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20년 만에 단죄…이태원 살인사건

입력 2017.01.26 (08:33) 수정 2017.01.2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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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20년 전 이태원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24살 조중필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10대 청년인 패터슨과 에드워드, 이 둘 중 한 사람이 조 씨를 살해한 게 분명했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 중 에드워드를 범인으로 기소했는데,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진범인 패터슨은 검찰의 실수를 틈타 미국으로 도망쳤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이태원 살인사건이 드디어 어제 끝이 났습니다.

대법원이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 형을 확정한 겁니다.

20년 동안이나 진범을 처벌하기 위해 버텨온 조중필 씨 어머니를 취재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바로 어제, 대법원 청사에 피해자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입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20년 전 무죄판결 받을 땐 앞이 캄캄했는데 20년 후에 이렇게 진범이 밝혀져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하늘에 있는 우리 중필이도 한을 풀었습니다.”

20년 만에 아들의 한을 풀어준 어머니, 이제야 금쪽같은 막내아들을 볼 면목이 생겼다며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사건의 시작은 1997년 4월 3일 밤 10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24살 대학생 조중필 씨가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조 씨와 함께 화장실에 있던 주한미군의 아들 패터슨과 친구 에드워드 리가 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가 범인이라며 떠넘기기 바빴는데요.

<녹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에드워드 역 : “손 씻다가 고개 드니까 피어슨(패터슨)이…….”

<녹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역 : “알렉스(에드워드)가 갑자기 그 한국인을 찌르기 시작했어요. 오른쪽 목 세 번, 왼쪽 목 네 번, 가슴에 두 번이요.”

처음엔 패터슨이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주머니칼이 패터슨의 것인 데다, 친구들에게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랑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인데 정작 검찰은 에드워드를 범인으로 판단합니다.

거짓말 탐지기 결과, 에드워드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왔고, 패터슨이 자신보다 키가 큰 조 씨의 목을 찌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패터슨은 흉기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그런데 1년 뒤 에드워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녹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판사 역 :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유족들은 패터슨이 진범이라며 고소했지만 그는 이미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미국으로 도망친 뒤였습니다.

검찰이 실수로 패터슨의 출국정지를 연장하지 않았고 결국, 유력한 진범을 놓쳐버린 겁니다.

이때부터 길고 끈질긴 싸움을 한국에서 해야 했던 조중필 씨의 가족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서울 시내 학교 안 간 곳 없이 몇 번씩 가서 (재수사를 요청하는) 서명받아서 (검찰에) 올리고 그랬어요.”

그러던 차에 2009년, 이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거센 여론에 밀려 결국, 검찰은 재수사를 했고,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습니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미국연방법원이 범죄인 인도청구를 받아들이면서 2015년 9월,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 만에 패터슨은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녹취> 아더 존 패터슨 : “나는 언제나 그 사람(에드워드 건 리)이 죽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입니다.”

어머니는 패터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법이 패터슨을 용서해주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처음에 잘했으면 우리가 고생도 않고……. 이번에 잘해서 범인을 밝혀야 돼요.”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장소에 남겨진 혈흔 형태를 분석한 결과가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패터슨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결과도 원심과 같았습니다.

패터슨은 최후 진술에서 자신이 이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며 여전히 억울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비로소 20년에 걸친 긴 싸움이 끝이 났습니다.

<인터뷰> 김대현(판사/대법원 공보관실) : “범행 수법이 매우 끔찍하고 피고인은 범행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등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 범행 당시 미성년자인 피고인에게 사실상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조 씨의 어머니는 설마 하는 마음에 판결이 나기 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못 잤어요. 잠을. 계속 그게 걱정이었죠. 혹시 또 이번에도 무죄로 나오면 범인이 또 없어지는 거잖아요. 얘도 아니고 얘도 아니면. 그래서 무척 걱정하고 들어갔어요.”

분노를 억누르며 어머니라는 의무감으로 버텨왔던 세월.

어머니는 이제야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그래도 범인이 밝혀지니까 마음 한쪽은 후련해요. 내가 그거는 밝혀놓고 죽어야지 중필이라도 만나면 내가 이랬다 할 테니까요.”

살아있었다면 마흔이 훌쩍 넘었을 아들.

어머니는 착한 아들의 모습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중필아. 내가 그동안 못 해준 게 한이 됐는데 그 나쁜 애들 때문에 네가 못 살고 죽었으니까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부잣집에 태어나 갖고 훌륭하게 잘 자라라. 꼭 부탁 좀 하고 싶다.”

사건 초기 부실 수사와 실수로 사건을 미궁 속에 빠뜨렸던 검찰을 비롯한 수사 당국.

이제라도 유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에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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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1-26 08:34:33
    • 수정2017-01-26 09: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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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이태원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서 24살 조중필씨가 흉기에 찔려 살해됐습니다.

10대 청년인 패터슨과 에드워드, 이 둘 중 한 사람이 조 씨를 살해한 게 분명했지만 두 사람 모두 상대방이 범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찰은 이 중 에드워드를 범인으로 기소했는데,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았고, 진범인 패터슨은 검찰의 실수를 틈타 미국으로 도망쳤습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져 온 국민의 분노를 산 이태원 살인사건이 드디어 어제 끝이 났습니다.

대법원이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 형을 확정한 겁니다.

20년 동안이나 진범을 처벌하기 위해 버텨온 조중필 씨 어머니를 취재진이 직접 만나봤습니다.

<리포트>

바로 어제, 대법원 청사에 피해자 조중필 씨의 어머니 이복수 씨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대법원은 이태원 살인 사건의 진범으로 기소된 아더 존 패터슨에 대해 징역 20년 형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패터슨에게 내릴 수 있는 법정 최고형입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20년 전 무죄판결 받을 땐 앞이 캄캄했는데 20년 후에 이렇게 진범이 밝혀져서 마음이 편안합니다. 하늘에 있는 우리 중필이도 한을 풀었습니다.”

20년 만에 아들의 한을 풀어준 어머니, 이제야 금쪽같은 막내아들을 볼 면목이 생겼다며 눈물을 글썽거립니다.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걸까.

사건의 시작은 1997년 4월 3일 밤 10시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태원의 한 햄버거 가게 화장실에서 24살 대학생 조중필 씨가 잔혹하게 살해됐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조 씨와 함께 화장실에 있던 주한미군의 아들 패터슨과 친구 에드워드 리가 범인으로 지목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가 범인이라며 떠넘기기 바빴는데요.

<녹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에드워드 역 : “손 씻다가 고개 드니까 피어슨(패터슨)이…….”

<녹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패터슨 역 : “알렉스(에드워드)가 갑자기 그 한국인을 찌르기 시작했어요. 오른쪽 목 세 번, 왼쪽 목 네 번, 가슴에 두 번이요.”

처음엔 패터슨이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습니다.

범행에 사용된 주머니칼이 패터슨의 것인 데다, 친구들에게 자기가 사람을 죽였다고 자랑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인데 정작 검찰은 에드워드를 범인으로 판단합니다.

거짓말 탐지기 결과, 에드워드가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나왔고, 패터슨이 자신보다 키가 큰 조 씨의 목을 찌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패터슨은 흉기를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요.

그런데 1년 뒤 에드워드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 판결을 받습니다.

<녹취>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 판사 역 :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유족들은 패터슨이 진범이라며 고소했지만 그는 이미 광복절 특사로 풀려나 미국으로 도망친 뒤였습니다.

검찰이 실수로 패터슨의 출국정지를 연장하지 않았고 결국, 유력한 진범을 놓쳐버린 겁니다.

이때부터 길고 끈질긴 싸움을 한국에서 해야 했던 조중필 씨의 가족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서울 시내 학교 안 간 곳 없이 몇 번씩 가서 (재수사를 요청하는) 서명받아서 (검찰에) 올리고 그랬어요.”

그러던 차에 2009년, 이 사건이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다시 한 번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거센 여론에 밀려 결국, 검찰은 재수사를 했고, 패터슨이 진범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미국에 범죄인 인도 요청을 했습니다.

오랜 법정 다툼 끝에 미국연방법원이 범죄인 인도청구를 받아들이면서 2015년 9월, 사건이 발생한 지 18년 만에 패터슨은 한국으로 강제 송환됐습니다.

<녹취> 아더 존 패터슨 : “나는 언제나 그 사람(에드워드 건 리)이 죽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입니다.”

어머니는 패터슨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법이 패터슨을 용서해주지 않기를 바랬습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처음에 잘했으면 우리가 고생도 않고……. 이번에 잘해서 범인을 밝혀야 돼요.”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심에서 살인 혐의로 기소된 패터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건 장소에 남겨진 혈흔 형태를 분석한 결과가 증거로 채택됐습니다.

패터슨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의 결과도 원심과 같았습니다.

패터슨은 최후 진술에서 자신이 이 사건의 희생양이 됐다며 여전히 억울함을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비로소 20년에 걸친 긴 싸움이 끝이 났습니다.

<인터뷰> 김대현(판사/대법원 공보관실) : “범행 수법이 매우 끔찍하고 피고인은 범행의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떠넘기는 등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아 범행 당시 미성년자인 피고인에게 사실상 법정 최고형이 선고된 것입니다.”

조 씨의 어머니는 설마 하는 마음에 판결이 나기 전날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못 잤어요. 잠을. 계속 그게 걱정이었죠. 혹시 또 이번에도 무죄로 나오면 범인이 또 없어지는 거잖아요. 얘도 아니고 얘도 아니면. 그래서 무척 걱정하고 들어갔어요.”

분노를 억누르며 어머니라는 의무감으로 버텨왔던 세월.

어머니는 이제야 발을 뻗고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그래도 범인이 밝혀지니까 마음 한쪽은 후련해요. 내가 그거는 밝혀놓고 죽어야지 중필이라도 만나면 내가 이랬다 할 테니까요.”

살아있었다면 마흔이 훌쩍 넘었을 아들.

어머니는 착한 아들의 모습을 가슴에 묻었습니다.

<인터뷰> 이복수(故 조중필 씨 어머니) : “중필아. 내가 그동안 못 해준 게 한이 됐는데 그 나쁜 애들 때문에 네가 못 살고 죽었으니까 다음 세상에 태어나면 부잣집에 태어나 갖고 훌륭하게 잘 자라라. 꼭 부탁 좀 하고 싶다.”

사건 초기 부실 수사와 실수로 사건을 미궁 속에 빠뜨렸던 검찰을 비롯한 수사 당국.

이제라도 유족들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에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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