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중앙선 넘는 차만 골라 ‘쾅’…보험 사기단 검거

입력 2017.03.16 (08:33) 수정 2017.03.16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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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운전을 하다보면 좁은 이면도로 등에서 불법 주정차된 차 때문에 난감한 때가 많죠.

차를 피해 지나려면 어쩔수 없이 중앙선을 넘어야하는 경우인데요.

이런 차를 유심히 지켜보던 20대들이 있었습니다.

중앙선을 넘는 순간 반대편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충돌하는데요.

사고 순간이 뭔가 부자연스럽죠.

그런데 블랙박스도, 목격자도 없으면 중앙선을 넘은 운전자가 사고 가해자로 몰릴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릴 뻔하던 한 주부가 끈질긴 추적 끝에 보험 사기를 밝혀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새벽, 주부 장 모 씨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길이였는데요.

양 옆 길가에 불법 주차돼 있는 차를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는 순간,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량 한 대와 마주쳤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본의 아니게 중앙 차선을 넘어가게 된 상황이었고 그래서 제가 앞에 불빛이 보이길래 정지를 했어요. 비켜서서 (먼저) 지나가라고 제가 빠져나갈 데가 없으니까 옆쪽 도로에는 여유가 있었어요."

장 씨는 속도를 줄였다고 하는데, 반대편 차량은 장 씨의 차를 못 본 것처럼 그대로 달려와 충돌했다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속도가 정지가 아니고 60Km 정도, 4~50Km 정도 되는 센 속도로 달려와서 제 차를 받아버렸어요."

반대편 차량 운전자인 20살 조 모 씨는 사고 직후 장 씨에게 졸음운전 때문이었다라고,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내려서 왜 서 있는 차를 받았냐고 그랬더니 졸음운전을 했다고 그러면서 못 봤다고 죄송하다고 그랬어요. 그러고 나서 보험회사에다가 연락하더라고요."

조 씨가 부른 보험 회사 직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도착했는데요.

그런데 이때부터 조 씨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말이) 바뀐 거예요. 자기 잘못이 아니고 내가 중앙선을 넘어와서 차를 받았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버리는 거예요. 제가 운전을 하고 오던 도중에 같이 부딪쳤다."

조 씨의 말을 들은 보험사 직원은 장 씨를 가해자로 몰았다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그때부터 저한테 과실을 (떠넘기고) 제가 잘못했다고 그쪽에서 계속 그러는 거예요."

장 씨는 억울했지만, 본인의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어 당시 상황을 돌려볼 수 없었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그때 당시 제가 (블랙박스가) 없었어요. 상대방 차량에는 있었는데 블랙박스가 꺼져있다고 하고……."

사고 직후에는 보이지도 않던 조 씨의 친구 4명은 갑자기 차에서 나와 사고 때문에 다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사고 직후엔) 안 나오고 있다가 보험회사하고 한참 얘기하고 있다가 30분도 더 지나서 여자 애들이 나오더라고요. 다섯 명이 멀쩡하게 있다가 그제야 아프다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억울해하던 장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자신이 중앙선 침범을 한 건 맞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는 건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너무나 억울해서 그때 제가 경찰서에 갔어요. 조사하던 경찰이 저한테 '벌점이 40점이 되고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일단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던 터라 중앙선 침범으로 장 씨만 처벌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장 씨는 억울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아침 다시 사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주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는데요.

사고 당시가 찍혀 있었을 블랙박스 영상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부탁을 했죠. 이러이러해서 내가 본의 아니게 사고를 당했는데 가해자로 둔갑했다."

3일 뒤 한 차량의 주인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블랙박스 보고 알려주더라고요. 가해자에서 피해자 입장이 돼버렸다고. 점심때쯤 그분이 영상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줬어요."

멈춰 있던 장 씨의 차 앞으로 조 씨의 차가 그대로 달려가 충돌하는 장면이 남아 있었는데요.

이 영상을 확인한 경찰이 조 씨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씨와 친구들은 1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8번의 교통사고로 9천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가는 등 보험사기를 벌여왔던 건데요.

<인터뷰> 김해비치(영등포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 "배달 일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중앙선 침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때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는 조건으로 100% 과실을 인정한 적이 있었고 그걸 기회로 해서 보험범죄 수법을 터득하게 된 거죠."

조 씨와 함께 13명이 더 이 보험사기에 가담을 했는데요.

<인터뷰> 김해비치(영등포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 "동네 친구들 사이입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끌어들이고 계속 끌어들이면서, 승차 인원을 많이 태우고 다니면서 범행대상을 물색했던 겁니다."

장 씨가 당한 것처럼 주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량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인터뷰> 김해비치(영등포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 "불법 주차된 차들을 피하기 위해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들이 주 범행대상이었습니다. 편도 1차로 길을 계속 돌아다니다가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을 발견하면 좀 더 과속해서 핸들을 꺾거나 과속하는 방법으로 충돌을 야기한 겁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는 약점을 노린 보험 사기, 주부 장 씨의 끈질긴 추적이 없었더라면 다른 피해자가 계속 발생했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저 같은 여성이나 일반 사람들이 다 저처럼 당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사고를 당하면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잖아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사고가 났을 때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런 거를 조금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경찰은 중앙선 침범 사고라도 반드시 처벌되는 게 아닌 만큼 보험 사기 의심이 들면 현장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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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중앙선 넘는 차만 골라 ‘쾅’…보험 사기단 검거
    • 입력 2017-03-16 08:36:34
    • 수정2017-03-16 09: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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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운전을 하다보면 좁은 이면도로 등에서 불법 주정차된 차 때문에 난감한 때가 많죠.

차를 피해 지나려면 어쩔수 없이 중앙선을 넘어야하는 경우인데요.

이런 차를 유심히 지켜보던 20대들이 있었습니다.

중앙선을 넘는 순간 반대편에서 갑자기 나타나더니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대로 충돌하는데요.

사고 순간이 뭔가 부자연스럽죠.

그런데 블랙박스도, 목격자도 없으면 중앙선을 넘은 운전자가 사고 가해자로 몰릴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억울하게 가해자로 몰릴 뻔하던 한 주부가 끈질긴 추적 끝에 보험 사기를 밝혀냈습니다.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해 11월 새벽, 주부 장 모 씨는 차를 몰고 집으로 가던 길이였는데요.

양 옆 길가에 불법 주차돼 있는 차를 피하려고 중앙선을 넘는 순간,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차량 한 대와 마주쳤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본의 아니게 중앙 차선을 넘어가게 된 상황이었고 그래서 제가 앞에 불빛이 보이길래 정지를 했어요. 비켜서서 (먼저) 지나가라고 제가 빠져나갈 데가 없으니까 옆쪽 도로에는 여유가 있었어요."

장 씨는 속도를 줄였다고 하는데, 반대편 차량은 장 씨의 차를 못 본 것처럼 그대로 달려와 충돌했다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속도가 정지가 아니고 60Km 정도, 4~50Km 정도 되는 센 속도로 달려와서 제 차를 받아버렸어요."

반대편 차량 운전자인 20살 조 모 씨는 사고 직후 장 씨에게 졸음운전 때문이었다라고, 사과를 했다고 합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내려서 왜 서 있는 차를 받았냐고 그랬더니 졸음운전을 했다고 그러면서 못 봤다고 죄송하다고 그랬어요. 그러고 나서 보험회사에다가 연락하더라고요."

조 씨가 부른 보험 회사 직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현장에 도착했는데요.

그런데 이때부터 조 씨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말이) 바뀐 거예요. 자기 잘못이 아니고 내가 중앙선을 넘어와서 차를 받았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버리는 거예요. 제가 운전을 하고 오던 도중에 같이 부딪쳤다."

조 씨의 말을 들은 보험사 직원은 장 씨를 가해자로 몰았다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그때부터 저한테 과실을 (떠넘기고) 제가 잘못했다고 그쪽에서 계속 그러는 거예요."

장 씨는 억울했지만, 본인의 차에는 블랙박스가 없어 당시 상황을 돌려볼 수 없었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그때 당시 제가 (블랙박스가) 없었어요. 상대방 차량에는 있었는데 블랙박스가 꺼져있다고 하고……."

사고 직후에는 보이지도 않던 조 씨의 친구 4명은 갑자기 차에서 나와 사고 때문에 다쳤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사고 직후엔) 안 나오고 있다가 보험회사하고 한참 얘기하고 있다가 30분도 더 지나서 여자 애들이 나오더라고요. 다섯 명이 멀쩡하게 있다가 그제야 아프다고 병원을 가야겠다고……."

억울해하던 장 씨는 결국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자신이 중앙선 침범을 한 건 맞지만, 무언가 석연치 않았다는 건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너무나 억울해서 그때 제가 경찰서에 갔어요. 조사하던 경찰이 저한테 '벌점이 40점이 되고 운전면허가 취소된다' 일단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아무런 증거가 없던 터라 중앙선 침범으로 장 씨만 처벌될 상황에 놓였습니다.

장 씨는 억울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다음날 아침 다시 사고 현장을 찾았습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주차돼 있던 차량 주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는데요.

사고 당시가 찍혀 있었을 블랙박스 영상을 구하기 위해서입니다.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부탁을 했죠. 이러이러해서 내가 본의 아니게 사고를 당했는데 가해자로 둔갑했다."

3일 뒤 한 차량의 주인에게 연락이 왔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블랙박스 보고 알려주더라고요. 가해자에서 피해자 입장이 돼버렸다고. 점심때쯤 그분이 영상을 휴대전화 (메시지)로 보내줬어요."

멈춰 있던 장 씨의 차 앞으로 조 씨의 차가 그대로 달려가 충돌하는 장면이 남아 있었는데요.

이 영상을 확인한 경찰이 조 씨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습니다.

조 씨와 친구들은 1년 가까이 되는 기간 동안 8번의 교통사고로 9천여만 원의 보험금을 받아가는 등 보험사기를 벌여왔던 건데요.

<인터뷰> 김해비치(영등포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 "배달 일을 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중앙선 침범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때 상대방이 경찰에 신고하지 말아 달라는 조건으로 100% 과실을 인정한 적이 있었고 그걸 기회로 해서 보험범죄 수법을 터득하게 된 거죠."

조 씨와 함께 13명이 더 이 보험사기에 가담을 했는데요.

<인터뷰> 김해비치(영등포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 "동네 친구들 사이입니다.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끌어들이고 계속 끌어들이면서, 승차 인원을 많이 태우고 다니면서 범행대상을 물색했던 겁니다."

장 씨가 당한 것처럼 주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량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인터뷰> 김해비치(영등포 경찰서 교통범죄수사팀장) : "불법 주차된 차들을 피하기 위해서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들이 주 범행대상이었습니다. 편도 1차로 길을 계속 돌아다니다가 중앙선을 넘어오는 차량을 발견하면 좀 더 과속해서 핸들을 꺾거나 과속하는 방법으로 충돌을 야기한 겁니다."

교통법규를 위반했다는 약점을 노린 보험 사기, 주부 장 씨의 끈질긴 추적이 없었더라면 다른 피해자가 계속 발생했을 수 있었는데요.

<녹취> 장OO(피해자/음성변조) : "저 같은 여성이나 일반 사람들이 다 저처럼 당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잖아요. 사고를 당하면 굉장히 정신적으로 힘들잖아요. 모든 사람이 이렇게 사고가 났을 때 대처를 할 수 있다. 그런 거를 조금 알게 해주고 싶었어요."

경찰은 중앙선 침범 사고라도 반드시 처벌되는 게 아닌 만큼 보험 사기 의심이 들면 현장에서 경찰의 도움을 받아야 억울한 일을 피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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