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리포트] 보육원으로 넘겨지는 아이티 아이들

입력 2017.11.21 (20:38) 수정 2017.11.2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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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아이티에서는 2010년 대지진 이후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아이들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보육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로 넘겨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흥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로 12살인 손디는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손디는 보육원에서 지내는 동안 청소와 요리 등 강제 노동과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녹취> 손디 : "보육원에 있을 때 맞아서 손이 부었던 적이 있어요. 보육원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손디의 가족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집을 잃었습니다.

이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가정 형편이 기울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손디와 두 동생을 먹여 살려야 했는데요.

보육원에서 무료로 아이들에게 음식과 잠잘 곳을 마련해준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손디와 동생들을 그 곳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녹취> 손디 어머니 : "보육원이 좋은 곳인 줄 알았어요. 보육원에서 학교도 보내준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손디와 두 동생은 보육원에서 2년간 악몽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해당 보육원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정부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결국 폐쇄 조치가 내려졌지만, 아이티에서는 손디처럼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부모가 아이를 보육원으로 보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티 어린이는 3만 명.

이들 중 80%는 고아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육원에서 고아가 아닌 아이들을 모집하는 이유는 해외에서 보내는 기부금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아이티의 아동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의 보육원에 기부되는 금액은 1년에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00억 원에 달합니다.

일부 보육원에서는 기부금을 더 받기 위해 아이들을 모으는 사람까지 고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지엣 물헤어(비영리 자선단체 대표) : "일부 보육원에서는 사람을 고용해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부모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기부금을 노려 아이들을 사회복지시설에 모으는 것을 인신 매매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 자선단체들은 이런 행위가 아이티에서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보육원 측이 이를 아동 인신매매로 인식하지 못하고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2015년 아이티 정부는 반 인신매매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 자선단체들과 함께 아동 인신매매를 근절하는데 힘쓰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로벌 24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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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리포트] 보육원으로 넘겨지는 아이티 아이들
    • 입력 2017-11-21 20:22:28
    • 수정2017-11-21 20:53:13
    글로벌24
<앵커 멘트>

아이티에서는 2010년 대지진 이후 먹고 살기가 힘들어지면서 아이들의 인권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부모가 있는 아이들이 보육원과 같은 사회복지시설로 넘겨지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흥철 기자입니다.

<리포트>

올해로 12살인 손디는 지난 2014년부터 2년간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손디는 보육원에서 지내는 동안 청소와 요리 등 강제 노동과 학대에 시달렸습니다.

<녹취> 손디 : "보육원에 있을 때 맞아서 손이 부었던 적이 있어요. 보육원을 전혀 좋아하지 않았어요."

손디의 가족은 2010년 아이티 대지진으로 집을 잃었습니다.

이후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가정 형편이 기울기 시작했고, 어머니는 손디와 두 동생을 먹여 살려야 했는데요.

보육원에서 무료로 아이들에게 음식과 잠잘 곳을 마련해준다는 말을 들은 어머니는 손디와 동생들을 그 곳으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녹취> 손디 어머니 : "보육원이 좋은 곳인 줄 알았어요. 보육원에서 학교도 보내준다고 했거든요."

하지만 손디와 두 동생은 보육원에서 2년간 악몽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해당 보육원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정부로부터 부적격 판정을 받아 결국 폐쇄 조치가 내려졌지만, 아이티에서는 손디처럼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부모가 아이를 보육원으로 보내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티 어린이는 3만 명.

이들 중 80%는 고아가 아닌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보육원에서 고아가 아닌 아이들을 모집하는 이유는 해외에서 보내는 기부금 때문입니다.

지난 6월 아이티의 아동 인신매매 실태를 조사한 한 자료에 따르면 아이티의 보육원에 기부되는 금액은 1년에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100억 원에 달합니다.

일부 보육원에서는 기부금을 더 받기 위해 아이들을 모으는 사람까지 고용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지엣 물헤어(비영리 자선단체 대표) : "일부 보육원에서는 사람을 고용해 마을을 찾아다니면서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부모에게 압박을 가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에서는 기부금을 노려 아이들을 사회복지시설에 모으는 것을 인신 매매의 하나로 보고 있습니다.

국제 자선단체들은 이런 행위가 아이티에서 보편화돼 있기 때문에 보육원 측이 이를 아동 인신매매로 인식하지 못하고 범죄를 자행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지난 2015년 아이티 정부는 반 인신매매 위원회를 구성하고 국제 자선단체들과 함께 아동 인신매매를 근절하는데 힘쓰고 있지만,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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