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이슈] 아내 때려도 사회봉사로 끝?…러 여성계 화났다

입력 2017.02.15 (20:40) 수정 2017.02.15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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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러시아는 지금 가정폭력 문제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얼마 전 푸틴 대통령이 가정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주는 법안에 서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크다고 하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도대체 처벌 수준을 어떻게 얼마나 완화했길래 논란이 되는 건지 궁금하네요.

<답변>
많이 완화해 준 거 같습니다.

좀 단순하게 말하면 경범죄 수준으로 처벌을 내렸다, 이렇게도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푸틴 대통령이 지난주에 서명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미 발효가 된 상황인데, 핵심은 기존에 감옥에 보냈던 수준을, 감옥 대신에 벌금이나 사회봉사로 때울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피해자 부상 정도가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을 입는다거나 해서 입원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유치장에 1-2주 머물거나 벌금, 사회봉사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는 피해자가 여기저기 멍이 들고 다쳤다고 하면 징역형까지 줄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징역을 피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법안을 도입한 국회나 정부 입장은 이런 겁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정은 신성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국가가 가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데, 이런 전통을 수호하는 입장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이 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는 건 러시아의 가정폭력 문제가 많이 심각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가정폭력 문제가 어느 나라에나 있긴 합니다만,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죠.

러시아에서 지난해 제작된 공익광고를 하나 보시고 계십니다.

여성이 앉아있죠. 고개를 돌리니까 얼굴에 저렇게 멍이 들어있습니다.

카메라를 돌려볼까요.

네, 남성이 좀 험악한 얼굴로 앉아있죠.

무슨 의미인지는 바로 아실 겁니다.

광고가 아닌 실제 사례를 볼까요.

이곳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쉼터입니다.

한 피해 여성은 남편한테서 12년 동안 폭력에 시달렸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달라진 게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여성 : "경찰에 여러번 갔어요. 하지만 경찰이 아무것도 해준 게 없습니다. 그냥 집에 돌아와야 했죠."

이 여성도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서 수시로 학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녹취> 마샤(가정폭력 피해 여성) : "동생과 놀고 있는데 동생이 쓰러졌어요. 아버지는 내가 동생을 밀었다며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렸죠."

그러나 아버지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질문>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통계가 좀 있다면서요.

<답변>
물론 공식 통계는 아닙니다만 외신 보도나 관련 단체 통계를 보면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중범죄 가운데 40%가 가족 간에 일어난다고 하구요.

해마다 만 4천 명의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 때문에 숨진다고 집계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피해도 상당히 많겠죠.

<질문>
심각합니다.

그런데 이미 푸틴 대통령이 서명을 했고 발효가 됐단 말이죠, 반대 운동하는 쪽에서도 답답하겠어요.

<답변>
네, 발효가 됐다지만 그래도 반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사회 특성상 대규모 집회가 열리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반대 운동이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폭력 피해 사례를 공유하면서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지금까지 30만 명 넘게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러시아에선 가정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서방 문화에서 온 거라는 인식도 적잖아서, 이들의 싸움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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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이슈] 아내 때려도 사회봉사로 끝?…러 여성계 화났다
    • 입력 2017-02-15 20:26:43
    • 수정2017-02-15 20:56:23
    글로벌24
<앵커 멘트>

러시아는 지금 가정폭력 문제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얼마 전 푸틴 대통령이 가정폭력을 저지른 사람에 대한 처벌 수준을 완화해주는 법안에 서명을 했기 때문입니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크다고 하는데요,

오늘 글로벌 이슈에서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질문>
도대체 처벌 수준을 어떻게 얼마나 완화했길래 논란이 되는 건지 궁금하네요.

<답변>
많이 완화해 준 거 같습니다.

좀 단순하게 말하면 경범죄 수준으로 처벌을 내렸다, 이렇게도 말씀드릴 수 있을 거 같아요.

푸틴 대통령이 지난주에 서명을 했거든요.

그래서 이미 발효가 된 상황인데, 핵심은 기존에 감옥에 보냈던 수준을, 감옥 대신에 벌금이나 사회봉사로 때울 수 있게 해준다는 겁니다.

피해자 부상 정도가 뼈가 부러지거나 뇌진탕을 입는다거나 해서 입원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면, 유치장에 1-2주 머물거나 벌금, 사회봉사 수준에서 마무리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 이전에는 피해자가 여기저기 멍이 들고 다쳤다고 하면 징역형까지 줄 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징역을 피할 수 있게 된 거죠.

이 법안을 도입한 국회나 정부 입장은 이런 겁니다.

러시아에서는 전통적으로 가정은 신성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국가가 가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한데, 이런 전통을 수호하는 입장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겁니다.

<질문>
그런데 이 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되는 건 러시아의 가정폭력 문제가 많이 심각해서 그런 거 아니겠어요.

<답변>
그렇습니다.

가정폭력 문제가 어느 나라에나 있긴 합니다만, 러시아는 오래 전부터 국제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을 정도로 문제가 심각했죠.

러시아에서 지난해 제작된 공익광고를 하나 보시고 계십니다.

여성이 앉아있죠. 고개를 돌리니까 얼굴에 저렇게 멍이 들어있습니다.

카메라를 돌려볼까요.

네, 남성이 좀 험악한 얼굴로 앉아있죠.

무슨 의미인지는 바로 아실 겁니다.

광고가 아닌 실제 사례를 볼까요.

이곳은 가정폭력 피해 여성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쉼터입니다.

한 피해 여성은 남편한테서 12년 동안 폭력에 시달렸는데, 경찰에 신고해도 달라진 게 없었다고 합니다.

<녹취> 피해 여성 : "경찰에 여러번 갔어요. 하지만 경찰이 아무것도 해준 게 없습니다. 그냥 집에 돌아와야 했죠."

이 여성도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서 수시로 학대를 당했다고 합니다.

<녹취> 마샤(가정폭력 피해 여성) : "동생과 놀고 있는데 동생이 쓰러졌어요. 아버지는 내가 동생을 밀었다며 온몸에 멍이 들도록 때렸죠."

그러나 아버지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질문>
피해자가 얼마나 많은지 통계가 좀 있다면서요.

<답변>
물론 공식 통계는 아닙니다만 외신 보도나 관련 단체 통계를 보면 러시아에서 발생하는 중범죄 가운데 40%가 가족 간에 일어난다고 하구요.

해마다 만 4천 명의 여성들이 남편의 폭력 때문에 숨진다고 집계가 되고 있습니다.

아이들 피해도 상당히 많겠죠.

<질문>
심각합니다.

그런데 이미 푸틴 대통령이 서명을 했고 발효가 됐단 말이죠, 반대 운동하는 쪽에서도 답답하겠어요.

<답변>
네, 발효가 됐다지만 그래도 반대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사회 특성상 대규모 집회가 열리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온라인을 중심으로는 반대 운동이 꾸준하게 확산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경험한 폭력 피해 사례를 공유하면서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운동이 진행되고 있고, 지금까지 30만 명 넘게 이름을 올렸다고 합니다.

러시아에선 가정 문제에 국가가 개입하는 게 서방 문화에서 온 거라는 인식도 적잖아서, 이들의 싸움에 어려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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