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보셨습니까? ④ 소녀상 없애라는 일본…2015 한일 합의가 근거?

입력 2017.03.07 (17:54) 수정 2019.08.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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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글렌데일시가 있습니다. 만화영화 슈렉을 만든 드림웍스사가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 20만 명의 이 도시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있습니다. 글렌데일 시청에서 8백 미터,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시내 중심가에 소녀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구글로도 검색이 됩니다. 구글 지도나 어스에서 미국 글렌데일시의 한국 소녀상 (Korean comfort women statue, Glendale CA)을 검색하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캘리포니아 공공부지 위에 세워진 소녀상... '교육적 효과도 클 것'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은 한인 사회와 글렌데일 시의회 등의 노력으로 건립됐습니다. 지난 2013년 3월, 글렌데일 시의회는 시의원 4명이 찬반토론을 벌인 뒤 표결을 실시해 찬성 3표로 공공부지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허용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당시 라우라 프리드만 글렌데일 시의원은 ‘이런 종류의 기림비는 미국 서부에 처음이고, 서부에 사는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교육적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어스에 나오는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구글 어스에 나오는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넉 달 뒤인 2013년 7월, 글렌데일시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전 세계에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공공조형물로 정식 등록돼 있지 않아 대학생들이 밤낮으로 소녀상을 지키는 현실에서 태평양 건너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에는 시의회의 지원 속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겁니다.

소녀상과 함께 비문도 설치됐습니다. 여기에는 '1932년과 1945년 사이에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등의 고향에서 끌려가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강요로 성노예로 일해야만 했던 20만 명이 넘는 아시아와 네덜란드 여성을 기억하며...'라고 적혀 있습니다.

글렌데일시의 평화의 소녀상글렌데일시의 평화의 소녀상

■ 일본계 단체, '소녀상 철거해라' 소송... 1심도 지고, 2심도 졌지만...

캘리포니아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자 일본계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인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GAHT, The Global Alliance for Historical Truth)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2014년 2월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에 소녀상 철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글렌데일시가 소녀상을 건립해, 위안부 이슈라는 논쟁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제 문제에서 한 쪽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헌법에 의하면 외교는 연방정부의 권한인데,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의 한 지방자치단체일 뿐인 글렌데일시가 외교 문제에 개입했다는 겁니다.

미국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같은 해 8월 패소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는 이어 캘리포니아주 제9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습니다. 이들은 작년 12월 다시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항소법원은 미국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인 시가 외교문제에 개입하는 데 대해 제한을 두는 것은 맞지만, 글렌데일시가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고 해서 이러한 제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이 미국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겁니다. 하지만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인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GAHT)는 이에 다시 불복해 지난 1월 상소했습니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간 겁니다.

■ 일본 정부,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소녀상은 안 된다'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가 연이어 진 소송에 일본 정부도 끼어들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의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소송과 관련해 이들의 주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16쪽짜리 장문의 의견서를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일본 정부가 미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어떤 논리로 무슨 내용을 주장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일본 정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소녀상은 철거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일본 정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소녀상은 철거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연방정부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며, 미 연방정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자극적인 언사를 자제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위안부' 이슈는 논쟁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주장을 하고, 글렌데일시에 소녀상이 세워지자 일본 고위관리들이 곧바로 우려감을 나타냈다고도 밝혔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외교문제이고 소녀상도 이의 연장선 상에 있는 문제인데 자치단체인 캘리포니아주의 글렌데일시가 소녀상을 건립해 미국 연방정부의 권한인 외교문제에 개입했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펼친 겁니다. 또 글렌데일시 소녀상 옆 비문에 표기된 것처럼 20만 명의 여자들이 성노예로 일을 했던 사실과 관련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 日 정부의 의견서 보니... '2015년 박근혜 정부·아베 정부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주장

일본 정부는 그러면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한일 합의를 거론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체결됐던 2015년 한일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면서, 글렌데일 소녀상은 위안부 이슈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노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 합의에서 두 나라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서로 비난이나 비판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외교부는 한일외교장관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을 근거로 삼아 글렌데일 소녀상이 2015년 한일 합의의 정신에 어긋나고, 한일 합의를 순조롭게 이행하는 데도 장애가 된다는 주장을 한 겁니다. 일본 정부는 의견서에서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우방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3쪽 중,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소녀상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일본 정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3쪽 중,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소녀상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日 정부는 美 연방대법원에 의견서까지 내는데... 외교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는 게 맞다는 일본 정부의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본건은 미국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간 권한 문제에 관한 법적 쟁점과 관련된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사법부에서 판단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전시 여성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역사의 교훈으로 기리고자 하는 해당 지역과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을 없애기 위해 미국 연방대법원에 16쪽짜리 의견서까지 제출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해당 지역과 시민단체의 일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는 셈입니다.

■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 무산... 일본의 압력?

이런 가운데 미국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이하 건립위)는 지난 2일 애틀랜타 국립민권인권센터(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로부터 '지난달 건립위와 체결한 소녀상 건립 관련 약정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민권인권센터는 약정 불이행 이유로 '본래 설계와 다른 조형물을 민권센터 외부에 설치할 수 없다는 방침이 있다'는 정관을 들었습니다. 건립위는 지난해 9월 민권인권센터와 협상을 시작해 12월 민권센터 운영위원회의 소녀상 건립 서면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건립위의 소녀상 건립 발표 후 주애틀랜타 일본 총영사는 애틀랜타 상공회의소와 민권인권센터, 애틀랜타 시청 관계자를 잇따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립위의 헬렌 김호 변호사는 '불과 십여일 전 소녀상 건립 방해공작을 접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간섭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건립위는 건립 비용 마련도 목표치에 거의 도달했다며 반드시 다른 장소에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말해, 외로운 싸움이 될지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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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녀상 보셨습니까? ④ 소녀상 없애라는 일본…2015 한일 합의가 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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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9-08-13 14:2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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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북쪽에 글렌데일시가 있습니다. 만화영화 슈렉을 만든 드림웍스사가 있는 도시입니다. 인구 20만 명의 이 도시에도 평화의 소녀상이 있습니다. 글렌데일 시청에서 8백 미터,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는 시내 중심가에 소녀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구글로도 검색이 됩니다. 구글 지도나 어스에서 미국 글렌데일시의 한국 소녀상 (Korean comfort women statue, Glendale CA)을 검색하면 정확한 위치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 캘리포니아 공공부지 위에 세워진 소녀상... '교육적 효과도 클 것'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은 한인 사회와 글렌데일 시의회 등의 노력으로 건립됐습니다. 지난 2013년 3월, 글렌데일 시의회는 시의원 4명이 찬반토론을 벌인 뒤 표결을 실시해 찬성 3표로 공공부지에 일본군 위안부 기림비 건립을 허용하기로 의결했습니다. 당시 라우라 프리드만 글렌데일 시의원은 ‘이런 종류의 기림비는 미국 서부에 처음이고, 서부에 사는 사람들에게 비극적인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는 것은 물론 교육적 효과도 거둘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구글 어스에 나오는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넉 달 뒤인 2013년 7월, 글렌데일시에는 일본군 위안부의 참상을 전 세계에 고발하는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습니다.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이 공공조형물로 정식 등록돼 있지 않아 대학생들이 밤낮으로 소녀상을 지키는 현실에서 태평양 건너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에는 시의회의 지원 속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겁니다.

소녀상과 함께 비문도 설치됐습니다. 여기에는 '1932년과 1945년 사이에 한국과 중국, 대만, 일본, 필리핀,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동티모르, 인도네시아 등의 고향에서 끌려가 일본 제국주의 군대의 강요로 성노예로 일해야만 했던 20만 명이 넘는 아시아와 네덜란드 여성을 기억하며...'라고 적혀 있습니다.

글렌데일시의 평화의 소녀상
■ 일본계 단체, '소녀상 철거해라' 소송... 1심도 지고, 2심도 졌지만...

캘리포니아에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자 일본계 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인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GAHT, The Global Alliance for Historical Truth)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글렌데일 시에 설치된 소녀상을 철거하라며 2014년 2월 로스앤젤레스(LA) 연방지법에 소녀상 철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들은 글렌데일시가 소녀상을 건립해, 위안부 이슈라는 논쟁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국제 문제에서 한 쪽의 편을 들어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미국 헌법에 의하면 외교는 연방정부의 권한인데, 결과적으로 캘리포니아의 한 지방자치단체일 뿐인 글렌데일시가 외교 문제에 개입했다는 겁니다.

미국 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같은 해 8월 패소했습니다.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는 이어 캘리포니아주 제9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습니다. 이들은 작년 12월 다시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항소법원은 미국 헌법이 지방자치단체인 시가 외교문제에 개입하는 데 대해 제한을 두는 것은 맞지만, 글렌데일시가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고 해서 이러한 제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이 미국 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겁니다. 하지만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인 '역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세계연합회'(GAHT)는 이에 다시 불복해 지난 1월 상소했습니다.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을 미국 연방대법원으로 끌고 간 겁니다.

■ 일본 정부, 미국 연방대법원에 의견서 제출... '소녀상은 안 된다'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가 연이어 진 소송에 일본 정부도 끼어들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2월, 일본계 미국인과 일본계 단체의 글렌데일시 '평화의 소녀상' 철거 소송과 관련해 이들의 주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16쪽짜리 장문의 의견서를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했습니다.

데이터저널리즘팀은 일본 정부가 미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어떤 논리로 무슨 내용을 주장했는지 살펴봤습니다.

일본 정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소녀상은 철거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일본 정부는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미국 연방정부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며, 미 연방정부는 이 사안과 관련해 자극적인 언사를 자제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위안부' 이슈는 논쟁적이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고 주장을 하고, 글렌데일시에 소녀상이 세워지자 일본 고위관리들이 곧바로 우려감을 나타냈다고도 밝혔습니다. '위안부' 문제는 외교문제이고 소녀상도 이의 연장선 상에 있는 문제인데 자치단체인 캘리포니아주의 글렌데일시가 소녀상을 건립해 미국 연방정부의 권한인 외교문제에 개입했다는 기존 주장을 다시 펼친 겁니다. 또 글렌데일시 소녀상 옆 비문에 표기된 것처럼 20만 명의 여자들이 성노예로 일을 했던 사실과 관련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 日 정부의 의견서 보니... '2015년 박근혜 정부·아베 정부 합의 정신에 어긋난다' 주장

일본 정부는 그러면서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의 한일 합의를 거론했습니다.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체결됐던 2015년 한일 합의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라면서, 글렌데일 소녀상은 위안부 이슈에 대한 일본의 외교적 노력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이 합의에서 두 나라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서로 비난이나 비판을 자제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2015년 12월 28일, 외교부는 한일외교장관회담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국 정부는 이번에 일본 정부가 표명한 조치가 착실히 실시된다는 것을 전제로, 일본 정부와 함께 향후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상호 비난·비판을 자제한다.'고 밝혔는데, 이 부분을 근거로 삼아 글렌데일 소녀상이 2015년 한일 합의의 정신에 어긋나고, 한일 합의를 순조롭게 이행하는 데도 장애가 된다는 주장을 한 겁니다. 일본 정부는 의견서에서 일본은 미국의 중요한 우방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일본 정부가 미국 연방대법원에 제출한 의견서 3쪽 중, 캘리포니아 글렌데일시 소녀상이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日 정부는 美 연방대법원에 의견서까지 내는데... 외교부,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글렌데일 소녀상을 철거하는 게 맞다는 일본 정부의 의견서 제출과 관련해, '본건은 미국 연방정부와 지방정부간 권한 문제에 관한 법적 쟁점과 관련된 사안으로 알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 사법부에서 판단할 사안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위안부 문제'를 전시 여성의 보편적 인권 문제로서 역사의 교훈으로 기리고자 하는 해당 지역과 시민단체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외교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일본은 정부가 나서 글렌데일시의 소녀상을 없애기 위해 미국 연방대법원에 16쪽짜리 의견서까지 제출하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해당 지역과 시민단체의 일일 뿐이라며 한발 물러서 있는 셈입니다.

■ 미국 애틀랜타 소녀상 건립 무산... 일본의 압력?

이런 가운데 미국 애틀랜타 평화의 소녀상 건립위원회(이하 건립위)는 지난 2일 애틀랜타 국립민권인권센터(National Center for Civil and Human Rights)로부터 '지난달 건립위와 체결한 소녀상 건립 관련 약정을 이행할 수 없게 됐다'는 내용을 서면으로 통보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민권인권센터는 약정 불이행 이유로 '본래 설계와 다른 조형물을 민권센터 외부에 설치할 수 없다는 방침이 있다'는 정관을 들었습니다. 건립위는 지난해 9월 민권인권센터와 협상을 시작해 12월 민권센터 운영위원회의 소녀상 건립 서면 허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건립위의 소녀상 건립 발표 후 주애틀랜타 일본 총영사는 애틀랜타 상공회의소와 민권인권센터, 애틀랜타 시청 관계자를 잇따라 면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건립위의 헬렌 김호 변호사는 '불과 십여일 전 소녀상 건립 방해공작을 접했다'면서 '보이지 않는 손'의 간섭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건립위는 건립 비용 마련도 목표치에 거의 도달했다며 반드시 다른 장소에 소녀상을 세우겠다고 말해, 외로운 싸움이 될지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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