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만 원, 빛과 그림자

입력 2017.07.09 (22:30) 수정 2017.07.09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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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최저 임금 만 원 지금 당장 !!"

최저임금 시급 '만 원'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습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6625 vs 10000 !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녹취> 어수봉(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지난달 30일) : "노사양측은 하루 종일 6차례 정회를 거듭하며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였습니다."

3천3백 75원,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우편 집배노동자 : "생활이 없더라고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그냥 목숨만 유지하는 정도?"

<녹취> 편의점 점주 : "(만원 되면) 위약금 내고 빨리 그 나머지 보증금이라도 회수를 해서 나오는게 낫죠."

현재의 최저임금으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며 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그렇게 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소상공인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사실 양쪽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어 합의점을 찾기 힘든게 현실입니다.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최저 임금 '만원' 인상,

모두에게 만족스런 답은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서울 도심 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호권씨, 연일 흘러나오는 최저임금 인상 추진 소식에 한숨부터 내 쉽니다.

<인터뷰> 김호권(자영업자) : "현재 임대료가 첫째 너무 비싸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지금 정부에서 최저임금 만 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지금 자영업자들 인건비가 너무 비싼데다가... 물가는 물가대로 매주 오르고 손님은 없고..."

매달 3백만 원이 넘는 임대료에 치솟는 물가, 불경기에 장사도 잘 안되는데 인건비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미 직원 6명 임금만 한달에 천 만원이 넘는 상황,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김호권(자영업자) : "장사가 잘되면 만원이 아니라 2만원이라도 줘야 직원들 하루 일당도 되고 그러는데 지금 현재로써는 많이 힘들어요. (최저임금 오르면) 많이 남아있는 가게가 없을 것 같아요."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인수한 김 모씨도 마찬가지, 최저 임금이 오르면 차라리 위약금을 내고 가게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최저 임금 만원을 맞춰주려면 한달 장사해서 남는 돈보다 직원들 임금으로 더 많은 돈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 모씨(편의점 점주) : "그냥 위약금 물고 나오는게 나아요. (본사에서 받는) 배당금이 490인데 만원이잖아요. 한명당 그러면 (임금만) 600만원이 넘어간다는 얘긴데 매달매달 백만원 이상 손해를 봅니다."

특히 본사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에선,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김 모씨(편의점 점주) : "일단 처음부터 배분율을 책정할 때 다른 요소들이 운영하는 비용이 고려가 안된 상태에서 책정이 돼서 시작할때부터 (임금을) 주기가 힘든 구조고, 매출 열심히 해서 올려서 올린다 해도 회사가 훨씬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밤 11시부터 10시간 넘게 철야근무를 하는 김씨 조차 최저 임금 수준을 못 챙겨가는 상황,

실제로 자영업자 절반 이상은 연 매출이 4천 6백만원이 안되는 소상공인이고, 5명 중 한 명은 월 평균 수입이 백만 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갑작스런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그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허희영(항공대 경영학과) : "(최저임금 만원이면) 감원을 해야되거나 채용을 줄이거나, 현재 인건비를 전체적으로 낮춰서 이윤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얘기거든요. 그 피해의 대상은 바로 우리가 사용자라고 하지만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 영세 사업자들의 문제가 되버린거죠."

하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선 최저임금 '만원'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희망입니다.

개인 위탁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유아씨, 오전 8시부터 우편물 분류 작업을 시작합니다.

최저시급을 받는 유씨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편물을 배달해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103만원,

등기 배달을 할 경우 한 건당 백 원을 더 받지만 고정적이진 않습니다.

<인터뷰> 유아(개인위탁 집배원) : "진짜 백만원은 귀한 돈이긴 하지만 힘들게 벌어서 귀한 돈이긴 하지만 요즘 생활을 하기에는 백만원은 아니에요. 제가 주말에 마트 아르바이트도 다니거든요 103만원으로 (아이 둘하고) 살 수가 없어요."

<녹취> "네 집배원입니다.~"

10년간 해온 일, 나름 전문성과 자부심은 늘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주말도 쉬지 못하고 일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한다는 죄책감에 마음은 늘 괴롭습니다.

<인터뷰> 유아(개인위탁 집배원) :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요. 제가 한시간 반 두시간은 일해야 계란 한 판을 사 오는데. 그러면 하루 벌어서 계란 사오고 뭐 하오고 하아.. 나아질 수 있는 삶이 아니죠 사실은."

최저임금 만원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건 뭘까,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아이들과 여가를 보내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말합니다.

<인터뷰> 유아(개인위탁 집배원) : "지금은 제가.. 일만 해요 그러니까 한 달 내내 일만 해요. (현재) 최저 임금은...사람을 생각하면서 살 수 있게 만드는 임금이 아니에요. 사람을 생각 없이 살게 하는 임금이더라고요."

OECD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 최저임금은 달러로 환산하면 5.8 달러로 27개 회원국 가운데 15번째입니다.

터키와 비슷하며, 슬로베니아, 이스라엘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 시급으론 하루에 8시간씩 한달을 꼬박 일하면 주휴수당을 빼고 114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이 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정하는 '1인 근로자 최저 생계비' 167만 원보다도 53만원이 적습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최저임금 만원이면 한달에 만근을 하면 2백만원이 조금 넘습니다.적어도 저 정도는 돼야 생활을 할 것 아니냐 하는 것과 결부해서 공감대가 많이 있는 것 같고."

우리 주변에선 최저임금 '만 원'의 딜레마를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곳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편집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범씨,

5년 전 사업 초기엔 업계 평균에 맞춰 신입 디자이너 월급을 시급 9천원 수준으로 줬습니다.

하지만 3년 전, 최저임금 만원과 관련된 전단지 작업을 의뢰받아 진행하며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상범(편집디자인 업체 대표) : "(의뢰받은 내용을) 설명을 해주다가 생각이 드는게 이 신입 직원이 최저 임금 시급 만원 기준의 급여를 못받고 있는 거에요. 이 친구가 디자인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 근거와 주장에 대해 동의를 할까 자기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었고."

신입사원 월급을 시급 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의 급여도 조금씩 올렸습니다.

처음엔 부담도 됐지만, 직원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자연스럽게 업무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시급 '만 원' 인상후 3년 동안 매출이 해마다 10% 이상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범(편집디자인 업체 대표) : "오히려 더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책임성있게 하려고 하는 그거는 시행을 해보면 이제 직원들의 태도, 입장 이런 것들이 눈에 또 다 보일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몇천 원을 더 주는게, 몇만원을 더 주는게 마이너스다 이렇게 생각되지는 않아요."

서울 홍대 인근 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도승환씨는 개업 초기부터 직원들의 시급을 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함께 가게를 키워나갈 사람을 찾기 위해선, 그만큼의 대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도승환(고깃집 대표) : "예전에 제가 대학교 다닐 때부터 돈 조금 더 많이 받으면 일 조금 더 성실하게 하지 않을까 아니면 지원자가 많으면 좀 더 괜찮은 사람을 내가 고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사장이 누구인지 손님들이 착각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만 원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도승환(고깃집 대표) : "직원이 와서 손님 맞이를 하면 직원이 사장인줄 알아요. 그만큼 이제 다른 사람이 봤을때 '사장님이세요' 할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해요 이런게 손님에게서 느껴질 정도니까 전 그런 점에서 고맙죠."

시키지 않아도 사장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시급 만 원을 주는 곳을 찾기 어려운 만큼, 가게 운영이 잘 돼야 계속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시급 만원 고깃집 직원 : "힘든 만큼 돈이 들어오니까, 그게 조금 더 할 의욕이 생기고 계속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년도 최저임금은 법정 시한을 넘긴 채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어수봉(최저임금 위원회 위원장) :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고 절충하는 자세를 끝까지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소상공인과 저소득 임금자, '을'과 '을'의 대결 구도가 반복되는 상황,

그래도 상대방의 처지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녹취> 편의점 점주 : "최저임금 올라야 되고 하지만 그 중간에 완충재 없이는 힘들기 때문에 그 변할때는 그만큼의 어떤 충격 완화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인터뷰> 김진홍(아르바이트생) : "우리만 먹고 사는게 아니고 정말 중소, 자영업자도 계시잖아요. (보호할 수 있는) 규제나 제도 정도는 만들면서 같이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정이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맞물려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 :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에 따른 하도급 단가를 최저임금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조정하는 것을 의무화 한다든지, 카드 수수료나 또는 건물 임대료 그 부분을 일정의 제한을 한다든지, 그런 방안들을 좀 조합해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딜레마에 빠진 최저임금 만 원 인상,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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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저임금 만 원, 빛과 그림자
    • 입력 2017-07-09 22:57:48
    • 수정2017-07-09 23: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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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최저 임금 만 원 지금 당장 !!"

최저임금 시급 '만 원'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때보다 높습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만 원으로 올리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6625 vs 10000 !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녹취> 어수봉(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지난달 30일) : "노사양측은 하루 종일 6차례 정회를 거듭하며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하였습니다."

3천3백 75원, 노동계와 사용자측의 거리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습니다.

<녹취> 우편 집배노동자 : "생활이 없더라고요 최저임금이라는 것은. 그냥 목숨만 유지하는 정도?"

<녹취> 편의점 점주 : "(만원 되면) 위약금 내고 빨리 그 나머지 보증금이라도 회수를 해서 나오는게 낫죠."

현재의 최저임금으론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다며 만원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노동계와 그렇게 되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는 소상공인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사실 양쪽의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어 합의점을 찾기 힘든게 현실입니다.

수년째 되풀이되고 있는 최저 임금 '만원' 인상,

모두에게 만족스런 답은 어디쯤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서울 도심 상권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호권씨, 연일 흘러나오는 최저임금 인상 추진 소식에 한숨부터 내 쉽니다.

<인터뷰> 김호권(자영업자) : "현재 임대료가 첫째 너무 비싸고, 인건비는 인건비대로 지금 정부에서 최저임금 만 원으로 한다고 하지만 지금 자영업자들 인건비가 너무 비싼데다가... 물가는 물가대로 매주 오르고 손님은 없고..."

매달 3백만 원이 넘는 임대료에 치솟는 물가, 불경기에 장사도 잘 안되는데 인건비 부담이 갑자기 커지면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미 직원 6명 임금만 한달에 천 만원이 넘는 상황, 최저임금이 올라가면 직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인터뷰> 김호권(자영업자) : "장사가 잘되면 만원이 아니라 2만원이라도 줘야 직원들 하루 일당도 되고 그러는데 지금 현재로써는 많이 힘들어요. (최저임금 오르면) 많이 남아있는 가게가 없을 것 같아요."

최근 대기업 프랜차이즈 편의점을 인수한 김 모씨도 마찬가지, 최저 임금이 오르면 차라리 위약금을 내고 가게를 포기할 생각입니다.

최저 임금 만원을 맞춰주려면 한달 장사해서 남는 돈보다 직원들 임금으로 더 많은 돈이 나가기 때문입니다.

<녹취> 김 모씨(편의점 점주) : "그냥 위약금 물고 나오는게 나아요. (본사에서 받는) 배당금이 490인데 만원이잖아요. 한명당 그러면 (임금만) 600만원이 넘어간다는 얘긴데 매달매달 백만원 이상 손해를 봅니다."

특히 본사가 매출의 절반 이상을 가져가는 구조에선, 올려주고 싶어도 올려줄 수 없다고 하소연합니다

<녹취> 김 모씨(편의점 점주) : "일단 처음부터 배분율을 책정할 때 다른 요소들이 운영하는 비용이 고려가 안된 상태에서 책정이 돼서 시작할때부터 (임금을) 주기가 힘든 구조고, 매출 열심히 해서 올려서 올린다 해도 회사가 훨씬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밤 11시부터 10시간 넘게 철야근무를 하는 김씨 조차 최저 임금 수준을 못 챙겨가는 상황,

실제로 자영업자 절반 이상은 연 매출이 4천 6백만원이 안되는 소상공인이고, 5명 중 한 명은 월 평균 수입이 백만 원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러다 보니 갑작스런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그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옵니다.

<인터뷰> 허희영(항공대 경영학과) : "(최저임금 만원이면) 감원을 해야되거나 채용을 줄이거나, 현재 인건비를 전체적으로 낮춰서 이윤을 맞출 수 밖에 없다는 얘기거든요. 그 피해의 대상은 바로 우리가 사용자라고 하지만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 영세 사업자들의 문제가 되버린거죠."

하지만 노동자들 입장에선 최저임금 '만원'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희망입니다.

개인 위탁 집배원으로 일하고 있는 40대 유아씨, 오전 8시부터 우편물 분류 작업을 시작합니다.

최저시급을 받는 유씨가 이른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편물을 배달해 손에 쥐는 돈은 한달에 103만원,

등기 배달을 할 경우 한 건당 백 원을 더 받지만 고정적이진 않습니다.

<인터뷰> 유아(개인위탁 집배원) : "진짜 백만원은 귀한 돈이긴 하지만 힘들게 벌어서 귀한 돈이긴 하지만 요즘 생활을 하기에는 백만원은 아니에요. 제가 주말에 마트 아르바이트도 다니거든요 103만원으로 (아이 둘하고) 살 수가 없어요."

<녹취> "네 집배원입니다.~"

10년간 해온 일, 나름 전문성과 자부심은 늘었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주말도 쉬지 못하고 일하지만 아이들을 제대로 먹이지도 못한다는 죄책감에 마음은 늘 괴롭습니다.

<인터뷰> 유아(개인위탁 집배원) : "열심히 하고 있는데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임금이 오르지 않아요. 제가 한시간 반 두시간은 일해야 계란 한 판을 사 오는데. 그러면 하루 벌어서 계란 사오고 뭐 하오고 하아.. 나아질 수 있는 삶이 아니죠 사실은."

최저임금 만원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건 뭘까,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아이들과 여가를 보내고 싶다고 소박한 꿈을 말합니다.

<인터뷰> 유아(개인위탁 집배원) : "지금은 제가.. 일만 해요 그러니까 한 달 내내 일만 해요. (현재) 최저 임금은...사람을 생각하면서 살 수 있게 만드는 임금이 아니에요. 사람을 생각 없이 살게 하는 임금이더라고요."

OECD 자료를 보면 올해 한국 최저임금은 달러로 환산하면 5.8 달러로 27개 회원국 가운데 15번째입니다.

터키와 비슷하며, 슬로베니아, 이스라엘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입니다.

현재 시급으론 하루에 8시간씩 한달을 꼬박 일하면 주휴수당을 빼고 114만원을 벌 수 있습니다.

이 돈은 최저임금위원회가 산정하는 '1인 근로자 최저 생계비' 167만 원보다도 53만원이 적습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 "최저임금 만원이면 한달에 만근을 하면 2백만원이 조금 넘습니다.적어도 저 정도는 돼야 생활을 할 것 아니냐 하는 것과 결부해서 공감대가 많이 있는 것 같고."

우리 주변에선 최저임금 '만 원'의 딜레마를 나름의 방식으로 풀어나가는 곳도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편집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이상범씨,

5년 전 사업 초기엔 업계 평균에 맞춰 신입 디자이너 월급을 시급 9천원 수준으로 줬습니다.

하지만 3년 전, 최저임금 만원과 관련된 전단지 작업을 의뢰받아 진행하며 생각이 바뀌게 됐습니다.

<인터뷰> 이상범(편집디자인 업체 대표) : "(의뢰받은 내용을) 설명을 해주다가 생각이 드는게 이 신입 직원이 최저 임금 시급 만원 기준의 급여를 못받고 있는 거에요. 이 친구가 디자인을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그 근거와 주장에 대해 동의를 할까 자기 스스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좀 들었었고."

신입사원 월급을 시급 만원으로 인상하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직원들의 급여도 조금씩 올렸습니다.

처음엔 부담도 됐지만, 직원들의 적극적인 태도는 자연스럽게 업무의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시급 '만 원' 인상후 3년 동안 매출이 해마다 10% 이상씩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상범(편집디자인 업체 대표) : "오히려 더 좀 더 잘하려고 노력하고, 책임성있게 하려고 하는 그거는 시행을 해보면 이제 직원들의 태도, 입장 이런 것들이 눈에 또 다 보일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몇천 원을 더 주는게, 몇만원을 더 주는게 마이너스다 이렇게 생각되지는 않아요."

서울 홍대 인근 골목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도승환씨는 개업 초기부터 직원들의 시급을 만 원으로 정했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아닌, 함께 가게를 키워나갈 사람을 찾기 위해선, 그만큼의 대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인터뷰> 도승환(고깃집 대표) : "예전에 제가 대학교 다닐 때부터 돈 조금 더 많이 받으면 일 조금 더 성실하게 하지 않을까 아니면 지원자가 많으면 좀 더 괜찮은 사람을 내가 고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사장이 누구인지 손님들이 착각할 정도로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을 보며 만 원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인터뷰> 도승환(고깃집 대표) : "직원이 와서 손님 맞이를 하면 직원이 사장인줄 알아요. 그만큼 이제 다른 사람이 봤을때 '사장님이세요' 할 정도로 너무 열심히 해요 이런게 손님에게서 느껴질 정도니까 전 그런 점에서 고맙죠."

시키지 않아도 사장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직원,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시급 만 원을 주는 곳을 찾기 어려운 만큼, 가게 운영이 잘 돼야 계속 다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시급 만원 고깃집 직원 : "힘든 만큼 돈이 들어오니까, 그게 조금 더 할 의욕이 생기고 계속 열심히 하게 되는 거 같아요."

내년도 최저임금은 법정 시한을 넘긴 채 아직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어수봉(최저임금 위원회 위원장) : "노사가 조금씩 양보하고 절충하는 자세를 끝까지 보여주시기를 바랍니다."

소상공인과 저소득 임금자, '을'과 '을'의 대결 구도가 반복되는 상황,

그래도 상대방의 처지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녹취> 편의점 점주 : "최저임금 올라야 되고 하지만 그 중간에 완충재 없이는 힘들기 때문에 그 변할때는 그만큼의 어떤 충격 완화가 있어야 될 거 아니에요."

<인터뷰> 김진홍(아르바이트생) : "우리만 먹고 사는게 아니고 정말 중소, 자영업자도 계시잖아요. (보호할 수 있는) 규제나 제도 정도는 만들면서 같이 최저임금 인상을 고려해야 되지 않을까..."

이 때문에 최저임금 인상과정이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과 맞물려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인터뷰> 김유선(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 ) :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에 따른 하도급 단가를 최저임금으로 보장하는 방향에서 조정하는 것을 의무화 한다든지, 카드 수수료나 또는 건물 임대료 그 부분을 일정의 제한을 한다든지, 그런 방안들을 좀 조합해서 보완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딜레마에 빠진 최저임금 만 원 인상,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완책과 사회적인 합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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