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귀신 들렸다” 무속인 말에…세 살 딸에 매질

입력 2017.03.06 (08:34) 수정 2017.03.0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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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얼마 전 세 살 난 여자아이가 엄마와 외할머니의 폭행 때문에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아이가 잠을 안 자고 보챈다는 게 아이를 때린 이유로 알려졌죠.

하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더 충격적인 폭행 이유가 드러나는데요.

아이가 “귀신에 씌었다”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끔찍한 폭행을 했단 겁니다.

귀신을 쫓기 위해, 무지막지한 폭행을 한 것도 모자라 사흘 동안 밥도 안 주고 아이를 굶겼다고 하는데요.

아이가 숨을 거둘 때까지 주변에선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중년 여성이 점퍼로 감싼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옵니다.

뒤따라 아이 엄마도 들어오는데요.

의료진이 아이를 살펴보지만, 이미 숨진 상태.

세살 아이의 몸에는 심상치 않은 멍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응급실 들어오기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요.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죠. 양팔은 이미 새파랗고, 발도 새파랗고. 얼굴도 좀 뻘겋게 멍들어 있고, 몸도 뻘겋게 멍들어 있고요."

의료진은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김민광(경사/이천경찰서 창전지구대) : "처음에는 (아이) 몸에 열이 많이 나서 열이 지속되다 보니까 얼음 팩 찜질이랑 마사지를 해줬다고 진술을 하더라고요."

아이 엄마인 26살 최모 씨와 외할머니 50살 신모 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폭행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자 아이를 떄렸다는 건데요.

<인터뷰> 유태운(이천경찰서 수사과장/지난달 21일) : "아이가 평소에 잠을 안 자고 보채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지난 (2월) 18일 하고 19일 일요일하고 토요일 두 시간에 걸쳐서 아이를 훌라후프하고 복숭아나무 회초리로 폭행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신 씨의 집에선 폭행에 사용한 나뭇가지 회초리와 훌라후프가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전신 피하출혈에 의한 "실혈사".

아이가 전신에 매를 맞고, 피를 많이 흘려 사망했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어린 아이를 이렇게 무참히 때린 걸까요.

경기도 이천시의 한 마을.

아이의 외할머니인 신 씨의 집이자 아동 학대가 일어난 곳인데요.

마을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아이와 아이 엄마를 몰랐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A(음성변조) : "본 사람이 없어. 아는 사람도 없고. 실질적으로 여기에 같이 살았는지 조차도 모르는 거예요. (여기 살던) 외할머니가 51살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분조차도 동네사람들하고 아는 사람이 없어."

<녹취> 마을 주민B(음성변조) : "(밖에) 나와 다니면 동네 사람들 얼굴을 아는데, 아이 못 봤지. 아이 있는 것도 몰랐다니까."

집 앞을 지나던 주민이 우연히 아이 소리를 들은 적 있다는 게 취재진이 들은 유일한 목격담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C(음성변조) : "(지난해) 여름에 딱 한 번 들어봤어. / (그 집) 지나가다 한 번 들었어. / 그냥 아이 노는 소리, 떠드는 소리..손님이 온 줄 (알았어.) 손녀딸이 뭐 다니러 온줄 알았어."

최 씨가 아이를 데리고 이 집으로 온 건, 갑작스런 이혼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신 씨는 재혼을 해서 살고 있었는데, 신 씨의 남편은 25년 동안 본 적이 없는 아내의 딸이지만 갈 곳이 없게 됐다고 하자 한 집에서 지내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난 초혼이고 집사람 (아내는) 재혼이고 이렇게 된 거야. ('아내의 딸이) 이혼해가지고 그냥 오갈 데 없다' 집사람이 이야기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냥 그러면 우리 집에 와서 당분간 갈 때까지 있어라 해서 내가 허락을 했어."

신 씨의 남편은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워 폭행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나는 일 갔다 밤에 오고 새벽같이 나가니까 모르지. 지방으로 일이 있기 때문에 집 일을 몰라요."

의붓딸과도 서먹서먹해 손녀를 유심히 살필 겨를이 없었단 건데요.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아이는) 퇴근하고 보겠지 그런데 뭐 멀쩡해. (어머니도 아예 모르셨대요? 아이 때리고 한 것을?) 어머니는 모르죠 전혀. 왜냐하면 아침에 경로당 가서 밤에 오는데."

경찰 조사에서 아이 엄마와 외할머니가 아이를 폭행한 또다른 이유가 드러납니다.

아이가 보채고 잠을 안자는 게 "아이가 귀신에 씌었기 때문"이란 무속인의 말을 믿었다는 건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친모가 아이한테 귀신이 씌인 것이 보였다 그래요. 아이 몸에 귀신이 이제 보여가지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아이 엄마가, 아이 몸에서 귀신을 봤다고 하자, 모녀는 병원 대신 무속인을 찾았습니다.

<녹취> 유태운(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무속인이 그것이 (귀신에) 빙의 된 것 같다 (하니까) 그 말을 믿고 나름대로 자기네끼리 아이를 복숭아나무 이런 것을 갖다놓고 귀신을 쫓으려고."

귀신을 내쫓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생각했다는데요,

아이 머리맡에 복숭아 나뭇가지와 성경책을 놓아두고, 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그것이 언제쯤인지 모르겠어. 내가 일 갔다 오니까 부적을 달고 있더라고. 이것 뭐냐 그랬더니 아니 뭐 당신이 알 필요 없어 그러더라고."

귀신을 쫓아낸다며, 지난달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두 시간씩 아이에게 심한 매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밥도 안 주고 아이를 굶겼는데, 결국 지난달 21일 아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녹취> 유태운(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아이가 좀 평소에 밥을 많이 먹는 게 빙의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맹신한 나머지 밥도 안 주고 3일 동안 물만 주고 밥을 안 줬어요."

무속인의 말을 맹신하고, 귀신을 쫓는다며 세 살 난 아이에게 견딜수 없는 폭행을 가한 비정한 엄마와 외할머니.

경찰은 아이 엄마 최 씨와 외할머니 신 씨를 아동학대 치사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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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귀신 들렸다” 무속인 말에…세 살 딸에 매질
    • 입력 2017-03-06 08:39:06
    • 수정2017-03-06 09: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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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세 살 난 여자아이가 엄마와 외할머니의 폭행 때문에 숨진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는데요.

아이가 잠을 안 자고 보챈다는 게 아이를 때린 이유로 알려졌죠.

하지만 경찰 조사가 진행되면서 더 충격적인 폭행 이유가 드러나는데요.

아이가 “귀신에 씌었다”는 무속인의 말을 듣고, 끔찍한 폭행을 했단 겁니다.

귀신을 쫓기 위해, 무지막지한 폭행을 한 것도 모자라 사흘 동안 밥도 안 주고 아이를 굶겼다고 하는데요.

아이가 숨을 거둘 때까지 주변에선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못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한 중년 여성이 점퍼로 감싼 아이를 안고 병원 응급실로 들어옵니다.

뒤따라 아이 엄마도 들어오는데요.

의료진이 아이를 살펴보지만, 이미 숨진 상태.

세살 아이의 몸에는 심상치 않은 멍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녹취>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응급실 들어오기 전에 이미 사망한 상태였고요. (의료진이) 할 수 있는 것이 없었죠. 양팔은 이미 새파랗고, 발도 새파랗고. 얼굴도 좀 뻘겋게 멍들어 있고, 몸도 뻘겋게 멍들어 있고요."

의료진은 아동 학대가 의심된다며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녹취> 김민광(경사/이천경찰서 창전지구대) : "처음에는 (아이) 몸에 열이 많이 나서 열이 지속되다 보니까 얼음 팩 찜질이랑 마사지를 해줬다고 진술을 하더라고요."

아이 엄마인 26살 최모 씨와 외할머니 50살 신모 씨는 경찰 조사가 시작되자 폭행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아이가 잠을 자지 않고 보채자 아이를 떄렸다는 건데요.

<인터뷰> 유태운(이천경찰서 수사과장/지난달 21일) : "아이가 평소에 잠을 안 자고 보채고,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폭행했다. 지난 (2월) 18일 하고 19일 일요일하고 토요일 두 시간에 걸쳐서 아이를 훌라후프하고 복숭아나무 회초리로 폭행했다고 자백했습니다."

신 씨의 집에선 폭행에 사용한 나뭇가지 회초리와 훌라후프가 발견됐습니다.

부검 결과 사망 원인은 전신 피하출혈에 의한 "실혈사".

아이가 전신에 매를 맞고, 피를 많이 흘려 사망했다는 겁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어린 아이를 이렇게 무참히 때린 걸까요.

경기도 이천시의 한 마을.

아이의 외할머니인 신 씨의 집이자 아동 학대가 일어난 곳인데요.

마을 사람들은 최근까지도 아이와 아이 엄마를 몰랐다고 합니다.

<녹취> 마을 주민A(음성변조) : "본 사람이 없어. 아는 사람도 없고. 실질적으로 여기에 같이 살았는지 조차도 모르는 거예요. (여기 살던) 외할머니가 51살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이분조차도 동네사람들하고 아는 사람이 없어."

<녹취> 마을 주민B(음성변조) : "(밖에) 나와 다니면 동네 사람들 얼굴을 아는데, 아이 못 봤지. 아이 있는 것도 몰랐다니까."

집 앞을 지나던 주민이 우연히 아이 소리를 들은 적 있다는 게 취재진이 들은 유일한 목격담입니다.

<녹취> 마을 주민C(음성변조) : "(지난해) 여름에 딱 한 번 들어봤어. / (그 집) 지나가다 한 번 들었어. / 그냥 아이 노는 소리, 떠드는 소리..손님이 온 줄 (알았어.) 손녀딸이 뭐 다니러 온줄 알았어."

최 씨가 아이를 데리고 이 집으로 온 건, 갑작스런 이혼 때문입니다.

외할머니 신 씨는 재혼을 해서 살고 있었는데, 신 씨의 남편은 25년 동안 본 적이 없는 아내의 딸이지만 갈 곳이 없게 됐다고 하자 한 집에서 지내게 됐다고 합니다.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난 초혼이고 집사람 (아내는) 재혼이고 이렇게 된 거야. ('아내의 딸이) 이혼해가지고 그냥 오갈 데 없다' 집사람이 이야기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냥 그러면 우리 집에 와서 당분간 갈 때까지 있어라 해서 내가 허락을 했어."

신 씨의 남편은 일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워 폭행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말합니다.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나는 일 갔다 밤에 오고 새벽같이 나가니까 모르지. 지방으로 일이 있기 때문에 집 일을 몰라요."

의붓딸과도 서먹서먹해 손녀를 유심히 살필 겨를이 없었단 건데요.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아이는) 퇴근하고 보겠지 그런데 뭐 멀쩡해. (어머니도 아예 모르셨대요? 아이 때리고 한 것을?) 어머니는 모르죠 전혀. 왜냐하면 아침에 경로당 가서 밤에 오는데."

경찰 조사에서 아이 엄마와 외할머니가 아이를 폭행한 또다른 이유가 드러납니다.

아이가 보채고 잠을 안자는 게 "아이가 귀신에 씌었기 때문"이란 무속인의 말을 믿었다는 건데요.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친모가 아이한테 귀신이 씌인 것이 보였다 그래요. 아이 몸에 귀신이 이제 보여가지고……."

우울증 치료를 받은 적 있는 아이 엄마가, 아이 몸에서 귀신을 봤다고 하자, 모녀는 병원 대신 무속인을 찾았습니다.

<녹취> 유태운(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무속인이 그것이 (귀신에) 빙의 된 것 같다 (하니까) 그 말을 믿고 나름대로 자기네끼리 아이를 복숭아나무 이런 것을 갖다놓고 귀신을 쫓으려고."

귀신을 내쫓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생각했다는데요,

아이 머리맡에 복숭아 나뭇가지와 성경책을 놓아두고, 집안 곳곳에 부적을 붙였습니다.

<녹취> 외할머니 신 씨 남편(음성변조) : "그것이 언제쯤인지 모르겠어. 내가 일 갔다 오니까 부적을 달고 있더라고. 이것 뭐냐 그랬더니 아니 뭐 당신이 알 필요 없어 그러더라고."

귀신을 쫓아낸다며, 지난달 18일과 19일 이틀 동안 두 시간씩 아이에게 심한 매질을 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동안, 밥도 안 주고 아이를 굶겼는데, 결국 지난달 21일 아이는 숨을 거뒀습니다.

<녹취> 유태운(이천경찰서 수사과장) : "아이가 좀 평소에 밥을 많이 먹는 게 빙의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맹신한 나머지 밥도 안 주고 3일 동안 물만 주고 밥을 안 줬어요."

무속인의 말을 맹신하고, 귀신을 쫓는다며 세 살 난 아이에게 견딜수 없는 폭행을 가한 비정한 엄마와 외할머니.

경찰은 아이 엄마 최 씨와 외할머니 신 씨를 아동학대 치사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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