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18년 전 ‘미제 사건’…무기징역 선고

입력 2017.04.05 (08:33) 수정 2017.04.0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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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1998년 10월, 서울 노원구에선 가정주부가 집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은 한 형사의 끈질긴 추적 끝에 18년 만인 지난해 11월, 범인이 붙잡혔습니다.

당시 20대였던 범인은 그 사이 40대가 돼 있었는데, 어제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18년이 지나 1심 판결을 받아든 유가족들은 그동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사건 담당 형사도 그동안의 마음의 짐을 덜어냈는데요.

18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무기 징역을 선고받기까지,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조금 특별한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1998년 10월 발생한 이른바 '노원구 주부 성폭행 살인사건',

18년이 지난 이 사건의 피고인이 1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든 겁니다.

재판부는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45살 오 모 씨에게 무기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재판 과정을 빠지지 않고 모두 지켜봤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판사가 주문을 외우잖아요. 선고 때릴 때 무기징역으로 선고했을 때 박수까지 쳤어요. 아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때는.”

사건이 발생한 건 1998년 10월 27일.

18년이 넘었지만, 피해자 가족들에겐 그날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딸이 엄마가 쓰러져있는 걸 보고, 바로 나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 엄마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다고…….”

남편은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지만,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 : “(아파트) 입주를 해야 하는데 전세가 안 빠지니까. 옛날에는 생활정보지에도 많이 내놓았어요. 집을. 생활정보지에 안 내놓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당시 26살이었던 오 씨는 사건 당일 집을 보러왔다며, 서울 노원구에 있는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허리띠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김응희(경북 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그 당시에는 생활정보지를 보고 하는 게 범행 수법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현금 인출 당시 촬영된 흐릿한 사진이 있었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분석이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박충호(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범행 당시에 피해자 카드를 절취해서 10회에 걸쳐서 을지로에 있는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했을 당시에 (촬영된) CCTV 사진이 있었거든요.”

<녹취> “서울 노봉구 상계동에서 일어난 30대 주부살해사건의 용의자입니다.”

TV 공개 수배 프로그램에 용의자 정보를 공개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그렇게 18년 동안 사건은 묻혀 있었습니다.

<녹취> 김응희(경북 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당시엔 과학수사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CCTV가 지금 같이 골목마다 설치가 안 돼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난해 이 사건의 공소 시효가 남았다는 걸 확인한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18년 만에 범인이 드러납니다.

18년 전 수사팀의 막내였던 김응희 경위가 새로 만들어진 경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DNA와 사진을 분석해 낸 겁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형사분이 전화가 와서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나는 보이스피싱으로 알고 대꾸도 안 하고 전화를 끊고 했어요. 공소시효가 15년이 지나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지난해 11월,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녹취> 오 모 씨(음성변조) : “(강간 살해 혐의로 체포하는 거예요.) 아니, 무슨 소리예요.”

김응희 경위는 오 씨를 찾아내기 위해, 수사 선상에 오른 1백25명의 인적 사항과 DNA 등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녹취> 김응희(경북 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사진의 용의자 나이를 20대 후반으로 봤습니다. 65년생부터 77년생까지 이렇게 추렸습니다.”

<인터뷰> 박충호(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용의자를 미행해서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해서 DNA 일치 여부를 수사한 바, 피의자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회신을 받았어요.”

오 씨는 18년 만에 들이닥친 경찰에게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증거를 내놓자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녹취> 오00(용의자/음성 변조) : “순간적으로 우발적으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피해자에게 죽을 때까지 사죄하면서 살겠습니다.”

오 씨는 우발적 범행이지,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했지만, 경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인터뷰> 박충호(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당시 본인의 PCS 휴대전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중간중간 이동하면서 공중전화를 이용했다는 건 다분히 계획적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재판부 역시 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 씨가 목을 강하게 졸라 피해자를 숨지게 한 만큼,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겁니다.

또한, 재판부는 오 씨가 그동안 청소년 성매매 알선을 하며 살아온 점 등을 봤을 때, 재범 가능성을 영원히 차단하기 위해선 무기 징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우리) 가족한테 사과라도 하고 하다못해 자기 아버지나 다른 사람 통해서라도 미안하다고 한번 했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지 몰라요. 생전 그런 거 없더라고요.”

18년 동안 용의자의 흐릿한 사진을 품고 다녔다는 담당 형사는, 1심 판결이 나오자 이제서야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녹취> 김응희(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뭐 해결됐으니까 버려야지. 바람에 날려버렸습니다.”

가족들 역시 미안함을 조금이나 덜고, 고인을 마음 편히 떠나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잘 마무리됐으니까 편히 쉬라고 하고 싶죠. 떠돌아다니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하고 싶어요.”

15년인 강도강간 혐의의 공소 시효를 DNA 등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10년 더 연장할 수 있는 특례법,

그리고 미제 사건을 잊지 않고, 끈질기게 추적한 담당 형사의 노력이 있었기에 18년 전 살인 사건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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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18년 전 ‘미제 사건’…무기징역 선고
    • 입력 2017-04-05 08:34:53
    • 수정2017-04-05 09: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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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10월, 서울 노원구에선 가정주부가 집에서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영구 미제로 남을 뻔한 이 사건은 한 형사의 끈질긴 추적 끝에 18년 만인 지난해 11월, 범인이 붙잡혔습니다.

당시 20대였던 범인은 그 사이 40대가 돼 있었는데, 어제 법원으로부터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18년이 지나 1심 판결을 받아든 유가족들은 그동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사건 담당 형사도 그동안의 마음의 짐을 덜어냈는데요.

18년 전 살인 사건의 범인이 무기 징역을 선고받기까지,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어제 오전,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는 조금 특별한 선고 공판이 열렸습니다.

1998년 10월 발생한 이른바 '노원구 주부 성폭행 살인사건',

18년이 지난 이 사건의 피고인이 1심 법원의 판단을 받아든 겁니다.

재판부는 강도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된 45살 오 모 씨에게 무기 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피해자 가족은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재판 과정을 빠지지 않고 모두 지켜봤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판사가 주문을 외우잖아요. 선고 때릴 때 무기징역으로 선고했을 때 박수까지 쳤어요. 아주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때는.”

사건이 발생한 건 1998년 10월 27일.

18년이 넘었지만, 피해자 가족들에겐 그날의 아픔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딸이 엄마가 쓰러져있는 걸 보고, 바로 나한테 전화가 왔어요. 아빠, 엄마가 피를 흘리면서 쓰러져있다고…….”

남편은 곧바로 집으로 달려갔지만, 아내는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 : “(아파트) 입주를 해야 하는데 전세가 안 빠지니까. 옛날에는 생활정보지에도 많이 내놓았어요. 집을. 생활정보지에 안 내놓았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거라고…….”

당시 26살이었던 오 씨는 사건 당일 집을 보러왔다며, 서울 노원구에 있는 피해자의 집으로 들어가,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허리띠로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녹취> 김응희(경북 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그 당시에는 생활정보지를 보고 하는 게 범행 수법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발생 초기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습니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DNA와 현금 인출 당시 촬영된 흐릿한 사진이 있었는데, 당시 기술력으로는 분석이 어려웠습니다.

<인터뷰> 박충호(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범행 당시에 피해자 카드를 절취해서 10회에 걸쳐서 을지로에 있는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했을 당시에 (촬영된) CCTV 사진이 있었거든요.”

<녹취> “서울 노봉구 상계동에서 일어난 30대 주부살해사건의 용의자입니다.”

TV 공개 수배 프로그램에 용의자 정보를 공개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그렇게 18년 동안 사건은 묻혀 있었습니다.

<녹취> 김응희(경북 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당시엔 과학수사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CCTV가 지금 같이 골목마다 설치가 안 돼 있었잖아요.”

하지만 지난해 이 사건의 공소 시효가 남았다는 걸 확인한 경찰이 재수사에 착수하면서 18년 만에 범인이 드러납니다.

18년 전 수사팀의 막내였던 김응희 경위가 새로 만들어진 경찰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DNA와 사진을 분석해 낸 겁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형사분이 전화가 와서 (범인을) 잡을 수 있다고 해서, 나는 보이스피싱으로 알고 대꾸도 안 하고 전화를 끊고 했어요. 공소시효가 15년이 지나서 거의 포기하고 있었죠.”

지난해 11월, 아내를 살해한 범인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녹취> 오 모 씨(음성변조) : “(강간 살해 혐의로 체포하는 거예요.) 아니, 무슨 소리예요.”

김응희 경위는 오 씨를 찾아내기 위해, 수사 선상에 오른 1백25명의 인적 사항과 DNA 등을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녹취> 김응희(경북 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사진의 용의자 나이를 20대 후반으로 봤습니다. 65년생부터 77년생까지 이렇게 추렸습니다.”

<인터뷰> 박충호(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용의자를 미행해서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해서 DNA 일치 여부를 수사한 바, 피의자와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 연구원의 회신을 받았어요.”

오 씨는 18년 만에 들이닥친 경찰에게 처음에는 범행을 부인하다가, 증거를 내놓자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녹취> 오00(용의자/음성 변조) : “순간적으로 우발적으로 그랬습니다. 죄송합니다. 피해자에게 죽을 때까지 사죄하면서 살겠습니다.”

오 씨는 우발적 범행이지,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했지만, 경찰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인터뷰> 박충호(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 “당시 본인의 PCS 휴대전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으려고 중간중간 이동하면서 공중전화를 이용했다는 건 다분히 계획적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재판부 역시 오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오 씨가 목을 강하게 졸라 피해자를 숨지게 한 만큼,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는 겁니다.

또한, 재판부는 오 씨가 그동안 청소년 성매매 알선을 하며 살아온 점 등을 봤을 때, 재범 가능성을 영원히 차단하기 위해선 무기 징역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우리) 가족한테 사과라도 하고 하다못해 자기 아버지나 다른 사람 통해서라도 미안하다고 한번 했으면 마음이라도 편했을지 몰라요. 생전 그런 거 없더라고요.”

18년 동안 용의자의 흐릿한 사진을 품고 다녔다는 담당 형사는, 1심 판결이 나오자 이제서야 홀가분한 마음입니다.

<녹취> 김응희(상주경찰서 여성 청소년 수사팀장/당시 사건 수사) : “뭐 해결됐으니까 버려야지. 바람에 날려버렸습니다.”

가족들 역시 미안함을 조금이나 덜고, 고인을 마음 편히 떠나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녹취> A 모 씨(피해자 남편/음성변조) : “잘 마무리됐으니까 편히 쉬라고 하고 싶죠. 떠돌아다니지 말고 편히 쉬라고 하고 싶어요.”

15년인 강도강간 혐의의 공소 시효를 DNA 등 명확한 증거가 있으면 10년 더 연장할 수 있는 특례법,

그리고 미제 사건을 잊지 않고, 끈질기게 추적한 담당 형사의 노력이 있었기에 18년 전 살인 사건이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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