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빛을 본 유럽 첫 ‘평화의 소녀상’

입력 2017.03.09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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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생각하며 제작되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여성을 포함하여 일본이 점령한 아시아 국가에서 약 이십만 명의 여성들이 끌려가 군인들의 성 충동을 채우는데 동원되었습니다."

"이 기념물을 세우는 뜻은 그러한 비인간적인 전쟁범죄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며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올바로 새우는데 기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시에 이 기념물은 평화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외치는 함성이요, 오늘날도 세계 곳곳 전쟁 지역에서 폭력을 당하는 세계 시민들 모두를 기억한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원하는 모든 세계 시민들과 연대하여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한국 수원시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제작하여 보낸 평화의 소녀상을 세계 여성의 날 106주년을 기념하며 세웁니다."

독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한국과 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독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한국과 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비젠트의 한 공원에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새겨진 문구이다.

독일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8일 오후 (현지시각) 경기도 수원시 관계자와 수원 시민 대표단 등 한국과 독일 두 나라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해외 소녀상은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권역에는 이미 들어서 있지만, 유럽 지역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에 맞춰 제막식을 연 것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성폭력 피해자와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한·독 두 나라 관계자와 함께 제막식에 참석한 안점순 위안부 할머니 (사진=연합)한·독 두 나라 관계자와 함께 제막식에 참석한 안점순 위안부 할머니 (사진=연합)

특히 이날 제막식에는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올해 90세의 안점순 할머니도 함께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안 할머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뭇거리면서도 "여러분의 힘으로 이런 행사가 마련됐다"며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물 훔치는 안점순 할머니 (사진=연합) 눈물 훔치는 안점순 할머니 (사진=연합)

참석자들은 이번 소녀상 건립은 무엇보다, 기존 해외 소녀상 사례처럼 외국의 일부 기관 또는 지역 한인회가 아니라 재독 교민과 한국인 참여 현지 시민단체, 독일 한인교회협의회, 독일인 목사 등 다수 독일인이 함께하는 건립위원회가 주도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독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한국과 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사진=연합)독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한국과 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사진=연합)

지난해 11월 독일로 건너온 소녀상은 애초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프라이부르크에 건립하는 것으로 추진됐지만 일본 측의 반대 속에 프라이부르크시가 어렵다는 견해를 전해와 계획은 무산됐다.

그 이후 독일 내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후보지가 물색됐지만 결국 비젠트로 최종 결정이 났고, 작년 11월 독일로 넘어온 이래 창고에 보관돼 온 소녀상은 마침내 4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소녀상이 세워진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은 불교를 숭상한 세계 물 재단 헤리베르트 비르트 대표가 지난 2000년 하노버 박람회에 선보인 네팔관을 사들인 뒤 자신의 땅 2만 4천 평에 옮겨와 조성한 곳이다. 히말라야 산 꽃과 나무 5천 종을 보유한 세계 최대 히말라야 식물정원으로 꼽히고 있다.

소녀상의 '소녀'를 "순이"라고 부른 비르트 이사장은 "순이야, 지금은 춥지만 2개월만 지나면 공원의 꽃들로 둘러싸이게 될 거야"라며 소녀상 건립을 축하했다.

한편 일본은 대한민국 국내에서 세워진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해외에서도 집요하게 소녀상을 없애려 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원회가 세우려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지하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에 개입하기도 했다.

[연관 기사] 소녀상 없애라는 일본…2015 합의가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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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월만에 빛을 본 유럽 첫 ‘평화의 소녀상’
    • 입력 2017-03-09 13:35:57
    취재K
"이 평화의 소녀상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군 '위안소'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생각하며 제작되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여성을 포함하여 일본이 점령한 아시아 국가에서 약 이십만 명의 여성들이 끌려가 군인들의 성 충동을 채우는데 동원되었습니다."

"이 기념물을 세우는 뜻은 그러한 비인간적인 전쟁범죄로 인해 희생된 분들의 넋을 기리며 피해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을 올바로 새우는데 기여하기 위해서입니다. 동시에 이 기념물은 평화를 향해 지칠 줄 모르고 외치는 함성이요, 오늘날도 세계 곳곳 전쟁 지역에서 폭력을 당하는 세계 시민들 모두를 기억한다는 표시이기도 합니다."

"평화를 원하는 모든 세계 시민들과 연대하여 독일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가 한국 수원시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제작하여 보낸 평화의 소녀상을 세계 여성의 날 106주년을 기념하며 세웁니다."

독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한국과 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
독일 남부 바이에른 주 비젠트의 한 공원에서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에 새겨진 문구이다.

독일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는 8일 오후 (현지시각) 경기도 수원시 관계자와 수원 시민 대표단 등 한국과 독일 두 나라 관계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을 열었다.

해외 소녀상은 미국, 캐나다, 호주, 중국 등 북미와 아시아태평양 권역에는 이미 들어서 있지만, 유럽 지역에 평화의 소녀상이 들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세계 여성의 날 109주년에 맞춰 제막식을 연 것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전 세계 여성 성폭력 피해자와 인권 침해에 반대하는 반전과 평화의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강조했다.

한·독 두 나라 관계자와 함께 제막식에 참석한 안점순 위안부 할머니 (사진=연합)
특히 이날 제막식에는 14세에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초를 겪은 올해 90세의 안점순 할머니도 함께 참석해 관심을 끌었다.

안 할머니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머뭇거리면서도 "여러분의 힘으로 이런 행사가 마련됐다"며 감격스러워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눈물 훔치는 안점순 할머니 (사진=연합)
참석자들은 이번 소녀상 건립은 무엇보다, 기존 해외 소녀상 사례처럼 외국의 일부 기관 또는 지역 한인회가 아니라 재독 교민과 한국인 참여 현지 시민단체, 독일 한인교회협의회, 독일인 목사 등 다수 독일인이 함께하는 건립위원회가 주도했다는 점도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독일 비젠트의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에서 한국과 독일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의 소녀상’(사진=연합)
지난해 11월 독일로 건너온 소녀상은 애초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프라이부르크에 건립하는 것으로 추진됐지만 일본 측의 반대 속에 프라이부르크시가 어렵다는 견해를 전해와 계획은 무산됐다.

그 이후 독일 내 다른 여러 도시에서도 후보지가 물색됐지만 결국 비젠트로 최종 결정이 났고, 작년 11월 독일로 넘어온 이래 창고에 보관돼 온 소녀상은 마침내 4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됐다.

소녀상이 세워진 네팔-히말라야 파빌리온 공원은 불교를 숭상한 세계 물 재단 헤리베르트 비르트 대표가 지난 2000년 하노버 박람회에 선보인 네팔관을 사들인 뒤 자신의 땅 2만 4천 평에 옮겨와 조성한 곳이다. 히말라야 산 꽃과 나무 5천 종을 보유한 세계 최대 히말라야 식물정원으로 꼽히고 있다.

소녀상의 '소녀'를 "순이"라고 부른 비르트 이사장은 "순이야, 지금은 춥지만 2개월만 지나면 공원의 꽃들로 둘러싸이게 될 거야"라며 소녀상 건립을 축하했다.

한편 일본은 대한민국 국내에서 세워진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해외에서도 집요하게 소녀상을 없애려 하고 있다. 일본은 최근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위원회가 세우려던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제지하고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는 소송에 개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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