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다 빼앗는’ 기초연금 592억 원…뒤늦은 환수에 ‘분통’

입력 2017.05.05 (06:35) 수정 2017.05.05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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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처음부터 안줬으면 모를까, 한번 줬다 빼앗는 것만큼 고약한 일이 없죠,

정부가 무려 600억원 가까운 기초연금을 잘못 지급했다가 뒤늦게 환수하는 소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분통을 떠뜨리고 있고, 애꿎은 일선 공무원들은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엉터리같은 기초연금 환수 소동,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3살 김진방 할아버지는 기초연금이 시행된 2014년 7월부터 16만여 원을 매달 꼬박꼬박 받았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와 함께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 100만원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이들 부부에게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진방(기초연금 과수급자) : "장애인이기 때문에 우리 집사람이 기저귀도 사야 하고 이 사람에게만 들어가는 돈이 몇 십만원, 백만 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하지만 언제부턴가 기초연금이 반토막나더니, 지난해 말부터는 달랑 천 원만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실수로 기초연금을 더 줬다며 이 금액을 연금에서 떼고 주는 겁니다.

<인터뷰> 김진방(기초연금 과수급자) : "돈 액수도 액수지만 속상한 것이 더 크다고 그러니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게 되고 불만을 느끼게 되지..."

발단이 된 건 기초연금 도입 초기 행정 착오였습니다.

공무원이나 군인 등 이른바 '직역연금' 수급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아닌데도 전산에 잘못 입력한 겁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자료를 저희한테 덜 넘겨준거죠. 자자체에서 조사하다보니까 본인은 공무원생활을 했었다, 지금 직역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서 알게됐습니다)."

기초연금 환수 대상은 전국에 5만여 명, 금액은 592억 원에 달합니다.

1인당 100만 원에서 백 2십만 원, 심지어 3백만 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하는 사람도 있어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OO시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까지 받은 거 한 이백 얼마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니까 어떻게 내라고 하냐 이렇게 하면서 와서 막 의자 던지시고.."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대상자가 천4백 명이 넘는 이 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 2명이 환수 업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주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과 항의가)상상을 초월하죠. 온갖 협박도 다 받아 봤구요, 거의 본연의 업무자체를 못했어요."

<녹취> 은재호(한국행정연구원 박사) : "이런 류의 행정 착오는 행정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행정에 대한 불신은 수급자들의 모럴헤저드와 연결될 수가 있고요..."

환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돌려받은 것으로 집계된 기초연금은 잘못 지급된 금액의 30% 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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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줬다 빼앗는’ 기초연금 592억 원…뒤늦은 환수에 ‘분통’
    • 입력 2017-05-05 06:37:51
    • 수정2017-05-05 07:2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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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처음부터 안줬으면 모를까, 한번 줬다 빼앗는 것만큼 고약한 일이 없죠,

정부가 무려 600억원 가까운 기초연금을 잘못 지급했다가 뒤늦게 환수하는 소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분통을 떠뜨리고 있고, 애꿎은 일선 공무원들은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엉터리같은 기초연금 환수 소동, 송명희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83살 김진방 할아버지는 기초연금이 시행된 2014년 7월부터 16만여 원을 매달 꼬박꼬박 받았습니다.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와 함께 받는 기초연금은 한 달 100만원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이들 부부에게 큰 버팀목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진방(기초연금 과수급자) : "장애인이기 때문에 우리 집사람이 기저귀도 사야 하고 이 사람에게만 들어가는 돈이 몇 십만원, 백만 원 이상이 들어가는데.."

하지만 언제부턴가 기초연금이 반토막나더니, 지난해 말부터는 달랑 천 원만 통장에 들어왔습니다.

실수로 기초연금을 더 줬다며 이 금액을 연금에서 떼고 주는 겁니다.

<인터뷰> 김진방(기초연금 과수급자) : "돈 액수도 액수지만 속상한 것이 더 크다고 그러니까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가게 되고 불만을 느끼게 되지..."

발단이 된 건 기초연금 도입 초기 행정 착오였습니다.

공무원이나 군인 등 이른바 '직역연금' 수급자들은 기본적으로 기초연금 수급 대상이 아닌데도 전산에 잘못 입력한 겁니다.

<인터뷰> 보건복지부 관계자(음성변조) : "(공무원)연금공단에서 자료를 저희한테 덜 넘겨준거죠. 자자체에서 조사하다보니까 본인은 공무원생활을 했었다, 지금 직역연금을 받고 있다(고 해서 알게됐습니다)."

기초연금 환수 대상은 전국에 5만여 명, 금액은 592억 원에 달합니다.

1인당 100만 원에서 백 2십만 원, 심지어 3백만 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하는 사람도 있어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녹취> OO시 관계자(음성변조) : "이제까지 받은 거 한 이백 얼마를 한꺼번에 내라고 하니까 어떻게 내라고 하냐 이렇게 하면서 와서 막 의자 던지시고.."

공무원은 공무원대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대상자가 천4백 명이 넘는 이 자치단체에서는 공무원 2명이 환수 업무를 전담하고 있습니다.

<녹취> 전주시청 관계자(음성변조) : "(민원과 항의가)상상을 초월하죠. 온갖 협박도 다 받아 봤구요, 거의 본연의 업무자체를 못했어요."

<녹취> 은재호(한국행정연구원 박사) : "이런 류의 행정 착오는 행정에 대한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리고 행정에 대한 불신은 수급자들의 모럴헤저드와 연결될 수가 있고요..."

환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돌려받은 것으로 집계된 기초연금은 잘못 지급된 금액의 30% 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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