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풀이되는 ‘크림빵 뺑소니’

입력 2017.06.04 (22:47) 수정 2017.06.08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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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목격자 : "정상적인 의식이 있는 사람이면 뭔가 충돌을 하면 본능적으로 세웠어야 할 거 아녜요."

<녹취> 유가족 : "결과는 살인인데 실수라고 얘기하는 부분들이 용납 안 되는 거죠."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기에 도로 위의 묻지마 살인이라고도 불립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가 잇따르자 수사 당국도 강력한 처벌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우리 현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에 대해 면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일요일 오전의 한산한 도로.

승용차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정지 신호도 무시한 채 사거리를 지나던 오토바이를 들이 받고 달아납니다.

충격과 동시에 오토바이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튕겨져 나간 오토바이 운전자는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녹취> 목격자 : "시속 100km 이상?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나갔어요. 이어서 경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쫓아갔거든요. 오토바이랑 피해자 는 거의 저쪽 길까지 밀려나가고."

승용차 운전자는 육군 중사 24살 장모 씨.

20대 여성도 조수석에 타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측정한 장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였습니다.

음주운전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녹취> 음주운전 당시 상황(음성변조) : "누나, 나는 운전을 되게, 베스트 드라이버야."

운전 도중 여성이 휴대전화를 두고 온 것을 친구를 통해 확인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녹취> 음주운전 당시 상황(음성변조) : "누나 휴대전화가 있대. (가봐, 한번 찾아 일단)."

이때 신호위반을 적발하려고 경찰차가 따라오자 과속하며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녹취> 음주운전 당시 상황(음성변조) : "누나, 잠깐. (야, 뭐야?) 경찰 붙었어 지금! (야~ 제발! 야, 천천히. 야! 야! 야!)"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난 뒤 한 건물 벽을 들이 받고 차를 세우면서 5km의 추격전이 끝납니다.

<녹취> 목격자 : "건물을 받고 뒤에 경찰차가 오는데 바로 나와서 여자랑 얘기하다가 다시 갈까 했는데 경찰이 빨리 와서 다시 도망을 못 가고 잡혔거든요. 술 냄새가 제가 세 걸음 앞까지 갔는데 나더라고요. 그런데 그 상태에서도 경찰한테 되게 불순한 태도로 하고 여자는 옆에서 자기 탓 아니라고 하고 있고... 체포할 때도 경찰이 억지로 경찰차에 넣고 그랬거든요. 안 들어가려고 해서."

장 씨는 군 검찰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는 인터넷 설치기사 33살 김신영 씨.

일요일이었지만 고장 신고를 받고 수리를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김 씨는 온몸이 골절되고 장기도 파열돼 수차례 수술을 받다가 사고 13일 만에 숨졌습니다.

김 씨가 입었던 작업복입니다.

곳곳이 찢어지고 혈흔까지 남아 있습니다.

사고 당시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 씨의 몸이 20미터 거리까지 튕겨 나가면서 신발 한 짝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김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부인은 아직도 가장의 부재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故 김신영 씨 부인) : "언젠가 이 상황에 대해서 제 아이한테 설명해야 될 텐데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아빠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 살 아들은 밤마다 현관을 서성이며 아빠를 찾습니다.

<녹취> 조○○(故 김신영 씨 부인) : "아기가 이제 불안해가지고... 현관을 꼭 한 번 확인하죠. 문을 열어서 보여줘야 돼요."

김신영씨는 인터넷 설치 기사로 일하면서 음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녹취> 시와(동료 음악인) : "기타리스트로서도 되게 능력이 뛰어나서, 제가 노래할 때 기타 연주를 부탁한 것도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을 내기 위해 20대 때부터 노래를 직접 만들고, 틈틈이 공연을 해왔습니다.

<인터뷰> 시와(동료 음악인) : "매번 새로운 거 시도해 보고 싶어 하고 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면서 공연하자고 하는 열의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김 씨가 목숨을 잃으면서 모든 꿈과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유족이 바라는 건 가해자에 대한 엄벌입니다.

<녹취> 조○○(故 김신영 씨 부인) : "최소 (징역)20년은 받았으면 좋겠고요, 그 가해자, 남자 가해자가. 왜냐하면 제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감옥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법이 그러니까. 제가 큰 걸 바라는 사람이 됐죠, 지금은."

그렇다면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경우 현실에서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인천 청라지구.

밤길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앞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피해 차량은 10미터 넘게 튕겨져 나갑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이 차에 타고 있던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5살 아이까지 일가족 3명이 숨졌고, 아빠도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달에 찍은 납골당 사진입니다.

다섯살 꼬마의 납골함에는 생전에 좋아하던 장난감이 선물로 붙어있습니다.

<인터뷰> 김달현(유가족) : "평생 가지 이게 시간이 지난다고 잊히겠어요? 저 뿐만이 아니고 모든 가족들이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가해자의 사과는 없습니다.

오히려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되자 바로 항소했고, 최근 항소심에서는 1년이 더해진 징역 5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일가족 3명이 숨져 가정이 해체됐는데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고 1년이 흐른 지금, 유족들은 가해자의 죗값이 징역 5년뿐이라는 현실에 또한번 참담함을 느낍니다.

<인터뷰> 김달현(유가족) : "상식과 정의가 무너져 있는 거예요, 진짜 솔직히.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나 죄책감이 커요.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발생된 건 살인미수죄와 동일한 죄, 살인죄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된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난 2015년,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20대 가장이 차량에 치어 숨진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이 사고가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자 지난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살인에 준해 처벌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음주 사망 사고를 고의가 아닌 과실로 간주하는 경향은 여전합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가해자도 징역 3년형 처벌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음주사망 사고는 단순한 과실범이라고 볼 수 없어요. 미필적 고의하고 전혀 다를 바가 없어요. 그것은 업무상 과실이 아니고, 음주운전에서 술 마신 것 때문에 운전을 제대로 못해서 사고 냈을 때는 살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교통 선진국이라는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음주운전으로 3명을 숨지게 한 뒤 달아난 남성에 대해 징역 22년형이 확정됐습니다.

가해자의 뺑소니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터뷰> 하라노 카츠노리(유가족/지난해) : "세상과 국민이 음주운전을 용서할 수 없다고,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현행법의 처벌 수위가 낮은 것만은 아닙니다.

차량 사고 도주 후 피해자가 숨졌을 때 무기 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에 구멍이 있습니다.

크림빵 뺑소니 가해자는 사건 19일 뒤에야 자수했습니다.

소주 4병을 마셨다는 자백에도 음주 사실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선 오히려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육군 중사도 경찰의 추격을 피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장○○(음성변조) : "나 지금 음주잖아. 술 먹었다고 걸렸을거야."

결국 허술한 법, 그리고 음주운전을 '교통사고'로 보는 관행이 음주운전 근절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음주운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이 경찰수사에서 나타난다면 그 뺑소니범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죠. 최소 5년부터 무기 징역까지 가능하죠. 그렇다면 무기 징역까지 가는 경우는 요새 드물더라도 최소 징역 10년 또는 상황에 따라 15년까지도 선고를 지금도 할 수 있어요.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을 만들 때도 양형 기준의 음주 사망 사고를 교통 사고로 분류하는 자체가 잘못이에요."

지난해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모두 23만여 명.

30대 가장 김신영 씨, 인천의 일가족 3명을 포함한 438명이 음주운전 사고 피해로 숨졌고 3만 2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음주운전 방조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어땠을까?

김신영씨 사고 이후 유족들은 사고 당시 영상을 확보하고 목격자뿐만 아니라 술자리 동석자도 찾아다녔습니다.

유족들은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도 밝혀지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동석자 진술 등은 방조 혐의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었고, 불필요한 조사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유족 : "같이 술먹었던 사람 그 친구들 진술서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녹취> 경찰(음성변조) : "목격자 그 부분은 (조사) 안 된 부분이 맞습니다."

<녹취> 유족 :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차를 술집 주차장에 (주차)했는지, 차 키를 맡겼는지, 술 취한 사람한테 차 키를 줬으니 운전을 했을 거 아닙니까?"

<녹취> 경찰(음성변조) : "그 부분도..."

경찰은 동승자의 방조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면서도 담당 경찰에게 별다른 보강 수사를 지휘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녹취> "이젠 바람에 날아와, 이젠 추억에 날아와,다신 볼 수 없네."

김신영 씨의 세 살 아들이 아빠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을 찾았습니다.

아들은 아직도 아빠가 음주 운전차에 치여 눈을 감았는지 모른채 아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수많은 김신영 씨 가족을 만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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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되풀이되는 ‘크림빵 뺑소니’
    • 입력 2017-06-04 23:11:54
    • 수정2017-06-08 10:41:04
    취재파일K
<녹취> 목격자 : "정상적인 의식이 있는 사람이면 뭔가 충돌을 하면 본능적으로 세웠어야 할 거 아녜요."

<녹취> 유가족 : "결과는 살인인데 실수라고 얘기하는 부분들이 용납 안 되는 거죠."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는 무고한 생명을 앗아가기에 도로 위의 묻지마 살인이라고도 불립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가 잇따르자 수사 당국도 강력한 처벌을 공개적으로 약속하기도 했는데요.

그동안 우리 현실은 얼마나 바뀌었을까요?

목숨을 앗아가는 사고에 대해 면밀한 수사와 합당한 처벌이 이뤄지고 있을까요?

<리포트>

일요일 오전의 한산한 도로.

승용차 한 대가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더니, 정지 신호도 무시한 채 사거리를 지나던 오토바이를 들이 받고 달아납니다.

충격과 동시에 오토바이는 산산조각 났습니다.

튕겨져 나간 오토바이 운전자는 고통에 몸부림칩니다.

<녹취> 목격자 : "시속 100km 이상?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지나갔어요. 이어서 경찰차 한 대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쫓아갔거든요. 오토바이랑 피해자 는 거의 저쪽 길까지 밀려나가고."

승용차 운전자는 육군 중사 24살 장모 씨.

20대 여성도 조수석에 타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측정한 장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7%였습니다.

음주운전 당시 상황은 어땠을까?

<녹취> 음주운전 당시 상황(음성변조) : "누나, 나는 운전을 되게, 베스트 드라이버야."

운전 도중 여성이 휴대전화를 두고 온 것을 친구를 통해 확인하고 왔던 길을 되돌아갑니다.

<녹취> 음주운전 당시 상황(음성변조) : "누나 휴대전화가 있대. (가봐, 한번 찾아 일단)."

이때 신호위반을 적발하려고 경찰차가 따라오자 과속하며 달아나기 시작합니다.

<녹취> 음주운전 당시 상황(음성변조) : "누나, 잠깐. (야, 뭐야?) 경찰 붙었어 지금! (야~ 제발! 야, 천천히. 야! 야! 야!)"

오토바이를 치고 달아난 뒤 한 건물 벽을 들이 받고 차를 세우면서 5km의 추격전이 끝납니다.

<녹취> 목격자 : "건물을 받고 뒤에 경찰차가 오는데 바로 나와서 여자랑 얘기하다가 다시 갈까 했는데 경찰이 빨리 와서 다시 도망을 못 가고 잡혔거든요. 술 냄새가 제가 세 걸음 앞까지 갔는데 나더라고요. 그런데 그 상태에서도 경찰한테 되게 불순한 태도로 하고 여자는 옆에서 자기 탓 아니라고 하고 있고... 체포할 때도 경찰이 억지로 경찰차에 넣고 그랬거든요. 안 들어가려고 해서."

장 씨는 군 검찰에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음주운전자의 차에 치인 오토바이 운전자는 인터넷 설치기사 33살 김신영 씨.

일요일이었지만 고장 신고를 받고 수리를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김 씨는 온몸이 골절되고 장기도 파열돼 수차례 수술을 받다가 사고 13일 만에 숨졌습니다.

김 씨가 입었던 작업복입니다.

곳곳이 찢어지고 혈흔까지 남아 있습니다.

사고 당시 충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 씨의 몸이 20미터 거리까지 튕겨 나가면서 신발 한 짝은 끝내 찾지 못했습니다.

김 씨가 세상을 떠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부인은 아직도 가장의 부재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조○○(故 김신영 씨 부인) : "언젠가 이 상황에 대해서 제 아이한테 설명해야 될 텐데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잘 모르겠어요."

아빠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 살 아들은 밤마다 현관을 서성이며 아빠를 찾습니다.

<녹취> 조○○(故 김신영 씨 부인) : "아기가 이제 불안해가지고... 현관을 꼭 한 번 확인하죠. 문을 열어서 보여줘야 돼요."

김신영씨는 인터넷 설치 기사로 일하면서 음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녹취> 시와(동료 음악인) : "기타리스트로서도 되게 능력이 뛰어나서, 제가 노래할 때 기타 연주를 부탁한 것도 있었고."

자신의 이름을 건 음반을 내기 위해 20대 때부터 노래를 직접 만들고, 틈틈이 공연을 해왔습니다.

<인터뷰> 시와(동료 음악인) : "매번 새로운 거 시도해 보고 싶어 하고 또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항상 생각하면서 공연하자고 하는 열의가 있는 사람이었어요."

음주운전자가 낸 사고로 김 씨가 목숨을 잃으면서 모든 꿈과 희망은 사라졌습니다.

유족이 바라는 건 가해자에 대한 엄벌입니다.

<녹취> 조○○(故 김신영 씨 부인) : "최소 (징역)20년은 받았으면 좋겠고요, 그 가해자, 남자 가해자가. 왜냐하면 제 아이가 성인이 되기 전에는 (감옥에서) 안 나왔으면 좋겠어요. 법이 그러니까. 제가 큰 걸 바라는 사람이 됐죠, 지금은."

그렇다면 음주운전으로 타인의 목숨을 빼앗은 경우 현실에서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인천 청라지구.

밤길 차량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오더니 앞차를 그대로 들이받고, 피해 차량은 10미터 넘게 튕겨져 나갑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이 차에 타고 있던 외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5살 아이까지 일가족 3명이 숨졌고, 아빠도 크게 다쳤습니다.

지난달에 찍은 납골당 사진입니다.

다섯살 꼬마의 납골함에는 생전에 좋아하던 장난감이 선물로 붙어있습니다.

<인터뷰> 김달현(유가족) : "평생 가지 이게 시간이 지난다고 잊히겠어요? 저 뿐만이 아니고 모든 가족들이 마찬가지예요."

지금까지 가해자의 사과는 없습니다.

오히려 1심에서 징역 4년이 선고되자 바로 항소했고, 최근 항소심에서는 1년이 더해진 징역 5년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일가족 3명이 숨져 가정이 해체됐는데 원심의 형량이 너무 가볍다며 징역 5년을 선고했습니다.

사고 1년이 흐른 지금, 유족들은 가해자의 죗값이 징역 5년뿐이라는 현실에 또한번 참담함을 느낍니다.

<인터뷰> 김달현(유가족) : "상식과 정의가 무너져 있는 거예요, 진짜 솔직히.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나 죄책감이 커요. 음주운전으로 사고가 발생된 건 살인미수죄와 동일한 죄, 살인죄와 동일하게 적용해야 된다고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난 2015년,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귀가하던 20대 가장이 차량에 치어 숨진 이른바 '크림빵 뺑소니'.

이 사고가 사회적 공분을 자아내자 지난해 김수남 당시 검찰총장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살인에 준해 처벌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음주 사망 사고를 고의가 아닌 과실로 간주하는 경향은 여전합니다.

크림빵 뺑소니 사건 가해자도 징역 3년형 처벌에 그쳤습니다.

<인터뷰>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음주사망 사고는 단순한 과실범이라고 볼 수 없어요. 미필적 고의하고 전혀 다를 바가 없어요. 그것은 업무상 과실이 아니고, 음주운전에서 술 마신 것 때문에 운전을 제대로 못해서 사고 냈을 때는 살인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교통 선진국이라는 이웃나라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는 음주운전으로 3명을 숨지게 한 뒤 달아난 남성에 대해 징역 22년형이 확정됐습니다.

가해자의 뺑소니가 형량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인터뷰> 하라노 카츠노리(유가족/지난해) : "세상과 국민이 음주운전을 용서할 수 없다고,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현행법의 처벌 수위가 낮은 것만은 아닙니다.

차량 사고 도주 후 피해자가 숨졌을 때 무기 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법에 구멍이 있습니다.

크림빵 뺑소니 가해자는 사건 19일 뒤에야 자수했습니다.

소주 4병을 마셨다는 자백에도 음주 사실이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며 음주운전 혐의에 대해선 오히려 무죄 판결이 나왔습니다.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를 낸 육군 중사도 경찰의 추격을 피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녹취> 장○○(음성변조) : "나 지금 음주잖아. 술 먹었다고 걸렸을거야."

결국 허술한 법, 그리고 음주운전을 '교통사고'로 보는 관행이 음주운전 근절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한문철(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 "음주운전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점이 경찰수사에서 나타난다면 그 뺑소니범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죠. 최소 5년부터 무기 징역까지 가능하죠. 그렇다면 무기 징역까지 가는 경우는 요새 드물더라도 최소 징역 10년 또는 상황에 따라 15년까지도 선고를 지금도 할 수 있어요. 대법원에서 양형 기준을 만들 때도 양형 기준의 음주 사망 사고를 교통 사고로 분류하는 자체가 잘못이에요."

지난해 적발된 음주운전자는 모두 23만여 명.

30대 가장 김신영 씨, 인천의 일가족 3명을 포함한 438명이 음주운전 사고 피해로 숨졌고 3만 2천여 명이 다쳤습니다.

음주운전 방조에 대한 경찰의 수사는 어땠을까?

김신영씨 사고 이후 유족들은 사고 당시 영상을 확보하고 목격자뿐만 아니라 술자리 동석자도 찾아다녔습니다.

유족들은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 혐의도 밝혀지길 원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동석자 진술 등은 방조 혐의에 필요한 사항이 아니었고, 불필요한 조사로 인한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조사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유족 : "같이 술먹었던 사람 그 친구들 진술서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녹취> 경찰(음성변조) : "목격자 그 부분은 (조사) 안 된 부분이 맞습니다."

<녹취> 유족 : "술값을 누가 계산했는지, 차를 술집 주차장에 (주차)했는지, 차 키를 맡겼는지, 술 취한 사람한테 차 키를 줬으니 운전을 했을 거 아닙니까?"

<녹취> 경찰(음성변조) : "그 부분도..."

경찰은 동승자의 방조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면서도 담당 경찰에게 별다른 보강 수사를 지휘하지 않은 채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녹취> "이젠 바람에 날아와, 이젠 추억에 날아와,다신 볼 수 없네."

김신영 씨의 세 살 아들이 아빠가 잠들어 있는 납골당을 찾았습니다.

아들은 아직도 아빠가 음주 운전차에 치여 눈을 감았는지 모른채 아빠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타인의 목숨을 빼앗는 음주운전 사고에 대한 관대한 처벌이 수많은 김신영 씨 가족을 만들고 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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