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영재 교육 vs 체제 선전…조기 음악교육

입력 2017.11.18 (08:07) 수정 2017.11.18 (08:2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혹시 뽀뽀송이란 북한 동요 들어보셨습니까?

이 노래를 부르는 북한 어린이를 보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교가 넘치는데요.

북한은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악기 연주 등에서 어릴 적 재능을 보이면 유치원 과정부터 조기 교육을 시키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는 국제무대에서 수상도 하고 TV에도 자주 보이지만, 정작 성인이 된 뒤 국제적으로 각광받는 북한 음악인은 찾기 힘든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영재 교육의 허울을 쓴 체제 선전 교육, 북한의 조기 음악 교육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北 동요 ‘의사놀이 좋아요’ : "오늘도 재미나는 유치원의 놀이 시간 나는야 의사선생 옥별이는 간호원."

무대 한 가운데 서서 기교 섞인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가는 여자 어린이. 앙증맞은 율동은 물론, 노래 사이사이에 펼치는 연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녹취> "다음 손님 들어오세요!"

뒤이어 중창과 합창은 물론,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서양악기부터 전통악기 연주에 이르기까지- 성인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는 아이들.

이들은 북한 TV가 해마다 방송하는 ‘전국 아동음악 방송 예술 무대’에 오른 북한 유치원생들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어린이들, 그 이면에는 북한식 조기 음악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1959년,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반적 교육제도 개편에 관한 결정’을 채택하고, 예술인 전문교육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에 따라 11년제 예술 학교와 같은 전문 교육 과정의 학교 체계가 도입됐고, 음악 분야에서도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기 교육을 시작했다.

<인터뷰> 김철웅(탈북 피아니스트) : "유치원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영재반이라는 명목 밑에 특별한 반을 만들어서 원아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음악대학에 초등학교 과정을 설치함으로서 초등학교 중등과정 그다음에 대학과정을 설치함으로서 어려서부터 재능이 있는 예술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음악 조기 교육으로 유명한 어린이 교육 기관은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경상과 창광, 대동문 유치원 등이다.

이곳 유치원들은 전문연습실과 음향 설비, 수십 종의 다양한 악기를 갖추고 있으며 음악 전문 교사도 수십 명에 이른다.

<녹취> 경상유치원생 : "피아노 잘 하고파서 왔습니다. 피아노 공부도 하고 우리말 공부도해서 좋습니다."

김정은도 집권 이후 경상유치원 등을 방문해 예술인 양성을 당부 할 만큼 음악 조기교육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북한 당국은 조기 교육의 성과도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너댓 살 어린이들의 수준 높은 공연.

조기 음악반 무대는 개인의 기량을 뽐내는 것을 물론, 어린이의 재능을 발굴, 육성한 북한 체제를 선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러한 음악 조기 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10년, 여덟 살의 나이로 슈만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유별미는 이후 각종 국제 대회를 휩쓸며 천재 피아니스트라 불렸다. 작곡과 편곡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유별미 역시 경상유치원과 평양음악학원 출신, 북한식 조기 교육 과정을 밟은 것이다.

지난해 쇼팽 국제 청소년 피아노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마신아 역시 조기 교육의 대표적 사례다.

정확하면서도 화려한 연주 기교를 지닌 마신아는 경상유치원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모스크바 유학까지 지원받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음악 조기 교육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안정된 진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음악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낸 아이들은 평양음악학원이나 금성학원,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 같은 주요 예술 학교로 진학이 가능하다.

졸업 후엔 조선 국립교향악단, 만수대 예술단 등 주요 예술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각 시도에 있는 음악무용대학에 배치된다.

그런데 이런 기회는 대부분 평양에 거주하는 고위 간부나 특권층 자녀들에게 돌아간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한다.

<인터뷰> 김철웅(탈북 피아니스트) : "대동문유치원 그 다음에 경상유치원 이런 유치원들 다 중구역내에 있는 유치원들이에요. 지역 자체에 거주민 자체가 다 외교부출신 아니면 당간부 출신 또 아니면 정무원.. 정무원 출신들로 이루어진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음악 영재학원으로 유명한 금성학원 출신의 한 탈북민은 금성학원 학생 대부분이 평양 출신이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가장 많이 가죠. 거의 그쪽에 창강유치원 애들을 위해서 만든 금성학원이라고 보면 되고요. 권력 좀 있는 집안 애들은 창강유치원 같은 유치원에 들어가면 학원에 갈 수 있는 이제 길이 열리죠. 그리고 또 그만큼 키워요. 그냥 뭐 들어가서 하는 게 아니고 선생님들도 열심히 키우고 선생님들 자체가 엘리트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금성학원 같은 데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평양 어린이들이죠."

지방 어린이들에게도 드물지만 평양 중앙 무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다. 각종 축전 수상자는 예술학교에 편입할 수 있다. 방송 무대 역시 중요한 발탁 기회가 된다.

<녹취> 2011년 北 ‘아동 방송 예술 무대’ : (어느 유치원에서 왔나요?) 평안북도 태천군 유치원에서 왔습니다! (네, 미성이 몇 살 났나요?) 요렇게 4살이에요."

<녹취> 北 동요 ‘대홍단 감자’ : "둥글둥글 왕감자 대홍단 감자. 야하 감자, 감자, 왕감자 참말 참말 좋아요."

‘대홍단 감자’노래로 널리 알려진 신미성 어린이도 4살 무렵 아동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녹취> 北 동요 ‘뽀뽀’ : "내가 고와 뽀뽀, 우리엄마 뽀뽀. 우리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우리아빠 우리엄마 제일 좋아."

뽀뽀송으로 유명한 김솔매 어린이 역시 평안남도 순천시가 고향이지만 방송을 통해 일약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독창독주경연 같은 어린이모임 여기서 이제 전국적으로 그때가 기회가 있잖아요. 전국적으로 모여서 하는 기회에서 당선이 된 그런 애들이죠. 그래서 그때 발탁을 하는 거예요. 거기서 정말 훌륭하다. 이러면 찍는 거죠. 그러면 북한에서도 어린 스타가 되는 거죠. 북한은 또 이제 TV가 하나밖에 이제 채널이 안 되니까 이름도 날리고 금방 인생이 그냥 딱 뚫리죠."

실제 두 어린이는 방송 이후인 2012년,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공연이라는 큰 무대에서 독창 공연 기회를 얻게 된다.

<녹취> 北 동요 ‘동화 그림책’ : "야 참, 재미나요 동화 그림책. 아버지 장군님 보내주신 동화 그림책, 동화그림책."

<녹취> 北 동요 ‘창전거리 우리 집’ : "창전거리 우리 집이 정말 좋아요. 창전거리 우리 집 좋아!"

북한 당국이 이처럼 예술적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데는 체제 유지라는 목적이 있다.

음악 예술인들을 체제 선전 도구로 키우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어려서부터 국가에서 선발해서 그 다음에 교육시키고 유학까지 갔다 와서 예술가로 조직 직장을 다 당의 체제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런 당의 위상과 목적 그 다음에 예술 북한 사회주의예술 또 북한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 역할로서 국가에서 그렇게 길러내고 활용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조기 음악반 어린이들이 배우는 음악은 대부분 김씨 일가를 찬양한다.

<녹취> 北 동요 ‘원수님은 꼭 오실거야’ : "김정은 원수님은 꼭 꼭 오실거야."

방송에 나오는 음악 영재들은 김씨 일가를 위해 재능을 발휘하겠다고 되뇐다.

<녹취> 오윤정(대동문유치원생) : "나는 꿈을 꾸어도 아버지 원수님께 기쁨드릴 꿈만 꿉니다."

유학중 귀국하면 우상화 시설 등을 돌며 사상을 재교육한다.

<녹취> 마신아(北 피아니스트) : "아버지 장군님과 경애하는 원수님의 사랑의 축복을 언제나 이 가슴에 간직하고 세상에 부럼 없는 행복한 우리 생활과 내 조국의 장엄한 모습을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영원히 울려겠습니다."

북한에서 예술 영재로 자란 탈북민 역시 체제 선전 외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내가 지금 만약에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유는 우리 장군님의 사랑을 전하고 사상을 전하고 거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되는 이유는 김부자의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람들의 사상을 전하기 위해서 배우는 거예요. 그게 기본이거든요."

해외 유학을 하고 국제 콩쿨에서 입상해도 결국 북한으로 돌아가 체제 선전 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

그런 만큼 국제 무대에서 원숙한 음악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인터뷰> 김철웅(탈북 피아니스트) : "세계무대에 나서서 활동을 할 만한 무대입지 자체가 북한 정권에서는 허용을 안 하는 것 같고요. 둘째로는 북한의 문화예술은 절대로 선전 체제선동을 위한 선전선동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콩쿨을 왜 입상시키고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냐면 그 국제콩쿨에 입상한 사람들이 선전을 해야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훌륭한 선전, 선동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예술인으로서 한계와 좌절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왜 이런 것만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은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 엄마에 대해서 바치는 노래도 사실 거기다가 후렴에다가 장군님 사랑을 넣기는 싫거든요. 그거랑 틀리잖아요. 그러면 엄마 생일에 불러주고 싶은 축가를 내가 이제 중학교 때랑 몇 개 만들었는데 그런 거는 가족들 있을 때나 조금씩 부르고 항상 이제 비밀로 간직하고 있고 그러다보니까 이제 머리가 조금씩 크면서 아, 너무 이제 자유가 구속이 됐다, 이런 느낌을 좀 받죠."

전문가들은 사상 주입을 강요하는 북한식 조기 음악 교육이 예술적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기본적인 다양한 사회발전에 따른 어떤 문화적 다양성이라든가 학문의 깊이 특히 이제 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 들이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예술가로서는 빨리 성장을 하지만 우리가 소위 얘기하는 아티스트라든가 또는 이제 어떤 세상에 메시지를 던져주는 그런 철학적인 예술가로서의 성장은 대단히 제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조기 교육에 공을 들이고 그 성과를 집중 선전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체제 선전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는 한 체제의 폐쇄성과 예술적 한계만 드러내게 될 것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클로즈업 북한] 영재 교육 vs 체제 선전…조기 음악교육
    • 입력 2017-11-18 08:17:50
    • 수정2017-11-18 08:28:03
    남북의 창
<앵커 멘트>

혹시 뽀뽀송이란 북한 동요 들어보셨습니까?

이 노래를 부르는 북한 어린이를 보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애교가 넘치는데요.

북한은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악기 연주 등에서 어릴 적 재능을 보이면 유치원 과정부터 조기 교육을 시키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는 국제무대에서 수상도 하고 TV에도 자주 보이지만, 정작 성인이 된 뒤 국제적으로 각광받는 북한 음악인은 찾기 힘든데요.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영재 교육의 허울을 쓴 체제 선전 교육, 북한의 조기 음악 교육을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녹취> 北 동요 ‘의사놀이 좋아요’ : "오늘도 재미나는 유치원의 놀이 시간 나는야 의사선생 옥별이는 간호원."

무대 한 가운데 서서 기교 섞인 목소리로 노래를 이어가는 여자 어린이. 앙증맞은 율동은 물론, 노래 사이사이에 펼치는 연기도 눈길을 사로잡는다.

<녹취> "다음 손님 들어오세요!"

뒤이어 중창과 합창은 물론, 피아노, 바이올린 같은 서양악기부터 전통악기 연주에 이르기까지- 성인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는 아이들.

이들은 북한 TV가 해마다 방송하는 ‘전국 아동음악 방송 예술 무대’에 오른 북한 유치원생들이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들어내는 어린이들, 그 이면에는 북한식 조기 음악교육이 자리하고 있다.

1959년, 북한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전반적 교육제도 개편에 관한 결정’을 채택하고, 예술인 전문교육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 결정에 따라 11년제 예술 학교와 같은 전문 교육 과정의 학교 체계가 도입됐고, 음악 분야에서도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조기 교육을 시작했다.

<인터뷰> 김철웅(탈북 피아니스트) : "유치원 때부터 특별한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영재반이라는 명목 밑에 특별한 반을 만들어서 원아들을 가르치고 있고요. 음악대학에 초등학교 과정을 설치함으로서 초등학교 중등과정 그다음에 대학과정을 설치함으로서 어려서부터 재능이 있는 예술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물심양면으로 노력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현재 음악 조기 교육으로 유명한 어린이 교육 기관은 평양 중구역에 위치한 경상과 창광, 대동문 유치원 등이다.

이곳 유치원들은 전문연습실과 음향 설비, 수십 종의 다양한 악기를 갖추고 있으며 음악 전문 교사도 수십 명에 이른다.

<녹취> 경상유치원생 : "피아노 잘 하고파서 왔습니다. 피아노 공부도 하고 우리말 공부도해서 좋습니다."

김정은도 집권 이후 경상유치원 등을 방문해 예술인 양성을 당부 할 만큼 음악 조기교육 분야에 관심을 보였다.

북한 당국은 조기 교육의 성과도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너댓 살 어린이들의 수준 높은 공연.

조기 음악반 무대는 개인의 기량을 뽐내는 것을 물론, 어린이의 재능을 발굴, 육성한 북한 체제를 선전, 과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러한 음악 조기 교육에 대한 국제적인 성과도 나오고 있다.

2010년, 여덟 살의 나이로 슈만 국제 청소년 피아노 콩쿠르에서 1등을 차지한 유별미는 이후 각종 국제 대회를 휩쓸며 천재 피아니스트라 불렸다. 작곡과 편곡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는 유별미 역시 경상유치원과 평양음악학원 출신, 북한식 조기 교육 과정을 밟은 것이다.

지난해 쇼팽 국제 청소년 피아노 경연에서 1등을 차지하며 주목을 받은 마신아 역시 조기 교육의 대표적 사례다.

정확하면서도 화려한 연주 기교를 지닌 마신아는 경상유치원 시절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모스크바 유학까지 지원받고 있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도 음악 조기 교육에 대한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큰 이유는 음악에 대한 재능이 안정된 진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일찍이 음악 분야에서 재능을 나타낸 아이들은 평양음악학원이나 금성학원,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 같은 주요 예술 학교로 진학이 가능하다.

졸업 후엔 조선 국립교향악단, 만수대 예술단 등 주요 예술단체에서 활동하거나 각 시도에 있는 음악무용대학에 배치된다.

그런데 이런 기회는 대부분 평양에 거주하는 고위 간부나 특권층 자녀들에게 돌아간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한다.

<인터뷰> 김철웅(탈북 피아니스트) : "대동문유치원 그 다음에 경상유치원 이런 유치원들 다 중구역내에 있는 유치원들이에요. 지역 자체에 거주민 자체가 다 외교부출신 아니면 당간부 출신 또 아니면 정무원.. 정무원 출신들로 이루어진 자녀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음악 영재학원으로 유명한 금성학원 출신의 한 탈북민은 금성학원 학생 대부분이 평양 출신이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가장 많이 가죠. 거의 그쪽에 창강유치원 애들을 위해서 만든 금성학원이라고 보면 되고요. 권력 좀 있는 집안 애들은 창강유치원 같은 유치원에 들어가면 학원에 갈 수 있는 이제 길이 열리죠. 그리고 또 그만큼 키워요. 그냥 뭐 들어가서 하는 게 아니고 선생님들도 열심히 키우고 선생님들 자체가 엘리트들로 구성이 되어 있기 때문에 금성학원 같은 데 진학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게 평양 어린이들이죠."

지방 어린이들에게도 드물지만 평양 중앙 무대로 가는 기회가 주어진다. 각종 축전 수상자는 예술학교에 편입할 수 있다. 방송 무대 역시 중요한 발탁 기회가 된다.

<녹취> 2011년 北 ‘아동 방송 예술 무대’ : (어느 유치원에서 왔나요?) 평안북도 태천군 유치원에서 왔습니다! (네, 미성이 몇 살 났나요?) 요렇게 4살이에요."

<녹취> 北 동요 ‘대홍단 감자’ : "둥글둥글 왕감자 대홍단 감자. 야하 감자, 감자, 왕감자 참말 참말 좋아요."

‘대홍단 감자’노래로 널리 알려진 신미성 어린이도 4살 무렵 아동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녹취> 北 동요 ‘뽀뽀’ : "내가 고와 뽀뽀, 우리엄마 뽀뽀. 우리엄마 뽀뽀가 제일 좋아. 우리아빠 우리엄마 제일 좋아."

뽀뽀송으로 유명한 김솔매 어린이 역시 평안남도 순천시가 고향이지만 방송을 통해 일약 인기 스타로 떠올랐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독창독주경연 같은 어린이모임 여기서 이제 전국적으로 그때가 기회가 있잖아요. 전국적으로 모여서 하는 기회에서 당선이 된 그런 애들이죠. 그래서 그때 발탁을 하는 거예요. 거기서 정말 훌륭하다. 이러면 찍는 거죠. 그러면 북한에서도 어린 스타가 되는 거죠. 북한은 또 이제 TV가 하나밖에 이제 채널이 안 되니까 이름도 날리고 금방 인생이 그냥 딱 뚫리죠."

실제 두 어린이는 방송 이후인 2012년,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공연이라는 큰 무대에서 독창 공연 기회를 얻게 된다.

<녹취> 北 동요 ‘동화 그림책’ : "야 참, 재미나요 동화 그림책. 아버지 장군님 보내주신 동화 그림책, 동화그림책."

<녹취> 北 동요 ‘창전거리 우리 집’ : "창전거리 우리 집이 정말 좋아요. 창전거리 우리 집 좋아!"

북한 당국이 이처럼 예술적 재능을 가진 어린이들을 끊임없이 발굴하는 데는 체제 유지라는 목적이 있다.

음악 예술인들을 체제 선전 도구로 키우려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것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어려서부터 국가에서 선발해서 그 다음에 교육시키고 유학까지 갔다 와서 예술가로 조직 직장을 다 당의 체제시스템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그런 당의 위상과 목적 그 다음에 예술 북한 사회주의예술 또 북한예술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 역할로서 국가에서 그렇게 길러내고 활용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조기 음악반 어린이들이 배우는 음악은 대부분 김씨 일가를 찬양한다.

<녹취> 北 동요 ‘원수님은 꼭 오실거야’ : "김정은 원수님은 꼭 꼭 오실거야."

방송에 나오는 음악 영재들은 김씨 일가를 위해 재능을 발휘하겠다고 되뇐다.

<녹취> 오윤정(대동문유치원생) : "나는 꿈을 꾸어도 아버지 원수님께 기쁨드릴 꿈만 꿉니다."

유학중 귀국하면 우상화 시설 등을 돌며 사상을 재교육한다.

<녹취> 마신아(北 피아니스트) : "아버지 장군님과 경애하는 원수님의 사랑의 축복을 언제나 이 가슴에 간직하고 세상에 부럼 없는 행복한 우리 생활과 내 조국의 장엄한 모습을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영원히 울려겠습니다."

북한에서 예술 영재로 자란 탈북민 역시 체제 선전 외에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내가 지금 만약에 아코디언을 배우는 이유는 우리 장군님의 사랑을 전하고 사상을 전하고 거의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겁니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 존재해야 되는 이유는 김부자의 사랑을 전하고 그 사람들의 사상을 전하기 위해서 배우는 거예요. 그게 기본이거든요."

해외 유학을 하고 국제 콩쿨에서 입상해도 결국 북한으로 돌아가 체제 선전 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

그런 만큼 국제 무대에서 원숙한 음악인으로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

<인터뷰> 김철웅(탈북 피아니스트) : "세계무대에 나서서 활동을 할 만한 무대입지 자체가 북한 정권에서는 허용을 안 하는 것 같고요. 둘째로는 북한의 문화예술은 절대로 선전 체제선동을 위한 선전선동이 되어 있기 때문에 국제콩쿨을 왜 입상시키고 그만큼 투자를 많이 하냐면 그 국제콩쿨에 입상한 사람들이 선전을 해야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훌륭한 선전, 선동이 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예술인으로서 한계와 좌절을 느끼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인터뷰> 윤설미(금성학원 출신/2014년 탈북) : "왜 이런 것만 해야 되지? 이런 생각은 나더라고요. 그러니까 내 엄마에 대해서 바치는 노래도 사실 거기다가 후렴에다가 장군님 사랑을 넣기는 싫거든요. 그거랑 틀리잖아요. 그러면 엄마 생일에 불러주고 싶은 축가를 내가 이제 중학교 때랑 몇 개 만들었는데 그런 거는 가족들 있을 때나 조금씩 부르고 항상 이제 비밀로 간직하고 있고 그러다보니까 이제 머리가 조금씩 크면서 아, 너무 이제 자유가 구속이 됐다, 이런 느낌을 좀 받죠."

전문가들은 사상 주입을 강요하는 북한식 조기 음악 교육이 예술적 성장 가능성을 제약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학교 통일인문학연구단 연구교수) : "기본적인 다양한 사회발전에 따른 어떤 문화적 다양성이라든가 학문의 깊이 특히 이제 인문학 분야에 대한 지층이 두껍지 않기 때문에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부분 들이고 그런 점에서 본다면 예술가로서는 빨리 성장을 하지만 우리가 소위 얘기하는 아티스트라든가 또는 이제 어떤 세상에 메시지를 던져주는 그런 철학적인 예술가로서의 성장은 대단히 제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조기 교육에 공을 들이고 그 성과를 집중 선전하고 있는 북한.

그러나 체제 선전이라는 굴레를 벗지 못하는 한 체제의 폐쇄성과 예술적 한계만 드러내게 될 것이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