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현금 많다” 승객 미행한 택시기사…돈 가방 ‘슬쩍’

입력 2017.03.13 (08:34) 수정 2017.03.1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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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동대문에서 옷 가게를 하던 50대 남성이 현금 천여만 원이 든 돈 가방을 잃어버렸는데요.

밤사이 술을 많이 마신 터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가방을 어디에 뒀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애타는 심정으로 경찰에 분실 신고를 했지만 가방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는데요.

사무실 CCTV를 돌려보니, 문제의 돈 가방이 등장했습니다.

한 남성이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이 포착된 건데요.

그런데 CCTV 속 남성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누가 돈 가방을 훔쳐간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에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자는 동대문에서 옷 가게를 하는 54살 김 모 씨인데요.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가방 안에 들어있는 현금하고 수표를 분실했는지 도난당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해서 신고 받고 수사를 하게 됐습니다.”

거래처에서 받은 현금과 수표 등 천 2백만 원이 들어있던 가방이라고 하는데, 김 씨는 가방을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술이 좀 취해서. 그다음 날 알았죠. 그래서 이제 분실된 줄 알고 분실 신고를 했었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밤 사이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단 건데요.

가방의 행방이 미궁에 빠진 상황.

그런데 새벽까지 사무실을 지켰던 동료 직원의 한마디가 실마리가 됩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저희 사무실이요, 늦게까지 일하는 곳이거든요. 새벽 3시까지 일을 해요. 그런데 사무실에서 같이 있으신 분이 (제가) 가방을 갖고 사무실로 들어왔대요.”

사무실 CCTV를 돌려보니 동료 직원의 말처럼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보였는데요.

자정을 넘긴 시간에 사무실에 들어와 가방을 들고 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습니다.

CCTV 속 남성은 가방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는데요.

가방을 들고 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4초에 불과했고, 사무실에 다른 값 나가는 물건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흔히 봤던 도둑들과는 다른 점이 많아 보이는데요.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저를 아는 사람이 제 가방만 노리고 행동하는 느낌 있잖아요. 다른 데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경찰이 사무실 주변 CCTV 60여대를 분석해보니, 이 남성이 사무실에 들어오기 10여분 전, 가방 주인 김 씨가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잠시 뒤, 택시 한 대가 김 씨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데요.

김 씨가 타고 왔던 바로 그 택시입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김씨가 내릴) 당시에 앞자리에 손님이 탔습니다. 그런데 손님을 내리게 하고 택시로 먼저 내렸던 그 손님을 미행한 겁니다.”

김 씨의 뒤를 따라가던 택시기사는 김 씨가 골목으로 접어들자 택시를 세워두고, 다시 미행을 시작합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큰길 가에 왔을 때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걸 보고 자기도 차를 세워놓고 무단횡단으로 뛰어가서 피해자를 미행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택시기사가 김 씨의 사무실로 쫓아가 돈 가방을 훔치고, 달아나는 장면까지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는데요.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택시기사인 줄도 몰랐죠, 저는. 설마 그랬을까 생각이 들었죠. 결국에는 택시기사가 세워놓고 저를 계속 따라왔다는 이야기잖아요. 얼마나 섬뜩합니까. 무섭죠.”

피해자는 이 남성이 사무실로 뒤따라와 가방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들고 나갔던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택시 요금으로 가방에 있는 돈다발 가운데 2만원을 뽑아서 건넸는데, 택시기사가 가방을 유심히 봐 둔 것 같다는 겁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장사를 하는데 며칠 매출 금액하고 어디 결제해줄 돈 하고 모아놓은 거죠. 택시비 줄 때 가방을 열었을 거 아닙니까. 그럴 때 이제 제 가방에 있는 돈을 보고서 저를 쫓아온 거 같아요.”

하지만 CCTV 속 용의자를 쫓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CCTV 화면상 택시 차량 번호가 보이지 않아, 택시 기사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건데요.

사건이 다시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

경찰은 택시의 동선을 역추적하며 용의 택시를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습니다.

사건 발생 22일 만인 지난 2일에서야 잠복 끝에 택시기사 이 모 씨를 붙잡았는데요.

이 씨는 범행 직후, 본인을 숨기기 위해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자기가 범행 당시 입었던 바지와 잠바를 하천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범행했던 가방도 계곡에 버렸고요. 지갑은 현금 꺼내고 길에 던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도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훔친 돈 대부분도 도박장에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훔친 1200만 원 중 휴대폰 요금 80만 원, 도박 빚 2~300만 원 변제 후 나머지 모든 금액은 도박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씨는 특수강도강간으로 실형을 사는 등 전과 12범이었지만, 택시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현행법상 강도나 성폭행 등 강력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20년간 택시 면허를 딸 수 없지만 이 씨는 예외였는데요.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강도 등 중요전과자는 택시 운전 요건이 안 되나 이 피의자는 2006년 이전에 택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운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이 씨가 택시 면허를 이미 취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택시 회사 취업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1994년도에 이 사람을 택시 면허증을 취득했는데요. 그때는 범죄경력조회를 확인을 안 했대요. 이전에 취득한 사람들은 택시회사에 취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만약에 현재 택시 면허를 다시 취득하려면 그건 안 되죠.”

경찰은 택시기사 이 씨를 구속하고 택시 승객을 대상으로 한 절도 등 다른 범죄 혐의가 더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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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3-13 08:39:23
    • 수정2017-03-13 09: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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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에서 옷 가게를 하던 50대 남성이 현금 천여만 원이 든 돈 가방을 잃어버렸는데요.

밤사이 술을 많이 마신 터라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가방을 어디에 뒀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애타는 심정으로 경찰에 분실 신고를 했지만 가방의 행방을 찾을 수 없었는데요.

사무실 CCTV를 돌려보니, 문제의 돈 가방이 등장했습니다.

한 남성이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지는 장면이 포착된 건데요.

그런데 CCTV 속 남성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습니다.

피해자가 어디서 본 것 같은 사람이라고 하는데, 누가 돈 가방을 훔쳐간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서울의 한 경찰서에 가방을 잃어버렸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신고자는 동대문에서 옷 가게를 하는 54살 김 모 씨인데요.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가방 안에 들어있는 현금하고 수표를 분실했는지 도난당했는지 확인이 안 된다고 해서 신고 받고 수사를 하게 됐습니다.”

거래처에서 받은 현금과 수표 등 천 2백만 원이 들어있던 가방이라고 하는데, 김 씨는 가방을 언제,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기억을 하지 못했습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술이 좀 취해서. 그다음 날 알았죠. 그래서 이제 분실된 줄 알고 분실 신고를 했었죠.”

지인들과 술자리를 갖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밤 사이 상황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단 건데요.

가방의 행방이 미궁에 빠진 상황.

그런데 새벽까지 사무실을 지켰던 동료 직원의 한마디가 실마리가 됩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저희 사무실이요, 늦게까지 일하는 곳이거든요. 새벽 3시까지 일을 해요. 그런데 사무실에서 같이 있으신 분이 (제가) 가방을 갖고 사무실로 들어왔대요.”

사무실 CCTV를 돌려보니 동료 직원의 말처럼 모자를 눌러 쓴 한 남성이 보였는데요.

자정을 넘긴 시간에 사무실에 들어와 가방을 들고 나가는 장면이 찍혀 있었습니다.

CCTV 속 남성은 가방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행동했는데요.

가방을 들고 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4초에 불과했고, 사무실에 다른 값 나가는 물건에는 관심도 없었습니다.

흔히 봤던 도둑들과는 다른 점이 많아 보이는데요.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저를 아는 사람이 제 가방만 노리고 행동하는 느낌 있잖아요. 다른 데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경찰이 사무실 주변 CCTV 60여대를 분석해보니, 이 남성이 사무실에 들어오기 10여분 전, 가방 주인 김 씨가 택시에서 내리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잠시 뒤, 택시 한 대가 김 씨의 뒤를 천천히 따라가는데요.

김 씨가 타고 왔던 바로 그 택시입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김씨가 내릴) 당시에 앞자리에 손님이 탔습니다. 그런데 손님을 내리게 하고 택시로 먼저 내렸던 그 손님을 미행한 겁니다.”

김 씨의 뒤를 따라가던 택시기사는 김 씨가 골목으로 접어들자 택시를 세워두고, 다시 미행을 시작합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큰길 가에 왔을 때 피해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는 걸 보고 자기도 차를 세워놓고 무단횡단으로 뛰어가서 피해자를 미행한 상황입니다.”

이렇게 택시기사가 김 씨의 사무실로 쫓아가 돈 가방을 훔치고, 달아나는 장면까지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는데요.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택시기사인 줄도 몰랐죠, 저는. 설마 그랬을까 생각이 들었죠. 결국에는 택시기사가 세워놓고 저를 계속 따라왔다는 이야기잖아요. 얼마나 섬뜩합니까. 무섭죠.”

피해자는 이 남성이 사무실로 뒤따라와 가방이 어디 있는지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들고 나갔던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습니다.

택시 요금으로 가방에 있는 돈다발 가운데 2만원을 뽑아서 건넸는데, 택시기사가 가방을 유심히 봐 둔 것 같다는 겁니다.

<녹취> 김○○(피해자/음성변조) : “제가 장사를 하는데 며칠 매출 금액하고 어디 결제해줄 돈 하고 모아놓은 거죠. 택시비 줄 때 가방을 열었을 거 아닙니까. 그럴 때 이제 제 가방에 있는 돈을 보고서 저를 쫓아온 거 같아요.”

하지만 CCTV 속 용의자를 쫓는 건 쉽지 않았습니다.

CCTV 화면상 택시 차량 번호가 보이지 않아, 택시 기사를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건데요.

사건이 다시 미궁으로 빠질 수도 있었던 상황.

경찰은 택시의 동선을 역추적하며 용의 택시를 특정하는 데, 수사력을 모았습니다.

사건 발생 22일 만인 지난 2일에서야 잠복 끝에 택시기사 이 모 씨를 붙잡았는데요.

이 씨는 범행 직후, 본인을 숨기기 위해 치밀하게 행동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자기가 범행 당시 입었던 바지와 잠바를 하천에 버렸습니다. 그리고 범행했던 가방도 계곡에 버렸고요. 지갑은 현금 꺼내고 길에 던졌습니다.”

경찰에 붙잡힌 이 씨는 도박에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훔친 돈 대부분도 도박장에서 모두 탕진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훔친 1200만 원 중 휴대폰 요금 80만 원, 도박 빚 2~300만 원 변제 후 나머지 모든 금액은 도박자금으로 사용했습니다.”

이 씨는 특수강도강간으로 실형을 사는 등 전과 12범이었지만, 택시 운전이 가능했습니다.

현행법상 강도나 성폭행 등 강력 범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20년간 택시 면허를 딸 수 없지만 이 씨는 예외였는데요.

<인터뷰> 박상영(경위/서울중부경찰서 강력4팀) : “강도 등 중요전과자는 택시 운전 요건이 안 되나 이 피의자는 2006년 이전에 택시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어 운전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은 이 씨가 택시 면허를 이미 취득한 상태였기 때문에 택시 회사 취업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1994년도에 이 사람을 택시 면허증을 취득했는데요. 그때는 범죄경력조회를 확인을 안 했대요. 이전에 취득한 사람들은 택시회사에 취업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고 만약에 현재 택시 면허를 다시 취득하려면 그건 안 되죠.”

경찰은 택시기사 이 씨를 구속하고 택시 승객을 대상으로 한 절도 등 다른 범죄 혐의가 더 있는지 조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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