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조각 지문’으로 15년 만에 붙잡힌 살인범

입력 2017.07.06 (08:34) 수정 2017.07.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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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혹시 15년 전 이 사건 기억하시는 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2년 발생한 서울 구로구 호프집 여주인 강도살인 사건입니다.

둔기로 호프집 주인을 잔인하게 살인해 충격을 던져줬는데,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15년째 범인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15년 전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조각 지문 하나가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15년 전 그날의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요.

15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15년 전인 2002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

호프집 사장인 당시 50살의 A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사장이 늦게까지 했거든요. 나와 보니까 그런 얘기가 들리더라고. 살인사건 났다고.”

출근한 종업원이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담당 형사 : “그날 저녁 10시경 현장에 출동해서 보니까 피해자가 쓰러져있고…….”

가게 안 탁자 위에는 혈흔이 선명했습니다.

숨진 A씨의 신용 카드와 현금도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피의자가 손님으로 들어가 피해자 A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둔기로 머리 어깨 등을 세게 내리쳐 사망하게 하고 현금 15만 원 등 신용카드를 훔치고 70여만 원 상당을 강탈한 사건입니다.”

새벽 1시 반쯤. 종업원이 퇴근할 때 목격한 마지막 손님, 40대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키가 좀 적은 편이다. 세일즈맨 복장인데 약간 긴 반코트 형태의 밤색 가방을 멨다. 이게 전부 공통된 진술이었습니다. 그걸 토대로 해서 몽타주가 작성된 겁니다.“

A씨의 신용카드를 쓴 사람의 인상 착의도 이 마지막 손님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은 공개 수배로 전환합니다.

<녹취> 당시 공개수배 방송 화면 : “서울 구로구 가리봉 1동 소재 주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의 소재지나 신원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은…….”

하지만, 경찰 수사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CCTV도 없었고, 단서가 될만한 게 부족했습니다.

사건 현장 주변에선 소문만 떠돌았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손님이 그 여자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죽였다는 말도 있고 여러 가지 설은 많았어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늦은 시간까지 혼자 와 있어도 호프집에 손님이 오면 내쫓지는 못 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그런 추측들이 있었고…….”

경찰도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당시 원한이나 치정 부분 다 수사를 했었어요. 다방면으로 수사를 해봐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그렇게 사건의 비밀을 풀지 못한 채 10여년이 흘러 사건은 잊혀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습니다.

경찰이 미제사건전담반을 꾸리고,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한 겁니다.

사건을 재검토하던 미제사건전담반은 사건 현장의 맥주병에 남아 있던 조각 지문을 발견합니다.

2002년 당시 과학 수사 기법으로는 온전하지 않은 지문은 분석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지문 조회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조각 지문도 지문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쪽지문 등의 특징점을 산출해서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한 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색출할 수 있는 그런 과학적 기술이 발전해서…….”

호프집 다락방으로 올라가던 계단에 남아 있던 키높이 구두 형태의 족적 하나도 단서가 됐습니다.

지문과 족적 두 단서로 용의자를 특정한 경찰은 5개월 간 추적 끝에 52살 장 모씨를 검거합니다.

집에서 키높이 구두도 여러 켤레 발견됩니다.

장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검거하는 순간에 '좀 잘못 알고 온 것 아니냐.' 일단 뻗대더라고요. 우리가 수집된 증거, 증거로 추궁을 해도 '아니다 잘못 온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장 씨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15년 전 사건의 진실을 털어 놓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구속 영장이 발부되고 2차 조사를 통해서 본 건에 대해서 추궁을 하자 모든 범죄 사실을 그때부터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전, 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던 장 씨.

사건 당일 호프집을 혼자 찾아 맥주를 마셨습니다.

시간이 늦어져 종업원이 먼저 퇴근하고 주인 A씨만 가게에 남게되자, A씨를 살해하고 신용카드와 현금을 챙겨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 팀장) : “우발적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계획적 범죄라고 추정됩니다. (피의자는) 쇠파이프 가지고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감정 결과에 둔기로 밝혀져서 계획된 범죄가 아닌가 추정됩니다.”

장 씨는 범행 이후 택시 기사로 직업을 바꿨고, 지금까지도 개인택시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장) : “유가족께서는 “검거해줘서 고맙다.” 이런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경찰은 구속된 장 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태완이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해결된 장기 미제 사건은 6건. 경찰은 다른 미제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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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조각 지문’으로 15년 만에 붙잡힌 살인범
    • 입력 2017-07-06 08:43:45
    • 수정2017-07-06 10: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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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혹시 15년 전 이 사건 기억하시는 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2002년 발생한 서울 구로구 호프집 여주인 강도살인 사건입니다.

둔기로 호프집 주인을 잔인하게 살인해 충격을 던져줬는데, 경찰 수사가 난항을 겪으면서 15년째 범인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힙니다.

15년 전 사건 현장에 남아 있던 조각 지문 하나가 결정적 단서가 됐습니다.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15년 전 그날의 범인을 찾아낼 수 있었는데요.

15년 동안 풀리지 않았던 사건의 전말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15년 전인 2002년 12월 14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한 호프집.

호프집 사장인 당시 50살의 A모 씨가 숨진 채 발견됩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사장이 늦게까지 했거든요. 나와 보니까 그런 얘기가 들리더라고. 살인사건 났다고.”

출근한 종업원이 숨져 있는 A씨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인터뷰> 당시 담당 형사 : “그날 저녁 10시경 현장에 출동해서 보니까 피해자가 쓰러져있고…….”

가게 안 탁자 위에는 혈흔이 선명했습니다.

숨진 A씨의 신용 카드와 현금도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피의자가 손님으로 들어가 피해자 A씨와 함께 술을 마시다 둔기로 머리 어깨 등을 세게 내리쳐 사망하게 하고 현금 15만 원 등 신용카드를 훔치고 70여만 원 상당을 강탈한 사건입니다.”

새벽 1시 반쯤. 종업원이 퇴근할 때 목격한 마지막 손님, 40대 남성이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됩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키가 좀 적은 편이다. 세일즈맨 복장인데 약간 긴 반코트 형태의 밤색 가방을 멨다. 이게 전부 공통된 진술이었습니다. 그걸 토대로 해서 몽타주가 작성된 겁니다.“

A씨의 신용카드를 쓴 사람의 인상 착의도 이 마지막 손님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되자, 경찰은 공개 수배로 전환합니다.

<녹취> 당시 공개수배 방송 화면 : “서울 구로구 가리봉 1동 소재 주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용의자의 소재지나 신원에 대해 알고 계신 분은…….”

하지만, 경찰 수사는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했습니다.

CCTV도 없었고, 단서가 될만한 게 부족했습니다.

사건 현장 주변에선 소문만 떠돌았습니다.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손님이 그 여자를 일방적으로 좋아해서 죽였다는 말도 있고 여러 가지 설은 많았어요.”

<녹취> 인근 상인(음성변조) : “늦은 시간까지 혼자 와 있어도 호프집에 손님이 오면 내쫓지는 못 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나 그런 추측들이 있었고…….”

경찰도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했지만, 결국 미제 사건으로 시간만 흘러갔습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당시 원한이나 치정 부분 다 수사를 했었어요. 다방면으로 수사를 해봐도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고…….”

그렇게 사건의 비밀을 풀지 못한 채 10여년이 흘러 사건은 잊혀져 갔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2015년,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일명 태완이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습니다.

경찰이 미제사건전담반을 꾸리고, 이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한 겁니다.

사건을 재검토하던 미제사건전담반은 사건 현장의 맥주병에 남아 있던 조각 지문을 발견합니다.

2002년 당시 과학 수사 기법으로는 온전하지 않은 지문은 분석해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2012년부터 지문 조회 시스템이 자리를 잡으면서 조각 지문도 지문의 주인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게 가능해졌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쪽지문 등의 특징점을 산출해서 기존에 보관하고 있던 데이터베이스와 대조해 한 시간 이내에 피의자를 색출할 수 있는 그런 과학적 기술이 발전해서…….”

호프집 다락방으로 올라가던 계단에 남아 있던 키높이 구두 형태의 족적 하나도 단서가 됐습니다.

지문과 족적 두 단서로 용의자를 특정한 경찰은 5개월 간 추적 끝에 52살 장 모씨를 검거합니다.

집에서 키높이 구두도 여러 켤레 발견됩니다.

장 씨는 처음에는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인터뷰> 김성용(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 반장) : “검거하는 순간에 '좀 잘못 알고 온 것 아니냐.' 일단 뻗대더라고요. 우리가 수집된 증거, 증거로 추궁을 해도 '아니다 잘못 온 것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장 씨는 그제서야 눈물을 흘리며 15년 전 사건의 진실을 털어 놓았다고 합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중요미제사건수사팀장) : “구속 영장이 발부되고 2차 조사를 통해서 본 건에 대해서 추궁을 하자 모든 범죄 사실을 그때부터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15년 전, 건설 현장 일용직 근로자로 일하던 장 씨.

사건 당일 호프집을 혼자 찾아 맥주를 마셨습니다.

시간이 늦어져 종업원이 먼저 퇴근하고 주인 A씨만 가게에 남게되자, A씨를 살해하고 신용카드와 현금을 챙겨 택시를 타고 달아났다고 진술했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 팀장) : “우발적이라고 주장을 하고 있지만 계획적 범죄라고 추정됩니다. (피의자는) 쇠파이프 가지고 범행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감정 결과에 둔기로 밝혀져서 계획된 범죄가 아닌가 추정됩니다.”

장 씨는 범행 이후 택시 기사로 직업을 바꿨고, 지금까지도 개인택시 일을 하며 평범하게 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인터뷰> 정지일(서울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장) : “유가족께서는 “검거해줘서 고맙다.” 이런 말씀이 있으셨습니다.”

경찰은 구속된 장 씨를 상대로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입니다.

태완이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해결된 장기 미제 사건은 6건. 경찰은 다른 미제 사건 수사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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