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에 맞선 동네가게

입력 2017.06.04 (23:00) 수정 2017.06.05 (00:45)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녹취> "다 즐길 수 있는 게 이 카페의 매력인거 같아요."

<녹취> "치즈 한 줄이라도 더 얹어 드리려고..."

<녹취> "퇴직하고 작은 공간을 하나 얻어서 책도 좀 갖다 놓고..."

<인터뷰> 강도현('골목사장 분투기' 작가/창업 컨설턴트) : "자본이 할 수 없는 부분에서 '스토리'가 강한 자영업자들이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식음료에서 각종 서비스 업종까지, 자영업 시장에서 프랜차이즈가 손을 뻗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진정성, 끊임없는 노력으로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작은 가게들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들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들여다 봤습니다.

동네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진소라씨의 하루는 매장 인근 '로컬푸드 장터' 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나라도 더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려고 꼼꼼히 살펴 바구니에 담습니다.

<녹취> "당일 쓸 거는 바로 여기서 구입을 해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편이에요."

매장에 도착하면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배달 전화가 걸려옵니다.

<녹취> "크림 베이컨으로 해드릴까요?"

<녹취>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배달 준비가 끝나면 점심 시간 손님들이 몰려옵니다.

보통 배달에 주력하는 프랜차이즈 피자가게와 달리 방문 손님이 절반 이상입니다.

<인터뷰> 권춘화(경기도 여주시) : "다른 피자집이랑 비교했을땐 재료도 신선한 것 같고. 그런 부분이 맛이 좋았어요. 종종 올 것 같아요. 또 먹으러."

사실 이곳은 10년 넘게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전문점을 하던 곳입니다.

본사의 갑질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초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3년 마다 요구하는 인테리어 교체 비용에 콜 센터, 통신사 할인 비용까지 점주에게 떠넘기다 보니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말 그대로 그냥 프렌차이즈 하다가 진짜 남는게 진짜 없었어요. 매출은 떨어지고 나가야 되는 것들은 많고 하니까 남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본사에 꼬박 꼬박 내야 되는 로열티, 광고료 근데 광고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참다못해 뜻이 맞는 점주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의 피자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치즈나 각종 채소 등 재료 구입은 '공동 구매'해 개인 가게의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저희가 저렴하게 피자를 팔 수 있는 이유가 이런데서 오는 거거든요. 영농법인이랑 다 계약을 맺어서 하니까 훨씬 저렴하게 신선하게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녹취> "저희 지금 이거 신메뉴 출시될 거 나온거예요."

정기적으로 모여 참신한 아이디어와 좋은 '레서피'도 공유합니다.

언뜻 보기엔 또 다른 프렌차이즈 같지만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기존 프렌차이즈 가맹점의 가장 큰 부담인 '로열티' 등 본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없습니다.

예전처럼 본사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음식의 본질인 '맛'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제일 신경쓰는 건 아무래도 재료 자체에 신경 많이 쓰고요. 일단 재료가 좋으면 다 맛있어요. 그리고 고객 불만 같은 것들, 어떤 분들이나 좀 웬만하면 맞춰 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파프리카 싫어하시는 분들은 조금 적게 넣어드리려고 하고요."

'맛'의 차이를 알아봐주는 단골이 늘면서 프렌차이즈때와 비교해 매출도 80%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프렌차이즈 본사에 내야 하는 로열티와 광고비 등 고정 비용이 20% 이상 줄어들면서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프렌차이때) 숫자상으로만 그 매출이 잡혀있는 거지 식자재에서 또 공제를 하고 이동통신사 할인, 카드사 할인 이런거 때문에 사실 손해보는게 엄청 많거든요. 매출은 4천, 5천만 원을 팔아도 내 통장에 돈 들어오는 건 한 2천만 원 이 정도 밖에 안돼요. (지금은) 사실 파는 금액 그대로가 다 저한테 들어오는 돈이니까."

'맛'이 좋아 찾아온다는 단골들이 늘면서 '진심'이 통한 것 같아 진씨는 만족합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맛있다고 추천도 많이 오고, 리뷰에 엄청 맛있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단골 고객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누적횟수 10회 이상 되시는 분들이 엄청 많아요."

창업자 절반 이상이 선택한다는 '커피 전문점'.

하지만 40% 이상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습니다.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은 한 동네 카페, 큰 기타를 둘러맨 첫 손님이 매장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커피는 주문하지 않고 곧장 매장을 가로질러 카페 뒷편으로 향하는데요.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스튜디오 공간이 나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네 오셨어요~"

간이 스튜디오인데, 팟-캐스트나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작업들이 이뤄집니다.

<인터뷰> 김영준(스튜디오 대관 손님) : "조명도 잘 돼 있고 여러가지로 편리해서. 별 일 없으면 다음에도 여기서 하게 될 것 같아요."

커피 원두 로스팅 공간 옆엔 작가 작업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로스팅을 하지 않는 시간에 작가들에게 공간을 빌려주고 나름 임대 수익도 얻고 있는겁니다.

<인터뷰> 황진규(작가) :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어서 저 같은 작가한테는 오히려 이렇게 열린 공간이 더 잘맞습니다."

사실 이 카페는 7년전 홍대 상권 중심가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중심가에서 벗어난 지금의 자리로 옮겨야 했습니다.

여건이 바뀐 만큼 생존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뷰> 김지언(카페 대표) : "유동인구가 정말 많은 그런 곳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 매출이 왔다갔다 해요. 그러다보니 그걸 보완할 수 있는 조금 더 다른 장치들, 사람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을 목표로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문화 공간도 필요한 사람들을 공략했습니다.

현재 이 카페에서 100 미터 이내에 음료를 파는 프렌차이즈 상점은 모두 7개.

이곳 만의 '스토리'로 승부를 걸어야 겠다고 판단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인터뷰> 김지언(카페 대표) : "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강의나 공연장, 이런 용도로 활용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들이 또 카페 음료를 구매한다든지 또 그 사람들을 찾아온 사람들을 통해서 카페가 홍보가 되고..."

공간은 파격적으로 활용하지만, 본질인 커피맛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고집해온 '공정 무역' 원두는 직접 매장에서 로스팅하고, 다른 음료도 되도록 직접 만듭니다.

<인터뷰> 강다빈(경기도 하남시) : "(지나가다) 분위기 좋은 카페 있어서 들어오게 됐는데, (음료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도 이 주변에 오게 된다면 다시 오게 될 것 같아요."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퓨전 재즈 공연'.

꽤 늦은 시간이지만 일부러 찾은 손님들로 매장이 모처럼 북적입니다.

프랜차이즈 사이에서도 이곳만의 '스토리'를 지켜낸 덕에 단골 손님도 생기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지언(카페 대표) : "목적이 좀 분명해야 될 거 같아요. 단순히 '공간을 취해서 수익을 높여야지'라고 생각하면 그 과정에서 포기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퇴직 이후 자영업을 준비하는 중년층에겐, 기존의 '관심사'를 활용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아담한 건물 4층에 숨겨진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띄는 독특한 책장 디자인과 도서 진열, 전형적인 책 분류 대신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흥미로운 주제별로 책을 진열해 놓습니다.

책방 주인은 20년 넘는 카피라이터 경력을 책방에 고스란히 녹여냈습니다.

<인터뷰> 정현지(서울 녹번동) : "여기는 서점에 주제가 다 이렇게 쉽게 나와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 있어서 책 찾는데 어려움 없이도 공감 가는 주제 딱 보고 그쪽에 있는 책을 찾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책'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책방,

<인터뷰> 최인아(서점 대표) : "제가 퇴직하고 저희 동네에다 조그마한 공간을 하나 얻어서 집에서 보던 책도 좀 갖다 놓고 오가는 사람들이 그냥 자유롭게 들어와서 책도 보고 저랑 이야기도 하고 그런 공간을 하나 가져볼까..."

좋아하는 일을 하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책'에서 답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12개의 고민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분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추천 서적을 진열했습니다.

책마다 추천한 사람들의 자필 추천글도 볼 수 있어 동네 책방만의 친근감도 느껴집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일주일에 한번씩 '저자와의 만남' 같은 특별 강연을 여는 것도 책방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연희(서울 잠실동) : "책을 매개로 하지만 사실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게 아닌가. 그 문화를 공유하는 방식들이 저는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대세인 현실에서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쫓기보단 돈이 따라오게 하고 싶다는 목표가 오히려 통했다고 최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최인아(서점 대표) : "'뭘 할 거냐'라는게 먼저 있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나만 좋아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게 다른 누군가에게도 보탬이 좀 돼서 우리 책방이 이 세상에 있을 만한 존재냐 확실히, 그게 납득이 되고 설득이 되면 그러면 오시게 할 수 있다."

5명 중 한 명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현실, 취업난과 실직 등으로 자영업으로 내몰리는데다 프렌차이즈의 영향력도 커지며 개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경환(창업 컨설턴트) : "경기가 나쁜 것도 분명히 한 축입니다만 대기업이 (소상공인 시장에) 침투를 하는 것 그래서 유행 업종이 너무 양산이 되고요. 유행 업종이 양산되면 품질이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니 소비자가 외면을 해요."

자본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천 8백여 개, 이에 맞서 동네 가게로 성공하려면 결국 자본이 따라 할 수 없는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 강도현('골목사장분투기' 작가/창업 컨설턴트) : "고객 한 사람의 필요에 아주 개인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죠. 물론 자본도 그런 시도를 많이 하지만 자영업이 그런 면에 있어서는 훨씬 더 자본보다 잘 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라고 보거든요. 자본이 잘 할 수 없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스토리'가 강한 자영업자가 오래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합니다."

골목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동네 가게' 사장님들, 프랜차이즈에 맞서는 그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프랜차이즈에 맞선 동네가게
    • 입력 2017-06-04 23:11:54
    • 수정2017-06-05 00:45:26
    취재파일K
<녹취> "다 즐길 수 있는 게 이 카페의 매력인거 같아요."

<녹취> "치즈 한 줄이라도 더 얹어 드리려고..."

<녹취> "퇴직하고 작은 공간을 하나 얻어서 책도 좀 갖다 놓고..."

<인터뷰> 강도현('골목사장 분투기' 작가/창업 컨설턴트) : "자본이 할 수 없는 부분에서 '스토리'가 강한 자영업자들이 오래 할 수 있지 않을까..."

식음료에서 각종 서비스 업종까지, 자영업 시장에서 프랜차이즈가 손을 뻗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진정성, 끊임없는 노력으로 당당하게 도전장을 내민 작은 가게들도 생겨나고 있는데요.

그들의 고군분투 성장기를 들여다 봤습니다.

동네 피자 가게를 운영하는 진소라씨의 하루는 매장 인근 '로컬푸드 장터' 에서 장을 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하나라도 더 신선하고 좋은 재료를 사려고 꼼꼼히 살펴 바구니에 담습니다.

<녹취> "당일 쓸 거는 바로 여기서 구입을 해서 (매장으로) 들어가는 편이에요."

매장에 도착하면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배달 전화가 걸려옵니다.

<녹취> "크림 베이컨으로 해드릴까요?"

<녹취> "어서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

배달 준비가 끝나면 점심 시간 손님들이 몰려옵니다.

보통 배달에 주력하는 프랜차이즈 피자가게와 달리 방문 손님이 절반 이상입니다.

<인터뷰> 권춘화(경기도 여주시) : "다른 피자집이랑 비교했을땐 재료도 신선한 것 같고. 그런 부분이 맛이 좋았어요. 종종 올 것 같아요. 또 먹으러."

사실 이곳은 10년 넘게 대형 프랜차이즈 피자 전문점을 하던 곳입니다.

본사의 갑질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초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3년 마다 요구하는 인테리어 교체 비용에 콜 센터, 통신사 할인 비용까지 점주에게 떠넘기다 보니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말 그대로 그냥 프렌차이즈 하다가 진짜 남는게 진짜 없었어요. 매출은 떨어지고 나가야 되는 것들은 많고 하니까 남는 게 별로 없는 거예요. 본사에 꼬박 꼬박 내야 되는 로열티, 광고료 근데 광고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참다못해 뜻이 맞는 점주들이 모여 '협동조합' 형태의 피자 브랜드를 만들어 냈습니다.

치즈나 각종 채소 등 재료 구입은 '공동 구매'해 개인 가게의 단점을 극복했습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저희가 저렴하게 피자를 팔 수 있는 이유가 이런데서 오는 거거든요. 영농법인이랑 다 계약을 맺어서 하니까 훨씬 저렴하게 신선하게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녹취> "저희 지금 이거 신메뉴 출시될 거 나온거예요."

정기적으로 모여 참신한 아이디어와 좋은 '레서피'도 공유합니다.

언뜻 보기엔 또 다른 프렌차이즈 같지만 들여다보면 확연히 다릅니다.

기존 프렌차이즈 가맹점의 가장 큰 부담인 '로열티' 등 본사에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없습니다.

예전처럼 본사 눈치 안보고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음식의 본질인 '맛'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제일 신경쓰는 건 아무래도 재료 자체에 신경 많이 쓰고요. 일단 재료가 좋으면 다 맛있어요. 그리고 고객 불만 같은 것들, 어떤 분들이나 좀 웬만하면 맞춰 드리려고 노력하거든요. 파프리카 싫어하시는 분들은 조금 적게 넣어드리려고 하고요."

'맛'의 차이를 알아봐주는 단골이 늘면서 프렌차이즈때와 비교해 매출도 80%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그러나 프렌차이즈 본사에 내야 하는 로열티와 광고비 등 고정 비용이 20% 이상 줄어들면서 손에 쥐는 돈은 오히려 더 많아졌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프렌차이때) 숫자상으로만 그 매출이 잡혀있는 거지 식자재에서 또 공제를 하고 이동통신사 할인, 카드사 할인 이런거 때문에 사실 손해보는게 엄청 많거든요. 매출은 4천, 5천만 원을 팔아도 내 통장에 돈 들어오는 건 한 2천만 원 이 정도 밖에 안돼요. (지금은) 사실 파는 금액 그대로가 다 저한테 들어오는 돈이니까."

'맛'이 좋아 찾아온다는 단골들이 늘면서 '진심'이 통한 것 같아 진씨는 만족합니다.

<인터뷰> 진소라(피자가게 대표) : "맛있다고 추천도 많이 오고, 리뷰에 엄청 맛있다고 (칭찬도 해주시고) 단골 고객이 거의 대부분이에요. 누적횟수 10회 이상 되시는 분들이 엄청 많아요."

창업자 절반 이상이 선택한다는 '커피 전문점'.

하지만 40% 이상은 2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습니다.

치열한 카페 시장에서 살아남은 한 동네 카페, 큰 기타를 둘러맨 첫 손님이 매장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커피는 주문하지 않고 곧장 매장을 가로질러 카페 뒷편으로 향하는데요.

뒷문을 열고 들어가니, 작은 스튜디오 공간이 나옵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네 오셨어요~"

간이 스튜디오인데, 팟-캐스트나 영화 제작 등 다양한 작업들이 이뤄집니다.

<인터뷰> 김영준(스튜디오 대관 손님) : "조명도 잘 돼 있고 여러가지로 편리해서. 별 일 없으면 다음에도 여기서 하게 될 것 같아요."

커피 원두 로스팅 공간 옆엔 작가 작업실이 꾸며져 있습니다.

로스팅을 하지 않는 시간에 작가들에게 공간을 빌려주고 나름 임대 수익도 얻고 있는겁니다.

<인터뷰> 황진규(작가) : "사람들하고 소통하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어서 저 같은 작가한테는 오히려 이렇게 열린 공간이 더 잘맞습니다."

사실 이 카페는 7년전 홍대 상권 중심가에서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중심가에서 벗어난 지금의 자리로 옮겨야 했습니다.

여건이 바뀐 만큼 생존을 위한 특별한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인터뷰> 김지언(카페 대표) : "유동인구가 정말 많은 그런 곳이 아닌 이상은 대부분 매출이 왔다갔다 해요. 그러다보니 그걸 보완할 수 있는 조금 더 다른 장치들, 사람들이 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거죠."

'문화와 예술을 공유하는 공간'을 목표로 했습니다.

커피를 마시고 문화 공간도 필요한 사람들을 공략했습니다.

현재 이 카페에서 100 미터 이내에 음료를 파는 프렌차이즈 상점은 모두 7개.

이곳 만의 '스토리'로 승부를 걸어야 겠다고 판단해 과감한 결정을 내린 겁니다.

<인터뷰> 김지언(카페 대표) : "다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강의나 공연장, 이런 용도로 활용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해서 모인 사람들이 또 카페 음료를 구매한다든지 또 그 사람들을 찾아온 사람들을 통해서 카페가 홍보가 되고..."

공간은 파격적으로 활용하지만, 본질인 커피맛은 지키려고 노력합니다.

창업 초기부터 고집해온 '공정 무역' 원두는 직접 매장에서 로스팅하고, 다른 음료도 되도록 직접 만듭니다.

<인터뷰> 강다빈(경기도 하남시) : "(지나가다) 분위기 좋은 카페 있어서 들어오게 됐는데, (음료가)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도 이 주변에 오게 된다면 다시 오게 될 것 같아요."

한 달에 두 번 열리는 '퓨전 재즈 공연'.

꽤 늦은 시간이지만 일부러 찾은 손님들로 매장이 모처럼 북적입니다.

프랜차이즈 사이에서도 이곳만의 '스토리'를 지켜낸 덕에 단골 손님도 생기고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지언(카페 대표) : "목적이 좀 분명해야 될 거 같아요. 단순히 '공간을 취해서 수익을 높여야지'라고 생각하면 그 과정에서 포기하기 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퇴직 이후 자영업을 준비하는 중년층에겐, 기존의 '관심사'를 활용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아담한 건물 4층에 숨겨진 '동네 책방'이 있습니다.

들어서자 마자 눈에 띄는 독특한 책장 디자인과 도서 진열, 전형적인 책 분류 대신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흥미로운 주제별로 책을 진열해 놓습니다.

책방 주인은 20년 넘는 카피라이터 경력을 책방에 고스란히 녹여냈습니다.

<인터뷰> 정현지(서울 녹번동) : "여기는 서점에 주제가 다 이렇게 쉽게 나와 있어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이 있어서 책 찾는데 어려움 없이도 공감 가는 주제 딱 보고 그쪽에 있는 책을 찾을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책'이 좋아서 시작하게 된 책방,

<인터뷰> 최인아(서점 대표) : "제가 퇴직하고 저희 동네에다 조그마한 공간을 하나 얻어서 집에서 보던 책도 좀 갖다 놓고 오가는 사람들이 그냥 자유롭게 들어와서 책도 보고 저랑 이야기도 하고 그런 공간을 하나 가져볼까..."

좋아하는 일을 하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책'에서 답을 찾는 독자들을 위해 12개의 고민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 분야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추천 서적을 진열했습니다.

책마다 추천한 사람들의 자필 추천글도 볼 수 있어 동네 책방만의 친근감도 느껴집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일주일에 한번씩 '저자와의 만남' 같은 특별 강연을 여는 것도 책방을 알리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인터뷰> 김연희(서울 잠실동) : "책을 매개로 하지만 사실은 문화를 만들어 가는게 아닌가. 그 문화를 공유하는 방식들이 저는 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이 대세인 현실에서 어찌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돈을 쫓기보단 돈이 따라오게 하고 싶다는 목표가 오히려 통했다고 최씨는 말합니다.

<인터뷰> 최인아(서점 대표) : "'뭘 할 거냐'라는게 먼저 있고,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나만 좋아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게 다른 누군가에게도 보탬이 좀 돼서 우리 책방이 이 세상에 있을 만한 존재냐 확실히, 그게 납득이 되고 설득이 되면 그러면 오시게 할 수 있다."

5명 중 한 명은 자영업에 종사하는 현실, 취업난과 실직 등으로 자영업으로 내몰리는데다 프렌차이즈의 영향력도 커지며 개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박경환(창업 컨설턴트) : "경기가 나쁜 것도 분명히 한 축입니다만 대기업이 (소상공인 시장에) 침투를 하는 것 그래서 유행 업종이 너무 양산이 되고요. 유행 업종이 양산되면 품질이 떨어지게 돼 있습니다. 품질이 떨어지니 소비자가 외면을 해요."

자본을 내세운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4천 8백여 개, 이에 맞서 동네 가게로 성공하려면 결국 자본이 따라 할 수 없는 차별성이 있어야 합니다.

<인터뷰> 강도현('골목사장분투기' 작가/창업 컨설턴트) : "고객 한 사람의 필요에 아주 개인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할 수 있죠. 물론 자본도 그런 시도를 많이 하지만 자영업이 그런 면에 있어서는 훨씬 더 자본보다 잘 할 수 있는 그런 영역이라고 보거든요. 자본이 잘 할 수 없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스토리'가 강한 자영업자가 오래 할 수 있지 않은가라고 생각합니다."

골목에 당당하게 자리잡은 '동네 가게' 사장님들, 프랜차이즈에 맞서는 그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