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개정 협상”…공동위서 ‘한미 공방’ 불가피

입력 2017.07.13 (21:12) 수정 2017.07.13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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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FTA 재협상을 직접 시사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 : "우리는 현재 한국과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에게 공평한 거래가 되길 희망합니다."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도 "협정 체결 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심각한 무역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작심한 듯 '무역 불균형'을 여러차례 주장합니다.

그리고 열흘 여만에 '트럼프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고 우리 정부에 공식 요구했습니다.

워싱턴 박유한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기 위해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명시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美 무역대표부 대표/3월 14일) : "미국우선주의 무역정책을 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무역협정 협상을 더 잘 할 수 있고, 무역법을 더 강력히 시행할 수 있습니다. "

미국이 북미 자유무역 협정 개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한국과 협상에 나설 거라는 우리 정부의 예상을 뒤엎은 겁니다.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속전속결로 나서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뒀던 건강보험 개정, 세제 개혁이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 속에 러시아 스캔들은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무역 쪽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정문에 명시된 '개정'과 '수정'이라는 용어 대신, 어감이 강한 '재협상'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무역 협정 협상 권한은 미 의회가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그 권한을 위임받으려면 넉 달 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미국 정가의 움직임도 면밀히 주시하면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박유한입니다.

<기자 멘트>

통상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 받아든 미국 무역대표부의 서한은 한미 FTA의 '개정'이나 '수정', 이에 따른 '후속 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를 위해 특별 공동위원회를 열자는 겁니다.

미국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FTA '개정'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겁니다.

흔히 말하는 '재협상'은 협정문상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과연 미국의 무역 적자가 한미 FTA 탓인지 먼저 따져본 뒤에 개정할지,수정할지 논의하는 게 맞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시각 차가 분명하니 공방은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한다 해도 개정이나 수정을 하려면 우리 동의가 필수입니다.

두 나라가 이렇게 합의를 한다 해도 각각 국내 절차를 따로 거쳐야 합니다.

우리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을 살펴보고, 산업부 장관이 통상 조약 체결계획을 세운 뒤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해야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을 따릅니다.

현상 개시 90일 전에 상, 하원 의회에 의향을 통보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30일 전까지 협상 목표를 내놓게 돼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가지 않고 공동위원회에서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을 찾아보자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만, 이번 계기에 우리 측도 요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영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미 FTA는 논의 시작부터 사회적 갈등을 호되게 치른 협상이었습니다.

쌀 개방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논란은 물론, 미국 거대 기업들이 큰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한미 FTA 발효 뒤 5년, 이제는 미국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FTA 반대에 나선 셈입니다.

<인터뷰> 여한구(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의 원인이 한미 FTA에서 비롯됐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5년 간 전반적으로 우리는 상품 무역에서, 미국은 서비스 무역에서 강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취약한 영역 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동차 분야만 봐도 지난 5년 간, 우리 수출은 줄었지만 미국산 차량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며, 과연 이게 미국 측 주장대로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난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측도 요구할 게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유병규(산업연구원장) : "이번 계기로 해서 한국도 독소조항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한국에 보다 유리한 협정안을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미국 측이 반덤핑 관세를 남용하는 문제 같은 기업들 애로 사항을 없애는 쪽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KBS 뉴스 최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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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TA 개정 협상”…공동위서 ‘한미 공방’ 불가피
    • 입력 2017-07-13 21:12:59
    • 수정2017-07-13 21:5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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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FTA 재협상을 직접 시사했습니다.

<녹취> 트럼프(美 대통령) : "우리는 현재 한국과 무역 협정을 재협상하고 있습니다. 양측 모두에게 공평한 거래가 되길 희망합니다."

회담 후 공동 언론 발표에서도 "협정 체결 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11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 "자동차와 철강 등 심각한 무역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며, 작심한 듯 '무역 불균형'을 여러차례 주장합니다.

그리고 열흘 여만에 '트럼프 청구서'가 날아왔습니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개시하자고 우리 정부에 공식 요구했습니다.

워싱턴 박유한 특파원입니다.

<리포트>

미 무역대표부 대표가 우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습니다.

무역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기 위해 한미 FTA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임을 명시했습니다.

<녹취> 로버트 라이트하이저(美 무역대표부 대표/3월 14일) : "미국우선주의 무역정책을 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뜻에 동의합니다. 우리는 무역협정 협상을 더 잘 할 수 있고, 무역법을 더 강력히 시행할 수 있습니다. "

미국이 북미 자유무역 협정 개정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하고 한국과 협상에 나설 거라는 우리 정부의 예상을 뒤엎은 겁니다.

트럼프 정부가 이렇게 속전속결로 나서는 데는 정치적 의도가 엿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역점을 뒀던 건강보험 개정, 세제 개혁이 모두 지지부진한 상황, 역대 최저 수준의 지지율 속에 러시아 스캔들은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결국, 무역 쪽에서 돌파구를 찾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FTA 협정문에 명시된 '개정'과 '수정'이라는 용어 대신, 어감이 강한 '재협상'이라는 말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무역 협정 협상 권한은 미 의회가 갖고 있습니다.

트럼프 정부가 그 권한을 위임받으려면 넉 달 간의 절차가 필요합니다.

미국 정가의 움직임도 면밀히 주시하면서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워싱턴에서 KBS 뉴스 박유한입니다.

<기자 멘트>

통상 사령탑이 없는 상황에서 받아든 미국 무역대표부의 서한은 한미 FTA의 '개정'이나 '수정', 이에 따른 '후속 협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논의를 위해 특별 공동위원회를 열자는 겁니다.

미국의 목적은 분명합니다.

FTA '개정'으로 가기 위한 전단계로,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 겁니다.

흔히 말하는 '재협상'은 협정문상 공식 용어는 아닙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과연 미국의 무역 적자가 한미 FTA 탓인지 먼저 따져본 뒤에 개정할지,수정할지 논의하는 게 맞지 않냐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시각 차가 분명하니 공방은 뜨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강하게 요구한다 해도 개정이나 수정을 하려면 우리 동의가 필수입니다.

두 나라가 이렇게 합의를 한다 해도 각각 국내 절차를 따로 거쳐야 합니다.

우리는 통상절차법에 따라 경제적 타당성을 살펴보고, 산업부 장관이 통상 조약 체결계획을 세운 뒤 관계 장관회의를 거쳐 국회에 보고해야 협상 개시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미국은 무역촉진권한법을 따릅니다.

현상 개시 90일 전에 상, 하원 의회에 의향을 통보하고, 공청회 등을 거쳐 30일 전까지 협상 목표를 내놓게 돼 있습니다.

이 단계까지 가지 않고 공동위원회에서 무역불균형 해소 방안을 찾아보자는 게 정부 입장입니다만, 이번 계기에 우리 측도 요구할 부분이 있으면 적극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최영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한미 FTA는 논의 시작부터 사회적 갈등을 호되게 치른 협상이었습니다.

쌀 개방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논란은 물론, 미국 거대 기업들이 큰 이익을 가져갈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습니다.

한미 FTA 발효 뒤 5년, 이제는 미국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FTA 반대에 나선 셈입니다.

<인터뷰> 여한구(산업통상자원부 통상정책국장) :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의 원인이 한미 FTA에서 비롯됐다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5년 간 전반적으로 우리는 상품 무역에서, 미국은 서비스 무역에서 강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자신들이 취약한 영역 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자동차 분야만 봐도 지난 5년 간, 우리 수출은 줄었지만 미국산 차량 수입은 오히려 늘었다며, 과연 이게 미국 측 주장대로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난 것이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측도 요구할 게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뷰> 유병규(산업연구원장) : "이번 계기로 해서 한국도 독소조항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서 한국에 보다 유리한 협정안을 만들 필요가 있겠습니다."

또 미국 측이 반덤핑 관세를 남용하는 문제 같은 기업들 애로 사항을 없애는 쪽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KBS 뉴스 최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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