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우리 아이 찾아주세요”…명절에 더 ‘절절’

입력 2017.01.28 (21:16) 수정 2017.01.28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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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가슴이 더 타들어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실종된 자식을 찾아 다니고 있는 부모들인데요, 오승목 기자가 그 애타는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눈 내린 논길을 걷다 시선이 멈춘 곳.

10살 일형이가 자전거를 타고 놀던 곳입니다.

7년 전 가을, 일형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장소입니다.

<인터뷰> 김홍귀(실종 김일형 군 아버지) : "평상시처럼 논다고 나간 것 같은데, 그날따라 집에 못 들어온 거에요. 며칠을 가족끼리만 찾았어요."

부모는 생업을 접은 채 전국의 보육 시설을 돌기 시작했고, 혹시 다른 집에 입양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일형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인터뷰> 김홍귀(실종 김일형 군 아버지) : "부산까지도 갔다 오고 그랬는데 못 찾고 있습니다. 한 2, 3년은 생업을 포기하고 애만 찾아다녔는데..."

75살 노모의 손에도 빛바랜 사진이 들려 있습니다.

4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 아들 원섭이의 어릴 적 모습입니다.

<인터뷰> 한기숙(실종 최원섭 군 어머니) : "체격이 상당히 좋았어요. 5살 아이지만 한 6, 7살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애가 참 잘 생겼었지요."

평소 살갑게 지내던 옆집 여자를 따라 나섰던 5살 원섭이.

단서 하나 없이 유괴 수사는 종결됐지만, 명절이 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더 간절해집니다.

<녹취>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니 절대로 원섭이를 데려오지 않겠습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꼭 연락을 주세요. 부탁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실종 아동을 찾고 있습니다. 한 번 봐주세요."

매일 같이 전국을 누비며 500장의 전단을 돌리는 김기석 씨, 실종 당시 네 살이었던 아들을 찾아다니며 보낸 시간이 벌써 30년,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인터뷰> 김기석(실종 김호 군 아버지) : "갑상선 암은 5년이 경과됐으니까, 척추에 또 종양이 발견돼 가지고...고혈압, 당뇨, 고지혈, 중성지방, 통풍 뭐 없는 병이 없습니다."

아들을 영영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제는 가장 두렵습니다.

<인터뷰> 김기석(실종 김호 군 아버지) :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찾아 놓고 갈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영 못 찾고 그냥 내가 가는 게 아닌가..."

아이를 잃었다는 자책감, 또 미안함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마음의 병을 평생 안고 갑니다.

<인터뷰> 김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 "아이를 잃어 버린 그 상황에 시간이 멈춰 있는 거지요. 그래서 그 상황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반복돼서 생각이 나는 거에요. 그래서 명절이 되고 하면 아이를 더 찾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고..."

국내 장기 실종 아동은 470여 명, 부모들은 재회의 기적을 바라며 지금 이 순간도 애타게 자녀를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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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우리 아이 찾아주세요”…명절에 더 ‘절절’
    • 입력 2017-01-28 21:17:24
    • 수정2017-01-28 22:31:14
    뉴스 9
<앵커 멘트>

온 가족이 모이는 명절이면 가슴이 더 타들어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 동안 실종된 자식을 찾아 다니고 있는 부모들인데요, 오승목 기자가 그 애타는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눈 내린 논길을 걷다 시선이 멈춘 곳.

10살 일형이가 자전거를 타고 놀던 곳입니다.

7년 전 가을, 일형이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장소입니다.

<인터뷰> 김홍귀(실종 김일형 군 아버지) : "평상시처럼 논다고 나간 것 같은데, 그날따라 집에 못 들어온 거에요. 며칠을 가족끼리만 찾았어요."

부모는 생업을 접은 채 전국의 보육 시설을 돌기 시작했고, 혹시 다른 집에 입양되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또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일형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인터뷰> 김홍귀(실종 김일형 군 아버지) : "부산까지도 갔다 오고 그랬는데 못 찾고 있습니다. 한 2, 3년은 생업을 포기하고 애만 찾아다녔는데..."

75살 노모의 손에도 빛바랜 사진이 들려 있습니다.

4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단 한 순간도 잊은 적이 없는 아들 원섭이의 어릴 적 모습입니다.

<인터뷰> 한기숙(실종 최원섭 군 어머니) : "체격이 상당히 좋았어요. 5살 아이지만 한 6, 7살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었고. 애가 참 잘 생겼었지요."

평소 살갑게 지내던 옆집 여자를 따라 나섰던 5살 원섭이.

단서 하나 없이 유괴 수사는 종결됐지만, 명절이 되면 어머니의 마음은 더 간절해집니다.

<녹취> "낳은 정보다 기른 정이 더 중요하다고 하니 절대로 원섭이를 데려오지 않겠습니다. 이 편지를 보시고, 꼭 연락을 주세요. 부탁합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실종 아동을 찾고 있습니다. 한 번 봐주세요."

매일 같이 전국을 누비며 500장의 전단을 돌리는 김기석 씨, 실종 당시 네 살이었던 아들을 찾아다니며 보낸 시간이 벌써 30년, 몸과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쳤습니다.

<인터뷰> 김기석(실종 김호 군 아버지) : "갑상선 암은 5년이 경과됐으니까, 척추에 또 종양이 발견돼 가지고...고혈압, 당뇨, 고지혈, 중성지방, 통풍 뭐 없는 병이 없습니다."

아들을 영영 못 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이제는 가장 두렵습니다.

<인터뷰> 김기석(실종 김호 군 아버지) :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찾아 놓고 갈 수 있을까. 한편으로는 영 못 찾고 그냥 내가 가는 게 아닌가..."

아이를 잃었다는 자책감, 또 미안함 때문에 대부분의 부모는 마음의 병을 평생 안고 갑니다.

<인터뷰> 김진(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소장) : "아이를 잃어 버린 그 상황에 시간이 멈춰 있는 거지요. 그래서 그 상황이 계속해서 머릿속에서 반복돼서 생각이 나는 거에요. 그래서 명절이 되고 하면 아이를 더 찾아야 되겠다는 마음이 간절해지고..."

국내 장기 실종 아동은 470여 명, 부모들은 재회의 기적을 바라며 지금 이 순간도 애타게 자녀를 찾고 있습니다.

KBS 뉴스 오승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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