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이슈] 트럼프 공백, 드러나는 푸틴의 야심

입력 2017.02.04 (21:44) 수정 2017.02.04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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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테러를 막겠다며 추진한 '반 이민행정명령'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무역협정 재협상에 중국과 일본, 독일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공격하면서 큰 마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유독 러시아에는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 틈을 타고 서서히 야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핫이슈 보도본부 국제부 연결합니다.

최성원 기자?

<리포트>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1년, 미국은 탁구선수를 중국에 보내 '죽의 장막'을 걷어냅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기억하시죠?

이 장면이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를 다룬 것인데요.

8년 후인 1979년 1월 1일, 미국과 중국은 정식 수교를 하게 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소련과 중국이 국경 분쟁으로 멀어졌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미국이 이 틈을 타 중국과 손을 잡은 것입니다.

미·중 수교의 산파역,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끝낸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정치 원로, 미국 국익을 지킨다며 캄보디아 비밀 공습, 칠레의 독재자를 지원해 수백만 명 죽음에 책임이 있는 1급 전범, 키신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는데요.

중국을 무려 100차례 넘게 방문해 중국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마오쩌둥과 첫 인연을 맺은 뒤 닉슨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켰고, 덩샤오핑과는 오랜 친구로 3세대 지도자로 불린 장쩌민과,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와도 수차례 만나며 친분을 다졌고, 시진핑 주석과도 2007년 첫 만남 이후 6차례 만남을 가졌습니다.

망백을 훌쩍 넘긴 올해 94살의 키신저,

지난해 2월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을 무렵,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습니다.

키신저는 이후 "러시아를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적 균형의 중요한 한 요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키신저는 푸틴을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최고조 일 때 "국제 세력 균형을 위해 미-러간의 본질적 대화가 중요하며 러시아를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푸틴이 3기 집권에 성공했을 때는 푸틴을 노골적으로 두둔했습니다.

<인터뷰> 헨리 키신저(전 미국 국무장관/CNN 방송과 인터뷰) : "푸틴은 반 서방주의자가 아닙니다. 내가 푸틴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미국과 어떤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길 매우 갈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키신저를 트럼프에게 소개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트럼프는 친 러시아 정책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70년 대 소련 견제를 위해 통상적인 미 국무부의 외교 경로를 무시한 이른바 '키신저 외교'가 전개됐다면 지금은 신형 대국 관계를 주장하는 중국의 힘을 빼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는 '트럼프 외교'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과 17년 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석유재벌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임명했고, 국가안보보좌관에는 푸틴과 친분이 있는 마이클 플린을 선택했습니다.

1년 전, 러시아 관영 뉴스 채널 러시아 투데이가 주최한 행사인데요,

공직에서 물러난 플린은 당시 푸틴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 앉을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까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군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 간에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2월부터 휴전에 들어갔으나 서로, 먼저 공격을 감행해 왔다고 주장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도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대 속에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IS 격퇴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인데 중동 내 군사기지를 확보한 것은 물론 추후 이라크 등 다른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 영토 수호를 위해 첨단 방공망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10발까지 동시 요격할 수 있는 S-500 고고도미사일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요격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UN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나진-하산 간 국경철도의 주요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교육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3년 전에는 러시아가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2014년 3월 14일, 미국 NBC 투데이) : "우리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오랫동안 푸틴은 오바마의 점심이자 우리의 점심을 먹었습니다."

키신저를 만나고 '트럼프 외교'의 철학을 완성했다는 트럼프,

그런데 헨리 키신저가 세계 외교계의 거인으로 불리는 것은 전술핵무기의 제한적 사용과 대량 보복 전략을 비판해 왔고, '죽의 장막'을 열고 미·중 수교의 길을 열었으며, 4차 중동전쟁을 벌이던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중재하는 등 중동의 평화를 위해 힘썼고, 베트남 공산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베트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전쟁'과 '갈등' 대신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과 일본, 독일을 집중 타격하고 나토를 한물간 구식체제라고 비난하며 동맹국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이야기하는 '트럼프식 외교',

트럼프는 키신저를 자신의 친러 행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키신저 외교의 핵심인 '평화'라는 철학은 버린것이 아닐까요?

이민자와 동맹국을 핍박하는 초강대국 미국,

민주주의의 최후 수호자를 자임해 온 미국이 보여주고 싶은 미국다운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브리핑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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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핫 이슈] 트럼프 공백, 드러나는 푸틴의 야심
    • 입력 2017-02-04 22:04:30
    • 수정2017-02-04 22: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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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테러를 막겠다며 추진한 '반 이민행정명령'이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무역협정 재협상에 중국과 일본, 독일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공격하면서 큰 마찰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는 유독 러시아에는 호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푸틴 러시아 대통령, 이 틈을 타고 서서히 야심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번 주 핫이슈 보도본부 국제부 연결합니다.

최성원 기자?

<리포트>

지금으로부터 40여 년 전인 1971년, 미국은 탁구선수를 중국에 보내 '죽의 장막'을 걷어냅니다.

톰 행크스 주연의 영화 '포레스트 검프' 기억하시죠?

이 장면이 미국과 중국의 '핑퐁외교'를 다룬 것인데요.

8년 후인 1979년 1월 1일, 미국과 중국은 정식 수교를 하게 됩니다.

한국전쟁이 끝난 뒤 소련과 중국이 국경 분쟁으로 멀어졌고 소련을 견제하려던 미국이 이 틈을 타 중국과 손을 잡은 것입니다.

미·중 수교의 산파역,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었습니다.

베트남 전쟁을 끝낸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의 가장 위대한 정치 원로, 미국 국익을 지킨다며 캄보디아 비밀 공습, 칠레의 독재자를 지원해 수백만 명 죽음에 책임이 있는 1급 전범, 키신저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갈리는데요.

중국을 무려 100차례 넘게 방문해 중국과 남다른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마오쩌둥과 첫 인연을 맺은 뒤 닉슨 대통령과의 미·중 정상회담을 최초로 성사시켰고, 덩샤오핑과는 오랜 친구로 3세대 지도자로 불린 장쩌민과, 4세대 지도자인 후진타오와도 수차례 만나며 친분을 다졌고, 시진핑 주석과도 2007년 첫 만남 이후 6차례 만남을 가졌습니다.

망백을 훌쩍 넘긴 올해 94살의 키신저,

지난해 2월 미국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을 무렵,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면담했습니다.

키신저는 이후 "러시아를 미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새로운 국제적 균형의 중요한 한 요소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키신저는 푸틴을 지금까지 10차례 이상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최고조 일 때 "국제 세력 균형을 위해 미-러간의 본질적 대화가 중요하며 러시아를 고립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고, 푸틴이 3기 집권에 성공했을 때는 푸틴을 노골적으로 두둔했습니다.

<인터뷰> 헨리 키신저(전 미국 국무장관/CNN 방송과 인터뷰) : "푸틴은 반 서방주의자가 아닙니다. 내가 푸틴을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미국과 어떤 전략적인 관계를 구축하길 매우 갈망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트럼프의 사위 쿠슈너는 키신저를 트럼프에게 소개했습니다.

당시 트럼프는 큰 감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트럼프는 친 러시아 정책을 핵심 외교정책으로 내세우기 시작합니다.

70년 대 소련 견제를 위해 통상적인 미 국무부의 외교 경로를 무시한 이른바 '키신저 외교'가 전개됐다면 지금은 신형 대국 관계를 주장하는 중국의 힘을 빼기 위해 러시아와 손잡는 '트럼프 외교'가 시작된 것입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과 17년 동안 친분을 유지해 온 석유재벌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에 임명했고, 국가안보보좌관에는 푸틴과 친분이 있는 마이클 플린을 선택했습니다.

1년 전, 러시아 관영 뉴스 채널 러시아 투데이가 주최한 행사인데요,

공직에서 물러난 플린은 당시 푸틴 대통령의 바로 옆자리에 앉을 정도로 친분을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 트럼프의 의도대로 움직여 줄까요?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정부군과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 간에 교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2015년 2월부터 휴전에 들어갔으나 서로, 먼저 공격을 감행해 왔다고 주장하며 공격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시리아에서도 영향력을 더욱 확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대 속에 알 아사드 정권을 지원해IS 격퇴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인데 중동 내 군사기지를 확보한 것은 물론 추후 이라크 등 다른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도 확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러시아 영토 수호를 위해 첨단 방공망 구축도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을 10발까지 동시 요격할 수 있는 S-500 고고도미사일을 중심으로 거미줄 같은 요격망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UN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의 협력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나진-하산 간 국경철도의 주요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교육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3년 전에는 러시아가 가장 큰 골칫거리라고 주장했습니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2014년 3월 14일, 미국 NBC 투데이) : "우리는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고 힘을 보여줘야 합니다. 오랫동안 푸틴은 오바마의 점심이자 우리의 점심을 먹었습니다."

키신저를 만나고 '트럼프 외교'의 철학을 완성했다는 트럼프,

그런데 헨리 키신저가 세계 외교계의 거인으로 불리는 것은 전술핵무기의 제한적 사용과 대량 보복 전략을 비판해 왔고, '죽의 장막'을 열고 미·중 수교의 길을 열었으며, 4차 중동전쟁을 벌이던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중재하는 등 중동의 평화를 위해 힘썼고, 베트남 공산화를 초래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베트남 전쟁을 끝내기 위해 북베트남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등 '전쟁'과 '갈등' 대신 '평화'를 위해 헌신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과 일본, 독일을 집중 타격하고 나토를 한물간 구식체제라고 비난하며 동맹국에 안보 무임승차론을 이야기하는 '트럼프식 외교',

트럼프는 키신저를 자신의 친러 행보를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키신저 외교의 핵심인 '평화'라는 철학은 버린것이 아닐까요?

이민자와 동맹국을 핍박하는 초강대국 미국,

민주주의의 최후 수호자를 자임해 온 미국이 보여주고 싶은 미국다운 모습이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뉴스브리핑룸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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