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안철수 “국회의원 정원 200명으로 줄이자고 안했다”

입력 2017.04.24 (18:20) 수정 2017.04.25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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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23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신이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의원수 너무 많다, 200명으로 줄이고 중앙당 폐지하자' 이렇게 말씀하셨고"라고 말하며, 바뀌지 않은 정치공약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5년 전 인하대 강연에서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이 10% 정도 의원 수를 줄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그런 선례가 있으니까 그런 일을 하자고 이야기한 거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냐'는 심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저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때는 200명이라고 오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200명으로 줄이자고 그러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팩트 체크


안철수 후보가 국회의원 정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안 후보의 기억대로 2012년 10월 23일 인하대 강연에서다.

당시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부터 특권을 먼저 내려놓은 뒤 재벌, 검찰, 기득권 세력에 특권을 내려놓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권이 특권을 내려놓는 세 가지 제도개혁 방안으로 의회제도, 정당제도, 선거제도의 변화를 제안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첫번째로 국회의원 수를 줄여서 정치권이 먼저 변화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영국, 일본, 미국의 국회의원 당 국민 수를 비교하며, 한국의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 수를 '몇명'으로 줄이자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법률상 국회의원 수가 200인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국회의원 정원을 100명 감축할 경우를 예로 들어 예산절감 효과가 2천~4천 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의 발언은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으로 줄이자는 뜻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일자, 안철수 후보 측은 감축해야 할 국회의원의 정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하대 강연 사흘 뒤,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중이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안 후보의 발언은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을 기본으로 해서 현재 인원보다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이제부터 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강연 발언과 정연정 교수의 해석은 세부적인 항목에서 불일치했다. 당시 강연에서 안철수 후보는 법률상 한국 국회의원 수가 200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헌법에 국회의원 정수가 200명 이상으로 되어 있고, 공직선거법이 정수를 300명으로 정하고 있다고 바로잡았다.

또 정 교수는 안 후보가 헌법 개정 가능성은 배제하고 법률 테두리 안의 변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 200명 이상을 전제로 인원 조정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날 강연 전문에서 안 후보가 명시적으로 개헌 가능성을 배제한 대목은 없었다. 안철수 후보의 발언에 대한 안 캠프 측의 해석은 당시 발언을 또렷이 되짚어주기보다는 파장이 확대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양상이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문에 '의원 정수 조정'의 필요성을 남기면서 정수 축소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18대 대선 이후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2013년 3월 미국에서 귀국해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안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재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선 후보 시절 다양한 정치쇄신안을 말씀드렸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잘 다듬어 나가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2015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방안을 제시하자, 안철수 의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안 의원은 "핵심은 국회의원 수가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이라며 "선거제도를 바꾸고 성과를 낸 이후에 국회의원 수를 논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무게 중심을 소선거구제 폐지로 옮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자, 안 의원은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또는 정당명부식 비례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8월 출간한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은 안철수 후보의 비선 역할을 한 박경철 원장의 작품"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팩트 체크 결과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감축하자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안 후보는 2012년 10월 인하대 강연에서 인원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명으로 인원을 감축할 경우를 사례로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예산 절감 액수까지 제시해 정수 감축 주장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같은 안철수 후보의 모호한 발언이 진위 논란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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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정2017-04-25 09: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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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23일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자신이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줄이자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정치개혁에 대한 생각이 너무 많이 바뀌었어요. 처음에는 '의원수 너무 많다, 200명으로 줄이고 중앙당 폐지하자' 이렇게 말씀하셨고"라고 말하며, 바뀌지 않은 정치공약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5년 전 인하대 강연에서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려면 먼저 정치권부터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IMF 외환위기 때 김대중 대통령이 10% 정도 의원 수를 줄인 적이 있다'고 말했다며, "고통분담 차원에서 그런 선례가 있으니까 그런 일을 하자고 이야기한 거다"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생각하시냐'는 심 후보의 거듭된 질문에 "저는 그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때는 200명이라고 오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200명으로 줄이자고 그러지 않았습니다"라고 대답했다. 팩트 체크 안철수 후보가 국회의원 정원에 대해 언급한 것은 안 후보의 기억대로 2012년 10월 23일 인하대 강연에서다. 당시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안철수 후보는 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권부터 특권을 먼저 내려놓은 뒤 재벌, 검찰, 기득권 세력에 특권을 내려놓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정치권이 특권을 내려놓는 세 가지 제도개혁 방안으로 의회제도, 정당제도, 선거제도의 변화를 제안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날 강연에서 '첫번째로 국회의원 수를 줄여서 정치권이 먼저 변화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영국, 일본, 미국의 국회의원 당 국민 수를 비교하며, 한국의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후보는 이 자리에서 국회의원 수를 '몇명'으로 줄이자고 명확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법률상 국회의원 수가 200인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고 언급했다. 또 국회의원 정원을 100명 감축할 경우를 예로 들어 예산절감 효과가 2천~4천 억 원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안 후보의 발언은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으로 줄이자는 뜻으로 알려졌다. 파문이 일자, 안철수 후보 측은 감축해야 할 국회의원의 정원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인하대 강연 사흘 뒤, 안철수 캠프의 정치혁신포럼에서 활동중이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CBS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해 안 후보의 발언은 국회의원 정원을 '200명을 기본으로 해서 현재 인원보다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에 대한 논의를 이제부터 하자'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강연 발언과 정연정 교수의 해석은 세부적인 항목에서 불일치했다. 당시 강연에서 안철수 후보는 법률상 한국 국회의원 수가 200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헌법에 국회의원 정수가 200명 이상으로 되어 있고, 공직선거법이 정수를 300명으로 정하고 있다고 바로잡았다. 또 정 교수는 안 후보가 헌법 개정 가능성은 배제하고 법률 테두리 안의 변화를 강조했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 200명 이상을 전제로 인원 조정 필요성을 제시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날 강연 전문에서 안 후보가 명시적으로 개헌 가능성을 배제한 대목은 없었다. 안철수 후보의 발언에 대한 안 캠프 측의 해석은 당시 발언을 또렷이 되짚어주기보다는 파장이 확대되지 않도록 진화에 나선 양상이었다. 안 후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발표한 새정치공동선언문에 '의원 정수 조정'의 필요성을 남기면서 정수 축소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18대 대선 이후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감축을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았다. 2013년 3월 미국에서 귀국해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자리에서, 안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재논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선 후보 시절 다양한 정치쇄신안을 말씀드렸는데 부족한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해 잘 다듬어 나가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2015년 7월 새정치민주연합 혁신위원회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 확대방안을 제시하자, 안철수 의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안 의원은 "핵심은 국회의원 수가 아니라 선거제도 개편"이라며 "선거제도를 바꾸고 성과를 낸 이후에 국회의원 수를 논하고 국민들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며 무게 중심을 소선거구제 폐지로 옮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에서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자, 안 의원은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되 한 선거구에서 3~5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 또는 정당명부식 비례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 같은 입장 변화에 대해 지난 대선 때 안철수 캠프의 상황실장이었던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8월 출간한 『이기는 야당을 갖고싶다』에서 "국회의원 정수 축소 공약은 안철수 후보의 비선 역할을 한 박경철 원장의 작품"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팩트 체크 결과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를 200명으로 감축하자고 말하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안 후보는 2012년 10월 인하대 강연에서 인원 감축 목표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200명으로 인원을 감축할 경우를 사례로 언급하면서 구체적인 예산 절감 액수까지 제시해 정수 감축 주장의 빌미를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같은 안철수 후보의 모호한 발언이 진위 논란을 부추긴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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