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리포트] 영국 총선, 보수당 패배…메이 총리 흔들

입력 2017.06.10 (21:48) 수정 2017.06.10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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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전 실시된 영국의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간신히 승리했죠.

선거기간동안 두차례 발생한 테러가 정부에 대한 치안 부재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보수당이 고전을 면치 못한 건데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야당을 제압하기 위해 시작된 조기 총선이 결국에는 보수당의 발목을 잡게 된 겁니다.

10여일 뒤 시작될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하드브렉시트를 추진하려던 영국 정부의 동력도 상당부분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런던 김덕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이번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원의원 650석 가운데 보수당은 318석을 얻었고 야당인 노동당은 262석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보수당은 기존 의석보다 12석을 더 잃은데다 과반의석 확보에도 실패했습니다.

사실상 보수당의 패배로 끝난겁니다.

<녹취> "총리 사퇴 안합니까?"

사퇴 압박이 커졌지만 메이 총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북아일랜드 중도성향의 민주연합당과 연정을 통해 소수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테리사 메이(영국 총리) : "민주연합당과 우리 당은 강한 연대를 해 왔고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보수당의 패배는 7주 가까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벌어진 수많은 변수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선거 운동 초기, 대부분의 언론은 보수당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가 총선 3주전 실시한 조사결과(5월 18일) 보수당 지지도는 45%로, 노동당 (32%)보다 무려 13%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총선 한 달 전 치뤄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40년 만의 가장 큰 지방선거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맨체스터 공연장 자폭 테러가 일어나면서 판세는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보수당의 악재는 맨체스터 테러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원해 왔던 요양 비용 수급 기준을 높여 대상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반발이 거세지자 공약을 철회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BBC TV 토론회에 메이 총리가 불참하면서 불통의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TV 토론 대신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겠다며 거리로 나섰던 메이 총리는 기자들의 집중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녹취> BBC 기자(5월 31일) : "(야당 대표는) 토론회에 갔습니다. 총리가 맞대응하지 않으려는 것은 겁나서 그런 건가요?"

위기에 놓인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뜻이 브렉시트 결정으로 모아졌던 만큼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습니다.

실제 노동당 후보들은 브렉시트 논쟁에서 보수당에 밀리면 치명적이라고 보고 전열을 재정비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앤디 슬로터(전 노동당 후보) : "잘못된 결정이었지만 존중해야 합니다. 유럽연합과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협상을 해야합니다."

예측 불허의 안개속 정세가 이어지는 상황,

그런데 선거를 닷새 앞둔 시점에서 이번엔 런던 도심에서 또다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맨체스터 테러 12일 만입니다.

일반인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런던 브리지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무자비한 테러 였습니다.

8명이 숨지고 50명 가까이 다쳤습니다.

테러가 벌어졌던 런던브리지 현장입니다.

테러 발생 이틀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많은 꽃다발이 놓였습니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추모 분위기가 고조됐습니다.

테러범 중 한 명이 영국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다룬 지난해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집중 조명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내무 장관 시절부터 경찰 인력을 2만명이나 축소시킨 것이 치안부재로 이어졌다며 안보 이슈를 쟁점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제레미 코빈(노동당 대표) : "총리가 내무장관 시절 경찰 인력을 줄였고 이 때문에 지금 문제가 커졌습니다."

보수당은 정작 중요한 대테러 경찰 인력은 축소시키지 않았다고 맞받으며 보수당이 집권해야 안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테리사 메이(영국 총리) : "우리는 경찰이 필요로 하는 법률을 보장할 겁니다. 코빈 대표는 모든 반테러 입법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테러 이후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격차가 1% 포인트까지 좁혀지는 등 보수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두 번의 테러 등 많은 변수 속에 마침내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보수당의 선거 패배는 유럽연합과의 완전한 결별 즉 하드브레시트를 추진하려던 기존 전략의 수정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연정 대상인 민주연합당과 하드브렉시트에 대한 입장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하드브렉시트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얻겠다며 3년의 남은 임기를 포기하고 진행한 조기 선거였던 만큼 변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녹취> 지나 밀러(시민단체) : "극단적인 브렉시트와 단일 시장 이탈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유럽연합과의 첫 브렉시트 협상 전까지 영국이 어떤 수정 방안을 만들어 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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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리포트] 영국 총선, 보수당 패배…메이 총리 흔들
    • 입력 2017-06-10 22:10:31
    • 수정2017-06-10 22:2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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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이틀전 실시된 영국의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이 간신히 승리했죠.

선거기간동안 두차례 발생한 테러가 정부에 대한 치안 부재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보수당이 고전을 면치 못한 건데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즉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야당을 제압하기 위해 시작된 조기 총선이 결국에는 보수당의 발목을 잡게 된 겁니다.

10여일 뒤 시작될 유럽연합과의 브렉시트 협상에서 하드브렉시트를 추진하려던 영국 정부의 동력도 상당부분 손상을 입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런던 김덕원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이번 조기 총선에서 집권 보수당은 제1당의 지위를 유지했습니다.

하원의원 650석 가운데 보수당은 318석을 얻었고 야당인 노동당은 262석을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보수당은 기존 의석보다 12석을 더 잃은데다 과반의석 확보에도 실패했습니다.

사실상 보수당의 패배로 끝난겁니다.

<녹취> "총리 사퇴 안합니까?"

사퇴 압박이 커졌지만 메이 총리는 정면 돌파를 선택했습니다.

북아일랜드 중도성향의 민주연합당과 연정을 통해 소수정부를 구성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녹취> 테리사 메이(영국 총리) : "민주연합당과 우리 당은 강한 연대를 해 왔고 앞으로 잘 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습니다."

보수당의 패배는 7주 가까운 선거 운동 기간 동안 벌어진 수많은 변수에 대한 미흡한 대처가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선거 운동 초기, 대부분의 언론은 보수당의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영국의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가 총선 3주전 실시한 조사결과(5월 18일) 보수당 지지도는 45%로, 노동당 (32%)보다 무려 13% 포인트 앞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실제 총선 한 달 전 치뤄진 지방선거에서 보수당은 40년 만의 가장 큰 지방선거 승리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22명의 목숨을 앗아간 맨체스터 공연장 자폭 테러가 일어나면서 판세는 출렁이기 시작했습니다.

보수당의 악재는 맨체스터 테러 이후에도 이어졌습니다.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원해 왔던 요양 비용 수급 기준을 높여 대상을 축소하겠다고 발표한 뒤 반발이 거세지자 공약을 철회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지난달 31일 BBC TV 토론회에 메이 총리가 불참하면서 불통의 이미지까지 더해졌습니다.

TV 토론 대신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겠다며 거리로 나섰던 메이 총리는 기자들의 집중 공세에 진땀을 흘려야 했습니다.

<녹취> BBC 기자(5월 31일) : "(야당 대표는) 토론회에 갔습니다. 총리가 맞대응하지 않으려는 것은 겁나서 그런 건가요?"

위기에 놓인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지난해 국민투표에서 국민의 뜻이 브렉시트 결정으로 모아졌던 만큼 효과를 발휘하는 듯 했습니다.

실제 노동당 후보들은 브렉시트 논쟁에서 보수당에 밀리면 치명적이라고 보고 전열을 재정비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앤디 슬로터(전 노동당 후보) : "잘못된 결정이었지만 존중해야 합니다. 유럽연합과 무역 관계를 유지하는 좋은 협상을 해야합니다."

예측 불허의 안개속 정세가 이어지는 상황,

그런데 선거를 닷새 앞둔 시점에서 이번엔 런던 도심에서 또다시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맨체스터 테러 12일 만입니다.

일반인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런던 브리지에서 차량과 흉기를 이용한 무자비한 테러 였습니다.

8명이 숨지고 50명 가까이 다쳤습니다.

테러가 벌어졌던 런던브리지 현장입니다.

테러 발생 이틀만에 일반인에게 공개되면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많은 꽃다발이 놓였습니다.

선거를 이틀 앞두고 추모 분위기가 고조됐습니다.

테러범 중 한 명이 영국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을 다룬 지난해 한 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집중 조명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습니다.

야당인 노동당은 메이 총리가 내무 장관 시절부터 경찰 인력을 2만명이나 축소시킨 것이 치안부재로 이어졌다며 안보 이슈를 쟁점으로 부각시켰습니다.

<녹취> 제레미 코빈(노동당 대표) : "총리가 내무장관 시절 경찰 인력을 줄였고 이 때문에 지금 문제가 커졌습니다."

보수당은 정작 중요한 대테러 경찰 인력은 축소시키지 않았다고 맞받으며 보수당이 집권해야 안전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테리사 메이(영국 총리) : "우리는 경찰이 필요로 하는 법률을 보장할 겁니다. 코빈 대표는 모든 반테러 입법에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테러 이후 진행된 한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 노동당의 격차가 1% 포인트까지 좁혀지는 등 보수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두 번의 테러 등 많은 변수 속에 마침내 투표가 시작됐습니다.

많은 영국인들은 국가의 운명을 결정할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투표소를 찾았습니다.

보수당의 선거 패배는 유럽연합과의 완전한 결별 즉 하드브레시트를 추진하려던 기존 전략의 수정으로 이어질 전망입니다.

연정 대상인 민주연합당과 하드브렉시트에 대한 입장 조율이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하드브렉시트에 대한 국민의 신임을 얻겠다며 3년의 남은 임기를 포기하고 진행한 조기 선거였던 만큼 변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녹취> 지나 밀러(시민단체) : "극단적인 브렉시트와 단일 시장 이탈을 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여 앞으로 다가온 유럽연합과의 첫 브렉시트 협상 전까지 영국이 어떤 수정 방안을 만들어 낼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런던에서 김덕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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