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묻지마 폭행’ 온몸으로 막은 시민들

입력 2017.04.11 (08:33) 수정 2017.04.1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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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주 서울의 한 대로변에서 난데없이 이런 육탄전이 벌어졌습니다.

큰 싸움이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묻지마 폭행'을 하는 남성을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낸 거였습니다.

이 남성은 흉기까지 휘두르며, 대낮에 도심을 지나던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는데요.

한 시민은 흉기에 다쳐 병원 신세까지 지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나선 시민들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입니다.

이 남성은 왜 이렇게 흉기까지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

대낮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뒷걸음질 치는 한 남성을 향해 또 다른 남성이 달려들더니, 흉기를 마구 휘두릅니다.

화단 위로 뒤엉켜 쓰러지고, 두 사람의 몸싸움은 계속됩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막 뛰어오셔서 화단에서 넘어지시고 두 분이 몸싸움 이렇게 하시다가 주변 행인 분들이 모여드신 거거든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힘을 합쳐, 흉기를 든 남성을 제압합니다.

경찰과 소방대원까지 출동해서야 긴박한 상황이 끝이 납니다.

<녹취> 이선필(관악소방서 현장대응단 진압1팀) : “주변이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요. 그리고 환자는 화단에 누워있었고요.”

흉기에 찔린 남성은 한눈에 봐도 부상이 심했습니다.

<녹취> 이선필(관악소방서 현장대응단 진압1팀) : “일단은 경찰분이 거즈랑 붕대로 감아놨더라고요. 손상 부위는 오른쪽 손목 위쪽에 있었고요. 계속 지혈하고 덧대서 (병원으로) 이송을 했고…….”

흉기를 휘두른 남성은 50대 김 모 씨,

경찰이 그를 체포해 조사한 결과,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인으로 파악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피의자는) 노숙자입니다. 구속영장 신청해서 발부됐습니다.”

흉기에 찔린 남성은 40살 곽경배 씨인데, 김 씨와는 전혀 모르던 사이입니다.

두 사람의 몸싸움은 지하철역 안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곽 씨가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한 여성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녹취> 목격자 B(음성변조) : “소리 지르길래 나와 봤더니 여자 한 명 소리 지르고 있고 벽에 붙어있더라고요. 맞았다고 저 사람 잡아달라고 계속 그러는 거예요.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가 한 여성을 마구 폭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남자가 주먹으로 여자의 얼굴을 가격했고 발로 찼고 그래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뒤통수 쪽으로 또 가격하고 있었고…….”

경찰에 신고하고, 폭행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자 김 씨는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여성 분이 할머니도 묻지마 폭행으로 그 사람이 때리고 자기도 때렸다면서 놔두면 문제가 커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찰에 신고하고 따라갔던 거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뒤를 쫓아가자, 김 씨는 폭언을 쏟아내며, 흉기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아저씨!’하고 불렀는데 뒤를 돌아보더라고요. 그래서 험한 말을 저한테 했고 ‘너 뭐하는 XX야, 너도 죽을래?’ 하면서 갑자기 칼을 꺼내 들게 된 거죠.”

대낮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에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묻지마 폭행을 하는 사람을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경찰이 올 때까지라도 어디 도망 못 가게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불렀던 거죠.”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손이 찔렸지만, 추격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그때 당시에는 찔려도 아프지도 않았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갑자기 팔에 힘이 빠져서.”

곽 씨가 피를 흘리며 사투를 벌이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하나둘 힘을 합쳤습니다.

<녹취> 장현민(목격자) : “화단 같은 데 넘어지셔서 저희가 이때다 해서 가서 확인해봤는데 칼날도 뽑혀있고 그래서 저희가 딱 잡고 있고 피해자분 친구가 들어주시고 이렇게…….”

흉기에 찔린 곽 씨의 오른팔은 동맥과 신경이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시 관악구) : “주변에서 피가 많이 난다고 손을 들고 있으라고 했는데 어떤 분이 옷을 벗어서 지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분 아니었으면 상태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었겠죠.”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맞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려던 여성이 자신을 보고 비웃었다고 생각해 폭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전혀 모르던 여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했던 겁니다.

흉기까지 등장한 '묻지마 폭행'.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이런 묻지마 폭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새벽, 20대 여성 2명은 귀갓길에 한 남성으로부터 '묻지 마 폭행'을 당했습니다.

한 여성은 대로변에서 둔기를 휘두르는 남성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묻지마 범죄는' 경찰에 접수된 것만 1백60 여건,

한 해 평균 50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묻지마 범죄'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녹취> 묻지마 폭행 목격자(음성변조) : “계속 생각이 나요. 잔상이 남아서 나였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고 오히려 지금이 더 무서워요. 그때 당시보다.”

<녹취>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무동기범죄라고 해서 동기 없이 전혀 모르는 사람을 가혹하게 공격한 경우에 오히려 처벌을 더 세게 하는 식으로 개정하고 있어요. 우리도 형법을 개정해서 가중 처벌하는 방식이 필요하고요.”

검찰은 얼마 전 이런 '묻지마 폭행'에 대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만큼, 피해자와 합의 여부에 관계 없이 형량을 가중해 적용하는 등 '묻지마 범죄' 사건을 엄하게 처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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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묻지마 폭행’ 온몸으로 막은 시민들
    • 입력 2017-04-11 08:40:55
    • 수정2017-04-11 09: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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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지난주 서울의 한 대로변에서 난데없이 이런 육탄전이 벌어졌습니다.

큰 싸움이 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묻지마 폭행'을 하는 남성을 시민들이 온몸으로 막아낸 거였습니다.

이 남성은 흉기까지 휘두르며, 대낮에 도심을 지나던 시민을 공포에 떨게 했는데요.

한 시민은 흉기에 다쳐 병원 신세까지 지고 있습니다.

용기 있게 나선 시민들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던 아찔한 순간입니다.

이 남성은 왜 이렇게 흉기까지 휘두르며, 난동을 부렸을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지난 7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 입구.

대낮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뒷걸음질 치는 한 남성을 향해 또 다른 남성이 달려들더니, 흉기를 마구 휘두릅니다.

화단 위로 뒤엉켜 쓰러지고, 두 사람의 몸싸움은 계속됩니다.

<녹취> 목격자 A(음성변조) : “너무 순식간에 일어났어요. 막 뛰어오셔서 화단에서 넘어지시고 두 분이 몸싸움 이렇게 하시다가 주변 행인 분들이 모여드신 거거든요.”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힘을 합쳐, 흉기를 든 남성을 제압합니다.

경찰과 소방대원까지 출동해서야 긴박한 상황이 끝이 납니다.

<녹취> 이선필(관악소방서 현장대응단 진압1팀) : “주변이 굉장히 혼란스러웠고 사람들이 많이 있었고요. 그리고 환자는 화단에 누워있었고요.”

흉기에 찔린 남성은 한눈에 봐도 부상이 심했습니다.

<녹취> 이선필(관악소방서 현장대응단 진압1팀) : “일단은 경찰분이 거즈랑 붕대로 감아놨더라고요. 손상 부위는 오른쪽 손목 위쪽에 있었고요. 계속 지혈하고 덧대서 (병원으로) 이송을 했고…….”

흉기를 휘두른 남성은 50대 김 모 씨,

경찰이 그를 체포해 조사한 결과, 일정한 주거가 없는 노숙인으로 파악됐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피의자는) 노숙자입니다. 구속영장 신청해서 발부됐습니다.”

흉기에 찔린 남성은 40살 곽경배 씨인데, 김 씨와는 전혀 모르던 사이입니다.

두 사람의 몸싸움은 지하철역 안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곽 씨가 개찰구를 빠져나오자, 한 여성의 비명이 들렸습니다.

<녹취> 목격자 B(음성변조) : “소리 지르길래 나와 봤더니 여자 한 명 소리 지르고 있고 벽에 붙어있더라고요. 맞았다고 저 사람 잡아달라고 계속 그러는 거예요. 얼굴을 주먹으로 강타했다고 하더라고요.”

김 씨가 한 여성을 마구 폭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남자가 주먹으로 여자의 얼굴을 가격했고 발로 찼고 그래서 도와달라고 하는데 뒤통수 쪽으로 또 가격하고 있었고…….”

경찰에 신고하고, 폭행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자 김 씨는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여성 분이 할머니도 묻지마 폭행으로 그 사람이 때리고 자기도 때렸다면서 놔두면 문제가 커질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경찰에 신고하고 따라갔던 거죠.”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모른다는 생각에 뒤를 쫓아가자, 김 씨는 폭언을 쏟아내며, 흉기까지 꺼내 들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아저씨!’하고 불렀는데 뒤를 돌아보더라고요. 그래서 험한 말을 저한테 했고 ‘너 뭐하는 XX야, 너도 죽을래?’ 하면서 갑자기 칼을 꺼내 들게 된 거죠.”

대낮 지하철역에서 벌어진 흉기 난동에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묻지마 폭행을 하는 사람을 그냥 둬서는 안 되겠다고 생각했고 경찰이 올 때까지라도 어디 도망 못 가게 잡아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불렀던 거죠.”

김 씨가 휘두른 흉기에 손이 찔렸지만, 추격은 계속됐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 관악구) : “그때 당시에는 찔려도 아프지도 않았어요. 뭔가 잘못됐다는 느낌은 있었어요. 갑자기 팔에 힘이 빠져서.”

곽 씨가 피를 흘리며 사투를 벌이자, 주변에 있던 시민들도 하나둘 힘을 합쳤습니다.

<녹취> 장현민(목격자) : “화단 같은 데 넘어지셔서 저희가 이때다 해서 가서 확인해봤는데 칼날도 뽑혀있고 그래서 저희가 딱 잡고 있고 피해자분 친구가 들어주시고 이렇게…….”

흉기에 찔린 곽 씨의 오른팔은 동맥과 신경이 끊어지는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인터뷰> 곽경배(서울시 관악구) : “주변에서 피가 많이 난다고 손을 들고 있으라고 했는데 어떤 분이 옷을 벗어서 지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분 아니었으면 상태가 더 안 좋아졌을 수도 있었겠죠.”

경찰 조사에서 김 씨는 "맞은편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려던 여성이 자신을 보고 비웃었다고 생각해 폭행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전혀 모르던 여성에게 묻지마 폭행을 했던 겁니다.

흉기까지 등장한 '묻지마 폭행'.

경찰은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해 김 씨를 구속했습니다.

이런 묻지마 폭행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새벽, 20대 여성 2명은 귀갓길에 한 남성으로부터 '묻지 마 폭행'을 당했습니다.

한 여성은 대로변에서 둔기를 휘두르는 남성에게 봉변을 당했습니다.

최근 3년 동안 '묻지마 범죄는' 경찰에 접수된 것만 1백60 여건,

한 해 평균 50건 이상 발생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민들에게 '묻지마 범죄'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녹취> 묻지마 폭행 목격자(음성변조) : “계속 생각이 나요. 잔상이 남아서 나였으면 어쩌지 이런 생각이 들고 오히려 지금이 더 무서워요. 그때 당시보다.”

<녹취> 염건령(한국범죄학연구소 선임 연구위원) : “영국이나 미국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무동기범죄라고 해서 동기 없이 전혀 모르는 사람을 가혹하게 공격한 경우에 오히려 처벌을 더 세게 하는 식으로 개정하고 있어요. 우리도 형법을 개정해서 가중 처벌하는 방식이 필요하고요.”

검찰은 얼마 전 이런 '묻지마 폭행'에 대해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불특정 다수를 위험에 빠지게 하는 만큼, 피해자와 합의 여부에 관계 없이 형량을 가중해 적용하는 등 '묻지마 범죄' 사건을 엄하게 처리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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