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토익 900점 보장”…대리시험의 진실은?

입력 2017.03.01 (08:36) 수정 2017.03.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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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중요한 시험을 코앞에 두면 빼먹지 않고 드는 생각이 있죠.

공부를 좀 더 해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와, 누가 나 대신 시험 좀 봐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이죠.

몇몇 사람들이 이 말도 안 되는 바람을 현실로 옮겼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30대 회사원이 토익과 토플 같은 영어시험을 대신 봐준 건데요.

취업이나 승진을 앞두고 높은 영어 성적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이 남성에게 돈을 주고 대리 시험을 부탁했다가 함께 적발됐습니다.

이 중 한 사람은 원래 토익 점수가 270점이었는데 대리 시험으로 무려 940점을 받았다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25살 A씨는 지난 2015년 취업 준비를 하던 중,

한 유학원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녹취> A00(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토익점수가 필요해서 검색하다가 보니까 대리 토익이라는 그런 방법이 있길래…….”

토익 시험을 대신 봐준다는 솔깃한 이야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로 연락을 했더니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녹취> A00(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900점대 정도의 그런 이력이 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점수는 당연히 높게 받을수록 좋지 않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었어요.”

대리 시험을 통해 높은 토익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는 것, 대리 시험의 대가는 400만 원이었습니다.

취직을 위해 토익점수가 필요했던 A씨는 결국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고 맙니다.

대리 시험을 의뢰한 겁니다.

의문의 남성은 우선 A씨에게 증명사진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녹취> A00(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사진 이런 걸 합성을 해야 하니까 신분증 같은 데. 제 사진을 안경 안 낀 사진을 보내달라. 뭐 그런 식으로 얘기했어요.”

높은 토익 시험 점수를 약속한 의문 속 남성의 정체는 대체 누굴까.

남성은 30살 김 모 씨로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번듯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김 씨는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영어에 능통했습니다.

<인터뷰> 정영철(형사/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 “우리나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고등학교 과정을 3년 정도 마치고 다시 한국에 와서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카투사 군 복무를 마치고 유명 제약회사에 취업해서 현재까지 재직 중인 그런 상태입니다.”

넉넉한 연봉을 받던 김 씨였지만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돈이 더 필요했다는데요.

자신의 영어 실력을 이용해 쉽고 짧은 시간에 돈을 벌고자 대리 시험이란 범행에 손을 댄 겁니다.

토익 시험의 경우 시험에 앞서 응시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는데 김 씨는 시험장 안에서 대리시험인 사실이 적발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김 씨가 쓴 방법은 사진 합성이었습니다.

의뢰인의 사진을 전송받아 자신의 사진과 합성한 겁니다.

의뢰인이 이 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받으면 그 신분증을 시험장에서 사용한 겁니다.

두 사람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한 탓에 감독관들도 사진만으로 대리 시험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겁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시험 현장에서 그렇게 적발이 된다든지 의심을 산 건 하나도 없습니다. 경찰관이 그 부분을 추적해서 밝혀내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런 범행수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토익 위원회는 갑자기 점수가 크게 오를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는데요.

<녹취>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 : “일정 기간에 성적이 급상승한 수험자들의 조사를 담당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주로 처음 시험 보는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았습니다.

<녹취> AOO(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예를 들면 300,400점대가 800점 이렇게 되면 뒤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처음 치는 사람이면 그렇게 문제가 크지 않다고….”

과거의 시험 점수가 있을 경우엔 점수를 조금씩 올리는 방법으로 의심을 피해갔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점수가 지나치게 낮은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시험 종류를 권유하기도 하고 200, 300 받는 사람은 예를 들어 600점, 다음에 800점, 이렇게 반복된 시험을 쳐서 조금씩 올린다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김 씨는 지난 3년간,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신해 토익 시험을 봐주고 1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정영철(형사/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 “목돈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까 범행을 끊지 못했던 거 같고요. 그 돈으로 이제 일부 유흥비에 사용도 하고 자기 생활비에 사용했던 것으로…….”

김 씨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의뢰인들은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거나, 승진 시험을 앞둔 회사원들.

실제로 김 씨의 대리 시험으로, 의뢰인들의 점수는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한 의뢰인은 270점에서 940점으로 상승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시험 경험이 없었던 A씨도 생각보다 훨씬 높은 점수가 나와 당황했다고 합니다.

<녹취> AOO(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높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러면 700점 이상을 요구했는데 900점이 넘게 나와서…….”

김 씨가 취득한 점수로 취업이나 승진에 사용한 사람은 모두 6명.

그중 취업 과정에서 활용한 사람은 3명인데 모두 합격엔 실패했습니다.

면접에서 실력이 들통 났기 때문입니다.

<녹취> AOO(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사용을 처음에 한 번은 했는데 그게 면접을 영어로 보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면접을 영어로 보면 제가 합격하기가 힘들어서 그다음부터는 안 썼습니다.”

경찰의 모니터링을 통해 결국, 대리 시험 사실이 발각되면서 김 씨의 범행은 막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대리 시험이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브로커들이 토익이나 시험과 관련된 기사가 올라오면 그 밑에 댓글을 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댓글 내용이 후불제로 토익시험을 대신 봐 드립니다. 실제로 이런 토익 부정행위를 계속 일삼는 그런 피의자들은, 일종의 브로커죠. 그런 사람들은 상당히 많이 활동하고 있다. 저희들은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구속하고 김 씨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20명 역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그 외에 다른 의뢰인 10여 명과 다른 브로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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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토익 900점 보장”…대리시험의 진실은?
    • 입력 2017-03-01 08:41:03
    • 수정2017-03-01 09: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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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중요한 시험을 코앞에 두면 빼먹지 않고 드는 생각이 있죠.

공부를 좀 더 해야 했는데 하는 뒤늦은 후회와, 누가 나 대신 시험 좀 봐주면 좋겠다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이죠.

몇몇 사람들이 이 말도 안 되는 바람을 현실로 옮겼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30대 회사원이 토익과 토플 같은 영어시험을 대신 봐준 건데요.

취업이나 승진을 앞두고 높은 영어 성적이 필요했던 사람들이 이 남성에게 돈을 주고 대리 시험을 부탁했다가 함께 적발됐습니다.

이 중 한 사람은 원래 토익 점수가 270점이었는데 대리 시험으로 무려 940점을 받았다는데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25살 A씨는 지난 2015년 취업 준비를 하던 중,

한 유학원 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녹취> A00(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서 토익점수가 필요해서 검색하다가 보니까 대리 토익이라는 그런 방법이 있길래…….”

토익 시험을 대신 봐준다는 솔깃한 이야기.

혹시나 하는 마음에 메일로 연락을 했더니 한 남성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녹취> A00(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900점대 정도의 그런 이력이 있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점수는 당연히 높게 받을수록 좋지 않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했었어요.”

대리 시험을 통해 높은 토익 점수를 받게 해주겠다는 것, 대리 시험의 대가는 400만 원이었습니다.

취직을 위해 토익점수가 필요했던 A씨는 결국 해서는 안될 선택을 하고 맙니다.

대리 시험을 의뢰한 겁니다.

의문의 남성은 우선 A씨에게 증명사진을 보내라고 했습니다.

<녹취> A00(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사진 이런 걸 합성을 해야 하니까 신분증 같은 데. 제 사진을 안경 안 낀 사진을 보내달라. 뭐 그런 식으로 얘기했어요.”

높은 토익 시험 점수를 약속한 의문 속 남성의 정체는 대체 누굴까.

남성은 30살 김 모 씨로 외국계 제약회사에 다니는 번듯한 직장인이었습니다.

김 씨는 토익 점수가 만점에 가까울 정도로 영어에 능통했습니다.

<인터뷰> 정영철(형사/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 “우리나라에서 중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서 고등학교 과정을 3년 정도 마치고 다시 한국에 와서 서울 유명 사립대학교 생명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그리고 카투사 군 복무를 마치고 유명 제약회사에 취업해서 현재까지 재직 중인 그런 상태입니다.”

넉넉한 연봉을 받던 김 씨였지만 유흥비 마련을 위해 돈이 더 필요했다는데요.

자신의 영어 실력을 이용해 쉽고 짧은 시간에 돈을 벌고자 대리 시험이란 범행에 손을 댄 겁니다.

토익 시험의 경우 시험에 앞서 응시자의 신분증을 확인하는데 김 씨는 시험장 안에서 대리시험인 사실이 적발돼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김 씨가 쓴 방법은 사진 합성이었습니다.

의뢰인의 사진을 전송받아 자신의 사진과 합성한 겁니다.

의뢰인이 이 사진으로 신분증을 재발급받으면 그 신분증을 시험장에서 사용한 겁니다.

두 사람 얼굴을 교묘하게 합성한 탓에 감독관들도 사진만으로 대리 시험 사실을 적발하지 못한 겁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시험 현장에서 그렇게 적발이 된다든지 의심을 산 건 하나도 없습니다. 경찰관이 그 부분을 추적해서 밝혀내기 전까지는 잘 드러나지 않는 그런 범행수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토익 위원회는 갑자기 점수가 크게 오를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는데요.

<녹취> 한국토익위원회 관계자 : “일정 기간에 성적이 급상승한 수험자들의 조사를 담당하는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김 씨는 이런 사실을 미리 알고, 주로 처음 시험 보는 사람들에게 의뢰를 받았습니다.

<녹취> AOO(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예를 들면 300,400점대가 800점 이렇게 되면 뒤에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처음 치는 사람이면 그렇게 문제가 크지 않다고….”

과거의 시험 점수가 있을 경우엔 점수를 조금씩 올리는 방법으로 의심을 피해갔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점수가 지나치게 낮은 사람들은 오히려 다른 시험 종류를 권유하기도 하고 200, 300 받는 사람은 예를 들어 600점, 다음에 800점, 이렇게 반복된 시험을 쳐서 조금씩 올린다는 거죠.”

이런 방식으로 김 씨는 지난 3년간, 20명이 넘는 사람들을 대신해 토익 시험을 봐주고 1억여 원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인터뷰> 정영철(형사/부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 : “목돈이 계속 들어오다 보니까 범행을 끊지 못했던 거 같고요. 그 돈으로 이제 일부 유흥비에 사용도 하고 자기 생활비에 사용했던 것으로…….”

김 씨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의뢰인들은 취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이거나, 승진 시험을 앞둔 회사원들.

실제로 김 씨의 대리 시험으로, 의뢰인들의 점수는 수직으로 상승했습니다.

한 의뢰인은 270점에서 940점으로 상승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시험 경험이 없었던 A씨도 생각보다 훨씬 높은 점수가 나와 당황했다고 합니다.

<녹취> AOO(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높을수록 좋다는 이야기를 해서 그러면 700점 이상을 요구했는데 900점이 넘게 나와서…….”

김 씨가 취득한 점수로 취업이나 승진에 사용한 사람은 모두 6명.

그중 취업 과정에서 활용한 사람은 3명인데 모두 합격엔 실패했습니다.

면접에서 실력이 들통 났기 때문입니다.

<녹취> AOO(대리시험 의뢰인/음성변조) : “사용을 처음에 한 번은 했는데 그게 면접을 영어로 보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면접을 영어로 보면 제가 합격하기가 힘들어서 그다음부터는 안 썼습니다.”

경찰의 모니터링을 통해 결국, 대리 시험 사실이 발각되면서 김 씨의 범행은 막을 내렸습니다.

경찰은 대리 시험이 더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을 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병수(부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장) : “브로커들이 토익이나 시험과 관련된 기사가 올라오면 그 밑에 댓글을 다는 경우가 있는데 그 댓글 내용이 후불제로 토익시험을 대신 봐 드립니다. 실제로 이런 토익 부정행위를 계속 일삼는 그런 피의자들은, 일종의 브로커죠. 그런 사람들은 상당히 많이 활동하고 있다. 저희들은 그렇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김 씨를 구속하고 김 씨에게 대리시험을 의뢰한 20명 역시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그 외에 다른 의뢰인 10여 명과 다른 브로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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