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김정은 우상화 무대…백두산 위인 칭송 축전

입력 2017.08.26 (08:09) 수정 2017.08.26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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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정권이 최근 <백두산 위인 칭송 국제축전>이라는 국제 행사를 닷새에 걸쳐 열었습니다.

여기서 백두산 위인이란 김일성 일가를 뜻하는데요.

혈통을 강조하는 김정은식 우상화 행사였습니다.

김정은 개인의 권위를 높이려는 이같은 국제 행사는 정권의 취약성을 반증하는 북한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백두산 위인칭송 축전의 의미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하늘과 맞닿은 백두산 천지.

백두산 정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집결했다.

상당수의 외국인들과 함께, 아흔을 바라보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도 보인다.

이른바 ‘백두산 태양 맞이 모임’.

북한이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예고해 온‘백두산 위인 칭송 축전’ 행사의 일부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8월 15일) : "경애하는 김정은 각하는 인류 자주 위업을 빛나는 승리에로 향도하시는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이시다!"

김일성·김정일을 영생하는 인류의 태양으로, 김정은을 21세기 태양으로 표현한 북한.

해외 인사들을 대거 동원해 평양에서 위인칭송대회를 여는가 하면, 북한이 김정일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 등을 방문하는 모습도 연이어 TV로 선전했다.

<녹취> 크리스 텐센(덴마크 친선협회 위원장) : "김정은 원수가 있어 (북한의) 미래는 확고히 담보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적잖게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는 김정은 우상화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가장 큰 목적이라 하면 이제 김정은을 일반 보통 사람과 구별하는 그런 위인반열에 올려 세우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같은 반열에 올려 세워서 이제 권력으로 통치하던 그 시대를 뛰어넘어서 이제 권위로 통치하겠다.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북한은 과장·왜곡 논란이 있는 김일성의 백두산 항일무장투쟁을 선전하며 유난스레 백두산을 부각시켜 왔다.

소위 ‘백두산 혁명 역사’를 김일성의 유일 지배 체제 정당화 수단으로 삼았다.

여기에 러시아로 알려진 김정일의 출생지 역시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며 권력 세습의 타당성 부여에 활용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아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김정일은 후계자 시절 백두산 혁명 전적지 답사길을 만들고, 해마다 청소년들을 행군에 동원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학생소년들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린 시절에 걸으셨던 배움의 천리길을, 광복의 천리길을 답사하면서 백두의 혁명정신, 우리 당의 혁명전통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혜산에서 시작해 백두산 밀영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250㎞의 답사코스는 그야말로 혹독한 행군이라고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가는 도중에 이제 힘들어가지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쓰러지는 애들은 잠깐 이제 버스 같은 그게 다녀요. 다니면서 그걸 실고 쬐금 환자 수송차 같은 게 쬐금 가다가 또 다시 풀어놓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녹취> 北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성스러운 조정의 산에 또 한분의 백두산 장군 김정은 원수님께서 오르셨습니다."

김정은 역시 집권 이후 줄곧 자신이 백두혈통이라 강조하며 ‘백두의 칼바람정신’, ‘백두산 대국’등 백두산을 선전 구호로 적극 활용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최후승리의 앞길을 밝혀주는 백두의 칼바람을 안고 혁명의 길을 끝까지 걸어 나가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 노래까지 새로 만들었다.

<녹취> 北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최근엔 김정은 집권 초 주력 사업이었던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를 답사 필수코스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김정일 때도 역시 거짓말이지만 그 정일봉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백두산 성지에서 태어났다. 이래 가지고 또 부각을 시켰잖아요. 그런데 김정은은 부각시킬 게 없어요. 백두산에다가... 0604백두산에 가깝게 다가가야 되는데 다가갈 방도가 없는 거죠. 그래서 청년발전소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자기 위대성 결국은 이렇게 주민들을 위해서 이런 발전소를 만들어 놓고 했다. 이걸 보여주는 거죠."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을 ‘백두산 절세위인’으로 부르는 것 역시 세습 정당화 작업의 일환이다.

특히 김일성의 아내이자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은 김정일에 의해 철저히 우상화된 인물이다.

김정일은 후계자 자리에 앉은 직후 ‘항일의 여성영웅’, ‘혁명의 어머니’ 등 찬양 구호를 만들고, 김정숙의 이름을 붙인 지역과 대학을 만들며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을 벌였다.

영화광으로 통했던 김정일은 김정숙을 영웅화한 영화까지 제작했다.

<녹취> 北 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 : "동무들, 사령관 동지의 사상과 노선을 목숨 걸고 지켜나갑시다! 옳습니다. 정숙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김정숙에 대해서는 북한주민들한테는 혁명의 어머니다 라고 하면서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수령님을 막았다, 뭐 온몸으로 막아서 수령님을 구했다... 그러니까 김일성이죠. 그래 갖고 뭐 끓는 죽 가마도 이거 대원들을 위해 가지고 적들이 이렇게 쳐들어보니까 죽 가마도 이고 달렸다. 해서 머리털이 다 빠졌다. 이런 신화적인 것으로 해 가지고 주민들한테 주입을 시켰어요."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김정은 동지께서 보내신 화환이 김정숙 동지의 동상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김정숙 우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 김정숙 전기까지 출간했다.

승계 기간이 짧았던 김정은이 조모 김정숙을 통해 자신이 진정한 백두혈통임을 강조하며 지지 기반을 다지려 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세습체제를 유지하는데서 김정숙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하나는 이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제 온 나라를 하나의 대가정으로 묶어주는데 조선의 어머니로서의 그 상징성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뒤 한때 어머니 고용희를 우상화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녹취> 고용희(北 김정은 생모) :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장군님의 어려운 7년 세월을 바로 저는 보아왔으며, 장군님의 가장 어려웠던 그 시기를 언제나 장군님 곁에서 함께 하여 왔으며 겪어왔습니다."

<녹취> 北 비공개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 : "앞으로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의 미래를 떠밀고 나가야 한다고 하시며 백두산 위인들의 풍모를 그대로 닮은 또 한분의 청년장군을 안아 키우신 우리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 고용희가 북한에서 천대받는 재일동포 출신인데다 외조부에 대해서는 친일 논란까지 있다.

또 미국으로 망명한 이모 등 외가의 약점이 오히려 자신의 정통성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고용희 우상화 노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어머니의 존재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재일교포, 친일파 재일교포, 그리고 무용수라는, 그리고 김일성이 한 번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심지어 고용희는 김일성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더 드러나게 되죠. 그러니까 어머니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머니의 부재를 할머니에서 메울 수 있고 그리고 김정숙을 우상화함으로서 할머니를 그동안 할아버지에 비해서 좀 우상화가 덜 되어 있는 이런 부분을 더 강조하게 되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콤플렉스를 훨씬 더 뛰어넘을 수 있는 거죠."

최근 김정은은 백두산을 우상화 목적 외에 경제개발의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5년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해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백두산 일대 발전소 건설도 관광지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백두산을 성역화 하는 김정은의 정치 의도도 있지만 외자를 유치하는데 백두산만큼 좋은 관광 사업이 없거든요. 2901 그러니까 백두산은 향후에도 정치적인 목적과 경제적인 목적이 결부돼서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들은 추진될 거예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외화도 얻을 수 있지만 외자를 이용해서 백두산 내에 인프라를 깔 수 있죠. 그러면 성역화 작업도 훨씬 더 용이해질 수 있는 거죠."

그러나 북한의 핵질주로 미국과 북한간 긴장이 고조되고, 북중 관계도 냉각되면서 백두산 개발도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백두산이라는 상징에 할아버니와 아버지를 내세운 우상화 작업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의 최고의 딜레마는 아직 정치적인 숙청과 여러 가지 공포정치를 통해서 권력은 장악을 했지만 권위는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거거든요. 정치적인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카리스마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우상화 작업만 진행이 되는 거죠. 특히 경제상황의 개선 안보상황의 개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북한 내부의 내구력의 강화 이런 부분들인데 이런 부분들이 전혀 뒷받침이 안 되고 있죠. 그러니까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은 사실은 사상누각이죠."

김일성 일가의 업적을 기리며 김정은 우상화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열었던 백두산 위인 칭송 축전. 하지만 혈통을 내세운 전근대적인 우상화 시도는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또다른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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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8-26 08:54:17
    • 수정2017-08-26 09: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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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북한 정권이 최근 <백두산 위인 칭송 국제축전>이라는 국제 행사를 닷새에 걸쳐 열었습니다.

여기서 백두산 위인이란 김일성 일가를 뜻하는데요.

혈통을 강조하는 김정은식 우상화 행사였습니다.

김정은 개인의 권위를 높이려는 이같은 국제 행사는 정권의 취약성을 반증하는 북한의 민낯이기도 합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백두산 위인칭송 축전의 의미와 그 한계를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하늘과 맞닿은 백두산 천지.

백두산 정상에 수많은 사람들이 깃발과 현수막을 들고 집결했다.

상당수의 외국인들과 함께, 아흔을 바라보는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모습도 보인다.

이른바 ‘백두산 태양 맞이 모임’.

북한이 지난해부터 대대적으로 예고해 온‘백두산 위인 칭송 축전’ 행사의 일부다.

<녹취> 조선중앙TV(지난 8월 15일) : "경애하는 김정은 각하는 인류 자주 위업을 빛나는 승리에로 향도하시는 21세기의 위대한 태양이시다!"

김일성·김정일을 영생하는 인류의 태양으로, 김정은을 21세기 태양으로 표현한 북한.

해외 인사들을 대거 동원해 평양에서 위인칭송대회를 여는가 하면, 북한이 김정일의 생가라고 주장하는 백두산 밀영 등을 방문하는 모습도 연이어 TV로 선전했다.

<녹취> 크리스 텐센(덴마크 친선협회 위원장) : "김정은 원수가 있어 (북한의) 미래는 확고히 담보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적잖게 거론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행사는 김정은 우상화를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가장 큰 목적이라 하면 이제 김정은을 일반 보통 사람과 구별하는 그런 위인반열에 올려 세우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 같은 반열에 올려 세워서 이제 권력으로 통치하던 그 시대를 뛰어넘어서 이제 권위로 통치하겠다. 하는 의지를 보여주는 거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북한은 과장·왜곡 논란이 있는 김일성의 백두산 항일무장투쟁을 선전하며 유난스레 백두산을 부각시켜 왔다.

소위 ‘백두산 혁명 역사’를 김일성의 유일 지배 체제 정당화 수단으로 삼았다.

여기에 러시아로 알려진 김정일의 출생지 역시 백두산 밀영이라고 주장하며 권력 세습의 타당성 부여에 활용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아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김정일은 후계자 시절 백두산 혁명 전적지 답사길을 만들고, 해마다 청소년들을 행군에 동원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세상에 부럼 없어라' :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학생소년들이 위대한 수령님께서 어린 시절에 걸으셨던 배움의 천리길을, 광복의 천리길을 답사하면서 백두의 혁명정신, 우리 당의 혁명전통을 더욱 깊이 간직하게 하자고 하셨습니다."

혜산에서 시작해 백두산 밀영까지 이어지는 총 길이 250㎞의 답사코스는 그야말로 혹독한 행군이라고 한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가는 도중에 이제 힘들어가지고 쓰러지는 사람들이 있어요. 쓰러지는 애들은 잠깐 이제 버스 같은 그게 다녀요. 다니면서 그걸 실고 쬐금 환자 수송차 같은 게 쬐금 가다가 또 다시 풀어놓고 이런 식으로 하는 거죠."

<녹취> 北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성스러운 조정의 산에 또 한분의 백두산 장군 김정은 원수님께서 오르셨습니다."

김정은 역시 집권 이후 줄곧 자신이 백두혈통이라 강조하며 ‘백두의 칼바람정신’, ‘백두산 대국’등 백두산을 선전 구호로 적극 활용했다.

<녹취> 北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최후승리의 앞길을 밝혀주는 백두의 칼바람을 안고 혁명의 길을 끝까지 걸어 나가야 합니다."

북한 당국은 백두산 노래까지 새로 만들었다.

<녹취> 北 노래 '가리라 백두산으로' : "가리라 가리라 백두산으로 가리라."

최근엔 김정은 집권 초 주력 사업이었던 백두산영웅청년발전소를 답사 필수코스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김정일 때도 역시 거짓말이지만 그 정일봉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백두산 성지에서 태어났다. 이래 가지고 또 부각을 시켰잖아요. 그런데 김정은은 부각시킬 게 없어요. 백두산에다가... 0604백두산에 가깝게 다가가야 되는데 다가갈 방도가 없는 거죠. 그래서 청년발전소라는 것을 만들어 놓고 자기 위대성 결국은 이렇게 주민들을 위해서 이런 발전소를 만들어 놓고 했다. 이걸 보여주는 거죠."

김일성, 김정숙, 김정일을 ‘백두산 절세위인’으로 부르는 것 역시 세습 정당화 작업의 일환이다.

특히 김일성의 아내이자 김정일의 어머니 김정숙은 김정일에 의해 철저히 우상화된 인물이다.

김정일은 후계자 자리에 앉은 직후 ‘항일의 여성영웅’, ‘혁명의 어머니’ 등 찬양 구호를 만들고, 김정숙의 이름을 붙인 지역과 대학을 만들며 대대적인 우상화 작업을 벌였다.

영화광으로 통했던 김정일은 김정숙을 영웅화한 영화까지 제작했다.

<녹취> 北 영화 '사령부를 멀리 떠나서' : "동무들, 사령관 동지의 사상과 노선을 목숨 걸고 지켜나갑시다! 옳습니다. 정숙동무의 말이 옳습니다!"

<인터뷰> 차리혁(2014년 탈북) : "김정숙에 대해서는 북한주민들한테는 혁명의 어머니다 라고 하면서 총알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수령님을 막았다, 뭐 온몸으로 막아서 수령님을 구했다... 그러니까 김일성이죠. 그래 갖고 뭐 끓는 죽 가마도 이거 대원들을 위해 가지고 적들이 이렇게 쳐들어보니까 죽 가마도 이고 달렸다. 해서 머리털이 다 빠졌다. 이런 신화적인 것으로 해 가지고 주민들한테 주입을 시켰어요."

<녹취> 조선중앙TV(2013년 12월) : "김정은 동지께서 보내신 화환이 김정숙 동지의 동상 앞에 놓여있었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부터 김정숙 우상화에 본격적으로 나서 김정숙 전기까지 출간했다.

승계 기간이 짧았던 김정은이 조모 김정숙을 통해 자신이 진정한 백두혈통임을 강조하며 지지 기반을 다지려 했다는 분석이다.

<인터뷰> 최경희(한양대 현대한국연구소 연구위원) : "북한세습체제를 유지하는데서 김정숙의 역할은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하나는 이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이제 온 나라를 하나의 대가정으로 묶어주는데 조선의 어머니로서의 그 상징성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뒤 한때 어머니 고용희를 우상화하려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녹취> 고용희(北 김정은 생모) :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장군님의 어려운 7년 세월을 바로 저는 보아왔으며, 장군님의 가장 어려웠던 그 시기를 언제나 장군님 곁에서 함께 하여 왔으며 겪어왔습니다."

<녹취> 北 비공개 기록영화 '위대한 선군조선의 어머님' : "앞으로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의 미래를 떠밀고 나가야 한다고 하시며 백두산 위인들의 풍모를 그대로 닮은 또 한분의 청년장군을 안아 키우신 우리 어머니..."

하지만 어머니 고용희가 북한에서 천대받는 재일동포 출신인데다 외조부에 대해서는 친일 논란까지 있다.

또 미국으로 망명한 이모 등 외가의 약점이 오히려 자신의 정통성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고용희 우상화 노력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어머니의 존재가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재일교포, 친일파 재일교포, 그리고 무용수라는, 그리고 김일성이 한 번도 며느리로 인정하지 않았다는... 심지어 고용희는 김일성을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이 더 드러나게 되죠. 그러니까 어머니에 대한 컴플렉스가 있는 거죠. 그러니까 어머니의 부재를 할머니에서 메울 수 있고 그리고 김정숙을 우상화함으로서 할머니를 그동안 할아버지에 비해서 좀 우상화가 덜 되어 있는 이런 부분을 더 강조하게 되면 어머니와 아버지의 콤플렉스를 훨씬 더 뛰어넘을 수 있는 거죠."

최근 김정은은 백두산을 우상화 목적 외에 경제개발의 도구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2015년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일대를 관광특구로 지정해 중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백두산 일대 발전소 건설도 관광지 에너지원 공급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백두산을 성역화 하는 김정은의 정치 의도도 있지만 외자를 유치하는데 백두산만큼 좋은 관광 사업이 없거든요. 2901 그러니까 백두산은 향후에도 정치적인 목적과 경제적인 목적이 결부돼서 관광지로 개발하는 사업들은 추진될 거예요. 김정은의 입장에서는 외화도 얻을 수 있지만 외자를 이용해서 백두산 내에 인프라를 깔 수 있죠. 그러면 성역화 작업도 훨씬 더 용이해질 수 있는 거죠."

그러나 북한의 핵질주로 미국과 북한간 긴장이 고조되고, 북중 관계도 냉각되면서 백두산 개발도 답보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또, 백두산이라는 상징에 할아버니와 아버지를 내세운 우상화 작업도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김정은의 최고의 딜레마는 아직 정치적인 숙청과 여러 가지 공포정치를 통해서 권력은 장악을 했지만 권위는 인정받고 있지 못하다는 거거든요. 정치적인 권위를 확보할 수 있는 카리스마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우상화 작업만 진행이 되는 거죠. 특히 경제상황의 개선 안보상황의 개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북한 내부의 내구력의 강화 이런 부분들인데 이런 부분들이 전혀 뒷받침이 안 되고 있죠. 그러니까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은 사실은 사상누각이죠."

김일성 일가의 업적을 기리며 김정은 우상화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열었던 백두산 위인 칭송 축전. 하지만 혈통을 내세운 전근대적인 우상화 시도는 김정은 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또다른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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