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그룹 해체’…‘새로운 삼성’ 실험대

입력 2017.03.01 (08:17) 수정 2017.03.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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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삼성 그룹이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삼성을 이끌던 핵심 조직과 인력을 단번에 쳐내고 사실상 '그룹 해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은 셈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기소에 이어서, 임원들마저 무더기로 기소되자, 전면적인 쇄신안을 내놓은 겁니다.

그럼,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어떤 조직인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미래전략실'은 '관리의 삼성'을 만든 주축으로 꼽힙니다.

총수 직속 조직으로, 총수와 관련된 업무와 인사·기획, 법무를 총괄하는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습니다.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지배구조 개선 문제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같은 큰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시작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부텁니다.

외환위기 시절인 98년에는 '구조조정 본부'로 이름을 바꾸며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그룹 전체 역할 조정과 신사업 발굴 같은 일을 주도하면서 위상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른바 'x 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조직이 크게 축소되고,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후 2008년에 '삼성특검'이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 행위를 밝혀내자 삼성이 경경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전략기획실은 '전격 해체'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룹 전체를 총괄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0년 전략 기획 기능을 부활시키면서 '미래전략실'로 문패를 바꿔 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삼성 그룹은 왜 쇄신의 핵심으로 미래전략실을 지목한 걸까요?

미래전략실이 최순실 모녀에게 거액을 지원한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미래전략실을 전격적으로 해체하기로 한데는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특검 기소 시점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확실한 변화 의지를 부각하고 나선 겁니다.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향후 재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 이런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제 삼성 그룹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쇄신안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계열사 자율 경영' 입니다.

58년 동안 총수에서 컨트롤타워, 또, 계열사로 이어지던 '한국식' 그룹 경영을 '계열사 이사회 중심'으로 재편 하겠다는 겁니다.

각 계열사 이사회는 이제 권한을 '대폭 강화'해서 투자와 인사, 감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될 전망입니다.

3대 계열사인 삼성 전자와 생명, 물산을 중심축으로 관련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경유착 근절 차원에서 대관 업무 조직은 아예 없애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먼저' 시행된 일정액 이상의 기부금과 출연금에 대한 '이사회 승인 방침'은 전 계열사로 '확대' 됩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약속했던 1조 원 규모의 '차명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회공헌 방안'은 빠졌습니다.

신입사원 공채 역시 계열사별로 필요한 만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그룹 차원의 채용 공고가 아직 발표가 안됐기 때문에 상반기 공채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총수와 핵심 지원 조직이 계열사를 '일사분란하게' 이끄는 경영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사회 중심인 외국 기업들과 달리 총수의 '능력과 의지'에따라 기업의 '성과'가 좌우돼 온거죠.

그렇다면, 삼성 쇄신안이 이번엔 삼성을 쇄신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투명 경영과 '혁신'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이 2년 후 부활했던 것처럼, 비슷한 조직이 다시 생기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와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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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실상 ‘그룹 해체’…‘새로운 삼성’ 실험대
    • 입력 2017-03-01 08:24:03
    • 수정2017-03-01 08:5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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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삼성 그룹이 그룹 컨트롤 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해체 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습니다.

삼성을 이끌던 핵심 조직과 인력을 단번에 쳐내고 사실상 '그룹 해체'라는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은 셈입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 기소에 이어서, 임원들마저 무더기로 기소되자, 전면적인 쇄신안을 내놓은 겁니다.

그럼, 삼성의 '미래전략실'이 어떤 조직인지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미래전략실'은 '관리의 삼성'을 만든 주축으로 꼽힙니다.

총수 직속 조직으로, 총수와 관련된 업무와 인사·기획, 법무를 총괄하는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왔습니다.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를 조절하고, 지배구조 개선 문제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같은 큰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시작은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 시절 '비서실'에서 부텁니다.

외환위기 시절인 98년에는 '구조조정 본부'로 이름을 바꾸며 개별 회사 차원에서 할 수 없는 그룹 전체 역할 조정과 신사업 발굴 같은 일을 주도하면서 위상이 강화됐습니다.

하지만, 2006년 이른바 'x 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조직이 크게 축소되고, '전략기획실'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후 2008년에 '삼성특검'이 수조원대 차명계좌 운용 등 불법 행위를 밝혀내자 삼성이 경경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전략기획실은 '전격 해체'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그룹 전체를 총괄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0년 전략 기획 기능을 부활시키면서 '미래전략실'로 문패를 바꿔 달았습니다.

그렇다면, 삼성 그룹은 왜 쇄신의 핵심으로 미래전략실을 지목한 걸까요?

미래전략실이 최순실 모녀에게 거액을 지원한 '배후'로 지목됐기 때문입니다.

미래전략실을 전격적으로 해체하기로 한데는 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강한 '의지'가 작용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특검 기소 시점에서 미래전략실 해체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확실한 변화 의지를 부각하고 나선 겁니다.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향후 재판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 이런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이제 삼성 그룹이 어떻게 달라질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쇄신안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계열사 자율 경영' 입니다.

58년 동안 총수에서 컨트롤타워, 또, 계열사로 이어지던 '한국식' 그룹 경영을 '계열사 이사회 중심'으로 재편 하겠다는 겁니다.

각 계열사 이사회는 이제 권한을 '대폭 강화'해서 투자와 인사, 감사 등 핵심 업무를 담당하게 될 전망입니다.

3대 계열사인 삼성 전자와 생명, 물산을 중심축으로 관련 계열사들이 '함께' 주요 사안을 조정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경유착 근절 차원에서 대관 업무 조직은 아예 없애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 '먼저' 시행된 일정액 이상의 기부금과 출연금에 대한 '이사회 승인 방침'은 전 계열사로 '확대' 됩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약속했던 1조 원 규모의 '차명재산'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사회공헌 방안'은 빠졌습니다.

신입사원 공채 역시 계열사별로 필요한 만큼, 알아서 뽑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그룹 차원의 채용 공고가 아직 발표가 안됐기 때문에 상반기 공채부터 계열사별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한국 대기업들은 1960년대 산업화 이후 총수와 핵심 지원 조직이 계열사를 '일사분란하게' 이끄는 경영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이사회 중심인 외국 기업들과 달리 총수의 '능력과 의지'에따라 기업의 '성과'가 좌우돼 온거죠.

그렇다면, 삼성 쇄신안이 이번엔 삼성을 쇄신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정경유착 고리를 끊고, 투명 경영과 '혁신'을 얼마나 '실천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008년 비자금 사건으로 해체됐던 전략기획실이 2년 후 부활했던 것처럼, 비슷한 조직이 다시 생기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런 우려와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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