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리포트] 끊이지 않는 할리우드 ‘화이트워싱’ 논란

입력 2017.09.01 (20:40) 수정 2017.09.01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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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할리우드에서 유색인종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백인이 아닌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이른바 '화이트워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흥철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영화 '데드풀'에서 악당 역할로 얼굴을 알린 배우, 에드 스크레인.

이달 촬영에 돌입하는 영화 '헬보이: 라이브 오브 더 블러드 퀸'에 캐스팅됐지만 출연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스크레인이 맡은 배역은 '벤 다이미오 소령'으로 화가 나면 초자연적인 힘을 얻어 재규어로 변하는 캐릭터인데요.

원작에서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설정돼있지만, 백인 배우가 배역을 맡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결국 스크레인은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자진 하차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원작과 다르게 유색인종 역할을 백인으로 바꾸거나 백인 배우가 유색인종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을 '화이트워싱'이라고 부릅니다.

백인 배우가 동양인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 사례는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알로하' 의 한 장면입니다.

<녹취> "아버지는 중국과 하와이 혼혈이고, 어머니는 스웨덴 사람이에요."

혼혈 주인공 역할을 백인 여배우 엠마 스톤이 연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티베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백인 배우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고, 지난 3월 개봉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는 일본 만화 원작에서 등장하는 동양인 주인공 역할을 백인인 스칼렛 조핸슨이 맡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요한 필립 애스백(영화배우) : "할리우드가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인 배우가 유색인종인 것처럼 연기하는 화이트워싱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1930년대 영화에서 백인 배우가 중국계 미국인 분장을 하고 연기한 것으로 시작해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백인 배우가 뻐드렁니 분장을 한 일본인 배역을 맡았는데요.

이 영화는 아시아인에 대한 할리우드의 편견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동양계 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습니다.

<녹취> 제이슨 스콧 리(영화배우) : "8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은 한정적이었습니다. 대부분 대사 한 줄이나 단어 하나를 말하는 단역을 맡았죠."

동양인 캐릭터 뿐만아니라 중동권 캐릭터도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등 수많은 영화들이 화이트워싱 논란에 휘말렸는데요.

일부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가 원작과 다르게 각색되면서 배우들의 인종이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 문제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로 번지게 되자 미국 네티즌들이 반발에 나섰습니다.

영화 포스터에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를 합성해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수 없는 동양계 배우들의 현실을 꼬집었고, SNS에는 화이트워싱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화이트워시드 아웃' 해시태그가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는 화이트워싱 반대 시위도 펼쳐졌습니다.

<녹취> 마리사 리(시민단체 대표) : "배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팬들이 항상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할리우드 배우들은 유색인종도 백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병헌(배우) : "모든 인종에게 다양한 배역을 줄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문화 속에서 화이트워싱이 사라지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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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09-01 20:49:46
    • 수정2017-09-01 21:23:41
    글로벌24
<앵커 멘트>

최근 할리우드에서 유색인종 차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백인이 아닌 캐릭터를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이른바 '화이트워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흥철 기자가 전합니다.

<리포트>

영화 '데드풀'에서 악당 역할로 얼굴을 알린 배우, 에드 스크레인.

이달 촬영에 돌입하는 영화 '헬보이: 라이브 오브 더 블러드 퀸'에 캐스팅됐지만 출연 취소를 결정했습니다.

스크레인이 맡은 배역은 '벤 다이미오 소령'으로 화가 나면 초자연적인 힘을 얻어 재규어로 변하는 캐릭터인데요.

원작에서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설정돼있지만, 백인 배우가 배역을 맡아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결국 스크레인은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자진 하차한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처럼 원작과 다르게 유색인종 역할을 백인으로 바꾸거나 백인 배우가 유색인종인 것처럼 연기하는 것을 '화이트워싱'이라고 부릅니다.

백인 배우가 동양인 캐릭터를 맡아 연기하는 사례는 최근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알로하' 의 한 장면입니다.

<녹취> "아버지는 중국과 하와이 혼혈이고, 어머니는 스웨덴 사람이에요."

혼혈 주인공 역할을 백인 여배우 엠마 스톤이 연기했습니다.

지난해 10월 개봉한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는 티베트인으로 설정된 캐릭터를 백인 배우 틸다 스윈튼이 연기했고, 지난 3월 개봉한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에서는 일본 만화 원작에서 등장하는 동양인 주인공 역할을 백인인 스칼렛 조핸슨이 맡아 논란이 됐습니다.

<녹취> 요한 필립 애스백(영화배우) : "할리우드가 다양성을 인정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긴 하지만,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인 배우가 유색인종인 것처럼 연기하는 화이트워싱은 사실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습니다.

1930년대 영화에서 백인 배우가 중국계 미국인 분장을 하고 연기한 것으로 시작해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에서는 백인 배우가 뻐드렁니 분장을 한 일본인 배역을 맡았는데요.

이 영화는 아시아인에 대한 할리우드의 편견을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동양계 배우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되는 일도 종종 있었지만, 극히 일부였습니다.

<녹취> 제이슨 스콧 리(영화배우) : "80년대 후반 할리우드에서 동양인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은 한정적이었습니다. 대부분 대사 한 줄이나 단어 하나를 말하는 단역을 맡았죠."

동양인 캐릭터 뿐만아니라 중동권 캐릭터도 백인 배우가 연기하는 등 수많은 영화들이 화이트워싱 논란에 휘말렸는데요.

일부 할리우드 제작자들은 영화가 원작과 다르게 각색되면서 배우들의 인종이 바뀌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반박하고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화이트워싱 문제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로 번지게 되자 미국 네티즌들이 반발에 나섰습니다.

영화 포스터에 한국계 미국 배우 존 조를 합성해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연을 맡을 수 없는 동양계 배우들의 현실을 꼬집었고, SNS에는 화이트워싱에 반대한다는 의미의 '화이트워시드 아웃' 해시태그가 게시되기도 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시내에서는 화이트워싱 반대 시위도 펼쳐졌습니다.

<녹취> 마리사 리(시민단체 대표) : "배우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팬들이 항상 지지하고 있으니까요."

할리우드 배우들은 유색인종도 백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녹취> 이병헌(배우) : "모든 인종에게 다양한 배역을 줄 수 있도록 더 많은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할리우드의 뿌리 깊은 인종 차별 문화 속에서 화이트워싱이 사라지게 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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