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리포트] 30시간 정박 4억 6천만…‘배 1척의 경제학’

입력 2017.04.19 (21:28) 수정 2017.04.19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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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최대 무역항, 부산신항의 모습입니다.

이 많은 컨테이너들을 세계 곳곳으로 나르기 위해 전세계 해운사들끼리는 동맹을 맺습니다.

한진해운 파산을 전후해 치열한 합종연횡을 거쳐 4개였던 해운 동맹은 이달부터 3개로 재편됐습니다.

하나 남은 우리 대형 선사는 세계 1·2위 해운사들과 정식 동맹보다 낮은 단계의 협력을 맺은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맡던 물동량의 43%는 외국 선사로 넘어갔습니다.

높은 무역 의존도 때문에라도 우리 해운업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들 하는데, 이뿐 아니라 배 한 척이 정박하는 동안 항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컨테이너선 한 척의 경제효과, 지형철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적 선사의 컨테이너선 현대 드라이브호가 부산항에 접근해 옵니다.

길이 366에 폭 48m, 높이 72m에 이르는 국내 최대 화물선입니다.

육중한 선체가 항만에 접안하는 것부터 상당한 작업입니다.

우선 예인선이 동원되고, 동시에 뭍에선 인부들이 오가며 배에서 내린 줄을 잡아줍니다.

이렇게 한 번 오갈 때마다 부산항은 시설 이용료 1,900만 원을 받습니다.

긴 장대를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배에 오르고, 갑판이 바빠집니다.

싣고 온 컨테이너를 내리기 위해 고박 장치를 풉니다.

이때 선내 정비도 이뤄지고, 7주 동안의 항해를 위한 부식도 채웁니다.

<녹취> 김태규(현대 드라이브호 조리장) : "해산물, 김치 반찬, 채소. 과일 있고요. 육고기가 이쪽에 있습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시작된 본격적인 하역 작업은 밤새 이어집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할 메이드인 코리아 상품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무역 통상국가 대한민국!

전체 수출입의 99.7%가 이처럼 배를 통해 이뤄집니다.

옮겨진 컨테이너는 이동 때 대양의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트럭으로 날라, 크레인으로 올리고, 고박하는 과정까지, 컨테이너 하나당 하역료는 12만 3천 원.

이번에 3,200개가 실려 3억 9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하역을 마칠 즈음 조타실에 나타난 도선사.

<녹취> "물이 들어오고 있죠, 바람 방향은 사우스웨스트."

선장과 함께 물길을 잡습니다.

드디어 출항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고

<녹취> "준비, 근무자 위치로!"

육중한 선체는 서서히 부두와 멀어집니다.

접안했던 터미널에는 이용료와 환경 관리비용 750만원을 내게 됩니다.

배 한 척이 이렇게 30시간 동안 머물며 부산항에 뿌린 돈은 4억 6천만 원.

크레인 기사, 갑판 인부 등 130명이 동원됐습니다.

중동으로 가는 이번 항해와 달리 태평양을 건너면 더 많은 짐을 싣고 기름도 넣어야 해서 경제 효과는 24억 원까지 올라갑니다.

해운업은 항만 경제,지역 경제와 이렇게 직결됩니다.

해운업을 다시 일으켜 더 많은 화물과 알짜 노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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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층리포트] 30시간 정박 4억 6천만…‘배 1척의 경제학’
    • 입력 2017-04-19 21:29:44
    • 수정2017-04-19 22: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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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우리 최대 무역항, 부산신항의 모습입니다.

이 많은 컨테이너들을 세계 곳곳으로 나르기 위해 전세계 해운사들끼리는 동맹을 맺습니다.

한진해운 파산을 전후해 치열한 합종연횡을 거쳐 4개였던 해운 동맹은 이달부터 3개로 재편됐습니다.

하나 남은 우리 대형 선사는 세계 1·2위 해운사들과 정식 동맹보다 낮은 단계의 협력을 맺은 상태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진해운이 맡던 물동량의 43%는 외국 선사로 넘어갔습니다.

높은 무역 의존도 때문에라도 우리 해운업이 다시 일어서야 한다고들 하는데, 이뿐 아니라 배 한 척이 정박하는 동안 항만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상당합니다.

컨테이너선 한 척의 경제효과, 지형철 기자가 밀착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국적 선사의 컨테이너선 현대 드라이브호가 부산항에 접근해 옵니다.

길이 366에 폭 48m, 높이 72m에 이르는 국내 최대 화물선입니다.

육중한 선체가 항만에 접안하는 것부터 상당한 작업입니다.

우선 예인선이 동원되고, 동시에 뭍에선 인부들이 오가며 배에서 내린 줄을 잡아줍니다.

이렇게 한 번 오갈 때마다 부산항은 시설 이용료 1,900만 원을 받습니다.

긴 장대를 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배에 오르고, 갑판이 바빠집니다.

싣고 온 컨테이너를 내리기 위해 고박 장치를 풉니다.

이때 선내 정비도 이뤄지고, 7주 동안의 항해를 위한 부식도 채웁니다.

<녹취> 김태규(현대 드라이브호 조리장) : "해산물, 김치 반찬, 채소. 과일 있고요. 육고기가 이쪽에 있습니다."

어둠이 내릴 무렵 시작된 본격적인 하역 작업은 밤새 이어집니다.

세계 시장을 공략할 메이드인 코리아 상품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습니다.

무역 통상국가 대한민국!

전체 수출입의 99.7%가 이처럼 배를 통해 이뤄집니다.

옮겨진 컨테이너는 이동 때 대양의 거센 파도에도 흔들리지 않도록 단단하게 묶어줍니다.

트럭으로 날라, 크레인으로 올리고, 고박하는 과정까지, 컨테이너 하나당 하역료는 12만 3천 원.

이번에 3,200개가 실려 3억 9천만 원이 들어갔습니다.

하역을 마칠 즈음 조타실에 나타난 도선사.

<녹취> "물이 들어오고 있죠, 바람 방향은 사우스웨스트."

선장과 함께 물길을 잡습니다.

드디어 출항을 알리는 방송이 울리고

<녹취> "준비, 근무자 위치로!"

육중한 선체는 서서히 부두와 멀어집니다.

접안했던 터미널에는 이용료와 환경 관리비용 750만원을 내게 됩니다.

배 한 척이 이렇게 30시간 동안 머물며 부산항에 뿌린 돈은 4억 6천만 원.

크레인 기사, 갑판 인부 등 130명이 동원됐습니다.

중동으로 가는 이번 항해와 달리 태평양을 건너면 더 많은 짐을 싣고 기름도 넣어야 해서 경제 효과는 24억 원까지 올라갑니다.

해운업은 항만 경제,지역 경제와 이렇게 직결됩니다.

해운업을 다시 일으켜 더 많은 화물과 알짜 노선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KBS 뉴스 지형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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