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트럼프 시대, 일본 ‘전전긍긍’

입력 2017.02.04 (21:51) 수정 2017.02.07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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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일 겁니다.

전통적으로 미·일 동맹을 외치며, 안보에 기대는 데다 일본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인 까닭에 경제적 연관성도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일본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시대 일본의 고민과 전략을 도쿄 이승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직후 아베 일본 총리는 뉴욕으로 날아가 이례적인 취임 전 만남을 가졌습니다.

<인터뷰> 아베(일본 총리) :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습니다."

총리 보좌관을 직접 워싱턴으로 보내, 트럼프 인맥 쌓기에 나서는 등 일본은 상당히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가와이(아베 총리 보좌관) : "(모두가)선거전에서의 트럼프 당선인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라고.. 모두들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은 오는 10일,

영국 메이 총리에 이어 외국 정상으로서는 두 번째 만남입니다.

일본의 초조함이 반영된 미·일 정상회담, 아베는 안보와 동맹을 트럼프는 환율과 무역적자를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높이 75미터, 길이 330여 미터.

미국의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탑재 항공기만 70대,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 중인 곳은 도쿄에서 1시간여 떨어진 요코스카 항.

미국 항공모함 중 유일하게, 미국 본토 밖에 모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요코스카 항을 포함해, 일본에는 10여 개의 미군 기지가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일 미군의 주둔 비용을 일본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일 간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문제, 여기에 북핵과 미사일 등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비용 문제에 더해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를 이야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역대 정권 정권이 보여온 미·일 동맹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일본은 새로 임명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역할에 기대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다나카(국제공공정책연구센터 이사장) : "첫 방문지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것은 매티스의 생각, 즉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되자 일본이 스스로 역할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합법적으로 군대를 보유하자는 우익 정치권의 헌법 개정 분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인터뷰> 아베(일본 총리) : "안전보장정책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라는 인식에 근거해, 일본도 방위력을 강화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근 일본 언론의 머리기사를 연일 장식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일본 비판,

트럼프가 직접 환율조작국으로 중국과 함께 일본을 지목하자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인터뷰> 트럼프(미국 대통령) : "중국과 일본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보세요. 그들은 외환시장을 조작해서 통화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멍청이처럼 앉아만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경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은 더 큽니다.

<인터뷰> 스즈키(사장/스즈키 자동차) : "(트럼프) 발언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해야 하는 것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닛산 자동차.

멕시코에서만 5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닛산을 포함해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자동차 수만 연간 100만대에 달합니다.

일본은 자유무역협정의 일환인 나프타로 미국 멕시코 간에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인건비가 싼 멕시코에서 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우회 전략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일성으로 나프타 재교섭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차가 일본에서 많이 팔리고 있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하자 위기감이 더 커졌습니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일본에 차를 팔려고 해도, 일본이 그걸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불공평하죠. 불공평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미 유력지에 게재한 전면 광곱니다.

"일본에 대가를 치르게 하라"며 강한 어조로 일본의 대규모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비판했습니다.

일본 측은 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미국 수출이 급증하면서 빚어졌던 미·일 간 무역마찰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도요타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공장에 700억 달러를 투자해, 4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디애나주는 펜스 부통령의 고향입니다.

도요타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구마가이(다이와 총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 : "자동차 산업은 굉장히 관련 분야가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됐다고 하는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이 큰 양보를 하라고 압박받아 타격이 있게 되면, 전체 경제에 상당히 큰 마이너스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 대기업들의 연합체인 경단련은 트럼프 정권의 경제 정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트럼프 분석팀을 만들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미국과의 FTA 양자 협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 관련 논의도 풀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아베(일본 총리) :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관계인 미·일의 경제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넓은 관점에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비지니스맨 기질을 발휘해 안보를 볼모로 경제면에서 상당한 요구를 해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안보와 경제 등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면서 미국 의존도가 큰 일본에 또 다른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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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트럼프 시대, 일본 ‘전전긍긍’
    • 입력 2017-02-04 22:06:22
    • 수정2017-02-07 15:16:13
    특파원 보고 세계는 지금
<앵커 멘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 시대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 중 하나가 일본일 겁니다. 전통적으로 미·일 동맹을 외치며, 안보에 기대는 데다 일본의 최대 수출국이 미국인 까닭에 경제적 연관성도 큽니다. 그래서일까요?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에 대한 비판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요, 일본은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트럼프 시대 일본의 고민과 전략을 도쿄 이승철 특파원이 전해왔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직후 아베 일본 총리는 뉴욕으로 날아가 이례적인 취임 전 만남을 가졌습니다. <인터뷰> 아베(일본 총리) :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확신했습니다." 총리 보좌관을 직접 워싱턴으로 보내, 트럼프 인맥 쌓기에 나서는 등 일본은 상당히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인터뷰> 가와이(아베 총리 보좌관) : "(모두가)선거전에서의 트럼프 당선인 발언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라고.. 모두들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미·일 정상회담은 오는 10일, 영국 메이 총리에 이어 외국 정상으로서는 두 번째 만남입니다. 일본의 초조함이 반영된 미·일 정상회담, 아베는 안보와 동맹을 트럼프는 환율과 무역적자를 테이블에 올릴 것으로 보입니다. 높이 75미터, 길이 330여 미터. 미국의 핵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가 그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탑재 항공기만 70대, 미국의 태평양 전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로널드 레이건호가 정박 중인 곳은 도쿄에서 1시간여 떨어진 요코스카 항. 미국 항공모함 중 유일하게, 미국 본토 밖에 모항을 두고 있습니다. 이 요코스카 항을 포함해, 일본에는 10여 개의 미군 기지가 있습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일 미군의 주둔 비용을 일본이 더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일 간 안보 현안으로 떠올랐습니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센카쿠 문제, 여기에 북핵과 미사일 등 일본으로서는 미국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비용 문제에 더해 일본과의 새로운 관계를 이야기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까지 역대 정권 정권이 보여온 미·일 동맹관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일본은 새로 임명된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역할에 기대는 모습입니다. <인터뷰> 다나카(국제공공정책연구센터 이사장) : "첫 방문지가 한국과 일본이라는 것은 매티스의 생각, 즉 미국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그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가 본격화되자 일본이 스스로 역할을 찾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합법적으로 군대를 보유하자는 우익 정치권의 헌법 개정 분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인터뷰> 아베(일본 총리) : "안전보장정책에 있어서 근간이 되는 것은 스스로의 힘으로라는 인식에 근거해, 일본도 방위력을 강화하고 스스로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최근 일본 언론의 머리기사를 연일 장식하고 있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잇따른 일본 비판, 트럼프가 직접 환율조작국으로 중국과 함께 일본을 지목하자 충격을 받은 모습입니다. <인터뷰> 트럼프(미국 대통령) : "중국과 일본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보세요. 그들은 외환시장을 조작해서 통화가치를 떨어뜨렸습니다. 우리는 멍청이처럼 앉아만 있었습니다." 특히 일본 경제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자동차 업계의 긴장감은 더 큽니다. <인터뷰> 스즈키(사장/스즈키 자동차) : "(트럼프) 발언 때문에 우왕좌왕하는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해야 하는 것을 충실히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 일본의 주요 자동차 메이커 중 하나인 닛산 자동차. 멕시코에서만 50만대의 자동차를 만들어 미국 등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닛산을 포함해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우회 수출하는 자동차 수만 연간 100만대에 달합니다. 일본은 자유무역협정의 일환인 나프타로 미국 멕시코 간에 관세가 적용되지 않는 점을 이용해 인건비가 싼 멕시코에서 차를 만들어 수출하는 우회 전략을 써왔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 일성으로 나프타 재교섭을 천명하고 나서면서 일본 자동차 업계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차가 일본에서 많이 팔리고 있지 않다며 강하게 비판하자 위기감이 더 커졌습니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일본에 차를 팔려고 해도, 일본이 그걸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건 불공평하죠. 불공평한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1987년 미 유력지에 게재한 전면 광곱니다. "일본에 대가를 치르게 하라"며 강한 어조로 일본의 대규모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비판했습니다. 일본 측은 1980년대 일본산 자동차와 전자제품의 미국 수출이 급증하면서 빚어졌던 미·일 간 무역마찰이 다시 재연되는 것 아닌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던 도요타는 미국 인디애나주의 공장에 700억 달러를 투자해, 400명의 신규 고용을 창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인디애나주는 펜스 부통령의 고향입니다. 도요타가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구마가이(다이와 총연구소 선임 이코노미스트) : "자동차 산업은 굉장히 관련 분야가 많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됐다고 하는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이 큰 양보를 하라고 압박받아 타격이 있게 되면, 전체 경제에 상당히 큰 마이너스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일본 대기업들의 연합체인 경단련은 트럼프 정권의 경제 정책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트럼프 분석팀을 만들기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미국과의 FTA 양자 협정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에서,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경제 관련 논의도 풀어간다는 계획입니다. <인터뷰>아베(일본 총리) :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 관계인 미·일의 경제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지, 넓은 관점에서 '윈윈'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겠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비지니스맨 기질을 발휘해 안보를 볼모로 경제면에서 상당한 요구를 해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 안보와 경제 등 새로운 환경이 도래하면서 미국 의존도가 큰 일본에 또 다른 과제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이승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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