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할 당시의 스케이팅 음악이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선율이었습니다.

사실 김연아 선수는 2007년에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테마들을 활용해 무대를 꾸몄었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쇼트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쓰인 ‘광대를 들여보내소서 (Send in the clowns)’ 역시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에 등장하는 노래였습니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음악을 활용할 경우, 동작이나 움직임이 원작 속 스토리텔링의 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기에 뮤지컬 음악들을 대거 활용한 것이 아닌가 미루어 짐작됩니다.

물론 알고 보면 더 큰 감동을 느끼는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흥행은 노블컬의 인기와 맥을 같이 합니다.

노블컬의 흥행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만큼 그야말로 부지기수인데요,

예를 들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스코틀랜드 태생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프랭크 바움의 소설을 뮤지컬화한 ‘오즈의 마법사’도 있고요, 이를 다시 거꾸로 비틀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초록마녀는 사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정의로운 인물이었다는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입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들도 노블컬의 단골 소재인데요, ‘로미와 줄리엣’은 말할 것도 없고 이야기를 해체하거나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더해 완전히 실험적인 형태의 변화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꾸며진 디즈니의 뮤지컬 ‘라이언 킹’이 대표적인데요,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은 바로 ‘햄릿’의 이야기 뼈대를 활용한 경우입니다.

뮤지컬에선 꼭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나 형식과 어우러지고 상호작용할 때 글로벌한 흥행 사례도 등장하게 된다는 점은 곱씹어볼만한 교훈을 남겨줍니다.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뮤지컬 이야기’ 원종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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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5 08:46:56
    • 수정2017-01-25 10: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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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종원입니다.

오늘은 빅 4의 세 번째 작품, ‘레 미제라블’입니다.

몇 해 전 뮤지컬 영화로도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았던 작품이죠.

뮤지컬의 원작은 소설입니다.

빅토르 마리 위고가 쓴 장편소설로 책 제목 못지않게 ‘장발장’이란 주인공의 이름으로 잘 알려진 작품이죠.

이런 부류의 뮤지컬을 ‘노블컬’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소설을 뜻하는 영어단어인 ‘노블’과 ‘뮤지컬’을 합성한 것입니다.

아무래도 책 속의 활자가 무대라는 공간에서 노래와 춤, 연기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구현되다보니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세상이 실제로 펼쳐진다는 것이 매력이자 볼거리입니다.

흥미롭게도 빅토르 위고의 소설 중에는 이 작품 말고도 글로벌 공연가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경우가 또 있습니다.

바로 ‘노트르담 드 파리’인데요,

맨발로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아리따운 여인 에스메랄다를 둘러싸고 사랑에 빠지면 안되는 세 남자의 이야기.

꼽추 종지기인 콰지모도, 신부라서 세속적인 사랑이 허용 안 되는 프롤로 주교 그리고 약혼을 해서 정혼자가 따로 있는 근위대장 푀뷔스의 얽히고설킨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역시 소설이 원작이다 보니 활자로 경험했던 세상이 무대로 구현되는 것이 별스런 재미를 선사합니다.

‘레 미제라블’은 고유명사가 아닌 일반명사입니다.

해석하자면 ‘미저러블’한, ‘불쌍한 사람들’이란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나폴레옹 황제 집정기를 전후로 한 프랑스 민초들의 삶을 다루고 있습니다.

신이 아닌 인간 중심으로의 사회, 문화적 변화가 유려한 문체에 담겨 감동을 자아내는데요,

뮤지컬은 방대한 그 소설 속 이야기를 선택과 집중의 묘미를 살려 효과적으로 압축하고 감상을 극대화했습니다.

매력적인 노블컬답게 무대를 보고 원작 소설을 다시 읽는 사람도 적지 않은데요,

실제로 공연 전후에 소설을 읽어보면 연기 하나, 노래 한 소절이 얼마나 많은 사연이 함축돼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은 또 음악이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워낙 인기를 누리다보니 세계 역사의 현장에서 활용된 경우도 많은데요,

예를 들어, 1막 마지막에서 모든 등장인물이 내일이면 어떻게 되리라하며 노래하는 ‘하루만 더 지나면(One day more)’는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시절 유세가로 썼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노래 마지막 소절에 등장하는 ‘내일이면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되리라’라는 노랫말이 자신의 입장과 일맥상통했기 때문입니다.

아마 ‘민주당이 승리할 것!’이란 표현도 덧붙이고 싶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예전에 우리나라에서 가수 이정현이 노래했던 ‘바꿔!’라는 대중가요가 총선에서 특정당의 유세가로 쓰인 적이 있었는데, 뮤지컬의 이 노래가 미국에선 꼭 그런 역할을 한 셈입니다.

또, 민중 봉기의 노래인 ‘사람들의 노래가 들리는가’라는 의미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은 탱크 앞에 서서 항거하던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유명했던 천안문 사태 당시 중국 대학생들이 데모가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스포츠 경기의 배경음악으로 인기를 누렸던 경우도 있습니다.

바로 김연아 선수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제패할 당시의 스케이팅 음악이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선율이었습니다.

사실 김연아 선수는 2007년에도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테마들을 활용해 무대를 꾸몄었고, 2014년 소치 올림픽 당시 쇼트 프로그램의 음악으로 쓰인 ‘광대를 들여보내소서 (Send in the clowns)’ 역시 뮤지컬 A Little Night Music에 등장하는 노래였습니다.

아무래도 뮤지컬의 음악을 활용할 경우, 동작이나 움직임이 원작 속 스토리텔링의 힘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기에 뮤지컬 음악들을 대거 활용한 것이 아닌가 미루어 짐작됩니다.

물론 알고 보면 더 큰 감동을 느끼는 매력을 만날 수 있습니다.

‘레 미제라블’의 흥행은 노블컬의 인기와 맥을 같이 합니다.

노블컬의 흥행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만큼 그야말로 부지기수인데요,

예를 들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스코틀랜드 태생의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소설이 원작입니다.

프랭크 바움의 소설을 뮤지컬화한 ‘오즈의 마법사’도 있고요, 이를 다시 거꾸로 비틀어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초록마녀는 사실 나쁜 사람이 아니라 정의로운 인물이었다는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보여주는 뮤지컬 ‘위키드’는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무대화한 작품입니다.

세익스피어의 작품들도 노블컬의 단골 소재인데요, ‘로미와 줄리엣’은 말할 것도 없고 이야기를 해체하거나 기발한 발상의 전환을 더해 완전히 실험적인 형태의 변화시킨 경우도 있습니다.

애니매이션으로 만들어졌다가 다시 무대용 뮤지컬로 꾸며진 디즈니의 뮤지컬 ‘라이언 킹’이 대표적인데요,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삼촌이 아버지를 죽이자 복수를 한다는 내용은 바로 ‘햄릿’의 이야기 뼈대를 활용한 경우입니다.

뮤지컬에선 꼭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장르나 형식과 어우러지고 상호작용할 때 글로벌한 흥행 사례도 등장하게 된다는 점은 곱씹어볼만한 교훈을 남겨줍니다.

‘알고 봐야 더 재미있는 뮤지컬 이야기’ 원종원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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