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맹독 사용…5년 전부터 암살 시도

입력 2017.02.16 (08:07) 수정 2017.02.1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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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김정남이 셀프 체크인 기기 앞에서 수속을 밟던 순간, 여성 2명이 접근했습니다.

김정남의 뒤를 낚아챈 뒤, 얼굴에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렸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서, 피살 순간을 목격한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번 암살의 배후로는 대남 또는 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북한 정찰총국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들은 적은 양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맹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게 브롬화네오스티그민입니다.

10mg만 써도 바로 목숨을 빼앗을 수 있어서 요인 암살용 독침이나 독총의 주성분으로 사용됩니다.

모노플로르초산나트륨도 북한 공작원들이 쓰는 독극물입니다.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3배 이상 강합니다.

청산 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물이나 에테르에 녹기 때문에 스프레이로 뿌리는 게 가능합니다.

김정남에 대한 암살 시도는,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5년여 간 계속됐습니다.

국정원은 이 암살 명령이 취소 명령이 있기 전까지 계속 유효한, 이른바 스탠딩 오더였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김정남이 최근 망명을 시도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은이 망명을 막기 위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김정남이 북한 당국의 소환 명령에 응하지 않아 살해됐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국정원은 김정은의 암살 명령 직후 한 차례 암살 시도가 있었고, 두려움을 느낀 김정남이 2012년 4월, 살려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갈 곳도 피할 곳도 없어 도망가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명령은 유지됐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엿보던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이 실행된 것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이후 비슷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고,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한 주요 탈북 인사 등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습니다.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병원에 북한 인공기를 단 검정색 차량이 들어왔습니다.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비롯해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대거 나와 부검을 참관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북한이 말레이시아 측에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이 부검이 먼저라면서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낮에, 다른 나라 영토에서 벌어진 테러, 이번 사건은 1983년 일어난 아웅산 테러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북한의 폭탄 테러로 우리 정부 주요 인사 17명이 숨졌는데요.

우리보다 북한과 더 가까웠던 미얀마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07년까지 24년 동안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면, 말레이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이후, 이번엔 아들 김한솔을 비롯한 가족들이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마카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마카오 현지를 김태욱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피살된 김정남의 둘째 부인과 18살 된 딸이 살고 있던 아파트입니다.

최근엔 이곳에서도 이들 모녀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마카오 아파트 직원 : "그런 사건은 아무도 모릅니다. (김정남은 아세요?) 몰라요."

가까운 거리의 국제학교를 다니던 딸은 이미 지난해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때 김정남이 머물었던 해변가의 빌라는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녹취> "계세요?"

이웃들은 이 빌라에 인적이 끊긴 지 벌써 한참이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집안에 아무 것도 없어요?) 없어요. 빈집이에요. 벌써 몇 년 동안 사는 사람이 없어요."

예전에 김정남이 들르곤 했다는 식당에서도 김한솔이나 그 가족들의 근황을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녹취> 식당 종업업 : "((김정남) 아들은 본 적 있어요?) 없어요. 본 적이 없어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가족들이 이미 마카오를 떠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피살된 김정남이 타려했던 항공기의 목적지가 이곳 마카오였던 점으로 미뤄, 가족을 만나러 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김한솔과 그의 가족들은 현재 이곳 현지경호원이나 지인의 거처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카오에서 KBS 뉴스 김태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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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명적 맹독 사용…5년 전부터 암살 시도
    • 입력 2017-02-16 08:08:29
    • 수정2017-02-16 09: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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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남이 셀프 체크인 기기 앞에서 수속을 밟던 순간, 여성 2명이 접근했습니다.

김정남의 뒤를 낚아챈 뒤, 얼굴에 독극물로 추정되는 액체를 뿌렸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져서, 피살 순간을 목격한 사람을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번 암살의 배후로는 대남 또는 해외 공작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북한 정찰총국이 지목되고 있습니다.

북한 정찰총국 공작원들은 적은 양으로도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맹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합니다.

대표적인 게 브롬화네오스티그민입니다.

10mg만 써도 바로 목숨을 빼앗을 수 있어서 요인 암살용 독침이나 독총의 주성분으로 사용됩니다.

모노플로르초산나트륨도 북한 공작원들이 쓰는 독극물입니다.

청산가리보다 독성이 3배 이상 강합니다.

청산 가스가 사용됐을 가능성도 있는데요.

물이나 에테르에 녹기 때문에 스프레이로 뿌리는 게 가능합니다.

김정남에 대한 암살 시도는, 김정은 집권 직후부터 5년여 간 계속됐습니다.

국정원은 이 암살 명령이 취소 명령이 있기 전까지 계속 유효한, 이른바 스탠딩 오더였다고 밝혔습니다.

일각에선, 김정남이 최근 망명을 시도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김정은이 망명을 막기 위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김정남이 북한 당국의 소환 명령에 응하지 않아 살해됐다는 주장도 나왔는데요.

국정원은 김정은의 암살 명령 직후 한 차례 암살 시도가 있었고, 두려움을 느낀 김정남이 2012년 4월, 살려달라는 편지를 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갈 곳도 피할 곳도 없어 도망가는 길은 자살밖에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자신과 가족에 대한 응징 명령을 취소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명령은 유지됐고, 지속적으로 기회를 엿보던 북한 공작원에 의해 암살이 실행된 것이라고,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김정은이 이후 비슷한 테러를 저지를 수 있다고 보고, 태영호 전 공사를 비롯한 주요 탈북 인사 등에 대한 경호를 강화했습니다.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병원에 북한 인공기를 단 검정색 차량이 들어왔습니다.

강철 주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를 비롯해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대거 나와 부검을 참관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북한이 말레이시아 측에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청했지만, 말레이시아 경찰이 부검이 먼저라면서 거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대낮에, 다른 나라 영토에서 벌어진 테러, 이번 사건은 1983년 일어난 아웅산 테러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북한의 폭탄 테러로 우리 정부 주요 인사 17명이 숨졌는데요.

우리보다 북한과 더 가까웠던 미얀마는 이 사건을 계기로 2007년까지 24년 동안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이번 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증거가 드러나면, 말레이시아와 북한과의 관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김정남의 피살 이후, 이번엔 아들 김한솔을 비롯한 가족들이 다음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족들은 마카오에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입니다.

마카오 현지를 김태욱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피살된 김정남의 둘째 부인과 18살 된 딸이 살고 있던 아파트입니다.

최근엔 이곳에서도 이들 모녀의 모습은 발견되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마카오 아파트 직원 : "그런 사건은 아무도 모릅니다. (김정남은 아세요?) 몰라요."

가까운 거리의 국제학교를 다니던 딸은 이미 지난해 졸업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한때 김정남이 머물었던 해변가의 빌라는 문이 굳게 닫혀 있습니다.

<녹취> "계세요?"

이웃들은 이 빌라에 인적이 끊긴 지 벌써 한참이 됐다고 말합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집안에 아무 것도 없어요?) 없어요. 빈집이에요. 벌써 몇 년 동안 사는 사람이 없어요."

예전에 김정남이 들르곤 했다는 식당에서도 김한솔이나 그 가족들의 근황을 확인하긴 어렵습니다.

<녹취> 식당 종업업 : "((김정남) 아들은 본 적 있어요?) 없어요. 본 적이 없어요."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정남의 가족들이 이미 마카오를 떠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러나 피살된 김정남이 타려했던 항공기의 목적지가 이곳 마카오였던 점으로 미뤄, 가족을 만나러 오는 길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따라 김한솔과 그의 가족들은 현재 이곳 현지경호원이나 지인의 거처에 머물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마카오에서 KBS 뉴스 김태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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