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산속 은밀한 주부 도박장…모두 50억대 판돈

입력 2017.05.02 (08:34) 수정 2017.05.0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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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 '타짜'의 한 장면입니다.

천막으로 된 도박장 한가운데 바닥에 선이 그려져 있고 뭉칫돈이 오가는데요.

속칭 줄도박이라고 불리는 도박판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로만 알았던 이런 도박판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단속을 피해 은밀하게 야산에 친 천막에서 열린 도박판이 영화 속 장면과 똑같습니다.

하룻밤에 억 대의 판돈이 오가고, 도박장 개설에는 조직폭력배까지 개입돼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 발디딜 틈 없이 빼곡히 자리 잡은 사람은 중년 주부가 대부분이였는데, 어떻게 이런 도박에 빠져 들게 된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대형 천막 안에 수십 명이 빽빽하게 앉아 있습니다.

선이 그려진 녹색 바닥 주위로 빈틈 없이 둘러 앉은 사람들.

손에는 돈다발이 한뭉치씩 들려 있습니다.

가운데 앉은 여성이 화투장을 섞어 집어 던지자, 사람들이 바닥의 선을 따라 돈을 내려 놓기 시작합니다.

<녹취> "둘 둘, 3번 위에서 처음 내신 분은 1, 2번으로 가세요. 그만 해요. 그만."

화투장의 숫자를 맞추는 이른바 도리짓고땡, 줄도박 현장입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줄도박이라는 건데요. 끝수가 높은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거예요. 내가 20만 원을 베팅해서 거기에 두 배를 맞추면 두 배를 자기가 이익으로 얻는 거죠.”

언뜻 보기에도 도박판에서 오가는 판돈이 심상치 않습니다.

<녹취> “아이고 이거 뭐야. 1억 챙겼어. 1억.”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도박에 빠져 듭니다.

<녹취> "여섯 개, 세 개, 여섯 개, 이거 열하나. 이거 누구거야. 이거는."

도박판을 이러저리 오가며 돈을 걷는 남성은 무언가에 쫓기듯 사람들을 재촉합니다.

<녹취> “자, 빨리한다. 빨리. 자 빨리합니다. 하나, 둘!”

은밀한 장소나 판돈의 규모로 봤을 때 불법 도박 현장임이 명백해 보이는 상황.

지난해 12월 경찰에 들어온 제보로 이 도박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인적이 드문 야산을 찾아다니며 천막을 치고, 대규모 줄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전국을 누비며 경기도도 가고 충남도 가고 충북도 가고 야산을 돌아다니면서 하는 건데 거기에 진절머리도 나고 돈도 몇천만 원 정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한테 제보를 준 거죠. 단속 좀 해달라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도박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도박장이 있었다는 곳에는 이미 천막이 없어진 뒤였고, 계속해서 장소를 옮겨다녀 도박 현장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여기 장소 자체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길을 내고 우리가 잠복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사람들이 단속을 피하려고 장소를 매일 바꾸기 때문에…….”

도박장을 한번 찾았던 사람도 도박장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한밤 중에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올라온 터라 도박장이 있던 곳을 찾아내지 못했던 겁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밤에 와서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니까. 불이 다 꺼져있는 상태에서 도박장 개장하는 사람들이 이용한 차를 타서 왔기 때문에 여기가 어딘지를 몰라요.”

5개월 동안 추적에 나선 경찰, 마침내 도박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찾아냈습니다.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도박장이었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마지막에 검거한 사람이 창고장이라고 도박장의 우두머리인데 조직 폭력배예요. 그래서 이 사람 같은 경우는 계속 도박장을 개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따로 전담팀을 꾸려서…….”

우두머리 격인 양 모 씨가 총책인 창고장을 맡아 도박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낮에 야산을 미리 둘러보고, 경찰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저녁 무렵 천막을 설치해 도박장을 열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조직원, 망을 보는 사람, 속칭 꽁지, '문방'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충북 등지에 점조직 형태로 모집책을 두고, 도박판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차명 휴대전화, 대포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도박 참가자를 모집한 뒤, 승합차로 실어 날랐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도박장을 개장한다 하면 같이 차를타고 와서 도박을 하는 거죠.”

한번 도박이 열리면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대부분 평범한 중년 주부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대부분 다 평범한 가정주부고요. 운영하는 사람들은 조직원도 있긴 하지만 다 도박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 다 과거에 도박을 좀 했던 사람들 (입니다)”

도박판을 이러저리 오가며 사람들에게 빨리 돈을 걸라고 독촉한 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번 도박을 열면 3시간 안에는 끝을 냈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4억~5억 원의 판돈이 오갔습니다.

베팅 금액의 제한도 없어 대부분 하룻밤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 원씩을 도박판에서 날렸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보통 한 게임이 5분인데 5분 동안에 판돈이 한 수천만 원은 오간 걸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5분에 한 게임이니까 한 시간에 12판 정도 할 수 있는 거고 보통 와서 하는 게 한 3시간이거든요.”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50억 원대의 도박판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도박장 개장은 엄청나게 이 사회 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일이고, 또 보통 도객들이 주부들이기 때문에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고 사회문제로 귀결이 되기 때문에…….”

경찰은 조직폭력배 양씨 등 4명을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달아난 일당 5명을 추적하는 동시에, 도박장 현장 영상에 포착된 도박 참가자들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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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산속 은밀한 주부 도박장…모두 50억대 판돈
    • 입력 2017-05-02 08:43:56
    • 수정2017-05-02 08:5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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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도박을 소재로 한 영화 '타짜'의 한 장면입니다.

천막으로 된 도박장 한가운데 바닥에 선이 그려져 있고 뭉칫돈이 오가는데요.

속칭 줄도박이라고 불리는 도박판입니다.

영화 속 이야기로만 알았던 이런 도박판이 실제로 존재했습니다.

단속을 피해 은밀하게 야산에 친 천막에서 열린 도박판이 영화 속 장면과 똑같습니다.

하룻밤에 억 대의 판돈이 오가고, 도박장 개설에는 조직폭력배까지 개입돼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 발디딜 틈 없이 빼곡히 자리 잡은 사람은 중년 주부가 대부분이였는데, 어떻게 이런 도박에 빠져 들게 된 걸까요.

사건의 전말을 한 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대형 천막 안에 수십 명이 빽빽하게 앉아 있습니다.

선이 그려진 녹색 바닥 주위로 빈틈 없이 둘러 앉은 사람들.

손에는 돈다발이 한뭉치씩 들려 있습니다.

가운데 앉은 여성이 화투장을 섞어 집어 던지자, 사람들이 바닥의 선을 따라 돈을 내려 놓기 시작합니다.

<녹취> "둘 둘, 3번 위에서 처음 내신 분은 1, 2번으로 가세요. 그만 해요. 그만."

화투장의 숫자를 맞추는 이른바 도리짓고땡, 줄도박 현장입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줄도박이라는 건데요. 끝수가 높은 사람이 돈을 가져가는 거예요. 내가 20만 원을 베팅해서 거기에 두 배를 맞추면 두 배를 자기가 이익으로 얻는 거죠.”

언뜻 보기에도 도박판에서 오가는 판돈이 심상치 않습니다.

<녹취> “아이고 이거 뭐야. 1억 챙겼어. 1억.”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은 점점 도박에 빠져 듭니다.

<녹취> "여섯 개, 세 개, 여섯 개, 이거 열하나. 이거 누구거야. 이거는."

도박판을 이러저리 오가며 돈을 걷는 남성은 무언가에 쫓기듯 사람들을 재촉합니다.

<녹취> “자, 빨리한다. 빨리. 자 빨리합니다. 하나, 둘!”

은밀한 장소나 판돈의 규모로 봤을 때 불법 도박 현장임이 명백해 보이는 상황.

지난해 12월 경찰에 들어온 제보로 이 도박장의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인적이 드문 야산을 찾아다니며 천막을 치고, 대규모 줄도박을 벌이고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전국을 누비며 경기도도 가고 충남도 가고 충북도 가고 야산을 돌아다니면서 하는 건데 거기에 진절머리도 나고 돈도 몇천만 원 정도 잃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희한테 제보를 준 거죠. 단속 좀 해달라고.”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도박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도박장이 있었다는 곳에는 이미 천막이 없어진 뒤였고, 계속해서 장소를 옮겨다녀 도박 현장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여기 장소 자체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장소가 아니기 때문에 길을 내고 우리가 잠복한 상황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이 사람들이 단속을 피하려고 장소를 매일 바꾸기 때문에…….”

도박장을 한번 찾았던 사람도 도박장의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한밤 중에 인적이 드문 야산으로 올라온 터라 도박장이 있던 곳을 찾아내지 못했던 겁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밤에 와서 여기가 어딘지를 모르니까. 불이 다 꺼져있는 상태에서 도박장 개장하는 사람들이 이용한 차를 타서 왔기 때문에 여기가 어딘지를 몰라요.”

5개월 동안 추적에 나선 경찰, 마침내 도박장으로 진입하는 차량을 찾아냈습니다.

조직폭력배가 개입된 도박장이었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마지막에 검거한 사람이 창고장이라고 도박장의 우두머리인데 조직 폭력배예요. 그래서 이 사람 같은 경우는 계속 도박장을 개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따로 전담팀을 꾸려서…….”

우두머리 격인 양 모 씨가 총책인 창고장을 맡아 도박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낮에 야산을 미리 둘러보고, 경찰의 접근이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저녁 무렵 천막을 설치해 도박장을 열었습니다.

돈을 빌려주는 조직원, 망을 보는 사람, 속칭 꽁지, '문방' 등으로 역할을 분담했습니다.

이들은 서울과 경기, 충북 등지에 점조직 형태로 모집책을 두고, 도박판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았습니다.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차명 휴대전화, 대포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 도박 참가자를 모집한 뒤, 승합차로 실어 날랐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도박장을 개장한다 하면 같이 차를타고 와서 도박을 하는 거죠.”

한번 도박이 열리면 백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대부분 평범한 중년 주부들이었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대부분 다 평범한 가정주부고요. 운영하는 사람들은 조직원도 있긴 하지만 다 도박을 했던 사람들. 대부분 다 과거에 도박을 좀 했던 사람들 (입니다)”

도박판을 이러저리 오가며 사람들에게 빨리 돈을 걸라고 독촉한 것도 이유가 있었습니다.

한 번 도박을 열면 3시간 안에는 끝을 냈습니다.

단속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짧은 시간 동안 4억~5억 원의 판돈이 오갔습니다.

베팅 금액의 제한도 없어 대부분 하룻밤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 만 원씩을 도박판에서 날렸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보통 한 게임이 5분인데 5분 동안에 판돈이 한 수천만 원은 오간 걸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5분에 한 게임이니까 한 시간에 12판 정도 할 수 있는 거고 보통 와서 하는 게 한 3시간이거든요.”

경찰 수사 결과 이들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50억 원대의 도박판을 열었습니다.

<인터뷰> 노상민(충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2팀장) : “도박장 개장은 엄청나게 이 사회 경제 질서를 훼손하는 일이고, 또 보통 도객들이 주부들이기 때문에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고 사회문제로 귀결이 되기 때문에…….”

경찰은 조직폭력배 양씨 등 4명을 도박개장 혐의로 구속하고 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또, 달아난 일당 5명을 추적하는 동시에, 도박장 현장 영상에 포착된 도박 참가자들에 대해 추가 조사를 진행할 방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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